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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42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7 06:00
조회
226
추천
7
글자
7쪽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DUMMY

- 인한아, 인희야, 너그는 여기 있어.


“왜, 왜요?”


- 아주 안 좋은 냄새가 나. 이거 시체 냄샌디? 절대 오지마! 딱 거기서 기다려!


“예에?”


순덕이 냄새가 나는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냄새는 내려오던 길 오른편 언덕 너머에서 흘러왔다.


순덕이 냄새를 따라 언덕을 넘었다.


언덕 너머에 또 다른 언덕이 보였고, 그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 희한한 건축물이 보였다.


그곳에는 널빤지와 철창, 비닐 등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건축물이 있었다.


집도 아닌 괴상한 모양의 건축물은 일반 집보다 낮은 높이로 서로 이어져있었는데, 꽤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냄새는 그 안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개로 보이는 귀신도 몇 보였다.


순덕은 보자마자 그게 개농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전에도 개농장은 본 적이 있었다.


개농장 안에 갇혀 있는 개들을 볼 때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눈을 돌리던 기억도 떠올랐다.


도와줄 수도 없는데 그 맑은 눈을 마주보는 게 늘 부담스러웠다.


그때마다 이유 모를 죄책감이 순덕을 감쌌던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지금 개농장은 순덕이 본 어떤 개농장보다 더럽고 흉했다.


순덕이 본능적으로 긴장한 채 개농장으로 접근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개농장에 사람은 없는지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덕이 철창문 앞으로 다가갔을 때 이승이 지옥이라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밖에서 보이는 개농장 안쪽의 참상은 지독해서 순덕의 눈동자가 절로 거세게 흔들렸다.


순덕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쌍욕이 튀어나왔다.


- 이런 쳐 죽일 새끼가 있어? 도대체 이따위 짓을 한 놈이 누구여! (으르르릉, 으르르르릉, 월! 월!)


이 추운 날에 철창 사이로 갇혀 있는 개들이 보였다.


개들은 철창 안에서 살점 하나 없이 말라비틀어져 죽어 있었다.


철창 앞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보이는 덩어리가 얼어 있었다.


죽은 개는 그 방향을 향한 채 굳은 상태였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인두껍을 쓰고, 이따위 잔인한 짓을 한 겨?’


개농장 안을 들여다보던 순덕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순덕은 철창문 아래의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도 많은 개들이 이미 죽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그 개들 앞에도 역시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끈에 조여진 목으로 음식물 근처에도 갈 수 없었던 개들은 고개를 음식물로 향한 채로 얼어서 또는 굶어서 죽었음이 분명했다.


냄새는 죽은 개의 시체들과 음식물이 썩은 냄새, 아무데나 쌓여있는 개들의 배설물 냄새가 섞인 채 아주 오랫동안 쌓여 나는 냄새였다.


겨울의 냉랭한 날씨도 그 냄새를 없애지 못했다.


개농장 한쪽에는 개를 도살한 흔적마저 보였다.


아무렇게나 놓인 녹슨 칼에 파여진 나무도마가 개들의 생명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개들을 여기서 해친 걸까?


아무리 개이기로서니 개 앞에서 개를 죽였다고?


순덕은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개 주인에게 진한 살심을 느꼈다.


‘어떤 새끼가 생명을 이따구로 취급혀? 이게 사람새끼여?’


죽은 개들 사이로 순덕을 쳐다보는 눈동자들이 보였다.


살아 있는 게 용하다 할 만큼 말라 있었다.


공포에 떠는 눈동자들이 순덕을 향했다.


순덕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제 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도 느끼지 못했다.


순식간에 몸이 황소만큼이나 거대해진 순덕이 앞발로 살아있는 개가 들어있는 철창의 자물쇠들을 후려쳤다.


자물쇠들은 마치 석탄부스러기마냥 부서졌다.


그러나 정작 개들은 철창문이 열렸음에도 나오지 못했다.


생전 철창 밖으로 나온 적도 없거니와 순덕의 모습에 놀라서 더 그랬다.


순덕이 소리쳤다.


- 어서 안 나와? 죽고 싶어? (그르르릉, 컹! 컹!)


- 저희 살려주시나요? (워워월)


- 잉? 내 말 알아들어? (워워워월)


- 네, 알아듣죠. (우오월)


순덕이 하는 말을 개들이 알아듣고 있었다.


그제야 순덕은 다시 한 번 ‘아, 나 지금 개구먼’하고 깨달았다.


순덕이 거침없이 말했다.


- 어디 산 놈 있으면 대답해, 문 열어 줄 테니 (컹, 그르르 컹! 컹!)


- 여기요. (깨갱, 깨갱)


- 여기도요. (깽, 깨갱)


순덕은 앞발로 살아있는 개들이 있는 문마다 쳐서 부쉈다.


목이 쇠줄로 묶여 있는 녀석의 목줄도 순덕의 이빨 앞에서는 무력했다.


40여 마리로 보이는 개 중에 살아남은 개는 겨우 다섯 마리.


얼마나 오랫동안 못 먹은 건지 뼈만 보일 정도로 말랐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 개농장 주인이라는 놈이 그냥 개들을 굶어죽으라고 방치한 것이 확실했다.


처음 순덕이 문을 열어주었을 때 개들은 선뜻 철창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 어여 나와. (월! 월!)


- 못 나가요. 나가본 적이 없어요. (우워우워우워 월)


태어나서 철창 바깥의 세상을 디뎌보지 않았다는 말에 순덕의 말문이 막혔다.


- 살고 싶어? (우월, 월!)


- 네 (월)


- 그럼 내 말에 따라. 나와! (월, 월, 워워워 월)


- 무서워요. (끼잉끼잉)


- 내가 살려준다. 나 믿고 나와. (우월, 월, 워월!)


- ··· 아저씨 모습이 더 무서워요. (끼잉, 끼잉, 낑, 낑)


순덕이 그제야 깨달았다,


제가 불개로 변했다는 것을.


순덕이 주문을 외자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 어여 나와! 여기는 이제 불로 태워버릴 거여. (월! 월! 워워워월, 월!)


- 으으으으으, 무서워. (끼-잉, 끼-잉)


개들은 철창 밖으로 앞발 한쪽을 내놓고 들이기를 수차례 했다.


순덕의 시퍼런 서슬 같은 기세에 눌린 개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봤다.


한 마리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떨리는 발을 철창 밖으로 디뎠다.


한 마리가 나오기 시작하니 다른 놈들도 잇따라 따라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돕던 순덕이 물었다.


- 다 나온 겨? (우-어)


어디선가 낑낑 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순덕이 소리를 좇아 구석진 틈으로 머리를 박았다.


순덕은 개장 밑에서 목이 묶여 죽은 암컷 옆에 살아남은 강아지 한 마리를 찾아냈다.


그 옆으로는 이미 죽은, 다른 새끼들이 보였다.


귀신이 된 어미가 애처로운 눈으로 살아남은 강아지를 지키고 있었다.


이 농장에 다른 개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이 어미개 귀신은 강아지 때문에 떠나지 못한 걸까?


어미개는 순덕이 자기 새끼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 내 새끼 데려가 줘.


- 그려. 내가 잘 키울 테니 어여 좋은 곳으로 가.


- 고마워. 정말 고마워.


순덕이 강아지를 불렀다.


- 이놈아, 어여 나와, 아니면 너도 죽어. ( 워-월, 월, 워워월!)


- 힘이 없어요. (끼-잉, 끼잉)


- 살고 싶으면 젖 먹은 힘까지 끌어내. 나오기만 허면 내가 너 살려주마. (워워워워월, 워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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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예방접종(2) +10 21.06.09 204 10 7쪽
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59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1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7 7 7쪽
55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1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0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48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47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0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7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41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3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36 36화. 내가 다 예쁘게 망쳐줄게 +3 21.05.28 229 9 7쪽
35 35화. 승하의 남친 +5 21.05.27 239 9 7쪽
34 34화. 박 경사의 기억(2) +1 21.05.27 240 7 7쪽
33 33화. 박 경사의 기억(1) +8 21.05.26 241 8 7쪽
32 32화. 승하의 신고(2) +2 21.05.26 23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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