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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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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22,433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29 01:35
조회
182
추천
5
글자
12쪽

53화

DUMMY

두 번째 주제.

이번에는 자라난 환경이다.


‘‘고연아씨!’’

‘‘예.’’

‘‘혹시 부모님 직업 여쭤 봐도 될까요?’’


사전에 다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 떼고 물었다.


‘‘교수님이세요.’’

‘‘아! 아버님이요?’’

‘‘아니요. 두 분 다요.’’

‘‘와우! 언빌리어블!’’


믿지 못하기는.

이미 그것도 사전에 다 취합해 놓은 정보였으면서.


‘‘교수 부부 자제분이시라. 아! 아까 전 화장실에 핸드폰 대신 책 들고 들어간다는 말이 정녕 그냥 하는 말이 아니셨군요. 어렸을 때부터 책이 생활화된 가풍에서 자라나셨다 보니까.’’

‘‘뭐 그런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죠, 호호.’’

‘‘참! 그러면 이런 질문 어떨지 모르겠는데 ......’’

‘‘무슨 질문이요?’’

‘‘교수 부부 자제 분이시면 어렸을 때 집에 서재가 두 개였나요?’’

‘‘예?’’

‘‘아빠 서재, 엄마 서재 해서.’’

‘‘호호호, 호호호.’’

‘‘아니, 왜 웃으세요?’’

‘‘무슨 어렸을 때부터 서재가 두 개에요.’’

‘‘그럼요?’’

‘‘제 동화책 서재까지 세 개죠.’’


고연아의 의외의 개그에 다들 빵, 터졌다.

최웅도 방심했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했다.


고연아가 방송에 집중하느라 실시간 채팅창을 못 보고 있는 건

내게 너무나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주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네

- 좀 치시네 저 아줌마

- 은근히 신선한 드립인데



뭐 이런 우호적인 피드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주제 때 피드백의 연장선상에서



- 아까부터 졸라 재수 없네 저 뇬

- 생긴 것도 비호감 말하는 것도 비호감

- 난 어렸을 때부터 방 세 개 집에서 함 살아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ㅅㅂ

- 저 여자 이번에 혹시 공천 받아 출마하면 나 바로 낙선 운동 들어감 ㅅㅂ



이런 식의 악플들이 보다 많았다.


‘‘아무튼 배우신 분과 말씀 나누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자! 다음으로 우리 배은정 씨는 집에 서재가 ......’’

‘‘저희는 책 자체가 별로 없는 집이어서요. 그래서 굳이 서재가 필요 없었답니다.’’


배은정이 애써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 미소는, 뭐랄까 보는 사람에게 페이소스 같은 걸 느끼게 하는 미소였다.

씁쓸한 듯한 미소.

그리고 그 미소는 더더욱 그녀에게는 연민을, 고연아에게는 질투를 자아내게 해 주고 있었다.



- 집에 서재 있는 집이 울 나라에 얼마나 된다고.

- 저 분 말하는 거 별 거 아닌데 은근히 숙연해지네.

- 그러게. 어째 오늘 무슨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콩쥐팥쥐 분위기네.

- 고연아인지 고년아인지 저 여자 집에는 정말 서재 세 개 있었을까

- 구라지. 정말 서재 세 개 있으면 세무 조사 들어가야지. 교수가 돈 얼마나 번다고.

- 부모 둘 중 하나 예체능 쪽 교수면 백 프로 뒷돈 비리 각임



한 편 나에게는 비난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 그건 그렇고 걍됐구 저 새끼 오늘 질문 수준 실화냐?

- 그러게. 무슨 저런 질 떨어지는 질문들을 준비했다냐

- 그리고 존나 편파 진행이야

- 이 코너 오늘이 처음이자 막방 같은데

- 주말에 송주나 방송에서 사고 쳐서 짤린 것 같더만, 저 색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네



끄응.

새끼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까지 굳이 끄집어 낼 필요까지는.


그래도 여기 악플은 별 데미지는 없다.

송주나 방송 청취자 리액션들은 곧바로 국장 사장에까지 보고되어 나를 자르게 만들지 모르지만,

여기 니네 새끼들 악플은 오히려 최웅 미소의 원만 더 크게 그려줄 뿐.


범 구독 취소 운동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악플 숫자는 조회 숫자에 비례하니까.

게다가 내가 여기서 지금껏 구가해 온 캐릭터가 애초 이렇게 사서 욕먹는 것이었으니까.


아끼는 후배 배은정의 화장실 없는 집에서 자란 유년 시절 이야기를 좀 더 해 보면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 미워도 다시 한 번 같은 신파 분위기를 잔뜩 조성하고 난 후

이제 마지막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해 볼 차례가 도래했다.


은정씨! 공천만 받으면 당선 따놓은 당상되도록 슬픔이여 안녕, 이 대학 선배가 꼭 실현시켜 줄 게요.

조금만 참고 버팁시다.


‘‘자! 그러면 세 번째 테마를 가지고 배은정 고연아 진보 보수 양 진영의 대표적인 MZ 여성 정치인들과 또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는 데요. 세 번째 테마는 뭐가 될 것 같나요? 오늘 저한테 마이크 맡기고 핸드폰이나 수시로 쳐보고 있는 최웅 엠씨님?’’

‘‘음, 첫 번째 주제 학력, 두 번째 주제 가정환경, 그렇다면 세 번째 주제는 아무래도 수입 아닐까요?’’

‘‘역시나 자타가 공인하는 속물덩어리 답군요. 내 출연료 인상에는 한 없이 무심하면서. 땡! 자! 다음으로 한소라씨는요?’’

‘‘음, 글쎄요 ...... 돈 이야기 아니라면 ......’’

‘‘돈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돈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요?’’

‘‘예, 우리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것 없이는 절대 살 수 없죠, 소라씨.’’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한소라에게 아련하고도 애틋한 눈빛을 보내 보았다.


‘‘...... 혹시 사랑?’’

‘‘예, 그렇습니다. 사랑이죠. 역시나, 우리 한소라씨 감성이란!’’


내가 엄지 척을 보내자 한소라가 나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지난 밤 우리의 전화 통화가 슬그머니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 그러면 다시 오늘 특별 게스트 두 분에게 돌아와서,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음 ......’’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연아의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 전에 못 보던 것.


핸드폰이었다.

그리고 그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과 팔뚝 어깨를 차례차례 훑어 올라가 그녀 얼굴을 살펴보니

조금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많이 굳어져 있었다.


혹시? 설마? 실시간 채팅창?


‘‘자! 우선 배은정씨.’’


고연아에게 향했던 시선을 급선회해 배은정 쪽으로 향했다.


‘‘예.’’

‘‘기혼자시라고.’’

‘‘예, 결혼했습니다.’’

‘‘남편 분이랑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교회 봉사활동을 하다가.’’

‘‘야! 이거 아주 진부한 설정인데요. 보통 클럽에서 만난 커플이 그런 거짓말 하던데.’’

‘‘호호호,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저희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뭐라고요? 그럼, 고등학교 때부터 클럽을 다녔다고요?’’


나의 드립에 모두들 빵, 터졌다.

단지 고연아만 제외하고.


‘‘옛 말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임시 개설한 클럽에서 춤을 추고 서로 눈이 맞는다더니. 자! 아무튼 좋습니다. 교회 봉사하다 만났다는 설정 내키지 않지만 받아들인다고 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만났으면 연애 기간이 꽤 되었을 것 같은데?’’

‘‘10년 좀 넘었죠.’’


배은정 입에서 10년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가벼운 탄성을 내질렀다.


‘‘연애 기간이 10년이 넘었다고요?’’

‘‘예. 둘 다 서른 다 되어서 결혼했으니까요.’’

‘‘그럼, 그 사이 두 분 서로 싸우고 헤어지고 뭐 그런 기간은요?’’

‘‘한 번도 없었어요.’’

‘‘중간에 헤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요?’’

‘‘아니요. 싸운 적 자체가 한 번도 없었어요.’’


배은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탄성과 야유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나는 당연히 야유 쪽이었다.


‘‘와! 이 분 우리 프로 잘 모르고 나오셨네. 우리 시사팩폭쇼 주 시청자들 대부분 모태솔로 찌찔이들인데 여기 나와서 그런 사랑꾼 컨셉을 하고 있다니.’’

‘‘전부 사실인데 어떡해요?’’


배은정이 입을 쑥 내밀며 대답했다.

물론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귀여운 애교처럼 느껴졌다.


‘‘좋습니다. 뭐 요즘에 워낙 또 쇼윈도우 소울 메이트 커플이 많으니까요. 그럼 애기들은 있나요?’’

‘‘예, 다둥이 집이에요. 네 명이요.’’

‘‘어머머머머.’’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 탄성이 한소라의 호들갑에 다 묻혔다.


‘‘와아! 정말 금슬 좋은 커플 맞네요. 그렇지 않고서 요즘 시대에 어떻게 네 명씩이나. 정말 대단하세요.’’


한소라가 정말 부럽다는 표정으로 배은정을 향해 말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시국에 자식 네 명이면 진짜 애국자시네요. 미리 자식 수 말씀하셨으면 저희가 출연료 책정도 보조금 지원금 격려금 해서 두 배로 책정했을 텐데 말이죠.’’


최웅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어서 다시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야아! 연애랑 결혼 부분까지는 그래도 할 말 할 수 있었는데, 아이 네 명 기르고 계신다니까 말문이 급 막히네요. 좋습니다. 참! 근데 아이 네 명 키우려면 돈이 장난 아니게 들 텐데. 수입이 ......’’

‘‘사실은 그게 제일 문제죠.’’

‘‘그렇겠죠. 은영씨 정당 당직자 연봉은 뻔할 테니까요요. 그렇다면 남편 분이 재벌 2세, 아니면 3세? 준재벌? 전문직? 벤처 사업가?’’


배은정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까 전에도 보여줬던 페이소스 물씬 느끼게 하는 씁쓸한 뉘앙스의 미소.


‘‘지금 투잡 뛰고 있어요. 낮에는 막노동 나가고 좀 낮에 편하게 일 하고 나면 밤에는 대리 뛰고요.’’


이번에는 좌중에서 탄성이 아닌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아! 원래 뭐 다른 일 하시다가 ......’’

‘‘예. 가게를 했었는데 잘 안 되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빚이 좀 있고 하다 보니.’’

‘‘아이고! 거기다 부부 금슬이 너무 좋아 아이까지 네 명이나 되니까.’’


내가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다소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예. 뭐 그런데 저희 크게 걱정 안 해요. 아직 젊으니까요. 그리고 아이가 네 명 있어서 이것저것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 집안에 희망도 많아지더라고요. 힘든 일 있어도 애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 보이면 그냥 어느 순간 모든 스트레스 근심 걱정 말끔히 다 사라져요. 정말 무슨 신기한 마법처럼이요.’’


이번에는 탄성도 탄식도 아니었다.

배은정의 의연한 태도에 감화된 듯 제작진 중 하나가 박수를 치자, 옆에 있던 제작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따라서 박수를 치며 이내 박수부대를 형성했다.


그 현상은 우리 스테이지 쪽에도 전염을 시켰다.

나, 최웅, 한소라, 그리고 나와 배은정 사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무슨 일인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있던 고연아까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박수소리를 거들었다.



- 배은정 저 여자 분 좀 멋지심

- 형 농담 아니라 지금 눈물 핑 돌았다

- 저런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 저런 여자를 만나야 하는 게 아니라 저런 분이 국회 들어가야 하는데

- ㅅㅂ 시사팩폭쇼 보면서 이렇게 가슴 뭉클한 적은 오늘이 첨임

- 나도. 특히나 강대구 나대는 코너에서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ㅠㅠ



나는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바람잡이 역할.

하지만 내 쪽에서 바람을 불게 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풍을 유도하는 전대미문의 바람잡이 역할.


이 정도면 프롬프터 너 없어도 되겠다, 하하하.

야야야야! 아니야, 방금 그거 농담이었어.

자! 그러면 대미를 장식해 볼까나.


‘‘자! 배은정씨의 수백 수천 억 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잘 들어봤고요. 다음으로 고연아씨 차례인데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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