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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45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2 06:00
조회
220
추천
12
글자
7쪽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DUMMY

난영이 부풀어 오른 현수의 뺨에 손을 대려 하자 현수가 난영의 손을 홱 뿌리쳤다.


“씨발···.”


현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한숨만 쉬던 난영이 손수건을 가방에 넣고 이불을 뒤집어쓴 현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화 풀릴 때까지 가 있어. 이번엔 제발 말썽 부리지 말고, 알았어? 너도 네 몫은 챙겨야 살 거 아냐.”


난영이 현수에게서 몸을 돌릴 때 병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현준이 거만한 표정으로 들어서자 난영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현준아, 왔어? 도서실에서 바로 온 거야?”


“네, 엄마. 형은 좀 어때요?”


현준이 침대 가까이 와서 이불을 재껴보려 했지만 이불은 돌덩이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현준이 손을 바지에 찔러 넣은 채 느긋한 말투로 현수에게 말했다.


“형, 조심 좀 하지.”


난영은 거울을 보며 얼굴과 머리, 옷차림을 정리하며 현준에게 말했다.


“현수는 미국에 잠시 가 있을 거야. 네 아버지 성질이 어디 보통 성질이니? 어쩌겠어? 잠시 가 있어야지.”


난영의 말을 들은 현준이 피식거리며 현수에게 말했다.


“형, 가서 얌전히 있어. 1년 안에 돌아올 수 있게 아버지한테 내가 잘 말해 볼게.”


현수는 이불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새끼, 그게 감히 네가 나한테 할 소리야? 개새끼.’


난영이 현수에게 말했다.


“가서 네 짐 챙겨와야겠다. 현준아, 같이 가서 엄마 좀 도와줘.”


“형, 나 간다. 잘 다녀와.”


드르륵 하고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깍거리는 하이힐 소리와 또 다른 발소리가 함께 사라졌다.


이불속에서 현수가 꽤 오랜 시간 흘러나오는 눈물을 계속 손으로 훔치며 중얼거렸다.


‘씨발, 다음 주면 인희 방학인데···.’


***


인한과 인희는 다시 순덕과 마주앉았다.


순덕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순덕이 어떻게 박 경사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상했다.


궁금한 마음에 인희가 서둘러 물었다.


이제는 흰둥이가 순덕이 틀림없다고 믿는 인희였다.


“할머니, 그럼 박 경사 사건이라는 게 뭐예요?”


막상 인희의 질문을 들으니 순덕은 고민스러웠다.


자석 한글로 순덕이 본 영상을 어떻게 다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한참을 난감한 듯 앉아있던 순덕이 마침내 일어나 다시 글자 맞추기에 돌입했다.


- 사 건 영 상 보 여


글자를 읽던 인희의 눈이 커졌다.


“헐! 하, 할머니 기억도 막 읽고 그래요?”


- 사 건 만 가 끔


“그럼 다른 기억은요?”


순덕은 사실대로 말하면 곤란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몰 라


“다른 기억, 뭐, 이런 거 본 적 없다는 거죠?”


- 응


인한과 인희가 서로 얼굴을 한참 보다가 인한이 말을 이었다.


“그 사건 기억 때문에 박 경사에게 보여주라 하신 거예요?”


순덕이 ‘응’이라 맞춘 한글을 쳐다보았다.


“그럼 박 경사 사건이 보였어요? 언제요?”


- 경 찰 서


“아···.”


인한과 인희는 그제야 내용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할머니가 경찰서에서 박 경사가 맡은 어떤 사건 영상을 보았고, 그 영상에 검은 모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있었고, 음···. 그 남자가 자기가 찍힌 사진을 찾으러 우리 집에 왔고··· 그런 거예요?”


“그래서 박 경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라 하신 거죠?”


인한이 마무리 했다.


순덕이 격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순덕이 꼬리를 흔들다니, 인한과 인희는 어이없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인희가 질문을 이어갔다.


“할머니, 영상이 사람 보면 저절로 보여요?”


- 발 대 면


자석을 맞춘 순덕이 앞발을 턱하니 인한의 무릎에 놓았다.


화들짝 놀란 인한이 얼른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할머니라지만 기억이 읽힌다는 것이 좋은 기분일 수는 없었다.


- 안 보 여 사 건 업 서


인희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럼···, 사건만 보여요?”


- 그 런 가 바


순덕도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사건이 아닌 것이 보인 것은 인한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저를 보고 울던 장면이었다.


아, 이것도 사건이려나?


몸이 바뀐 순간이었을 테니까.


순덕이 다시 한글 맞추기를 했다.


- 올 해 말 까 지 조 심


흰둥이가 순덕인 것을 알고 나니 남매에게 순덕의 눈에 묻은 걱정이 보였다.


인희와 인한이 순덕을 한 번씩 껴안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그럼 1년 뒤에는 할머니 몸으로 돌아오시는 거 믿어도 돼요?”


- 응 (월)


“근데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오신 것은 기쁘지만 하필이면 수컷인 흰둥이 몸으로 들어올 건 뭐예요···.”


인희가 순덕 혈압 오를 이야기를 꺼냈다.


‘내 맘대로 되면 뭣하러 개 몸뚱이로 오겄냐.’


인희보다 답답한 것이 바로 순덕 자신이었다.




벌써 저녁이 되었다.


점심도 건너뛰고 이어진 대화는 일단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인희가 사료를 푸려다 멈췄다.


“할머니, 사료 어떻게 해요? 몰랐으면 모를까 할머니한테 사료를 줄 수는 없어요.”


그 말에도 순덕은 서슴없이 밥그릇을 사료포대 앞에 갖다 놓았다.


“그냥 사료 드실 거예요?”


‘내가 먹냐? 흰둥이 몸이 먹는 거지, 몸이 개인데 뭔 상관이여? 맛만 있더만. 내가 사람으로 돌아가면 먹겄냐? 지금이나 먹어보지.’


속으로 엄청 궁시렁거린 순덕이었다.


순덕에게 사료를 퍼준 인한과 인희가 밥을 챙겨와서 순덕 옆에서 먹었다.


남매는 먹는 내내 순덕에게는 사료를 주고, 자신들은 밥을 먹는다는 사실에 거친 모래를 삼키는 기분이었다.


인한은 순덕이 사료를 다 먹자 미안함이 묻은 어조로 말했다.


“할머니, 내일부터 뼈해장국 고기 갖다 드릴게요. 국물은 개한테 아니, 개 몸에 나쁘대요. 그러니 고기만 챙겨서 가져다 드릴게요.”




그날 이후로도 순덕의 하루 일과는 빡빡했다.


아침에는 인희의 등굣길에 앞장섰고, 집으로 돌아오면 인한이 나갈 때도 앞장섰다.


인희가 하교할 때가 되면 식당에서 기다리다가 마중을 가고, 인희가 저녁에 인한과 병원을 들러 집으로 올 때쯤 되면 집 앞 도로로 나가 기다렸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해하던 인희와 인한이었지만 시간이란 것이 참 무서운 것이었다.


인희가 방학을 하면서 집에 있게 되자 순덕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묘한 관계에 익숙해졌다.




며칠간 방학을 즐기던 인희는 인한이 출근하는 시간에 같이 집을 나섰다.


인희가 방학을 시작하자 며칠은 친구들과 잘 놀러 다녔다.


물론 저녁이면 꼭 식당으로 와서 같이 집에 갔다.


혼자 있게 되는 것은 순덕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인희는 뼈해장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에 등록을 했다.


아직 그 검은 모자의 남자가 잡혔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기에 언제 또 집으로 올지 불안하기도 했고, 3학년에 올라가니 미리 공부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한 선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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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59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1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56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7 7 7쪽
55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1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0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48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1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7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41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3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36 36화. 내가 다 예쁘게 망쳐줄게 +3 21.05.28 229 9 7쪽
35 35화. 승하의 남친 +5 21.05.27 239 9 7쪽
34 34화. 박 경사의 기억(2) +1 21.05.27 240 7 7쪽
33 33화. 박 경사의 기억(1) +8 21.05.26 241 8 7쪽
32 32화. 승하의 신고(2) +2 21.05.26 23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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