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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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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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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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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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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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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8화

DUMMY





내가 굳이 범죄 프로파일러가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날에 맞춰 시사팩폭쇼 출연을 감행하는 이유는?

물론 프롬프터 창 때문이다.


만약 미제 사건 이야기가 한참 나오는데

사건의 결정적 열쇠에 대해 프롬프터 창이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제대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게 되지 않을까?


단순히 정치 분야 쪽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연예계, 스포츠계까지 다방면에 걸쳐 올라운더 역할을 하고 있는 나의 프롬프터라면

아마도 여기에서도 한몫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하다하다 검경찰 역할까지 하게 만들다니.

이러다 설마 나 대통령까지 되는 거 아니야?

세상아, 인간적으로 너 지금 나만 너무 편애하고 있는 거 아니냐, 푸하하하하.


‘‘어! 강소장님이시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대기실에 도착해 보니 마침 한소라와 이현호 단 둘이만 있었다.

둘 다 꽁냥꽁냥하다 들킨 사람처럼 나를 보며 뜨끔해 하며 인사를 건넸다.


한소라, 이거 요즘 내가 다른 여자들 좀 훑고 다니니까 다시 또 소홀해지네.

이현호, 저 새끼는 지난 회차에서 잠깐 내가 져주는 척 해 줬더니 그새 다시 또 기어오르려 하고 있고.


아무튼 오늘 또 저것들한테 더 이상 걍됐구가 아닌, 깡다구의 진면목을 보여줘야겠네.

레전드 아이돌 핑크걸스 제인을 맞다이로 바로 응징해낸 그 명성 그대로, 어험.


‘‘처음 뵙겠습니다. 중구난방도 잘 보고 있고요.’’


오늘 특별 게스트인 프로파일러가 대기실에서 나를 보자마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

이전에 다른 방송에서 본 적 없는 프로파일러였다.

젊은 여자 프로파일러였다.


그녀 첫인상을 보고 바로 든 생각은 외모가 전혀 프로파일러스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외모가 프로파일러스럽다는 말 자체가 존재하겠냐마는

그래도 우리가 선입견으로라도 가지고 있는 그런 관련 이미지가 있으니까.


하다못해 예리한 눈매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동안인지라 순진한 대학 신입생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자! 오늘 한 주의 시작, 월요일, 밝고 희망찬 이야기로 시작해야 정상인데 아주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를 전할 게스트가 나오셨네요.’’


어제 나와 통화한 내용 그대로를 오프닝 멘트로 써 먹고 있는 메인 MC 최웅.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작가들이 기껏 머리 굴려 써 가지고 온 대본은 무시하고 지 애드립으로 월요일 방송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래도 요즘 때가 때인 만큼 꼭 다루어야 할 사안인지라 이렇게 어렵게 모셨죠. 프로파일러 박미나 씨입니다.’’


평소대로 최웅이 어지럽혀 놓자 옆에 있는 한소라가 주워 담았다.


‘‘그건 그렇고 강소장! 오늘 왜 우리가 프로파일러 분 모셨는지 알고는 오고 나온 거유?’’


최웅이 오프닝에서부터 나에게 판을 깔아줬다.


‘‘어허! 저 양반이. 어젯밤 나랑 통화한 내용 고스란히 녹취 까?’’

‘‘뭔 통화?’’

‘‘어젯밤에 내가 오늘 프로파일러 선생님 나오신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온다고 했더니, 당신은 오늘 게스트 누구 나오는 지도 모르고 있었잖아.’’

‘‘흠흠. 좋아. 선제타격 했다 이거지. 그럼 나도 반격할 수밖에. 소라야!’’


최웅이 옆에 앉아 있는 한소라를 넌지시 불렀다.


‘‘왜요?’’

‘‘며칠 전에, 그것도 한 밤중에, 나 강대구 저 인간이랑 통화했거든. 근데 그때 너 이야기 나왔다.’’

‘‘어머! 내 이야기 뭐요?’’

‘‘참고로, 저 인간 그때 술에 많이 취해 있었음.’’


이전 같으면 그새 얼굴이 벌개져 전전긍긍한 포즈를 취하고 있을 나.

하지만 프롬프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이래로 나의 세상은 온통 격세지감이다.


‘‘거기, 엠씨 보고 계시는 신사 숙녀 여러분.’’

‘‘뭐 인마?’’


최웅이 나를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는 최웅 대신 한소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툭, 던졌다.


‘‘그 통화 내용 까면 안 되는 게, 우리 방송 19금 방송이 아니잖아요.’’


내가 생각해도 고급스런 성인용 위트였다.

장내가 빵, 터졌다.

단, 맞은 편 프로파일러 박미나만큼은 크게 웃지 않았다.

순수해 보이는 인상 그대로 내 농도 짙은 유머를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

혹은 평소 매사 진지한 스타일이라서 내 시대를 앞서 가는 개그를 잘 캐치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 오늘도 시덥지 않은 오프닝 멘트로 시작해 봤는데요 ......’’


본격적인 이야기 주제로 들어갔다.

예정대로 요즘 한창 문제시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주제다.

심지어 주말 사이 휴가 나온 군인이 애인 집에 침입해 애인과 애인 모친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안겨 주고 있었다.


기자인 이현호가 간략하게 사건 내막을 소개해 주었다.

이어서 프로파일러 박미나에게 마이크가 넘겨졌다.


‘‘박미나 프로파일러님은 이번 사건이 터진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예, 음 ......’’


박미나가 방송 출연이 익숙치않아서 인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여는데,


‘‘근본 원인이야 당연히 한국 남자들 때문이죠.’’


이번에는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리액션에 뜸을 들여야 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허허허. 하, 한국 남자들이요?’’


마가 뜨는 걸 막기 위해 이현호가 실소와 함께 뒤늦게 말을 받았다.

그 순간, 나는 장내를 휘익 돌아보았다.


대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작가, 그리고 마이크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는데 어쩔 수 없이 미소가 새어나오고 있는 MC 최웅.

순간, 상황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이 방송 경험도 없는 듣보잡 프로파일러를 섭외한 것은 최웅의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었다.

남녀 대립 문제를 주제로 삼아 일부러 논란을 만들기 위해서.


어제 전화상으로 최웅이 나한테 오늘 누가 출연하는 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도 실상은 완전 뼁끼였을 것이다.

아마도 최웅은 저 대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작가한테 저 페미 성향 젊은 여자 프로파일러 섭외를 직접 지시했을 것이다.


내가 이래서 최웅은 인정 안할 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원래 전문 방송인도 아니고 기자 출신이 무명의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여자애 픽업해서 시사 인터넷 방송 조회수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방송으로까지 만들었으니.


‘‘야! 이거 처음부터 확 불타오르는 데요. 한국 남자들 때문이다, 그건 무슨 뜻이죠?’’


최웅이 시치미를 떼고 박미나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박미나의 논리는 뭐 일반적으로 흔하게 횡행하는 페미 논리였다.

강약약강 정신으로 여자를 대하는 한국 남자들이 어쩌고 저쩌고 ...... 기울어진 운동장이 어쩌고 저쩌고 ......


‘‘자! 박미나 프로파일러 님의 의견에 대해서 이현호 기자가 막 뭔가 반격할 말을 찾아낸 것 같은데 .....’’


이현호의 논리도 뭐 색다를 건 없었다.

강간사건도 많이 일어나지만 그만큼 꽃뱀 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같은 말을 해도 남자는 성희롱이 되고 여자는 유머가 되고 어쩌고 저쩌고 ......


‘‘자! 그러면 이번에는 제 옆에 한소라 양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데요. 한소라 양은 방금 전 박미나 프로파일러와 이현호 기자 사이 누구 의견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최웅이 이번에는 한소라에게 발언 기회를 쥐어주었다.

솔직히 그녀가 입을 열기 전 나는 좀 궁금했다.

여자니까 당연히 같은 여자 편 들 가능성이 더 많기는 하지만, 요즘에 또 보면 가끔 여자 중에 안티 페미 포지셔닝 하는 여자들도 있고, 또 이현호와 아까 대기실에서 꽁냥꽁냥하는 기색을 보인 터라 혹시나.


‘‘저는 당연히 프로파일러님 의견에 동의하죠. 같은 여자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맞는 말씀 같아서요.’’


최웅이 다음으로 마지막 남은 나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을 보내왔다.

나는 최웅의 눈빛만으로 이미 그의 속내를 파악했다.


여기에서 내가 도식적으로 남자 편, 이현호 편을 들면 방송이 재미없을 것이다.

정말 얼토당토한 논리를 가지고, 혹은 여자 목소리를 내든가 해서라도, 여자 편을 들어주어야 방송이 산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이번에는 우리 또 강소장님 의견을 안 들을 래야 안 들을 수가 없겠죠. 참고로 강소장님 같은 경우 여성에 대한 한과 복수심이 아주 많이 내재해 계신 분이죠. 뭐 그 이유는 제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고요.’’

‘‘푸훗!’’

‘‘하하하. 요즘 공중파에도 얼굴 비치고 그러면서 지 입지가 이전과 많이 좀 달라졌다고 착각하는 모양인 듯한데, 내 주위 중구난방 보는 여자 사람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뭐라고 하는 지 아세요? 저기 옆머리 숱 날아가고 사람은 마흔도 아직 안 되었다는데 어떻게 환갑 다 되어가는 김여중이나 정원택보다도 남성적 매력이 안 느껴지냐고 하더군요.’’

‘‘푸훗!’’

‘‘자! 그럼, 괜히 대범한 척 코웃음 치고 있는 강대구 소장 의견 한 번 들어볼까요?’’

‘‘좋습니다. 저는 남자기는 하지만 오늘 특별 게스트로 오신 참! 성함이 ......’’

‘‘저요?’’

‘‘예.’’

‘‘박미나요.’’

‘‘죄송합니다. 박미나 프로파일러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최웅이 짜식, 역시 내 기대에 부응하는 군,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자! 그럼, 강소장, 그 이유는 뭐죠? 요즘에 여자들 가까이 하려고 일부러 페미니스트 포지셔닝 하는 남자 애들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쪽 부류신가요?’’

‘‘굳이 제 현 위상에서 구차하게시리 그런 짓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하하.’’


내가 무슨 킹콩이라도 된 양 자신감 넘치게 내 스스로의 가슴을 쾅쾅 때리며 대답했다.


‘‘호호호, 그게 아니라면? 어머! 혹시 강소장님, 뒤늦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설마 그런 건 아니시죠? 호호호.’’


한소라가 간만에 개그를 치며 끼어들었다.

아마 최웅은 속으로 내가 여자 목소리를 변조하면서 한소라 개그에 리액션 해주기를 원할 것이다.


‘‘아닙니다. 저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이기 때문에 프로파일러님 편을 드는 겁니다.’’

‘‘아! 저기 ......’’


발언권을 얻기 위해 박미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확실히 아직 그녀는 아마추어 방송인 같았다.


‘‘예, 말씀하시죠, 박미나씨.’’


한소라가 박미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남자 분들 중에 강소장님 같은 분이 많이 계세요. 그러니까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으시려고 남자라도 여자 못지않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시는 분.’’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박미나씨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 .....’’

‘‘야, 이 자슥아! 이게 친일파랑 다를 바가 뭐야?’’


최웅이 나의 말을 끊으며 일갈했다.


‘‘...... 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좌중의 인물들이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으응?’’

‘‘저 자슥 또 뭐라고 그러는 거야?’’

‘‘기울어진 운동장에 쐐기를 박아? 그렇게 말한 거예요, 강대구씨?’’


이현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쐐기를 박기 위해 박미나 프로파일러님 의견에 동의를 한다고 한 겁니다.’’

‘‘저 새끼, 기울어진 운동장 뜻이 뭔지도 모르는 새끼 아니야?’’


마침내 최웅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 뜻을 모르기는요.’’

‘‘그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기울어진 운동장에 쐐기를 박는다는 게?’’

‘‘무슨 소리는요. 아까 전 박미나 프로파일러님이 여자 편 들었고, 그래서 이현호 기자가 남자편 들어서 1대1 되었잖아요. 그리고 나서 우리 소라씨가 여자 편 들어서 2대1. 그리고 나서 이번에는 내 차례라 3대1 쐐기를 박아 운동장 완전 기울이게 하려고 여자 편 드는 거라니까요. 여기서 최웅 엠씨님이 남자 편 들어도 어차피 3대2로 승부를 뒤집을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자식아, 여기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건 그런 뜻이 아니라고 인마.’’

‘‘쯧쯧, 아직도 이해를 못하시네. 내가 좀 전에 그랬잖아. 나는 정상적인 남자라고. 성 정체성에 문제없는.’’

‘‘그런데?’’

‘‘정상적인 남자는 원래 이런 논쟁 별로 안 좋아해. 얼른 운동장 더 기울이게 하고 그 애인과 애인 여동생 살해한 군인이 지금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 지 그런 거 빨리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다들 이제 내 심오한 언어의 세계 이해가 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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