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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37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6 06:00
조회
240
추천
9
글자
7쪽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DUMMY

- ···예. 아부지, 다들 잘 있쥬? 근데 예전보단 귀신들이 더 잘 보이네유.


- 너가 저승 갔다 온 것도 있고, 지금 너 들어간 몸땡이가 개잖어. 개는 귀신 잘 봐.


- 옛날에 아부지랑 다닐 때도 산에서 종종 귀신은 봤쥬. 근데도 아부지 돌아가셨을 때는 지 눈에 안 보이셨잖유.


- 그려. 그랬지. 내가 그땐 여기 없었으니께 안 보인거지.


인한과 인희는 순덕이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만히 있자 순덕이 쳐다보는 곳에 뭐가 있나 싶어 같이 쳐다보았다.


인희가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 너그 외증조할아부지 오셨어.


“예?”


- 내가 저승 다녀와서 더 잘 보이기도 하구, 개 눈에는 귀신이 잘 보인다고 하시네.


인한과 인희는 그저 멀뚱멀뚱 순덕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순덕이 귀신을 본다는 말에 소름도 올라왔다.


그래도 내색할 만큼 눈치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뭐가 보여야 말이 통하지.


- 야야, 이게 얼마만이여. 흐음, 아휴, 좋-구나.


방장석은 마치 사람처럼 입마저 쩝쩝 대며 코로 연신 냄새를 들이켰다.


- 아후, 취헌다. 좋-구나. 앞으로 몇 달은 거뜬할 거여.


- 아니, 그럼 지가 몇 년에 한 번씩 가서 모셨을 때는 힘드셨겄슈.


- 얘기 했잖어, 차사 휴가 가면 내가 혔다고. 괜찮았구먼.


- 죄송해유. 근디 한 가지 의논드릴 게 있슈.


- 말혀봐.


- 지가 내후년에 저승을 가게 되면 애들이 아부지를 지대루 모시겄슈? 어째 절에라도 모실까유? 평생 흠향 걱정 안 허시게, 어뗘유?


- 니 생각대로 혀. 난 상관없어. 귀신이 흠향 안 한다고 죽는 거는 아녀. 배고파 그러지.


- 왜, 절에 모신다니 서운하셔유?


- 안 그려. 근디 너 내후년 오는 거는 확실 혀?


- 염라대왕과의 약속이유.


- ···그려?


어째 아버지의 반응이 묘했다.


‘표정이 왜 저러신댜?’


아버지의 반응에 순덕이 떠올렸던 의문은 옆에서 멀뚱거리는 눈으로 서있는 인한과 인희를 보면서 싹 잊혔다.


- 아부지, 손주들헌테 절 받으셔야쥬?


순덕이 인한과 인희에게 절을 시켰다.


- 인한아, 인희야, 어여 인사드려.


할머니가 시킬 때에는 항상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한과 인희는 순덕의 말에 따랐다.


- 오냐, 그려, 그려. 으허허허. 이런 날도 오는구먼.


기분이 좋아진 방장석이 인희를 보더니 순덕에게 한 마디 했다.


- 순덕아


- 예. 이 아이는 동물과 인연이 많구먼. 평생 동물을 옆에 끼고 살 팔자구먼.


- 그려유? 그럼 인한이는유?


- 너 하는 식당 맡으면 되지 않겄어? 둘 다 올해만 잘 넘기면 별 일 없겄구먼.


- 아부지, 그런 것두 봐유?


- 저승 오면 누구나 자연히 보여. 순덕아, 오늘 잘 허면 새 식구 생기겄다.


- 예? 그건 또 뭔 소리래유?


- 있어봐, 좋은 일 있을 테니. 그리고 오늘 납골당은 가지마.


- 예? 아니, 아부지, 왜유?


- 너야 상관 없어두 애들 운 안 좋을 땐 가는 거 아녀.


이렇게라도 아들 내외를 보나 싶었던 순덕의 목소리가 실망으로 팍 가라앉았다.


- 그럼··· 언제 가유?


- 운 펴면, 올해 지나고 운 펴면 그때나 가.


- 오늘 납골당 가면 아들 얼굴이라도 볼 줄 알았는디···.


- 아무리 애들 부모라도 운이 안 좋은 때 만나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겄어? 힘들어도 다음에 봐. 내 말 들어서 손해 없다.


- 알겄슈···.


***


성묘를 끝내고 내려오는 순덕의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짐도 가벼웠다.


싸갔던 소주는 무덤 주위에 다 뿌렸고, 가져갔던 육포와 과일은 순덕이 이야기하는 곳에 놓았다.


인희가 이런 것을 여기 놔도 되느냐 물었더니 먹을 놈들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인희는 산짐승이려니 했다.


인희가 챙긴 것은 빈 소주병과 사용했던 종이컵, 종이접시와 나무젓가락 등이었다.


인한과 인희에게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서 어색하고 심심했을 텐데도 묵묵히 순덕을 기다려준 것이 더 고마웠다.


순덕이 남매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 추운데 힘들었지?


인희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괜찮아요. 덕분에 외할아버지 묘소가 어디 있는지도 알았으니 만족해요.”


- 그려, 그려. 그리 생각해주면 고맙지.


“에이, 할머니, 우리가 남인가요? 왜 그러셔요. 섭섭하게.”


인한도 거들었다.


인희가 순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머니, 귀신도 보세요?”


- 아, 그거? 너그도 산에 오래 살면 자연 보여.


“그럼 산사람은 다 보나요?”


- 글쎄, 내가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봤던 거 같은디? 근디··· 나야 맨날 네 할아부지 뒤만 따라 댕겼으니 비슷한 사람끼리만 만났을 거 아녀. 못 보는 사람도 있지 않겄어?


“그럼 지금도 여기 어디에 보이세요?”


- 잉. 보여. 그런데 이상하게 꽤 많구먼.


인한이 놀래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할머니, 그럼 우리 해코지 하는 거 아녜요?”


- 그럴 힘이나 있겄냐? 아까 우리 음식 차리니께 쪼-금이래도 얻어먹으러 온 건디?


“아, 그래서 할머니가 음식 거기다 두라고 하신 거예요?”


- 그려, 그것도 있구, 거기 배고픈 산짐승도 있으니 귀신이 흠향하고 나면 나머지를 먹겄지.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인한이 갑자기 궁금한 게 많아졌다.


“할머니, 그럼 우리 사는 동네에도 있어요?”


- 있어. 가끔 봤구먼.


인한과 인희가 그 말에 놀란 토끼눈을 하고 서로를 보았다.


인희가 물었다.


“할머니, 그럼 그런 귀신들은 쫓아내야 하는 거 아녜요?”


- 뭐 땜시? 뭔 수로? 그네들은 그네들의 세상이 있는 거고, 우리는 우리 세상 사는건디 뭐 하러 간섭혀? 너한테 뭔 짓이라도 혔어?


“그건 아니지만 어떻게 귀신하고 한 공간에 살아요, 무서워서···.”


- 너나 다른 살아있는 사람한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니면 간섭 못 하는 거여. 그 귀신이 거기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 아녀. 오늘 빼고 내가 언제 귀신 얘기하디? 너는 너 세계나 신경 써. 죽은 귀신보다 산 사람이 무서운 법이여. 인두껍을 쓰고 귀신보다 못 한 놈들이 한둘이여? 인희, 너도 생각혀봐. 너는 이다음에 귀신 안 될 거 같어? 귀신 됐다고 이유도 없이 마구 쫓아내면 좋겄냐? 그것도 차별이여···.


잠시 말을 멈췄던 순덕이 다시 말을 이었다.


- 너 무섭다고, 너 싫다고 다 쫓아내면 그 세상은 행복할거 같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여. 옛말에 꽃가마 속에도 근심 있다 혔어. 근심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겄냐···.


인희는 속으로 말 꺼낸 것을 후회했다.


순덕이 말을 전달하는 방법을 깨우친 이후 잔소리가 늘었다.


‘저렇게 말하고 싶으셔서 어떻게 참았을까?’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순덕의 잔소리가 계속 되는 동안 인희 머릿속에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다시는 뭘 물어보나 봐라.’하고 결심하는 인희였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순덕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귀까지 쫑긋 세우고 코를 킁킁 거리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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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예방접종(2) +10 21.06.09 204 10 7쪽
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59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1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56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6 7 7쪽
»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1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0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48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47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0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6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41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3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36 36화. 내가 다 예쁘게 망쳐줄게 +3 21.05.28 229 9 7쪽
35 35화. 승하의 남친 +5 21.05.27 239 9 7쪽
34 34화. 박 경사의 기억(2) +1 21.05.27 240 7 7쪽
33 33화. 박 경사의 기억(1) +8 21.05.26 241 8 7쪽
32 32화. 승하의 신고(2) +2 21.05.26 23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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