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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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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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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2.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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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5. 재 진군 再進軍

DUMMY

어이없게도 고수검 모개가 허세학 부맹주와의 싸움에서 도망을 가버리자 전장은 이미 파장이 되었다. 빈객 중 하나가 검을 땅바닥에 꽂아 버리자 여전히 검을 들고 있던 나머지 빈객들과 별검대원들도 이미 상황이 그릇됨을 알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땅바닥으로 내던지기 시작했다. 가온형과 공손숙 등의 전주들까지 허탈한 마음에 검을 버렸으니 북천회의 일반 무인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역전逆戰과 역전을 거듭하며 치열한 혼전混戰으로 빠졌던 싸움은 네 빈객의 죽음과 모개의 도망으로 인해 순식간에 그 열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도자 하나의 영향이 이러했다.


“도움에 감사드리오.”

허세학 부맹주가 삼마존에게 포권을 취하며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늦게 와 오히려 미안하게 되었소.”

검마존이 허세학 부맹주의 인사를 사양하며 겸손해 한다. 그런 검마존을 보며 도마존과 권마존은 속으로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검마존이 저렇게 정파의 인물들처럼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을 처음보기 때문이다. 대마존이 언제 저렇듯 공손하고 겸손하단 말인가?

하지만 도마존과 권마존도 충분히 검마존을 이해했다. 자신들이라도 저러했을 것이다. 차후 황제가 될 수도 있는 이황야의 대장정에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신神이랄 수 있는 교주의 엄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꼭 엄명이 아니더라도 마교 숙원 중의 숙원인 중원진출이 합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기존의 자세로 날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허세학 부맹주는 검마존의 공손한 화답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마교를 편협하게 생각했구나.’

허세학 부맹주는 마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했으나 지금은 그럴 경황이 없었다.

“무진신개께도 감사드립니다.”

허세학 부맹주가 무진신개에게도 감사의 포권을 취했다. 어느새 전장에 무진신개도 와있었던 것이다. 주은백의 뒤를 따라 온 것이다.

“우리야 말로 늦어 오히려 미안하게 되었소. 그나저나 비록 적들을 제압했지만 우리측 피해도 무척 많소. 빨리 시신들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합시다. 그래야 재진군再進軍할 수 있지 않겠소?”

형식보다는 항상 실리를 중히 여기는 무진신개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안타까운 듯 말했다. 주위에는 많은 부상자들이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죽은 자들도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무림맹 백여 명 무인들 중 부상 없는 생존자는 이십여 명을 조금 넘고 있었다. 대부분이 죽거나 부상을 당한 것이다. 천주대도 절반 가량의 사상자가 생겼다. 그나마 가장 늦게 전장에 투입된 개방의 피해가 경미했다.

“피해가 어느 정도요?”

허세학 부맹주가 근처에 있던 무현대사에게 물었다.

“칠십 명 넘게 죽거나 다쳤습니다. 손호 대협께서 돌아가셨고 팽장로 등이 많이 다쳤습니다.”

“약궁탄검 손호가?”

무현대사의 보고에 허세학 부맹주가 큰 한숨을 짓는다. 항상 강직하고 솔선수범했던 손호였다. 정주에서 북천회의 무리를 찾기 위해 애썼고 무악산에서 큰 위기를 맞았으나 무인의 기개를 잃지 않았던 손호였다. 그런 그가 결국 전장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잠시 놀란 듯 되물었지만 허세학 부맹주는 마음을 다져먹듯 이내 큰 소리로 무림맹 정예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부상자들을 신속히 돌보고, 시신은 모두 주위에 임시로 묻어라. 이 일을 끝내고 난 후 시신을 다시 수습해 무림맹으로 운송해서 장례는 그곳에서 다시 정중히 지낸다. 우리는 계속 이대로 진군한다.”

자신의 소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자각한 허세학이었다. 그 수가 얼마가 되었던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다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허세학 부맹주의 의지였고 남은 무림맹 무인들도 모두 허세학 부맹주와 생각이 똑같았다.

“그럼 포로들을 무림맹으로 압송하는 것은 개방도들이 하겠소.”

무진신개의 말이었고 개방도 일부가 포로들을 후송하기 위해 대열에서 떠났다.


“다시 나아가기 시작하는구나.”

이황야가 마차 안에서 창 밖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러쿵저러쿵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현상만을 말한다. 그가 어찌 복잡한 싸움의 내막을 모르겠는가? 그 복잡한 내막 속에 얼마나 많은 안타까운 생명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는가? 다만 모른체할 뿐이다.

“큰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피해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녀 주여전이 기어코 싸움 얘기를 꺼낸다. 주여전은 남경을 출발한 이후로는 밖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것은 이황야도 마찬가지였다. 장시랑이 굳이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았기도 했고 이황야도 굳이 캐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큰 싸움이 있었는데 어찌 피해가 크지 않았겠느냐? 당연히 피해는 클 것이다. 너는 우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어떠하냐?”

이황야가 딸에게 직설적으로 묻는다. 항상 그 문제를 가슴 아파하였지만 차마 아버지 앞에서 꺼내기 어려웠던 문제였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공녀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직설적으로 물어 온 것이다.

“마음이 아픕니다. 죄를 짓는 심정입니다.”

공녀 주여전이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이 길을 가는 것을 그만뒀으면 하느냐?”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제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기에 오랜 세월 남경에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더 아파졌다. 그래서 일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을 가는 것이다.”

이황야가 대답처럼 자신의 마음을 짧게 표현했다. 그리곤 다시 창 밖을 본다.

공녀가 그런 아버지를 그윽이 바라본다. 자신도 아버지가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자신은 더 이상 가슴 아파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 길을 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분명 이 길을 가면서 더욱 가슴 아파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아픔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기꺼이 갈 분이고, 또 그런 확신으로 이 길을 가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공녀가 아버지가 바라보는 하늘을 같이 바라본다.


주은백은 마차 밖에서 부녀의 얘기를 모두 들었다. 가급적이면 마차 안의 얘기를 일부러 듣지 않는다. 부녀간의 사담私談일 것이므로. 하지만 어떤 경우는 가만히 듣는다. 지금처럼.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묵진휘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이 길을 함께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 예전 같으면 이런 대규모 행차에 동행할 주은백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의 동행同行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선봉대에는 무림맹, 천주대 그리고 개방도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같은 편이 되어 싸움을 하고 나면 전우戰友가 되고 전우는 피를 나눈 동지同志처럼 된다. 점점 그들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무림맹의 피해가 큽니다.”

말을 몰아가면서 항백이 두원에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

평소와 달리 담담한 듯 대답하는 두원이었다.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무림맹 정예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것이었는데 목소리는 예상과 달랐다. 죽은 사람 중에는 평소 두원과 친한 사람들도 몇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무림맹의 초석이 될 것이네. 무림맹은 이번 일로 분명 다시 더 강하게 일어설 것이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이 아깝지 않은 것이네.”

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진정 그리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 것이다. 남궁이현은 그런 두원을 보면서 진정한 고수란 저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人生의 고수高手···

두원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그리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모두 그들의 뜻을 가슴에 되새겨보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정적을 깨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날카로운 듯, 가시가 조금 박혀 있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자꾸 너무 나서는 것 같아요.”

당수진이다. 그녀가 남궁이현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마디 했고 항백과 경표 등은 놀라 당수진을 바라봤다. 지금껏 자신들에게는 말괄량이처럼, 귀여운 악녀惡女처럼 굴어온 당수진이었지만 남궁이현에게만은 한없이 공손하고 사랑스럽게 대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남궁이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당수진을 바라본다. 약간 놀란 표정이다.

“자꾸 고수들만 상대하는 경향이 있다구요. 이번만해도 그래요. 무림맹 원로분들도 계셨잖아요? 그런데 왜 본인이 그 노인네들을 직접 상대해요?”

남궁이현이 등지윤과 맞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걱정이었다.

“그게···”

남궁이현이 당수진의 말을 알아듣곤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마땅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은 너무나 당연히 그런 것인데 그것을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말씀해보세요. 그게 뭐요?”

“···”

“수련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수련이라면 상대를 조금 낮추세요. 수련하다 다치면 안되잖아요? 만일 임무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을 고치세요. 아무도 남궁선배에게 그런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 없어요. 혹시 잘난 체 하려는 것이라면 하지 마세요. 이미 잘난 줄 아니까.”

당수진이 그렇게 재빠르게 쏘아붙이곤 말을 몰아 몇 걸음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은 할말 다했다는 태도였다.

“킥킥킥”

“큭큭큭”

항백과 경표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 낄낄거렸다. 그들로서는 언제나 범위 밖에 있던 남궁이현이 드디어 자신들과 동격同格처럼 취급된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수진이 남궁이현을 직접 표적으로 삼았다면 그들이 더 이상 당수진에게 당할 일도 없을 것이란 기대도 함께였다. 당수진이 밥에 탄 약으로 인해 이제껏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런데 그때 다시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웃었지요? 이런 분위기에서 웃다니 그게 제 정신이에요?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요. 역시 정신 차리는 데는 매와 약 뿐이지요. 매는 곤란하고 약으로 할게요. 기대하세요.”

몇 걸음 앞서 걷던 당수진이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돼”

항백과 경표가 사색이 되어 손짓으로 당수진을 불렀으나 당수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금 더 빨리 말을 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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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215. 도수陶輸 +2 17.11.06 1,950 45 10쪽
215 214. 첫 격돌 +2 17.11.01 1,976 42 10쪽
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33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9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9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8 46 10쪽
210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8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8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5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6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83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6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3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4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71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32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60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7 4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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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8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9 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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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9 5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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