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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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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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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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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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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3. 사령주四領主

DUMMY

“악양루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은 한 폭의 그림이었어요. 그 붉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노을 빛을 잊을 수 없어요.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황학루도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구요. 아빠도 꼭 한번 보셔야 해요. 다음에 같이 가요 네? 아빠~”

유혜연이 교주에게 무한 여행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면서 교주를 조르고 있었다. 파파는 조잘거리는 유혜연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다.

“나도 이미 다 본 것이다.”

교주가 덤덤히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새끼 새처럼 조잘거리는 딸을 한없이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보시고 지금 감동도 없이 ‘나도 봤다’고 말씀하시니 그것이 어떻게 본 것이겠어요? 저랑 다시 보러 가요. 네~”

유혜연이 교주를 압박하고 있었다.

유혜연은 교주 앞에서 항상 떼쟁이가 되었고, 천하를 오시傲視하는 교주도 딸 앞에서는 항상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전히 옆에서 파파 서은후가 웃고 있다. 서은후는 유혜연의 떼 부리는 모습, 교주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항상 보기 좋았다. 자신이 예전부터 그러했던가? 하는 생각도 가끔 했다. 아마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래. 다음에 같이 가자”

결국 교주가 항복했다.

“약속해요. 내년 가을에 같이 가는 거예요.”

유혜연이 날짜까지 넣어 못을 박으며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펴서 교주에게 내밀었다.

“이러지 않아도 약속을 지키마. 옆에 파파도 계신데 애기처럼 떼 부리면 되겠느냐?”

교주가 차마 파파 앞에서 새끼 손가락 걸며 약속하는 것이 쑥스러운 듯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신경쓰지 마시오 교주. 늙어 눈이 멀었구려.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소”

파파가 눈을 감고 능청스럽게 말했고, 교주는 하는 수 없이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 유혜연의 새끼 손가락과 맞걸었다.

“헤헤헤~”

유혜연이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교주에게 유혜연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여식이었다. 사랑하는 부인이 유혜연을 낳고 산고産苦로 얼마 후 죽었다. 그렇게 유혜연은 사랑하는 부인과 맞바꾼 딸이었고, 부인에 대한 사랑까지 유혜연에게 겹쳐져 버렸다. 그런 유혜연을 파파가 유모처럼 돌보며 키운 것이다.

“그래, 아빠에게 더 해줄 얘기는 없느냐? 혹시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다거나···”

교주가 넌지시 물었고 유혜연은 한동안 생각해보더니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떤 놈팡이와 같이 다녔다면서?”

결국, 교주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우며 유혜연에게 물었고 파파까지 힐끗 쳐다봤다.

“아~ 오라버니 같은 사람을 한 사람 사귀었어요. 얼굴도 잘생겼고 무공도 고강高强해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우리가 마교라는 걸 알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요. 편견이 없어요. 전 그처럼 편견 없는 사람이 좋아요”

유혜연이 거리낄 것이 뭐 있냐는 듯 스스럼없이 말했다.

교주는 유혜연의 그런 스스럼없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마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어린 유혜연 마저 그런 사실을 신경 쓰고 있었다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동시에 분노도 피어 올랐다.

“상당히 괜찮은 젊은 친구였소. 무공도 고강高强해서 나도 그 끝을 짐작하기 어려웠소. 혜연이 말대로 편견도 없었소”

서은후가 덧붙였다. 교주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파파가 다 볼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무공에다 마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젊은 친구라···짐작하기 어렵군요.”

교주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을 땐 습관처럼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던 것이다.

“세상엔 모래알처럼 많은 기인이사가 있다 하니 그런 친구가 없으리란 법도 없지요. 아무튼 봄에 난주에 오기로 했으니 그때 다시 살펴보리다”

서은후가 교주의 걱정을 이해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

유혜연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아빠도 같이 봐요’라는 눈빛을 교주에게 쏘아 보냈다.



커다란 탁자 끝에 교주가 앉아 있고 탁자 옆 좌우로 두 사람씩, 모두 네 사람의 노인이 교주와 함께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교주와 한 탁자에 마주보고 앉을 수 없었는데, 그 전통이라면 전통이랄 수 있는 것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교주가 두 계단 정도 높은 곳에 있는 태사의太絲椅에 앉았고 알현謁見하는 사람은 계단 밑에 서거나 부복俯伏한 채였다. 원로나 장로급 이상이 모여 장시간 회의를 하는 경우에는, 교주가 태사의에 앉고 계단 밑에 좌우로 길게 탁자를 마련하여 앉아 회의를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십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우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교주를 알현합니다.”

네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숙여 교주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소. 이렇듯 건강한 모습을 보니 나도 무척 기쁘오.”

교주가 인사를 받았다.

“저희들이야 말로 교주께 감사드려야지요. 교주의 배려가 없었다면 어찌 오늘 같은 날이 있었겠습니까?”

네 사람의 노인 중 유독 얼굴이 붉은 노인이 교주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다섯 사람은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교주 집무실에서 다섯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마교 총군사 갈군형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앞으로의 행보行步를 고민하고 있었다.

드디어 사령주四領主가 출관했다. 이십 여 년 만이다. 삼십 대의 젊은 나이에 즉위한 교주는 마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네 가문의 가주를 은밀히 불렀다. 중원에 세가勢家가 있듯 마교에도 가문이 있었다. 마교는 주로 개인신도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문 전체가 교리敎理를 받아들인 곳도 많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교敎에 충실하고 세력이 커진 거대가문이 자연히 형성되어졌던 것이다. 그런 거대가문은 마교 총단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개인신도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교주가 거대 가문의 네 가주를 조용히 불러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마교에서 교주의 권위와 지위는 절대적이다. 통상 아무리 거대 가문의 가주라고 하나 교주가 명령을 내리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즉, 명령을 내리면 충분한 것을 젊은 교주는 가주들에게 제안했고, 가주들은 교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후 지난 이십 여 년 동안 네 명의 가주는 교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폐관에 들어간 것이었다.

총군사인 자신이야 교주로부터 직접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교주의 제안이 무엇이었는지 교에서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교주가 가주들에게 제안한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마교에는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신공神功이 몇 개 있었다. 모두 천마의 무공이었다. 교주가 그들 중 천마참天魔斬을 제외한 나머지 신공을 네 명의 가주에게 공개하여 익힐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네 거대가문을 영주화하여 교주의 권력을 분할해주고 권력의 세습을 인정하겠다고도 했다.

마교에서는 내분이나 혼란을 경계하여, 교주를 절대권력화 했고 세습시켰다. 그리고 힘으로써 이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천마天魔의 무공을 교주만이 열람하고 익힐 수 있게 하였다. 교주를 제외한 나머지 권력에 세습은 없었다. 교주가 그런 불문율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그런 혜택의 대가로 교주가 네 명의 가주들에게 요구한 것이 이십 년의 폐관수련이었다.

이제 그들이 폐관을 마치고 일월성신日月星辰 사령주가 되어 출관했으니 자신은 이를 바탕으로 교의 전략을 새로 짜야 했다.



“소교주께서는 벌써 헌헌장부가 되셨겠습니다.”

얼굴이 붉어 보이는 노인이 말했다.

“그 녀석도 폐관에 든 지 오래라 나도 근래에 본 적이 없소. 허허”

“아기씨께서는 아리따운 소저가 되셨겠군요. 보고 싶습니다. 하하”

이번에는 청순한 선비형의 노인이 말했다.

“말괄량이일 뿐이오. 다음에 볼 기회가 있거든 따끔하게 가르쳐주시오. 나는 이미 그 녀석을 어찌할 수 없게 되었소. 하하하”

“하하하핫”

교주의 엄살에 네 명의 노인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함께 웃었다.

“찾으시는 물건은 다 찾으셨습니까?”

네 명의 노인 중 제일 젊어 보이는 노인이 물었다.

“아직이오. 겨우 두 개 찾았소. 아직 몇 개나 더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소. 하지만 근자에 들어 약간의 재미있는 단서가 드러나고 있소. 이제까지 기다려 왔는데 조금 더 못 기다리겠소? 내가 기다리는 것 하나는 아마 천하제일일거외다. 하하하”

교주가 호탕하게 웃었다.

네 명의 노인은 인정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교주가 천하제일인이라고.


노인들은 이십 여 년간의 폐관수련을 통해 무공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폐관에 들기 전 자신들도 이미 절정 이상의 경지에 있었다. 하지만 폐관에 들어 알게 되었다. 자신들이 익힌 무공은 그저 그렇고 그런 무공일 뿐이었다. 우물 안의 세계였던 것이다. 신공이라 이름 붙은 교주의 무공은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신공을 익히기 시작하면서야 겨우 우물 안에서 나오게 되었다.

우물 밖에서 바라본 하늘이 얼마나 넓고 높은지 처음에는 탄성을 질렀고 탄성은 곧 좌절로 이어졌다. 이 넓고 높은 하늘에 언제쯤 닿을 수 있을지 막막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십여 년의 노력과 교주의 지속적인 배려로 절망을 뚫고 이제 나름 하늘 끝 한 자락에 닿았다고 자신했다.


교주를 제외한 누가 있어 감히 자신들의 하늘에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일월성신日月星辰이라 불리울 네 노인, 사령주四領主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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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표면表面과 이면裏面 +3 16.12.18 4,110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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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요동搖動 +3 16.12.16 4,216 54 11쪽
35 34. 독대獨對 +3 16.12.16 3,976 58 12쪽
» 33. 사령주四領主 +4 16.12.16 4,048 52 10쪽
33 32. 국면局面 변화 +2 16.12.16 4,172 54 11쪽
32 31. 기품氣稟 +3 16.12.14 4,275 56 10쪽
31 30. 이황야 +2 16.12.14 4,215 58 11쪽
30 29. 은밀한 전운戰雲 +3 16.12.14 4,330 57 11쪽
29 28. 짧은 이별 +3 16.12.13 4,487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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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어지러워 지는 영웅대회 +2 16.12.07 4,614 5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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