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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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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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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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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12.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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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24. 목전目前에서…

DUMMY

묵진휘가 묵운경막을 펼쳐 도수의 첫 번째 기검을 막아내자 허탈하게 웃은 도수는 이내 검을 고쳐 잡았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생사결生死決이 있을 뿐이다.

사람은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면 숙연해진다. 진지해진다. 오만을 버리고 다른 가능성을 버린다. 그럼으로써 최고의 힘을 응집시킨다. 죽음 전의 회광반조도 그러한 현상의 일환일 것이다.

언제나 오만으로 가득 차 있던 도수의 눈빛이 깊어졌다. 생사결을 앞두고 오만을 버렸기 때문이다. 꿈이 목전目前에 있다. 자칫 꿈 대신 싸늘한 죽음이 눈앞에 있을 수 있단 생각 속에 오만이 있을 자리는 없는 것이다.

“이제 단순명쾌해졌군. 하하”

도수의 말에 묵진휘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동감同感임을 표시했다. 묵진휘에게도 생사결만이 있는 것이다.

새벽 여명이 더욱 밝아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아침 햇살이 떠오르리라.

도수가 사부의 말을 떠올렸다.

“나의 무공은 실체적인 위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내공을 증대시키는 이유도 초식을 연구하는 이유도 위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속도를 빨리 하는 이유도, 적의 방어 이전에 타격을 입히는 의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위력을 증가하기 위해서다. 무공의 본질은 위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동천東天의 무공은 공간을 중히 여긴다. 공간 속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증대시키고자 함이다. 만일 동천의 후예와 싸우게 된다면 그자가 만드는 공간을 깨트려야 한다. 나의 무공이라면 그자의 공간을 깨트릴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수련하도록 해라.”

사실 북천의 짐작대로 묵진휘는 묵운기를 운용하여 자신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었다. 예전, 묵운내기와 묵운외기로 묵운기가 나누어져 있을 때는 먼저 묵운내기를 운용하여 묵운외기를 일깨워야 했다. 시간도 더 소요되었고 공간의 범위도 좁았으며 지배력도 낮았다. 하지만 산기창공散氣倉空을 익히면서 묵운내기와 묵운외기를 통합했고, 그럼으러써 시간과 범위, 지배력을 몰라보게 단축시키거나 확대, 강화시킬 수 있었다.

도수가 스승의 말을 되새기고는 다시 검에 기를 주입했다. 묵진휘가 자신만의 공간을 창출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도수의 검에서 다시 기검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의 기검은 좀 전의 기검과 색깔에서 달랐다. 이번 것이 훨씬 짙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핏빛과 흡사한 짙은 붉은 색이었고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도수가 자신의 공력을 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변화는 또 하나 더 있었다. 기검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더니 다섯 개의 핏빛 기검이 도수 앞에서 생성되어 날아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도수의 신형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쏘아내면 당연히 위력이 증대한다. 게다가 운용도 자유롭다. 지금 도수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절기를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동서남북의 후예에게 적당한 힘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북천의 무공이란 정말이지 놀라운 것이로구나.’

제법 떨어진 곳에서 도수의 기검을 지켜보던 복거유가 가만히 긴 숨을 나지막하나마 길게 뱉었다. 자신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공을 바라보는 안목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복거유였다. 그런 복거유의 눈에 도수가 펼치고 있는 붉은 기검 다섯 개는 실로 장관이었고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를 웅장한 힘으로 보였다.

더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서홍과 조부태감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둘 모두 지금 도수가 펼치고 있는 무공이 얼마나 극상승의 무공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묵진휘가 걱정되었다. 묵진휘의 패배는 곧 자신들의 죽음이기도 했다.

특히 서홍은 묵진휘의 신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도수의 신위 또한 필적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였기에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동안 몇 차례 묵진휘의 무공을 봐왔지만 저런 신위를 본적은 없었던 것이다.


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홍의 입에서 감탄인 듯 신음인듯한 소리가 짧게 터져 나왔다.

도수의 다섯 기검 중 가운데 있던 기검 하나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묵진휘에게로 쏘아져 날아갔던 것이다.

도수가 쏘아 보낸 기검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서홍의 눈에 기검이 막 날아가는 모습과 귀로 쾅~하는 굉음이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묵진휘가 도수의 기검을 쳐낸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쾅하는 굉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묵진휘가 지배하는 공간 속에서 일어난 충돌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홍 등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묵진휘가 튕겨낸 기검이 도수에게로 다시 날아가더니 이내 자기 자리인지 아는지 다시 원래 가운데의 위치에 정렬하면서 멈춰섰고 그와 동시에 양 옆에 있던 기검 두 개가 동시에 묵진휘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곤 이내 다시 두 개의 기검이 더 날아갔다. 모두 네 개의 기검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묵진휘에게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쾅···쾅···..까깡···까깡···


묵진휘가 다시 검을 한번 휘두르자 이내 네 차례의 굉음이 묵직한 소리로 들렸다. 서홍은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다. 네 개의 기검이 날아갔는데 묵진휘는 단 한번만 검을 휘둘렸고 굉음은 분명 네 개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추후 묵진휘에게서 그 사유를 들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복거유는 그 사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묵진휘가 한번 검을 휘두르면서 앞서 날아오던 기검 두 개를 순차적으로 쳐냈고 쳐내진 두 기검이 그 뒤에 날아오던 기검 두 개와 맞부딪쳤던 것이다. 그래서 소리가 거의 연속적으로 네 번 들렸던 것이다.

복거유는 역시 사형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얼마나 더 수련을 해야 저렇게 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었다.

놀라기는 도수도 마찬가지였다.

저럴 수는 없었다. 자신의 기검 하나 하나는 하늘을 무너뜨리고 땅을 쪼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점은 스승인 북천도 익히 인정한 바였다. 그런데 동천의 후예라는 자는 쉽게 자신의 기검 두 개를 한번의 칼질로 쳐내더니 그것으로 뒤에 날아오는 기검과 충돌까지 시켜 자신의 공격을 손쉽게 방어했던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도수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는 의미였다.

도수는 묵진휘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공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짐작했고 그 짐작은 정확했다. 묵운기를 통한 공간 속에서 도수의 공격이 이루어졌기에 묵진휘는 의념을 통해 기검의 위력과 속도를 줄일 수 있었고 손쉽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 공간에서라면 어려운 일이었다.

도수가 다시 검에 자신의 적멸기赤滅氣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앞서 도수 앞에 펼쳐져 있던 다섯 개의 기검이 하나로 뭉쳐지고 있었다. 하나로 뭉쳐진 기검은 상당한 크기로 커졌고 굵어졌으며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모양이었다. 마치 용이 살아 꿈틀대는 듯도 했고 악마가 먹이를 앞두고 침을 흘리는 듯도 했다. 하지만 형태는 분명히 검 그대로의 모양이었다.


서홍은 도수의 기검이 악마가 꿈틀대는듯한 모습으로 보여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하지만 뒤로 물러선 사람은 서홍만이 아니었다. 서홍이 놀라 한걸음 물러서자 조부태감도 덩달아 한걸음 물러섰던 것이다.

복거유도 깊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주먹에 힘을 주었다. 마치 그 힘이 사형인 묵진휘에게 전달되어 도움이 되기라도 하는 듯이.


웅웅웅웅~~ 쐐애애액~~

도수가 실체 검을 크게 휘두르자 커다란 기검이 웅웅거리면서 시동始動을 걸더니 이내 파공성을 내지르며 묵진휘에게로 쏘아져 갔다. 커다란 기검이 묵진휘에게로 날아가자 주위의 공기마저도 일렁거리면서 기검을 따라가는 듯 보였으나 중간부터는 그 일렁임이 사라졌다.


묵진휘의 공간을 깨기 위한 도수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

당연히 묵진휘도 승부가 마지막 경계에 도달했음을 느끼며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뻗었다.


푹···

이 소리가 다였다. 거대한 기검이 주위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고 이내 묵진휘가 검을 앞으로 내뻗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듣기도 힘든, 단단한 무언가가 물렁한 무언가에 꽂히는 조그마한 하나의 소리 외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엄청난 굉음과 충돌의 후폭풍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이 정지한 듯 움직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언제 굉음과 후폭풍의 거센 바람이 밀어닥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제서야 화호법, 복거유, 서홍, 조부태감 등은 도수와 묵진휘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아~

동일한 소리였으나 누구에게는 감탄의 소리가, 누구에게는 신음 같은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화호법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충격이었다. 묵진휘가 도수의 기검을 손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상대의 기검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단 말인가?’

화호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기氣란 원래 무형의 것으로, 일정한 유형화가 가능하고 실체적 힘도 가지지만 그렇다고 잡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누가 불을 손에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물을 손에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잠시 머물다 사라질 뿐이다. 기氣도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묵진휘가 도수의 기검을 손으로 잡고 있었다. 기검은 여전히 웅웅거렸고 핏빛 색깔을 발산하면서 강렬히 살아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그 주인은 그러하지 못했다.

도수의 심장에 묵진휘의 검이 관통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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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4. 첫 격돌 +2 17.11.01 1,976 42 10쪽
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33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8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9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8 46 10쪽
210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8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8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5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6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83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6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3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4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70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32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60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7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6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8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9 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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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9 50 10쪽
193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3 17.08.21 2,198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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