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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54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08 06:00
조회
221
추천
7
글자
7쪽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DUMMY

- 어른들 말씀이니 믿어야지. 나쁘다는 말은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좋아.


귀신이 말해줬다는 말에 인한이 할 말을 잃었다.


인한이 화제를 바꿨다.


“할머니, 배 안 고프셔요? 전 배고파요.”


- 그려. 인희 나오면 같이 집으로 가 먹자.


잠시 후 인희가 동물병원에서 나왔다.


- 어뗘?


“원장이 혀를 찼어요. 많이 안 좋다고. 일단 검사하고, 오물도 닦아내고, 약도 먹이고 있어요. 저보고 연휴 끝나면 오래요.”


- 그럼 됐어. 어여 가자.


셋이 집으로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


다음날 인희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걱정이 되서 연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탓이었다.


순덕이 드러누운 방으로 들어오는 인희의 표정이 밝았다.


- 어뗘? 살았어?


“흐흐흐흐흐. 살았어요. 원장님이 아직 퇴원은 이르다고 3일 있다가 데려가래요.”


- 고놈 이름은 뭐로 지을 겨?


“검둥이 어떠세요?”


- 아, 연탄맨치로 새까매서?


“예. 하얀 곳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때 자기 방에 있던 인한이 들어왔다.


“악바리는 어때?”


“에? 웬 악바리?”


“개가 많이 죽어있었다며? 거기서 살아남았잖아.”


인한은 개농장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다만 순덕이 들려준 이야기로 미루어 그 안에서 어리디 어린 새끼가 살아남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 그건 그려.


인희도 동감했다.


그러나 이름은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검둥이가 좋아. 오빤 싫어?”


“야,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싫다고 하는 게 좀 그렇잖아.”


인희의 웃음에 장난이 서렸다.


“그럼 가위바위보 해.”


눈치 빠른 인희를 인한이 이길 수 있을까?


순덕은 가끔 둘이 가위바위보를 하면 언제나 인희가 이겼던 것이 기억났다.


인한도 모르지 않았지만 인희가 하자 하니 또 따라준다.


결국 강아지 이름은 검둥이로 결정이 났다.


인희가 연신 야호거리며 온 방안을 겅중거리며 다녔다.


- 그럼 그렇지.


결과까지 본 순덕이 낮잠에 빠져들었다.


***


연휴가 끝나고, 2017년도 벌써 2월로 접어들었다.


인한과 인희는 저녁마다 순덕이 입원한 병원을 들렸다가 왔다.


흰둥이가 제법 사람 행세를 잘 하는 모양이었다.


이제는 수저로 밥 먹는 것은 잘 한다고 했다.


말귀도 어느 정도 알아듣고, 요양보호사가 시키는 대로 어설프게라도 세수나 목욕도 한다고 했다.


‘흰둥이가 용 됐구먼.’


내심 흰둥이에게 고마운 순덕이었다.


흰둥이가 제 몸을 지켜주는 것이니 왜 아니겠는가?




인희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연신 검둥이가 쓸 물품을 사러 다녔다.


순덕은 인희가 온통 검둥이에게만 신경 쓰자 뚱한 태도로 물었다.


- 아니, 있는 거 쓰면 안 되는 거여? 저기 흰둥이 때 산 거 많잖어?


“그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검둥이 잘 잠자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사료도 당장 어린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걸 줘야 하구요. 샴푸나 린스도 강아지용은 따로 있어요. 지금 같아선 영양제도 먹여야 할 거 같아요. 또···.


인희의 입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강아지용품이었다.


- 아, 됐어. 그냥 인희, 너가 알아서 혀.


순덕은 인희가 말하는 것들을 듣기만 해도 머리가 다 아팠다.


어차피 집에 들이기로 약속한 놈이다.


‘필요하니 사겄지.’하고 신경 끄기로 했다.




동물병원에 입원했던 검둥이가 인희 품에 안겨 집으로 왔다.


걷지도 못하던 놈이 아장대며 순덕에게로 왔다.


- 아저씨 (깨앵)


- 아저씨 아녀. 아줌마여, 아줌마.


검둥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순덕은 그제야 제 몸이 수컷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 아, 그려, 아저씨 혀. 아저씨.


검둥이 그제야 새끼손가락보다 짧은 꼬리를 연신 흔들어대며 순덕 근처로 와서 순덕의 입을 핥았다.


순간 순덕이 재빨리 고개를 뒤로 뺐다.


아무리 어린놈이지만 남의 입술을 함부로 핥다니!


사람이었던 순덕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검둥이는 여전히 다가와 핥아댔고, 마침내 순덕도 강아지를 핥아주었다.


- 그려. 지금은 내 몸도 개구먼. 못 핥아줄 이유가 뭐여.


검둥이는 앞발을 들어 애교스럽게 순덕을 건드렸다.


순덕의 몸 위로도 올라갔다가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순덕은 나 잡아 잡수 하는 태도로 내버려두었다.


한참을 순덕을 놀이터 삼아 놀던 놈이 인희가 부르는 소리에 순덕의 등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인희가 살짝 데운 우유로 검둥이를 유혹했다.


흰둥이가 어릴 때 쓰던 밥그릇조차 검둥이에게 컸다.


때문에 넙대대한 반찬그릇을 골라 검둥이 임시 밥그릇으로 썼다.


아장거리며 인희에게 다가간 검둥이가 짧은 혀로 오랫동안 우유를 먹었다.


먹성은 참 좋은 놈이었다.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검둥이는 볼록해진 배가 땅에 닿을 듯 커졌다.


- 인희야, 한 번에 너무 주지 마. 강아지 때 너무 밥을 한꺼번에 주면 이 똥배만 커지면서 다리가 보기 싫게 옆으로 딱 벌어져 버려. 그러니 적당히 자주 줘.


“아, 우유가 좀 많았어요?”


- 이놈 지금 배 봐.


“아, 하하하하하하.”


정말 검둥이 배가 방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입 주위에 우유가 하얗게 묻은 검둥이가 무거워진 배 때문에 어기적거리며 순덕에게로 왔다.


순덕이 검둥이의 입 주변을 핥아주자 졸렸는지 제 잠자리는 그냥 두고 순덕 품에서 잠이 들었다.


새근대며 자는 검둥이를 보며 순덕은 어미개의 당부를 떠올렸다.


- 내 새끼 데려가 줘.


얼마나 새끼가 걱정되었으면 저 세상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었던 걸까?


‘그려, 내가 약속한 거니 지킬 겨. 걱정 말어.’




검둥이가 온 첫날부터 순덕의 방은 이미 검둥이의 육아실이 되었다.


검둥이를 돌보느라 인희는 학원을 그만두었다.


- 아, 검둥이는 내가 보면 되지. 얘가 지금 먹고 자는 거 밖에 더 허겄어? 흰둥이 옛날 쓰던 우리 있잖어, 그걸로 울타리 치고 다녀오면 되는 거여.


“그럼 할머니가 저 데려다 주고, 데려오실 때는 어쩌시려고요? 그렇다고 검둥이 데리고 식당 가는 것도 아직 그렇잖아요. 저 학원 다닌 거 그때 그 검은 모자 쓴 도둑 때문에 그런 건데 잡혔잖아요. 안 가도 잘 할 수 있어요. 할머니, 저 못 믿어요?”


- 너를 못 믿겄냐? 그냥 상황이 그렇게 되면 자연히 공부도 안 하게 되니 그러는 거지.


“이마나 마빡이나.”


- 뭐시여?


“할머니가 예전에 자주 쓰시던 말 있잖아요. 그 말이 그 말이죠. 근데 제가 언제 한다고 하고 안 한 거 보셨어요?”


- 쩝.


“그럼 이번 달만 두고 보세요. 네?”


- 에휴, 몰러! 니 알아서 혀!


“흐흐흐흐흐.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검둥이하고도 말이 통하시잖아요?”


- 그런데 뭐?


“그거 텔레파시라는 거 아녜요?


- 텔 뭐?


“텔레파시라고 내가 막 어떤 걸 생각하거나 마음먹으면 멀리 있는 사람한테도 전해진다는 능력이요. 그거 아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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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2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56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8 7 7쪽
55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1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1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48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47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1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7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41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3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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