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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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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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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8,507

작성
17.10.1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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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09. 비열한 원한怨恨

DUMMY

“이李 도독都督 이름 옆에 회라는 글자와 사각 표식이 있다. 사승상이 이 도독 집안 몰살을 주장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한 때 이 도독 아래에서 사승상이 근무했습니다. 어느 날 기근飢饉에 빠진 백성들에게 구휼미救恤米를 제공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사승상이 높은 이자를 붙여 재정을 확보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이 도독께서 염치 없는 생각이라고 사승상을 면박 주었던 모양입니다. 이 일로 사승상이 이 도독께 큰 원한을 가진 것으로 압니다.”

“저런 나쁜 놈이···”

옆에서 듣던 장 시랑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뱉었다.

“묵 태부 일은 왜 그런 것이냐?”

이황야의 물음에 묵진휘가 두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올올이 선 까닭이다.

“사승상이 젊은 시절 먼발치에서 한 번 보고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이후 여인을 쫓아 다녔는데 여인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여인에게는 이미 정인이 있었습니다. 사승상은 급기야 여인의 아버지에게 청혼을 넣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여인의 아버지도 사승상의 집요한 욕심을 알곤 딸을 정인이었던 묵 태부의 아들에게 곧바로 시집 보냈습니다. 사승상은 이후에도 질투심을 참지 못하고 없는 소문을 퍼트려 여인과 묵 태부 아들의 결혼생활을 파탄시키려 하였으나 묵 태부께서는 오히려 며느리인 여인을 감쌌고, 소문의 근원이 사승상임을 알고 사승상을 불러 크게 나무라셨는데 사승상은 이에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승상이란 자의 성정이 이와 같습니다.”

조부태감의 말에 묵진휘가 손톱의 살이 손바닥을 파고 들 정도로 두 주먹을 꽉 쥐며 솟아 오르는 분노를 달랜다. 이제 집안의 원수가 누군지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사승상이란 자와 북천회 그리고 동창···


집안 몰살의 배경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사승상이란 자의 비열한 원한이 발단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부대끼고 살다 보면 이익과 손해가 생기기 마련이고, 성취감과 상실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저런 감정을 시간이 지나면서 잊는다. 자신이 반대 입장에 서기도 하니까. 그런데 비열한 인간들은 자신이 받은 손해와 상실감을 잊지 못한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주여전이 가만히 묵진휘의 손을 잡아 온다. 주여전의 손을 통해 따뜻한 온기가 흘러 들어와 묵진휘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이황야도 더 이상 지난 날의 아픈 기억을 듣는 것이 마음 쓰렸는지 화제를 딴 곳으로 돌렸다.

“지금 약재상은 어디에 있는가?”

“북경 밑 천진이란 도시 부근에 있습니다.”

“네가 간다면 그 자를 찾을 수 있느냐?”

“그자와 연락이 닿는 자를 통해 연락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리로 오기 전 그 자의 의중을 물었습니다. 그 자도 황야의 보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창 부태감으로 수십 년을 지낸 사람이라 나름 일을 처리하는 게 꼼꼼했다.

이황야가 조부태감의 대답을 들은 후 고개를 돌려 묵진휘를 바라본다.

“저 사람과 함께 가서 약재상을 보호하여 데려 올 수 있겠느냐?”

이황야의 말에 묵진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북천을 넘어 북경에 들어간다손 치러라도 승상을 잡을 증거가 필요했다.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동창으로 모든 허물을 돌릴 것이다.

“저 사람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때 주여전이 나섰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는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믿는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면 큰 정치를 할 수 없다. 못 믿을 이유가 명확해 보여도 믿는 방향에서 살펴본다. 그래야 한다. 군자君子는.”

일전에 오의붕경의 추란이 와서 도와달란 말에 묵진휘가 무악산을 갔다 실종된 것이 떠오른 주여전이기에 우려를 말해보았으나 이황야의 확고한 대답에 더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떠나도록 하라.”

마음을 정하면 단숨에 실행에 옮기는 이황야였다. 묵진휘에게 바로 떠나라 말한다.



“아직도 놈을 찾지 못했단 말인가?”

“금의위 무인들이 놈을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승상의 질타에 바짝 긴장한 수하가 애매한 대답을 한다. 잡을 수 있다는 말인지, 흔적을 발견했다는 말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북경에 있는 수하가 무얼 알 것인가? 사승상이 한숨을 쉰다.

“휴~ 금의위 놈들 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구려.”

“제가 직접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소? 나야 도 시랑이 나선다면야 발 뻗고 잘 수 있지. 허허허. 만약 놈이 이황야 수중에라도 넘어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되오.”

“그럴 수는 없지요. 다녀 오도록 하겠습니다.”

“내 도 시랑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승상의 간곡한 표정에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도 시랑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내가 네 놈을 위해 그깟 녀석을 잡으러 가는 줄 아느냐? 나를 위해서다. 그 놈이 이황야에게로 넘어가면 나의 꿈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머저리 같은 놈. 이황야를 제거한 후 다음 차례는 네 놈이 될 것이다. 크하하하’



“모두 백여 명 가량 모였습니다.”

“면면이 어떠했소?”

제갈청의 보고에 맹주 운월자가 물었다.

장문인, 가주 연석회의에서는 결국 남궁가주의 제안대로 운월자가 사의辭意를 접고 맹주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각 문파와 가문에서 장로급 한두 명과 중견고수들을 보내왔습니다. 모두 각 문파의 정예들이라 할 만합니다.”

“다행이구려. 제갈군사는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맹주 자리에 있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배움은 시련이 훈련이라는 사실이오. 우리 앞에 닥친 시련은 결코 하늘이 우리를 시기해서 내리는 형벌이 아니오. 되려 하늘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리는 훈련의 과정이오. 나는 비록 지금 무림맹이 보잘것없지만 향후 무림의 큰 기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소. 허허허”

제갈청은 운월자가 갑자기 거인처럼 느껴졌다. 시련이 훈련임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운월자란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오늘처럼 기쁜 날도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정파 무림이 오늘처럼 단결한 적이 언제 또 있었습니까? 이번에 모인 무인들은 과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최정예라고 할만 합니다. 연무장에 모인 백여 명의 무인들을 둘러봤습니다만 그 기세가 가히 하늘을 뚫을 듯하고 땅을 뒤집을 듯하였습니다.”

허세학 부맹주였다. 항상 사람 좋은 얼굴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제갈청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출신이라면 허세학 부맹주 같은 자세를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세력에서 자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잘 되었소. 허부맹주께서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소. 총군사도 수고가 많았소. 허허허”

운월자가 허세학 부맹주와 제갈청을 칭찬하고 나선다. 칭찬만큼 맛있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제갈청은 무림맹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강렬한 예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은 허세학 부맹주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허락하신다면 이번에 모인 무인들로 구성된 특별부대는 제가 앞장서 이끌고 싶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야 허부맹주께서 수고해 주신다면 더 말할 것이 무엇 있겠소? 그저 고마울 뿐이요. 허허허”

그렇게, 무림맹의 특별부대는 허세학 부맹주가 이끌게 되었다.



“천주대가 남경에 도착했다는군.”

검마존이 앞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도마존과 권마존에게 지나가는 투로 가볍게 말했다. 두 사람도 이미 천주대가 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검마존의 말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무림맹에서도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최정예들이 모이기로 했다더군.”

“두 세력이 다투는 일이 없어야겠군.”

“주의를 줬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네.”

“그래야지. 드디어 자유를 찾고 중원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는데 일을 그르칠 수야 없겠지.”

“그런데, 난 조금 걱정되는 것이 있네.”

불쑥 도마존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검마존과 권마존은 조금 놀랐다. 직선적이지만 항상 밝은 얼굴의 도마존이다. 도마존의 입에서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언제였던가?

“무엇이 걱정된단 말인가?”

“마교의 기질을 잃을까 봐 걱정이네.”

“마교의 기질?”

“그렇네. 언제부턴가 마교는 거칠고 억센 기질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네. 직선적이지. 반면 정파 놈들은 유들유들하지. 곡선적이고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듯하단 말일세. 나는 무인에게는 마교의 기질이 보다 적합하다 생각하네. 그런 기질은 청해의 거칠고 메마른 환경에서 길러지고 다듬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데 우리가 중원으로 들어오면 우리도 정파 놈들처럼 변할 것 같아 걱정이란 말이네.”

도마존이 이미 기질이 변하기라도 한 듯 걱정스럽게 말했다. 도마존의 말에 검마존과 권마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 것이다.

사람에게 환경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 청해의 거칠고 황량한 환경은 마교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강북과 강남 무공의 특색이 매우 다른데, 이도 기후 등 환경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강북은 힘을 바탕으로 강직하고 패도적인 반면 강남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변화를 즐긴다.

검마존과 권마존은 도마존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도 마교가 마교 같지 않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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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2. 동문同門 +3 17.10.25 1,915 45 10쪽
212 211. 속임수 +3 17.10.22 1,957 47 10쪽
211 210. 출발出發 +3 17.10.18 1,965 46 10쪽
» 209. 비열한 원한怨恨 +5 17.10.15 2,035 44 10쪽
209 208. 의외의 방문 +4 17.10.11 2,205 45 9쪽
208 207. 결의決意 +3 17.10.07 2,063 44 11쪽
207 206. 재편再編 +3 17.09.30 2,283 46 11쪽
206 205. 대장정大長程 +2 17.09.28 2,378 41 10쪽
205 204. 각성覺性 +2 17.09.26 2,284 44 10쪽
204 203. 제압制壓 +2 17.09.23 2,141 45 10쪽
203 202. 발각發覺 +2 17.09.21 2,151 44 11쪽
202 201. 양동작전陽動作戰 +2 17.09.19 2,067 44 9쪽
201 200. 마지막 조각 +2 17.09.12 2,126 44 9쪽
200 199. 빈 틈 +3 17.09.09 2,159 46 10쪽
199 198. 보약補藥 +2 17.09.09 2,045 40 9쪽
198 197. 전야前夜 +2 17.09.06 2,194 46 10쪽
197 196. 탈취명령 +2 17.09.03 2,107 4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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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3. 사형제師兄弟 +4 17.08.23 2,358 5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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