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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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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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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01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11 00:02
조회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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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35화

DUMMY



‘‘제인씨?’’

‘‘예?’’

‘‘말씀드린 대로 우리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죠.’’

‘‘그럼, 차 세울까요?’’

‘‘예? 차를 왜 세워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제인,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제인씨, 오늘 저를 이렇게 따로 보고자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죠?’’

‘‘예?’’

‘‘오늘 저를 이렇게 따로 보고자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잖아요.’’

‘‘......’’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제인님은 저에게 오늘 정치 컨설팅을 부탁하려고 아까부터 계속 친한 척 하신 거죠?’’

‘‘어, 어떻게, 그걸?’’

‘‘그거 알아내는 게 뭐 어려운 건가요? 정치연구소 소장한테 정치 컨설팅 부탁하려고 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래도 ......’’

‘‘아마도 이번에 가수협회장이 되고 나서 모 정당에서 연락 받으신 게 있으신가 봐요? 맞나요?’’

‘‘.......’’

‘‘혹시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을 도와주겠다고 약조라도 하면 제인님한테 자리 하나 주겠다는 언질 같은 거 .....’’

‘‘구체적인 언질 같은 건 없었는데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채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당연히 구체적인 말은 안 했겠죠. 후에 꼬투리 잡힐 테니까요. 그게 정치인들이니까요. 그냥 암시적으로 이번 총선에 자기네들한테 도움을 주면 자기네들도 제인님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를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 말했겠죠. 아닌가요?’’

‘‘대충 비슷하게 .....’’

‘‘그래서 제인님께서는 이참에 정식으로 정계 입문을 해 볼까 저에게 정치 컨설팅을 맡기려고 하시는 거고요. 여기까지, 제 말 다 맞죠?’’

‘‘예? 예. 와! 근데 정말 용하시네. 요즘 괜히 핫하신 게 아니네요. 어떻게 그걸 다 .....’’


그제야 그녀가 탄성을 내질렀다.


‘‘참! 저희 집, 저기에서 좌회전 하는 게 더 빠른 데요’’

‘‘그, 그럴게요.’’


제인이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고 나더니 내게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뭐를요?’’

‘‘그 정당에 협조하는 게 좋을까요, 아닐까요?’’

‘‘그건 뭐 본인이 결정하실 문제 아닌가요?’’

‘‘아니, 그래도 정치 컨설팅을 하시는 분이니까 .....’’


빠아아아앙.

옆에 지나가는 자동차에서 쓸데없이 클랙션 소리를 울렸다.


평소 나 같은 부류의 운전자일 것이다.

희귀한 외제차에 여자 운전자 혼자 타면 괜히 클랙션 울리고 지나가는 찌질한 놈.


이건 프롬프터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프롬프터 덕에 이전보다 내 스스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넓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사실 저 이념 같은 거 잘 모르거든요. 그 당에서는 케이 팝이 이제 하나의 거대한 문화 산업이 되었으니 어떻게든 그걸 계속 잘 유지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뭐 그러면서, 저보고 가수협회장에다 케이 팝의 시조새 같은 분이니 같이 공청회 같은 것도 열어보고 심의위원, 연구위원 같은 것도 하고 뭐 그런 말을 하는데, 뭐 그런 이야기는 솔깃한데, 그래도 정치를 하려면 그것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다른 정책들도 저랑 코드가 다 맞아야 하는데 ......’’

‘‘제인님.’’

‘‘예.’’

‘‘왜 그 당에서 제인님에게 컨택을 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거 방금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케이팝이 이제 하나의 거대한 문화산업이 되었으니 그걸 유지 발전시키는데 적임자로 ......’’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그런다고 생각하시죠?’’

‘‘왜 지금이라니요? 그야 당연히 총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

‘‘아무리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나요? 케이팝이 갑자기 최근 뜬 것도 아니고 지금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선거라는 게 원래 잘 되는 걸 건드리는 게 아니라, 지금 잘 못 되고 있는 걸 건드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출산 문제라든지 고령화 문제라든지 연금 문제라든지 물가 인상 문제라든지 경제 활성화 문제라든지 남북 문제라든지. 지금 잘 안 되고 있는 난제를 가지고 서로 해법을 제시하며 치르는 게 선거인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녀가 듣고 보니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해도 그렇다.

일찍이 프롬프터가 있기 전, 나는 이렇게 논리적인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방송에서 비논리적인 걸 우기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캐릭터의 시사평론가였다.

이 진화 역시 모두 다 프롬프터 덕이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 당에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싶은데.’’

‘‘다른 목적, 뭐요?’’

‘‘선거 송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선거 송이요?’’

‘‘예, 선거 송이요.’’


그녀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사거리에서는 우회전이요.’’

‘‘예, 근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거 송 때문에 저한테 컨택했다는 게.’’

‘‘흔히들 오프라인 선거 운동은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들 생각하죠. 무대 차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춰도 예전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니까요. 제인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예. 그렇죠.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부모님이랑 손잡고 선거 유세 하는 거 구경도 가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워낙 온라인으로 다 되니까. 오히려 선거 운동 같은 거 하면 소음공해라고 막 욕하고 그러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오프라인 선거 운동이 이전보다 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 왜요?’’

‘‘왜기는요. 예전처럼 오프라인 선거운동 흥행이 안 되는 상황이니 역설적으로 블루오션 시장이 되어버린 거죠.’’

‘‘블루오션이요?’’

‘‘예, 간단히 예를 들어 저기 저쪽 상대 후보는 수십 명 밖에 안 모였는데 우리는 하도 선거운동 무대를 재미있게 준비해서 천 명 가까이 모이게 한다면 어떻겠어요? 특히나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본 중도층과 스윙보터들 마음을 제대로 흔들 수 있지 않겠어요? 와! 요즘 같이 야외 선거유세 안 먹히는 세상에 저기는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모인 거야? 하면서 밴드 웨건 효과도 이룰 수 있고요. 결론적으로 오프라인 선거운동 무대 잘 준비해서 의외의 인파들 모이게 하면 그거야말로 당선의 지름길이 되는 거죠.’’

‘‘어머머머! 이거 은근히 말이 되네.’’


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무릎을 탁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래서 그런 지 요즘 갈수록 선거 송도 중요해지고 있죠. 실지로 선거 송 저작권료 수익도 엄청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개 선거 송으로 트로트를 많이 썼어요. 가사 바꾸기도 편하고 멜로디도 쉽고 하니까. 하지만 제 생각에 이번 선거에서 그 당은 아이돌 노래를 쓰려는 계획을 짠 거 같아요. 목적은 물론 젊은 층한테 보다 어필하려는 거고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제인씨에게 접근한 거고요.’’

‘‘예에? 아니, 그건 좀 이해가 안 가는 데요.’’


제인이 이번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제가 가수협회장이라고 해도 거기에 무슨 영향력을 쓸 수 있다고. 그리고 선거 송 같은 건 각자 가수들이 정할 문제 아닌가요? 그거에 괜히 압력 넣다 말 나오면 저도 안 좋고 그 당도 안 좋을 텐데 ......’’

‘‘그 당은 제인씨한테 가수협회장 이름으로 컨택한 척 했지만 그건 대외적 명분일 뿐이죠.’’

‘‘예? 그, 그럼요?’’

‘‘그 당은 제인씨한테 가수협회장 보다는 ......’’

‘‘보다는 ......’’

‘‘군기반장 자격으로 컨택한 겁니다.’’

‘‘뭐, 뭐라고요?’’


제인이 핸들을 아예 놓고 말했다.


‘‘이 차 자율주행 시스템인가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방금 전 그 말 무슨 뜻이에요?’’


그녀는 어느새 성난 표정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까 전 스튜디오에서 신선혜에게 보여주었던 표정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군기반장으로 컨택한 거라니. 아까 전 방송에서 제 설명 못 들으셨어요? 그거 다 루머라고요. 오로라 왕따 논란, 새벽이 마약 논란, 그리고 저 군기반장 논란. 그거 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라니까욧!’’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상대방 기세, 그것도 제인 급 인물의 기세라면 나는 당연히 에구구구 하며 구석에 찌그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달라져 있었다.

프롬프터가 내 눈앞에 나타난 이래로.


‘‘트로트 가수 노래와 달리 아이돌 가수 노래를 선거 송으로 쓰는 게 참 어려운 이유는, 아무래도 아이돌은 정치권 한 쪽 편 든다는 세간의 시선에 상대적으로 훨씬 큰 부담을 느끼기기 때문이죠. 몇 푼 벌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부분은 손사래를 칩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돌 노래 만드는 회사 사장 프로듀서 작곡가들이 누굽니까? 대부분 제인씨 한창 활약할 때 같이 활동했던 동료거나 후배들 아닙니까? 다시 말해 당시 군기반장으로 유명했던 제인씨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이야기죠.’’

‘‘나 군기반장 아니었다니까, 씨이.’’


드디어 그녀 이름에서 쌍시옷 발음이 나왔다.


‘‘제인씨.’’

‘‘뭐?’’

‘‘저기 편의점 보이시죠?’’

‘‘근데?’’

‘‘거기서 세워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으잉? 집 주소 저기 아니지 않나.’’

‘‘아! 제가 어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아직 제대로 해장을 못 했거든요. 일어나자마자 오늘 방송 나오는 바람에. 그래서 라면이라도 좀 사가지고 갈까 해서요.’’


나의 말에 그녀가 눈을 번뜩였다.


‘‘뭐라고? 라면 먹자고요?’’

‘‘예에? 뭔 소리에요?’’


반면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배달시켜서 괜찮은 거 먹지 굳이 편의점에서 라면 .....’’

‘‘아아! 저 어제 잠 잘 못 잤거든요. 집에 가자마자 얼른 라면으로 속 풀고 바로 한 숨 자야 돼요. 아휴, 진짜 졸려 죽겠네.’’


내가 큰 하품을 하며 말했다.

반면 천하의 제인은 내 옆에서 뻘줌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그럼요, 소장님.’’


차를 편의점 앞 갓길에 세운 후 제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 그럼 시간 되시면 제대로 정치 컨설팅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컨설팅요?’’

‘‘예.’’

‘‘저는 당분간은 정치 컨설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예. 왜요?’’


편의점 앞 갓길에 마침내 차가 멈춰 섰다.


‘‘다 도착했네요.’’

‘‘왜 할 생각이 없으신데요? 버젓이 방송에서는 강대구 정치연구소 소장 어쩌고 소개하시면서.’’


제인이 따지듯 내게 물었다.


‘‘바로 그겁니다.’’

‘‘예. 뭐가요?’’

‘‘방송에 써 먹으려고 명함을 그렇게 판 것뿐이지. 저는 지금은 컨실팅보다 방송에 집중하고 싶거든요.’’

‘‘야! 너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제인이 버럭 화를 냈다.

평소 그녀의가 걸 크러시 이미지 그대로인 버럭이었다.


‘‘제인씨. 혹시 그거 아세요?’’


차에서 나가며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뭐, 인마.’‘’

‘‘수십 년 가까이 연예계 바닥에서 활동하셨으니까 잘 아시겠지만 그 바닥이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 내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근데요. 정치 바닥은요,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내치는 정도가 아니에요.’’

‘‘그럼?’’

‘‘다시 못 기어오르게 밞아 죽이는 곳이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럼, 전 이만.’’


차문을 막 닫고 나가려는데 마침내 그녀의 걸쭉한 육두문자가 들려왔다.

뒤늦게 나는 좀 더 세게 문을 닫을 걸 하는 후회를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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