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404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16 00:04
조회
253
추천
2
글자
12쪽

40화

DUMMY





‘‘강소장님! 방금 그 말 뭐에요? 박 프로파일러님 말이 백 프로 다 맞는 것 같지 않다니.’’


한소라의 말을 받아 최웅이 비아냥댔다.


''한 엠씨, 저 인간 그렇게 겪어보고도 몰라? 그냥 막판에 또 튀어보려고 반전도 없으면서 있는 척 또 저러는 거잖아. 오늘 간만에 제대로 된 게스트 분 모셨는데 끝내 어깃장 놓으려고 또 저 지랄이네, 저 자슥.’’


최웅의 의도는 겉으로는 나를 씹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거꾸로 박미나를 도발하려는 거였다.

아마 내가 그러하듯 그도 시종일관 빈틈없어 보이며 예능감 부족한 박미나의 오늘 모습이 그리 마뜩지 않았나 보다.


‘‘제가 백 프로 맞지 않았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최웅의 의도대로 박미나가 다소 정색 조로 내게 따져 물었다.


‘‘이상병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프로파일러님 말씀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체포에 이렇게 며칠 시간이 걸렸던 거죠. 원래대로라면 프로파일러님이 처음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과 다를 바 없으니 한 나절이면 소재지가 파악되어야 정상이니까요. 그리고 박 프로파일러님 이상병이 은신처로 무인호텔을 잡았을 거라고 예상하신 것도 놀랍게도 정확히 들어맞았죠. 참 잘했어요, 짝짝짝. 근데 박 프로파일러님이 틀린 부분이 한 군데 있죠. 그건 다름 아니라 ......’’


모두들 나를 향해 귀를 쫑긋 세웠다.

뭐랄까, 요즘 최근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타자를 향한 관중의 시선이라고나 할까.

이번 타석에는 또 뭘 때려낼까 하는 그런 눈빛들이었다.


응, 빗맞은 파울은 절대 아니야.

홈런 아니면 최소 타점은 올릴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이거 아무도 생각지 못한 거거든.

게다가 프롬프터 보고 하는 거니까 타격의 정확도야 뭐 두말 하면 잔소리이고, 하하하.


‘‘아이, 저 새끼 또 뜸들이고 있네. 너 지금 무슨 연말 방송사 시상식 대상 발표하냐?’’


최웅이 또 농담 반 진담 반 타박을 해댔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이 추세대로라면 정말 연말 방송사 시상식 대상 발표자로 나 선정되는 건 아닐까, 푸하하하.


‘‘아! 미안, 미안. 아! 그러니까 프로파일러님, 이상병 사건 자체에 대한 분석은 틀림이 없으셨는데요. 이상병 어머니 인터뷰는 좀 잘못 분석하신 것 같아서요.’’

‘‘이상병 어머니 인터뷰요? 그거에 대해서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아까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인간에 대한 본성 때문이라고요.’’

‘‘예, 내가 그랬었죠. 자기 자신, 자기 식구, 자기 나라 등 자기 편이 무조건 옳다고 잘못 없다고 그렇게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요. 그게 뭐가요? 그 말에 뭐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예?’’


드디어 그녀가 본격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상병 어머님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시는 분은 아니시거든요.’’

‘‘뭐가요? 뭐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분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이상병 어머님은 자기편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편이 잘못한 건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라는 이야기죠.’’


박미나뿐 아니라 좌중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현호가 입을 열었다.


‘‘대체 강소장님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예요? 그 엄마라는 작자 인터뷰 기사 제대로 안 읽어봤어요? 완전 지 자식만 감싸 돌면서 감성팔이만 한 인터뷰였는데 대체 지금 .....’’

‘‘이기자! 바로 그거야!’’


내가 이현호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반말도 깠다.

그런 적이 이전에는 없었다.

하지만 요새 워낙 자신감이 붙다 보니, 하하하.


‘‘뭐가요?’’

‘‘감성팔이, 그거라고.’’

‘‘감성팔이, 그거라니?’’

‘‘이상병 어머님이 감성팔이를 한 건 맞아요. 근데 그게 네티즌들한테 한 게 아니라고. 바로 자기 자식한테 한 거라고.’’


장내가 웅성거렸다.

스테이지 뿐 아니라 제작진들도 수군댔다.

아직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싶었다.


‘‘이상병 어머님 그 인터뷰는 자기 자식 보라고 한 거 였다고요. 자기 자식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고 한 거라고요. 아마도 다른 프로파일러 분 도움이 있었겠지. 여기 계신 박미나씨 말고 다른 경험 많은 선배 프로파일러.’’


나의 절묘한 돌려까기에 박미나가 순간 움찔거렸다.


‘‘나는 지금 이상병 어머니를 두둔하려는 게 결코 아니에요. 자식 교육 잘못 시킨 부모로서 당연히 세간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식 무조건 감싸는 부모는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어린 시절 학교 끝나면 어머니가 식당 일 하는 곳에 와서 같이 일도 도와주고 식당 강아지도 잘 돌봐주고 그런 이야기 한 거는, 우리 애가 그런 범행 저지를 애가 아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착하기만 했던 니가 왜 이렇게 되었냐 힐난을 했던 겁니다. 결국 어머니의 그 말이 이상병 소재지를 파악하는데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본인이 어떻게 알아서 이 자리에서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죠?’’


박미나가 따지듯 물었다.


‘‘음 ......’’


물론 나는 이상병 어머니 인터뷰 기사가 이번 검거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자세히 알고 있다.


프롬프터에 따르면,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자마자 이상병은 당연히 울컥했다고 한다.

덧붙여, 어머니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꽂은 네티즌들 댓글에 분개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상병은 제 3자를 통해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한다.

사람들 추측대로 믿었던 여자 친구의 변심에 크게 상심해 이 일을 꾸미게 된 거라고.

프로파일러 추측대로 모친까지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계속 옆에 붙어 있어 어쩔 수 없이 같이 살해하게 되었다고.


이상병 어머니는 아들의 자수를 강력하게 권유했다.

하지만 아들은 끝끝내 버텼고, 대신 메시지가 오가는 와중에 본의 아니게 자신의 소재지 힌트를 남기게 된다.


언론사 취재는 놀랍게도 이상병 어머니가 자진해서 요청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괴물을 낳은 것 같다고 경찰에게 오열하면서 사과했다.

아들에게 자수를 하라는 공개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가장 파급력 있는 방법으로 언론을 택했던 것이다.


대신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은 경찰 쪽 프로파일러 도움에 의거해 작성한 것이었다.

아들이 이런 범죄를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유년 시절 일화를 통해 아들을 무장해제 시키려 계획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 일급 영업 기밀인 프롬프터를 어떻게 세상에 밝힐 수 있으랴.

그렀다고 또 ‘상상의 나래’ 운운하고 싶지도 않다.

그거 써먹는 것도 어디 한 두 번이지.

이제, 내 스스로가 지겹다.


그리하여


‘‘방금 박 프로파일러님에게 두 가지 질문을 주셨죠. 둘 다 아주 좋은 질문이셨습니다, 흠흠, 흠흠.’’


멋들어지게 헛기침을 한 후 본격적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었느냐를 설명 드리자면 아주 간단합니다. 아마 전문가이신 박 프로파일러님도 이제는 대충 다 눈치 채고 계시겠지만,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가 이상병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린 거죠. 그래서 울컥한 이상병이 어머니한테 접촉하다가 자신의 소재지를 경찰한테 간파당하고 만 거고요.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상병 어머니가 이걸 정확히 노리고 언론사 기자와 경찰등과 함께 사전 시나리오를 쓴 거라는 점이고요.’’

‘‘좋아요. 그렇다고 치죠. 다 그렇다고 치면, 그럼, 이 모든 걸 강소장님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죠? 이상병 친척이세요? 아니면 언론사 기자나 경찰에 빨대 같은 거 있으세요?’’


나는 잠시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프롬프터를 또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감정선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나서


‘‘음 ...... 울컥’’


그렇게 멘트를 내뱉었다.


‘‘어머! 지금 강소장님 정말로 울컥하신 거예요?’’

‘‘야! 소라야! 울컥은 의성어가 아니라 의태어야. 야! 강됐구 인마! 세상에 울컥하는 걸 울컥이라고 직접 말로 하는 놈은 니가 처음이다, 새꺄.’’


나는 최웅의 낄낄거림을 애써 모른 체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상병 네와 어떤 연고도 없고 기사를 쓴 언론사나 담당 경찰과도 일면식이 없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알게 되었다기 보다 강력하게 추정한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죠. 그렇게 제가 이 사실을 강력하게 추정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제 개인 경험에 의거했기 때문입니다.’’

‘‘니 놈 개인 경험? 그게 뭔데 인마?’’

‘‘고등학교 때 일이었어요. 잠시 좀 질 안 좋은 애들하고 어울린 적이 있었죠. 물론 저는 그렇게까지 불량한 학생은 아니었고 그냥 뭐 영겁 결에 잠깐, 솔직히 원래는 언더커버로 그 패거리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잠입해 잠깐 어울리게 된 시기였죠 ......’’

‘‘아이 씨이, 리얼리티 떨어지게 MSG 치지 말고 새꺄.’’

‘‘....... 그런데 그 애들이 삥 뜯는 현장에 저도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그만 파출소에 같이 끌려가게 되었죠. 뒤늦게 나타나신 울 엄마! 순경 아저씨 붙잡고 한참 우시면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우리 애 어릴 때부터 마을 다른 집 농사 일 도와주는 성실하고 바른 애 어쩌고 하시면서. 옆에서 저희 어머니가 울먹이면서 하시는 말씀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동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것에 마음이 풀리신 순경 아저씨가 저를 바로 훈방조치해주셨죠.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은 덕에 지금 이 스토리에도 바로 공감이 가게 된 겁니다, 흑흑흑.’’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막 마친 이야기의 35프로 정도는 사실이고 65프로는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질 안 좋은 애들하고 잠시 어울린 건 맞다.

그런데 언더커버 이건 물론 완전 개구라였고, 그냥 거기 꼬붕 역할에 가까웠다.

주로 애들이 어린 애 하나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시계 뺐을 때 망 보는 롤을 맡았었다.


그리고 나서 파출소에 끌려갔을 때 울 엄마가 연락 받고 나 찾으러 온 건 맞다.

근데 뭐 거기서 한참 우시면서 마을 다른 집 농사 일 도와주고 어쩌고 울 엄마가 즙 짜셨다는 것 역시 개구라.

그냥 나 보자마자 바로 머리통 잡고 어퍼컷 훅 등짝 스매싱.

심지어 발차기까지 하려는 걸 순경 아저씨가 겨우 말리셨다.

결국 너무나 흥분한 울 엄마 때문에 다른 애들보다 나는 일찍 훈방 조치되기는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울 엄마는 자기가 나 일부러 빨리 풀어나오게 하려고 액션 연극한 거였다고 얼버무리셨지만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변명이 연극 대사와도 같다는 것을.


그리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또다시 나를 배신해 저간의 사정을 낱낱이 아버지에게 일러바친 울 엄마.

그 때문에 아버지한테 또 쳐 맞고, 주화 년은 저 오빠 새끼 때문에 쪽팔려서 나는 더 이상 학교 못 가겠다느니 울고불고 난리 치고.


어쨌든 내가 울 엄마와의 이 무감동 실화를 65프로 정도 각색해 낸 후 이상병 어머니 건에 대입시키며 프롬프터 존재를 면피해 내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박미나 프로파일러 쪽에서 이상한 것이 감지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54화 24.06.30 175 3 13쪽
54 53화 24.06.29 181 5 12쪽
53 52화 +1 24.06.28 181 5 12쪽
52 51화 +1 24.06.27 194 5 12쪽
51 50화 24.06.26 199 3 11쪽
50 49화 +3 24.06.25 200 6 12쪽
49 48화 24.06.24 203 5 12쪽
48 47화 +1 24.06.23 221 4 11쪽
47 46화 24.06.22 200 5 12쪽
46 45화 +1 24.06.21 210 5 12쪽
45 44화 +1 24.06.20 227 5 12쪽
44 43화 24.06.19 225 4 12쪽
43 42화 24.06.18 235 6 13쪽
42 41화 +2 24.06.17 233 6 13쪽
» 40화 24.06.16 254 2 12쪽
40 39화 +2 24.06.15 240 6 12쪽
39 38화 +1 24.06.14 251 5 13쪽
38 37화 +1 24.06.13 248 7 12쪽
37 36화 24.06.12 237 4 12쪽
36 35화 +2 24.06.11 255 7 12쪽
35 34화 +2 24.06.10 267 4 11쪽
34 33화 24.06.09 267 6 11쪽
33 32화 24.06.08 264 6 11쪽
32 31화 24.06.07 287 4 12쪽
31 30화 24.06.06 296 5 12쪽
30 29화 +1 24.06.05 307 6 12쪽
29 28화 24.06.04 296 5 12쪽
28 27화 24.06.03 304 7 12쪽
27 26화 +1 24.06.02 322 6 12쪽
26 25화 +2 24.06.01 31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