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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882_dnfvnfldh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JIB
작품등록일 :
2020.08.27 18:56
최근연재일 :
2020.09.13 22: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20
추천수 :
18
글자수 :
101,608

작성
20.09.02 18:00
조회
36
추천
2
글자
11쪽

9. 죽기 위해 가는 길 (2)

DUMMY

나는 할머니를 바닥에 거칠게 던졌다.

쿠당탕!


“끄으으.”


그녀는 신음소리를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 주제에,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죽일 수는 없었다.


[바람의 검객 제루시 드폴 빙의시간이 끝났습니다.]

[제루시 드폴의 능력치 백분의 일만큼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검술 lev 1.’을 습득하셨습니다.]

[재사용 가능 시간: 23시간 59분 58초.]


찾아야만 했다. 분명 어딘가에 해독제가 있을 것이다.


“해독제, 어딨어?”

“그, 그, 그게.”


콱.


“끄윽.”


엉금엉금 기어가는 그녀의 손은 발로 질끈 밟았다. 노인은 고통스러워하며 밟힌 손을 빼내려고 했다.


“마지막이야. 해독제, 어딨어?”


푹.

검을 그녀의 머리 옆에 꽂았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할머니가 다급하게 말했다.


“산채에! 산채에 있어요.”

“으으.”


루나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 나온다.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 수가 없다.


“저 여자, 아직 죽지는 않은 거지?”

“여자는 노예로 팔기 위해 독한 수면제를 넣어요. 해독제를 먹을 때까지 쭉 잠만 자는 거예요.”

“남자는?”

“남자는 그냥 죽이기 위해 독약을 넣는데······.”


말을 하다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날 힐끗 쳐다본다.

열 받는다.


“그래. 독약을 넣어줘서 아주 고맙다. 이제 너도 먹어볼 차례야!”


그릇을 집어 들고 내가 먹던 스튜를 할머니의 입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었다.


“히익! 읍! 으읍!”


입을 다물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억지로 입을 벌려 남아있던 것들을 모조리 밀어 넣었다.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그녀의 몸은 나에게 완전히 구속당한 후였다.


“크헉! 켁! 으아아!”


괴성을 지르던 노인의 눈이 붉게 충혈되는가 싶더니 피를 토하며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스튜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된 것을 보면 어지간히 지독한 독인 모양이다. 노인이 마지막으로 한 말에 거짓말은 없어 보였다.

귀에 들어있는 요 녀석 덕분인가? 다행히 나에게 효과는 별로 없는 듯 하다.

어쨌든.

그냥 자고 있다는 말이지?

그러고 보니 루나의 상체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단순히 자고 있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문제는. 해독제를 먹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닥에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어서, 루나를 들어 침대에 눕히고 문을 걸어 잠궜다.


“금방 올게, 루나야.”


루나에게 인사를 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깊은 잠에 빠진 채, 혼자 있을 루나도, 무방비한 상태로 밖에 매어져 있는 말도 걱정이 됐지만 도적들의 산채를 찾아야 했다. 루나를 위해서도, 퀘스트를 위해서도.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도적들이 살고 있는 산채일 뿐이다. 이 근처에 대충 있겠지 뭐.

일단 주변을 돌아 다녀보기로 했다.



**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보면 나타나는 정사각형의 방. 흔한 창문 하나도 없어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 곳이다. 그곳을 덮고 있는 어두운 공기만큼이나, 짙은 벽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방안에 가구라고는 아무런 무늬와 장식 없는 긴 테이블 하나와 의자 몇 개 뿐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은 작은 양초 하나. 그 불빛을 가운데에 두고 로브를 둘러쓴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 가운데에 앉아있던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끝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번에 수도로 옮기던 고대 유물들. 모두 수거했겠지?”


끝에 앉아 있던 회색 로브를 쓴 자가 금방이라도 테이블에 찍을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거는 했습니다만,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중간에 누군가가······죄송합니다.”

“뭐라?”

“중요한 것이라면 그, 광휘의 유산 말이오?”


옆에 있던 남색 로브를 입은 사람이 끼어들었다. 회색 로브를 쓴 자의 고개가 더욱 숙여졌다.


“네, 죄송합니다.”

“어찌 그런 일이? 분명 모두 죽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아무래도 도중에 유산을 가지고 이탈한 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런.”


여기저기서 못마땅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색 로브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마 로브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그의 머리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추격자들을 고용해두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찾아내겠습니다.”

“믿을만한 자들이겠지? 이번에도 실패했다가는······.”


검은 로브 남자의 안광이 흉흉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회색 로브는 몇 번째인지 모를 고개를 다시 한 번 숙였다.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입니다. 이번에는 절대 실망 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그러길 바라겠네.”

“감사합니다.”


자신에게서 시선이 떨어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회색 로브는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이렇게 대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 반드시.’


이어지는 대화와는 상관없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



“아오, 염병할!”


이럴 줄 알았으면 산채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할 걸. 도적들 주제에 더럽게도 꼭꼭 숨어있네.


“잠깐. 거기 서 봐.”


투덜거리며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누군가 날 불러 세웠다. 험상궂은 인상에 무기를 들고 숲을 돌아다니는 무리. 한 눈에 봐도.


“가진 거 있으면 좀 나눠보자.”


도적들이었다.

나오라는 산채는 나오지 않고 도적들을 만나다니.

별로 좋지 않다.

상대는 아홉 명. 빙의를 한다면 금방 쓰러뜨리겠지만······. 빙의는 산채에서 써야 하는데.


[돌발 퀘스트 발생!]

[도적들을 처치하라!]

[완료 보상: 200 상점 포인트]


“이 자식이 당장 안 내놔? 팔이라도 한 군데 아파봐야 정신 차리지?”


앞에 있던 녀석이 한손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읏!”


뒤로 물러나며 검을 빼들었다.

큰일이다. 아직 고민도 끝나지 않았는데.

기초 검술 밖에 배우지 않은 내가 아홉 명이나 되는 도적들을 내 힘으로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챙.

얘 왜 이렇게 느리지?

녀석이 힘껏 내리친 도끼를 내가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내자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그대로 손에 힘을 주어 도끼를 쳐냈다.


“엇?”


나보다 큰 녀석의 몸이 뒤로 크게 밀린다. 그 틈에.

휘익.

검을 휘둘러 녀석의 팔을 잘라냈다.


“으아아악!”


떨어진 팔을 보고도 믿지 못하던 녀석은 뒤늦게 찾아온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빙의 후 받는 능력치 덕분인가?


[‘검술 lev 1.’을 습득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아까 시스템이 알려주었던 정보가 생각났다. 분명 검술 lev.1을 습득했다고 했었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검을 다루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익숙해진 것 같다. 레벨이 있다는 것은 분명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 레벨 1도 이정도인데 올라가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쨌든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할 만 하다. 한 명이 순식간에 당한 것을 본 도적들은 아직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도망도 치지 못하고, 달려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날카롭게 올리며 웃었다.


“잘 만났다. 이리 와, 새끼들아.”


나는 머뭇거리는 도적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사, 살려주세요!”


마지막 남은 도적이 무기를 내던지며 바닥에 엎드렸다.

겁을 먹은 녀석들을 해치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너네 산채 있어?”

“네, 있습니다.”

“가는 길 알아?”


엎드려있던 녀석이 당장 구원이라도 받은 것처럼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입니다.”

“그곳까지 안내한다, 오케이?”

“네, 그럼 당장-.”

“잠깐.”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내 말에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녀석이 던진 검을 유심히 쳐다보는데.


[일반 검]

등급: 일반

퀘스트 중에 얻은 장비로 상점에 판매가 가능합니다.


판매? 판매도 할 수 있었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갔다. 검에 손을 대고.


‘판매.’


내 손에 닿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검의 모습이 사라졌다.


[판매로 1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어라?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죽은 도적들이 쓰던 무기와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이게 다 포인트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퀘스트 완료!]

[완료 보상: 200포인트]

[첫 상점 판매!]

[기념으로 보상을 획득합니다.]

[3. 2. 1.]

[‘용병 에맘’(C급)을 획득하셨습니다.]


[복수에 미친 용병 에맘]

등급: C

고아 출신의 용병.

어릴 적 도적에게 가족들을 잃은 탓에 도적들을 증오한다. 용병 생활을 하는 동안 도적과 관련된 의뢰만 받았을 정도.

은퇴한 후, 마을 주변의 도적들을 상대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몸 여러 곳이 뚫린 채 끝내 도적들을 죽이고 만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도적 관련 클래스와 전투 시 공격력 50% 상승.


‘시체를 보면서 웃고 있다니. 저런 미친 새끼.’


그 모습에 엎드려있던 도적이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떨어져 있던 무기들을 모두 상점에 팔고 나서야 녀석을 앞세워 출발했다. 어지간히 무서웠는지, 녀석은 뒤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수풀로 교묘하게 가려진 곳에 들어섰다.


“저기가 확실해?”

“네, 네. 그럼요.”


나를 데려온 도적이 가리킨 곳을 보자 과연 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빙 둘러싸고 있는 곳이 보였다. 도적들의 산채치고는 제법 잘 만들어진 곳이다. 하긴 이 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도적단이라고 했었나.


“개구멍이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응, 어차피 그런 거 필요 없어.”

“알려드렸으니 이, 이만 전.”


계속 내 눈치를 살피던 도적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응, 아니야.”


푹.

난 검을 가볍게 녀석의 배에 밀어 넣었다.

바닥에 뒹구는 녀석의 시체를 뒤로 하고 산채를 향해 걸어갔다.

작전? 은신? 그딴 거 필요 없다.

그냥 걸어간다. 당당하게 정문으로.


“야! 너 뭐야?”

“뭐하는 새끼야, 저거?”


무기를 쥐고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산적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뭐긴. 다 내놔 새끼들아.”


‘에맘 빙의권 사용.’


[복수에 미친 용병 에맘 빙의권을 사용합니다.]

[지속 시간: 15분.]

[능력치가 올라갈수록 지속 시간이 길어집니다.]

[24시간 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상대가 도적 클래스입니다.]

[공격력이 50% 상승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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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죽기 위해 가는 길 (7) 20.09.07 27 1 12쪽
14 죽기 위해 가는 길 (6) 20.09.06 25 1 12쪽
13 죽기 위해 가는 길 (5) 20.09.05 31 1 11쪽
12 죽기 위해 가는 길 (4) 20.09.04 31 1 12쪽
11 10. 죽기 위해 가는 길 (3) 20.09.03 34 1 12쪽
» 9. 죽기 위해 가는 길 (2) 20.09.02 37 2 11쪽
9 8. 죽기 위해 가는 길 (1) 20.09.01 38 1 12쪽
8 7. 간단한 심부름 (7) 20.08.31 42 1 11쪽
7 6. 간단한 심부름 (6) 20.08.30 44 1 11쪽
6 5. 간단한 심부름 (5) 20.08.29 56 1 11쪽
5 4. 간단한 심부름 (4) 20.08.29 52 1 11쪽
4 3. 간단한 심부름 (3) 20.08.28 59 1 11쪽
3 2. 간단한 심부름 (2) 20.08.28 72 1 11쪽
2 1. 간단한 심부름 (1) 20.08.28 106 1 11쪽
1 0. 프롤로그 20.08.28 15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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