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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36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3 06:00
조회
210
추천
7
글자
7쪽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DUMMY

인희는 아침이면 순덕과 인한과 함께 나와 근처 학원을 갔다.


식당이 한산해지는 늦은 점심때가 되면 식당으로 와서 밥을 먹고 쉬다가 인한과 순덕과 함께 퇴근을 같이해서 병원을 들렀다가 집으로 오는 하루가 이어졌다.


물론 순덕은 병원 근처에서 기다려야 했다.


남매가 병원에서 나오면 병실에서 간병인과 함께 하는 흰둥이의 근황을 전해주었다.


다른 날보다 햇볕이 조금 따뜻한 1월 하순, 방학한지 2주일째 되는 목요일이었다.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식당 뒤 비닐천막으로 들어가자 순덕이 인희를 반겼다.


인희가 순덕을 쓰다듬다가 껴안고 말했다.


“할머니, 우리도 날 따뜻해지면 놀러가요. 방학 끝나기 전에요.”


그때 뒤에서 천막이 열리며 말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누가 할머니야?”


양 주방장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서고 있었다.


아차 싶었던 인희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이내 자리를 잡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흰둥이 이름을 할머니라고 지었어요.”


“엥? 아니, 할머니는 좀 너무했다. 수놈이잖아?”


“누가 그러는데 수컷한테 할머니란 이름을 지으면 개가 오래 산대요.”


하마터면 순덕도 웃을 뻔했다.


아주 기가 막힌 대답이었다.


양 주방장의 표정이 희한하게 일그러졌다.


누가 봐도 ‘뭔 개소리야?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라는 사실을 몰라볼 수가 없었다.


“그냥 우리 또래들끼리 하는 말이예요. 그리고 저희 할머니 아직 병원에 계시잖아요. 그러니 이러면 할머니가 좀 빨리 회복되시려나 싶기도 해서요.”


순덕은 인희의 거짓말에 혀를 내둘렀다.


‘아이고, 이것이 점점 거짓말이 느는구먼.’


양 주방장은 인희의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은 알지만 사춘기 여아의 헛소리와 공상이려니 싶어 그냥 커피만 홀짝였다.


양 주방장이 마시는 커피냄새 사이로 순덕은 묘한 냄새를 맡았다.


아주 약했지만 분명 어디서 맡아본 냄새였다.


경계심에 발딱 일어난 순덕이 코를 한껏 높이 들고 킁킁거렸다.


인희가 놀래서 순덕을 쳐다보았다.


“할머니, 왜 그래···.”


인희의 말이 끝나기 전에 튀어나간 순덕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문가 쪽 테이블에 검은 모자를 쓴 그 남자가 껌을 씹으며 앉아 있었다.


눈을 굴리며 식당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검은 모자가 식당 뒤쪽에서 들어서는 흰둥이를 보았다.


‘응? 그때 그놈 같은데?’


검은 모자가 흰둥이를 보려고 엉거주춤 일어나는 순간 순덕이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인희도 순덕을 따라왔다가 검은 모자를 보았다.


순간 몸이 굳었지만 살며시 식당 문 뒤로 빠져나와 박 경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참 많이 담대해진 인희였다.


- 여보세요?


“그 남자, 검은 모자 남자가 여기 있어요.”


- ··· 뭐? 거기가 어디야?


“저희 식당이요, 뼈해장국 집.”


- 위치가 어디야?


“억, 몰라요? 아이씨···.”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올 뻔했던 인희가 재빨리 위치를 알렸다.


- 10분, 아니 5분이면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둬.


“아니, 제가 무슨 수로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이씨···.”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한 차례 주먹을 쥐었다 편 인희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모자는 아직 식당 안에 있었지만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인희가 검은 모자에게 다가갔다.


“뭐 드시겠어요? 우리 집 뼈해장국 정말 맛있어요.”


“됐어.”


그냥 나가려는 검은 모자를 인희가 얼떨결에 잡았다가 슬며시 놓았다.


“에이,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일단 맛이라도 보고 가세요. 맛없으면 돈 안 받을게요.”


검은 모자는 사전에 순덕네 식구들의 인적사항을 조사했었다.


물론 영재를 통해서였다.


이 아이가 그 집 손녀겠구나 싶었다.


애가 예쁘장한데다 장사 수완도 있어보였다.


개도 짖지 않는 걸 보니 그 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남자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주 맛있게 끓여드릴게요.”


인희가 주방으로 가서 양 주방장에게 말했다.


“아저씨, 아주 맛있게 한 그릇요.”


“예에-.”


경쾌한 음성으로 답하는 양 주방장을 뒤로 하고, 계속 상황을 주시하던 인한의 옷자락을 인희가 살짝 당겼다.


인한과 인희가 함께 식당 뒤로 나가자 순덕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검은 모자는 식당 카운터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껌을 질겅거리며 순덕의 스마트폰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쉴 새 없이 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밖으로 나온 인희가 인한에게 말했다.


“박 경사님 금방 오시겠지?”


“그럴 거야. 감시나 잘 하자. 뭐 서비스 줄 수 있는 거면 다 줘서 잡아둬야지.”


“아, 만두, 만두 내줘봐.”


“알았어.”


둘의 대화를 듣던 순덕이 식당 바깥을 돌아 식당 입구로 향했다.


‘튀면 내가 잡으면 되는 겨.’


겁도 없이 쓰윽 문 앞에 대기하고 선 순덕이었다.



검은 모자는 식당 카운터 뒤쪽에 여러 개의 서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운터 앞쪽도 서랍이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에 와서 따보면 된다.


없으면 다시 그 집으로 간다.


갈 때 개가 먹으면 잠들만한 먹이를 가져가야지.


검은 모자의 생각이 나래를 폈다.


계집애는 어디 가고 나이 지긋한 여종업원이 뼈해장국을 내왔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이건 서비스입니다.”


사근사근 웃으며 음식을 내놓는 종업원이 사라지자 검은 모자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 먹을 만한데.”


검은 모자가 잠시 카운터에서 시선을 거두고 음식 먹는 일에 집중했다.


연락한 지 15분이 다 되었다.


순덕은 도로에 차를 세우고 뛰어오는 박 경사를 보고 꼬리를 살랑거렸다.


박 경사 뒤로 파트너인 조 경장이 뒤따르고 있었다.


박 경사와 조 경장은 식당 앞에 이르자 숨을 고르고 심호흡을 한 뒤 식당에 들어섰다.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카운터가 제일 잘 보이는 대각선 앞쪽으로 검은 모자가 뼈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박 경사와 조 경장이 문 앞의 테이블에 마주 앉으며 뼈해장국을 시켰다.


앉은 자리에서 검은 모자가 얼굴을 보일 때마다 그놈이 맞는지 확인하려 애를 썼다.


이윽고 검은 모자가 식사를 마쳤다.


카운터에 와서 계산을 하면서도 그의 눈동자는 쉬지 않고 곳곳을 둘러봤다.


계산을 마친 뒤 문을 나가려던 검은 모자가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검은 모자는 카드를 쓰지 않았다.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던 순간 싸한 느낌에 재빨리 문을 나서려던 그의 앞을 박 경사가 막아섰다.


“김종호 맞지? 나 인천···.”


우당탕, 쨍그랑!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박 경사를 테이블로 밀어버린 검은 모자가 밖으로 튀었다.


박 경사의 옷 한쪽이 뜨거운 뼈해장국 국물에 젖었다.


하마터면 크게 데일 뻔했다.


박 경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이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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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예방접종(2) +10 21.06.09 204 10 7쪽
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59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1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56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6 7 7쪽
55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0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0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47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0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6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41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3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36 36화. 내가 다 예쁘게 망쳐줄게 +3 21.05.28 229 9 7쪽
35 35화. 승하의 남친 +5 21.05.27 239 9 7쪽
34 34화. 박 경사의 기억(2) +1 21.05.27 240 7 7쪽
33 33화. 박 경사의 기억(1) +8 21.05.26 241 8 7쪽
32 32화. 승하의 신고(2) +2 21.05.26 23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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