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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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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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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11.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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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1. 후예後裔들의 대결對決

DUMMY

“대단하군. 독립검수 출신이 토호법을 꺾다니.”

땅바닥으로 쓰러지는 토호법을 그제야 바라보는 도수였다. 하지만 토호법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죽은 것이다.

“자네는 왜 회를 빠져 나간 것인가? 대우가 맘에 들지 않았나?”

도수가 복거유를 보며 의아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오.”

“그럼?”

“별다른 이유는 없소. 다만, 이 분을 만나 새로운 눈을 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복거유가 묵진휘를 고개로 가리킨다.

복거유의 말에 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했다는 것인지 습관적으로 끄덕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네는 왜 우리의 행사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인가? 자네 사부의 명령인가?”

도수가 다시 묵진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아직 못다한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스스로 그리하는 것이오.”

“왜?”

“첫째 이유는 당신들이 나쁜 짓을 서슴없이 하기 때문이오. 둘째는 내가 아는 분의 부탁이 있기 때문이오. 스승님은 아니오. 셋째는 당신들이 내 집안의 원수이기 때문이오.”

묵진휘가 말한 아는 분이란 지하동굴의 적대강 사조師祖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수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집안의 원수?”

“그렇소. 이십여 년 전 내 할아버지와 부모님, 식솔들까지 모두 사승상과 동창, 북천회의 음모에 돌아가셨소.”

말을 하는 묵진휘의 눈에는 이글거리는 분노보다 냉정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노가 깊어지면 그 온도는 뜨거움에서 차가움으로 변한다. 그래서 냉정은 깊은 분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랬군. 허허. 그 옛날 일이 또 다른 악연을 맺은 셈이군. 자네도 알다시피 그 일은 내가 사주한 일은 아니네. 그땐 난 어렸고 사부에게 무공을 배우고 있을 뿐이었지. 지금이라도 내가 사승상을 잡아 준다면 그때의 울분을 삭일 수 있겠는가?”

도수는 묵진휘가 말하는 집안의 원수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십여 년 전 일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수의 제안은 도수 입장에서는 진심이었다. 도수는 사승상을 넘겨줌으로써 동천의 후예와 화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사승상은 내가 잡을 수 있소. 당신은 당신 집안의 억울한 누명을 말했었소. 하지만 남의 억울함은 약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했소. 그러나 이번에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오.”

“크하하하. 그렇다면 내가 그 감당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는가?”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스승을 모시고 조용히 숨어 산다면 더 이상 죄를 묻진 않겠소.”

도수가 비웃듯 물었지만 진지하게 대답하는 묵진휘다.

“크하하하. 반성이라··· 조용히 숨어 산다? 하하하”

묵진휘의 말에 도수가 앙천대소仰天大笑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그래, 우린 화해하기가 어렵겠군.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인가?”

도수가 얼굴에 웃음을 거두면서 가만히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제 검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급적 동천의 후예와 일전을 피하고 싶었다. 대업大業의 성공이 목전에 있었다. 가급적 위험부담을 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놈을 제압해야 한다. 제압한다면 큰 우환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천의 후예는 자신보다 어려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더 윗길이지는 않을 것이다. 배워도 자신이 북천으로부터 더 많이 배웠고, 동서남북 간에도 북천의 무공이 가장 높다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약간이라도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도수가 묵진휘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가져온 생각이었다.



사목쾌검斯目快劍 등지윤鄧芝允과 남궁이현의 검은 빠른 속도로 어울리고 있었다. 그 어울림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주위의 무인들은 눈보단 귀로 그들의 싸움을 가늠해야만 했다. 검과 검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는 가히 음율 같았다.

“어린 놈이 제법이로구나.”

“방심하지 마시오.”

등지윤은 남궁이현과 검을 부딪히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놀라고 있었다. 남궁이현의 무공이 나이에 비해 깊고 노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이 감히 어린 남궁이현에게 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방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등지윤과 남궁이현이 어울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고수검刳水劍 모개毛介와 패황승도 허세학 부맹주간의 대결도 펼쳐지고 있었다. 모개의 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어딘가 정적靜的이라면 허세학의 도는 어딘가 거칠면서 동적動的이었다. 한마디로 볼만한 싸움이었다.



귀혼귀도歸魂鬼刀 엄위연嚴威然, 은독조隱毒爪 요화妖花, 파륜권破輪拳 맹공위孟攻圍는 무림맹과 마교의 무인들을 향해 도刀와 조爪, 권拳을 휘두르다 등지윤과 모개가 적절한 상대를 만나 싸우는 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두 싸움 모두 볼만했기 때문이었고 승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젊은 놈이 대단한걸. 얼굴도 잘생기고. 내가 상대했어야 했는데 아깝군. 쯧쯧.”

“승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군. 나도 저 나이엔 저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요화가 입맛을 다시자 엄위연은 조금 심각한 얼굴로 등지윤과 남궁이현의 싸움을 바라봤다.

“저 쪽도 볼만해. 패황승도랬지? 과연 패황도란 이름이 허명虛名은 아니었군.”

“우리도 상대를 찾아야겠구먼. 보고 있자니 내 도刀가 요동을 치는군. 켈켈.”

요화와 엄위연이 한마디씩을 했지만 맹공위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라면 여기 있지.”

“네놈 도가 어떻게 요동을 치는지 볼까?”

그들의 뒤에 삼마존이 가만히 서있었다.

요화 등은 속으론 매우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등뒤에 나타났다는 것은 상대의 실력이 초절정고수라는 뜻이었다.

도마존이 말과 함께 귀혼귀도 엄위연에게로 다가갔다. 엄위연이 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마존이 다가간 것이다.

그러자 권마존도 파륜권 맹공위에게로 다가갔다. 맹공위가 권을 주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상대는 당연히 검마존과 요화였다.

“당신이 내 상대겠군요?”

은독조 요화가 검마존을 보며 물었고 검마존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 중 당신이 제일 잘 생겼길래 은근히 당신이 내 상대가 되길 바랐어요. 호호. 우리 대화부터 먼저 나누어 보는 것이 어때요?”

은독조 요화가 교태 어린 웃음을 지으며 검마존에게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은근하게 말을 건넸지만 검마존은 아무런 대꾸 없이 가만히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흥, 건방진 놈이로구나. 어린 놈이라 귀엽게 봐줬더니···”

검마존의 반응에 약이 오른 요화가 싸늘하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소매를 접으며 하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리곤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도수의 검에서 붉은 강기 다발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묵진휘에게로 날아갔고 묵진휘도 검을 찌르면서 날아오는 붉은 강기 다발을 향해 묵빛 강기를 쏘아 보냈다. 첫 일합은 서로에게는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으나 화호법과 복거유는 그 위력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몇 장 밖으로 물러섰다.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조부태감과 서홍 등은 더 멀리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콰콰콰쾅~, 콰콰쾅~

폭발음들이 연쇄적으로 들려왔고 바람과 흙먼지가 장원 앞마당을 회오리 치듯 날아올랐다. 이윽고 바람이 먼저 잦아들고 흙먼지가 날이 개듯 내려앉으며 시야를 밝혔다. 그러는 사이 새벽 여명이 제법 밝아오고 있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로군. 하지만 이제부털세.”

도수가 검을 고쳐 잡았다. 그러자 검 위에 붉은 강기가 너울거리더니 검과 같은 형상을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기검氣劍이었다.

도수가 기검을 뿌리려는 듯 실검實劍을 휘두르자 예상대로 기검이 쐐애액~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쏜살같이 묵진휘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기검을 하나 더 만들어 묵진휘에게로 쏘아 보냈다.

묵진휘의 검에서도 묵빛 강기가 일어나 실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실검과 강기의 색깔이 거의 비슷해 실검이 아주 길고 두터운 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웬만한 대도보다 더 큰 검이었다. 묵진휘가 커다랗게 변한 검을 들어 날아오는 도수의 붉은 기검을 후려쳤다. 그러자 실검과 기검의 부딪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깡~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묵진휘는 그자리 그대로 서있었고 도수의 기검은 묵진휘의 검에 튕겨 옆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기氣라고 하는 것은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어 버린다. 애초 무형의 것이었으니 부서질 것도 없다. 부서지는 것은 유형의 고유한 특질이다. 그런데 도수의 기검은 부서지지도, 소멸되지도 않고 다만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것이 이내 방향을 바꾸어 다시 묵진휘에 달려들 듯 날아왔다. 기검의 이기어검이었다. 북천의 절기 중 하나였다. 물론 북천의 기검은 기검이라기 보다는 의검意劍에 가까웠지만.

결국 도수의 첫 번째 기검과 두 번째 기검이 거의 동시에 묵진휘에게로 날아오는 셈이 되었다. 묵진휘가 다시 커다랗게 변한 검을 들어 올려 두 번째 기검을 쳐냈다. 하지만 첫 번째 기검은 그대로 두었다.

도수는 묵진휘가 검으로 자신의 두 번째 기검을 쳐내면서도 첫 번째 기검을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며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다.

‘이러면 너무 쉬운데?’

도수의 눈에는 동천의 후예가 자신의 첫 번째 기검에 관통되어 땅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물론 희망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럴 리 없다는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부인否認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동천의 후예가 쓰러지는 희망과 동천의 후예라면 저 정도를 막지 못할 리 없다는 스스로의 체념이 두 줄기 끈이 되어 동아줄을 엮고 있었다. 그 동아줄이 번뇌요, 번민이다. 하늘을 울리고 땅을 진동시키는 고수高手라지만 번뇌의 동아줄에서 벗어나 있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첫 번째 기검이 아니나다를까 동천의 후예로부터 튕겨지는 것이 보였다. 묵진휘가 호신막인 묵은경막墨雲傾幕을 펼쳐 첫 번째 기검을 막은 것이다.

‘허허허’

도수의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허탈한 속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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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220. 혼전混戰 +2 17.11.22 1,816 45 10쪽
220 219. 적과 친구 사이 +2 17.11.19 1,898 40 9쪽
219 218. 다른 격格 +3 17.11.16 1,888 44 11쪽
218 217. 다시 이는 흙먼지 +3 17.11.12 1,898 44 10쪽
217 216. 파죽지세破竹之勢 +2 17.11.08 1,875 38 11쪽
216 215. 도수陶輸 +2 17.11.06 1,948 45 10쪽
215 214. 첫 격돌 +2 17.11.01 1,974 42 10쪽
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29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5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7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5 46 10쪽
210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5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78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1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6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5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4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8 44 9쪽
195 194. 충격衝擊 +3 17.08.26 2,285 48 10쪽
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193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3 17.08.21 2,197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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