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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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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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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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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9.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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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5. 대장정大長程

DUMMY

회상에서 깨어난 태상호법이 회주를 바라본다. 여전히 찻잔을 입에 대고 차를 마시고 있다.

‘회주는 삼천三天을 죽이지 않은 스스로를 미워하는가? 아니면 그를 부추겨 세상에 나서게 한 나를 미워하는가?’

알 수 없었다.

“이미 지난 일, 인간의 힘으론 되돌릴 수 없지.”

회주가 찻잔을 탁자 위로 내려 놓으며 또 불쑥 말을 뱉는다. 그래서,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긋남을 받아들여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그 역시 알기 어렵다.

“둘째 놈 꿈이라도 지켜줘야겠지?”

회주가 태상호법을 바라보며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북경에서 시랑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공자를 말하는 것이다.

“북경 일은 이공자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목걸이를 가진 이황야가 북경에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가 선대 황제의 유지를 열어 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래야겠지. 자네랑 내가 할 일이지. 오늘은 옛날처럼 술이나 한잔 먹으러 가세. 하하하”

회주가 큰 소리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옛날처럼 태상호법을 자네라고 칭한다. 태상호법도 따라 일어섰지만 회주의 기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어긋남을 받아들여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러다가 조정朝廷에 들어가는 것 아냐?”

경표가 모두를 둘러보며 의견을 묻듯 한다.

“들어가고 싶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당치않네 이 사람아. 나는 무인일세. 무인은 조정과 거리가 먼 법.”

“그럼, 자네는 왜 여기에 있나?”

“내 말이 그 말일세.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한낱 이름없는 무인이었던 내가 무림맹에 발탁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출세인데 이제 황야와 함께 차를 마시질 않나, 마교 교주를 보지 않나 이 말이지.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솔직히 나도 요즘 어안이 벙벙하긴 하다네. 황야와 교주뿐인가? 주위에 고수는 또 얼마나 많은가? 마교의 삼마존이라면 청해나 감숙성에선 세 살 먹은 어린애도 그 이름을 안다고 하네. 불측은비 서은후는 또 어떤가? 전全 무림을 떨게 만든 전대의 마녀 아닌가? 무진신개도 함부로 뵐 수 있는 어른이 아니지. 게다가 묵대협과 주대협 같은 젊은 고수들은 또 어떻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경표의 너스레를 항백이 곱절로 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대화에 웃음을 짓긴 하지만 한편으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공감되는 말이다.

“이게 모두 남궁이현 때문이지. 그 친구가 묵대협과 주대협을 친구로 사귀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지. 하하”

“그렇군요. 그 친구가 원흉이었어. 내 이 친구 오면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해야지 원.”

두원이 남궁이현을 원인으로 거론하자 모두 웃었고 항백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나 저나 무림인인 우리가 너무 정치와 가까워 지는 것 아냐?”

웃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경표가 모두를 둘러보며 또 다시 의견을 묻듯 한다. 처음 주제로 돌아간 것이다. 비록 다른 주제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지만 기실 삼조원들에게는 자못 심각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네. 세상사에 정답이 어디 있던가? 그냥 무림맹에서 내린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네.”

항백이 말을 하고 난 후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킨다.

지금 삼조원들은 남경에 있는 객잔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두원, 관지선, 항백, 경표, 당수진에다가 서홍까지 여섯이다. 이황야 호위 임무를 지시 받아 무한에서 남경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도 무한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남경에 계속 대기하란 제갈청의 지시 때문이다.

“저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 좋아요. 이번에 이황야님을 처음 뵈었어요. 그런데 그분의 눈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멎는 것 같았어요. 뭐랄까? 위엄威嚴. 어떠한 고수도 흉내내기 힘든 위엄이었어요. 이 분이야 말로 어버이처럼 백성들을 돌볼 분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실 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당수진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림맹주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숭고한 위엄이었다.

“전 두 사람 의견이 다 맞다 생각해요. 우린 무림맹 소속으로서 무림맹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수행 중이에요. 그런데 만일 이런 가정을 해보죠. 무림맹이 지시를 했는데, 그 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것이라면? 그땐 저라면 무림맹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행히 이번 일은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잘 된 것이지요. 정치와 무림의 불간섭은 애초 놈들이 깨트렸어요. 우리만 너무 고지식하게 대응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역시 감정 보다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관지선이었다.

조원들이 모두 자신의 생각을 말한 후 두원을 바라본다. 삼조 조장인 두원의 의견도 궁금했던 것이다.

“내 입장?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왔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라고. 너무나 자연스러워 내 맘에서 거부감이 없네. 무림을 어지럽히는 놈들을 쫓다가 항주, 장안, 해정을 돌았네. 그리고 놈들의 몸통이 있는 정주로 간 게지. 꼬리에서 몸통으로, 이젠 몸통에서 마지막 단계인 머리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나는 우리가 오히려 여기서 그만 둔다면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네. 무림과 정치의 불간섭도 자연스러운 원칙이어야지 인위적인 것으로 이해해선 안되겠지.”

짝짝짝···

두원의 말에 경표와 항백이 박수를 친다. 두 사람이 듣기엔, 두원의 말이 자신들의 심정을 너무나 적절하게 대변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조장님이셔. 자, 조장님을 위해 건배~”

경표가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치자 다른 조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함께 잔을 든다. 언제나 큰형 같은 존재로 삼조를 이끄는 두원이다. 공은 조원들에게 돌리고 궂은 일은 먼저 하는, 빛나진 않지만 보석 같은 존재가 바로 조장 두원이었다.

“너무 띄우지 말게. 떨어져 다치면 마누라에게 혼나네.”

“하하하”

“호호호”

“삼별조원들은 어디를 갔나?”

두원의 농담에 삼조원들이 큰 웃음을 터트리며 건배를 했고,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은 서홍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저도 삼별조원이에요.”

관지선이 서홍에게 술을 따르며 한마디 하자 다시 웃음꽃이 핀다. 그렇게 남경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현무당 삼조원들이 객잔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 이황야 장원의 어느 방에는 다섯 명의 사내가 둘러 앉아있었다.

“드디어 북경행이 시작되겠군.”

늙은 노인이다. 차림새도 허름해 거지행색이다. 무진신개였다.

“그렇습니다. 이황야를 따르는 충신 백 여명도 모두 참여해 이곳 남경에서 북경까지 가는 대장정大長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시랑이 무진신개의 말을 받았다. 장시랑은 조금 흥분해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이십여 년을 벼르던 일인 것이다.

“놈들도 가만있지 않을 텐데?”

“하지만 표면적으로 막지는 못합니다. 군사를 동원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동생이 형의 병문안을 가는 길인데 막을 방법이 없지요. 자칫 군사를 동원하면 이황야를 따르는 군사들도 들고 일어나 내전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군사를 동원하는 쪽이 오히려 질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무진신개의 우려에 대한 장시랑의 답변이다.

“그렇다고 저들이 가만있을까?”

“물론 가만있지 않겠지요. 저들은 예전부터 무림인들을 동원해 일을 꾸미곤 했습니다. 그게 걱정입니다.”

장시랑이 걱정을 말했다. 기실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일이었다.

“무림인이 동원된다면 우리도 무림인으로 막아야겠지.”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무진신개의 말에 장시랑이 같이 있는 젊은 사내 셋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묵진휘, 주은백, 남궁이현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남궁이현이 장시랑에게 물었다.

“관이 무림인을 직접 동원하거나 함께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는 않소. 이황야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오. 이황야와 신하들은 최소한의 호위무사와 함께 길을 갈 것이오. 여러분들은 은밀히 사방에서 이황야를 지켜주셨으면 하오.”

장시랑의 말에 무진신개를 비롯한 묵진휘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고 하나 무림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알겠네. 우리 개방은 내가 동원하면 될 것이고 마교도 교주께서 지원을 약속하셨으니 문제없겠지. 이제 무림맹만 동원하면 되겠군.”

“무림맹이 나설 수 있겠습니까?”

무진신개의 말에 장시랑이 되묻는다. 장시랑도 무림의 정보를 훤히 꿰고 있었다. 무림맹의 현상황이 와해지경임을 들어 알고 있기에 물은 것이다.

정치와 무림이 불간섭 관계라고 하나 서로는 서로에 대한 정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조그마한 협력도 많았다. 그런 의미론 물밑에서는 불간섭의 관계도 아니었던 것이다.

“되도록 만들어야겠지.”

무진신개의 말에 모두가 무진신개를 바라본다.

“곧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과 가주회의가 무한에서 열리네. 개방도 초청을 받았으니 내가 가서 설득해야지. 말을 듣지 않으면 네 이놈들을···”

무진신개가 목소리에 힘을 준다. 장문인들과 가주들은 무진신개보다 반 배분 이상 낮거나 비슷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욕설도 함께 붙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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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218. 다른 격格 +3 17.11.16 1,888 44 11쪽
218 217. 다시 이는 흙먼지 +3 17.11.12 1,898 4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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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215. 도수陶輸 +2 17.11.06 1,948 45 10쪽
215 214. 첫 격돌 +2 17.11.01 1,974 42 10쪽
214 213. 대치對峙 +4 17.10.28 1,929 44 10쪽
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5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7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5 46 10쪽
210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5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79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1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6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5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4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196 195. 칠교七巧 +2 17.09.01 2,278 44 9쪽
195 194. 충격衝擊 +3 17.08.26 2,285 48 10쪽
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193 192. 일망타진一網打盡 +3 17.08.21 2,197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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