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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님의 서재입니다.

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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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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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54
추천수 :
509
글자수 :
454,020

작성
24.06.07 02:03
조회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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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1화

DUMMY




속으로는 정말 존슨 이 새끼한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너 지금 여자들 앞에서 나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러냐고.

하지만 영어 뿐 아니라 설상가상 피지컬까지도 너무 딸렸다.


‘’으응? 그러니까 존슨 질문이 정확히 뭐였죠? 내가 요즘 귀지 청소를 잘 안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영어가 귓속에 들어오려다가 문지방에 걸리고 있나 보네, 하하하. 평소에는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하하.’’


존슨의 여자 친구인 회계사가 다시 또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고령화에다 인구절벽까지 겹치게 된 한국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 문제는 전 세계 선진국의 공통된 문제인데, 특히나 우리나라가 두 가지 다 여느 다른 선진국보다 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러는데 과연 한국의 연금 개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에 대해 존슨이 무척 궁금해 하네요. 존슨이 다니는 넷플러스도 이 문제에 은근히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콘텐츠 기획 제작 편성해야 하니까요.’’

‘‘음.......’’


한국말로도 질문이 너무 어렵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밥 먹는 자리에서 이런 논의를 한다는 게 애초 가당키라도 하냐.

내가 출연하는 시사 프로들에서도 너무 분위기 침울해진다고 잘 안 다루어지는 주제인데.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이렇게 말하려던 참이었다.

디저트나 먹자고.

이런 주제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기회에 하자고.

존슨 너 다니는 넷플러스에서 조만간 괜찮은 시사 토론 프로그램 런칭하고 나를 사회자 써주면 그때 가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막 그렇게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머! 오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신선혜가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왜냐면, 그 몇 초 전 내가 먼저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의자에서 몇 센티 엉덩이를 뗄 정도로 크게 화들짝.


‘‘아! 그, 그게 ......’’


생각지도 않았건만,

왜냐하면 지금 여기는 방송 스테이지가 아니니까

사석, 그것도 오마카세 음식점인데도 불구하고

프롬프터 창이 허공에 보였다!


근데 가만 보니 방송 스테이지에서 보았던 프롬프터랑 뭔가 좀 달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거 혹시 환영인가 싶었다.


방송 스테이지에서 보았던 프롬프터들에는 문장들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프롬프터에 보이는 글자들은 문장이 아니었다.


[2023년 미국 GDP 26조 8545억 990만 달러]


으잉?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저거 뭐지?


‘‘미스터 강! 치어스!’’


그 순간 마침 존슨이 내게 건배를 청해왔다.

그런데 잔을 내밀면서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마치 그래도 너 치어스 정도는 무슨 뜻인지 알지?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이 건방진 새끼가 근데 지금 지 옆에 있는 한국 여자들이 지 치어리더들인 줄 아나,

하는 쓸 데 없는 아재 개그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마자

불현 듯 다른 생각이 뒤따라 이어졌다.


‘‘아참! 미스터 존슨! 아니 숙희 씨!’’


존슨을 부르려다 대신 그의 여자 친구이자 통역을 해 주고 있는 회계사에게 말을 걸었다.


‘‘예, 왜요?’’

‘‘아까 전에 남자친구 분이 지디피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한 적 있었죠?’’

‘‘예? 아! 예. 전쟁이 각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 이야기 하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 자기나라 미국 지디피에 대해서 얼마라고 그랬죠?’’


회계사가 즉시 존슨에게 나 대신 물어봐 주었다.


‘‘2023년 기준 28조 5500조 정도라는데요.’’


때맞춰 프롬프터 속 글자들이 바뀌었다.


[2023년 중국 19조 3735억 8600만 달러]


‘‘숙희씨! 그럼, 이번에 2023년 기준 중국 지디피 좀 물어봐줄래요?’’

‘‘예? 근데 왜 자꾸?’’


존슨의 여자 친구 회계사는 약간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같은 한국 사람끼리라 눈치가 빨랐다.

반면 존슨은 무슨 영문인지 통 모르는듯 거침없이 대답해주었다.


‘’중국의 겨우 2023년 기준 18조 2500억 달러라는데요.’’


푸하하하하하.

바로 이거였다!

이제야 눈치 깠다.


존슨, 이 새끼 아까부터 지디피, 지엔피, 경제성장률 가지고 여자애들 데리고 한참 썰을 풀었는데, 다 구라였다.

잘 모르면서 통계잘알 인 척 한 거였다고!


만약 미국 28조, 중국 18조로 퉁 쳤으면 대충 반올림 반내림 뭐 이렇게 이해라도 하련다.

근데 이 새끼 마치 지가 진짜 정확하게 아는 척 코스프레 하려고 미국 28조 뒤에다 엄한 5500억 붙이고, 중국 18조 뒤에다가는 2500억을 붙인 거다.


아마 그걸 들으면서 여자 애들은 속으로 와! 존슨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머릿속에 일일이 다 암기하고 다니지, 이러고 탄성을 지르고 있었겠지.

자! 얘들아 이제 그 탄성의 방향을 바꿔 나한테 지르련, 푸하하하.


‘‘음, 유감스럽게도 존슨의 치수, 아니 존슨의 치수야 뭐 안 봐도 대단하겠지만 서도, 존슨의 수치는 정확하지가 않네요. 23년 기준 미국은 26조 8545억 990만 달러이고 중국은 19조 3735억 8600만인데.’’


예상대로였다.

신선혜를 비롯하여 좌중의 여자들이 나를 향해 놀란 눈을 선보였다.


‘‘어머! 오빠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아요?’’


신선혜의 물음에 어깨를 한 번 으쓱 털어주며 대답해주었다.


‘‘아이고, 뭐 이 정도는 우린 기본이지. 정치인들 맨날 이런 저런 통계 가지고 주절주절대잖아. 그거에 대응하려면 우리 탑 티어 시사평론가들은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대뇌 속에 탑재해놓고 있어줘야지, 하하하.’’


그 사이, 회계사가 지 남자친구 존슨한테 내 말을 통역해 준 모양이다.

그러자 역시 또 예상대로 존슨의 얼굴이 순간 급 붉어져갔다.

하얀 얼굴이라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너무 티가 났다, 푸하하하.


여세를 몰 겸,

잠깐! 여기서 한국말로 여세란 나를 응원하는 여자들의 세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아있는 기세를 몬다는 뜻이란다, 존슨아, 푸하하.

여세를 몰 겸, 나는 눈앞에 보이는 프롬프터의 다른 수치들도 입 밖에 내놓았다.


‘‘올해 일본 예상 경제 성장률은 작년도 1.2프로에 많이 못 미치는 0. 2프로인데, 참! 아까 존슨은 뭐라고 했었더라?’’


존슨이 미처 대답하기 전, 이번에는 대기업 연구직에 다니는 친구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참! 아까 사실 나 그 부분 좀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존슨이 아까 전에 일본 작년 경제 성장률 2프로라고 하기에 일본이 작년에 그렇게 높았다고? 내 기억에는 아닌데, 했었거든요.’’


그 사이 여자 친구로부터 또 통역된 말을 전달 받은 존슨은 한층 더 얼굴이 붉어졌다.

이러다 얘 홍인 되겠다.

백인, 황인, 흑인에 이은 새로운 인종의 탄생인가? 푸하하하.


나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내 눈앞 프롬프터 창이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야!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너 너무 냉혹하고 무자비한 거 아니냐, 푸하하하.


나는 프롬프터가 알려주는 대로 작년 OECD 노인빈곤율, 노인 자살율, 유럽 출산율 추이를 차례차례 언급했다.

아마 방금 전 존슨이 대놓고 구라 친 수치들로 사료되는 통계들이다.


‘‘어머머머! 진짜 다 맞아, 다 맞아. 그것도 소수점 까지 안 틀리고 다 맞아!’’


신선혜 말고 또 다른 변호사 아가씨가 내가 언급한 통계들을 바로바로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더니 역시 또 호들갑을 떨어댔다.


‘‘와! 진짜 오빠 대단하시네요. 괜히 중구난방 고정 출연진이 아니시네.’’


신선혜가 나보다 더 내가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엄지 척까지 해보였다.

반면, 존슨과 여자친구 회계사는 갈수록 구석에 찌그러져가고 있었다.

어! 존슨 저 새끼 아까 처음 들어설 때는 키가 190에 가깝더만, 어째 앉은키는 175도 안 되는 나보다도 더 작아 보이지? 푸하하하.


‘‘하하하. 별 말씀을. 신변을 비롯한 중구난방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해야겠죠, 푸하하하하.’’


사실, 이제 와 이런 말 하면 마치 무슨 변명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나는 존슨의 갑작스런 출현에 경쟁심? 질투심? 열등감? 뭐 이런 것까지 느낀 것은 아니었다.

한창 이 자리의 남주 역할로 잘 나가려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캐스팅 교체를 당한 기분이라서 약간의 상실감 정도가 잠시 느껴졌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가벼운 복수 아닌 복수를 하고 나니

다시 아까 전 하고 싶던 말을 다시 하고자 했다.


디저트나 먹자고.

이런 주제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기회에 하자고.

존슨 너 다니는 넷플러스에서 조만간 괜찮은 시사 토론 프로그램 런칭하고 나를 사회자 써주면 그때 가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그렇게 말하기 위해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저기요! 소장님!’’


좌중에서 손을 번쩍 드는 이가 있었다.

존슨이 아니었다.

그의 여자 친구 회계사였다.


‘‘아! 예, 숙희씨.’’

‘’미국 중국 작년도 지디피랑 일본 경제성장률까지 그렇게 꿰차고 계시면 울 나라 작년 지디피랑 경제성장률도 당연히 꿰차고 계시겠네요?’’


끄응.


우선 나는 힐끔 존슨에게 시선을 던져보았다.

방금 전까지 금세라도 홍인이 될 것 같던 그의 얼굴은 어느 정도 홍조가 많이 가셔져 있는 상태였다.

한국말이 익숙지 않아서 인지 내가 본인을 저격한 건지 아닌 지 확실하게 감을 못 잡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딱히 앙심을 품어 보이는 기색은 아니었다.


반면 그의 여자친구 회계사 숙희.

방금 전 나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나 지금 나를 바라보는 그녀 표정에는 분명 억하심정이 깃들여 있어 보였다.

확실히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라서 인지 감정의 뉘앙스 캐치가 훨씬 수월하다.


그건 그렇고,

그녀가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남자친구가 방금 당한 굴욕에 대한 복수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복합적인 이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시나 여고 시절부터 신선혜에게 어떤 질투심을 느껴온 건 아닐까?


직업은 변호사 회계사 둘 다 전문직이니 논외로 치고

외모에서는 아무리 봐도 자연미인 울 선혜에 확연하게 밀린다.

특히나 굵게 썰은 고기 생각만 나게 하는 회계사 입술 시술은 확실한 실패작이라 만천하에 떠들라면 떠들 수 있을 정도다.

그 외에 선혜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자라났을 수도 있고,

이전에 선혜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겼을 수도 있다.


참! 혹시나.

오늘 처음 본 나에게 남자친구 존슨에서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한 건 아닐까?

존슨이라는 이름에 혹했건만 돌고 돌아 결국 신토불이임을 뒤늦게 깨닫고 저렇게 우회적으로 나에게 앙탈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는 찰라 오만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신.

프롬프터 창이 아직 등장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다른 나라 통계수치는 꿰차면서 정작 울 나라 관련 통계수치를 못 외우고 그러시는 건 아니시겠죠, 소장님?’’


회계사 숙희가 썩소까지 내비치며 추궁하듯 재차 내게 물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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