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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57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30 06:00
조회
223
추천
11
글자
7쪽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DUMMY

“전교 1등이 전부는 아니지. 혹시 알아? 내가 로맨스 작가라도 될지? 너 인생 길다. 나 같은 꿈나무를 뭉개는 그런 말은 범죄야, 범죄.”


결국 수영의 넉살에 애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훗날 방학이 시작된 뒤, 승하가 소년보호처분 8호라는 처분을 받고 1개월 간 소년원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후로 중3이 되어서는 부모가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는 말이 돌았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을 5일 앞두고 승하를 만난 그날 이후로 인하는 승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


인하를 데리러 개구멍으로 나가던 순덕은 묘한 냄새를 맡았다.


코를 벌렁거리며 빼꼼히 대문을 향해 고개를 디밀던 순덕이 검은 모자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누군겨?’


남자는 껌을 질겅거리며 대문 너머 거실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이자 순식간에 담을 넘었다.


‘어라?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겨?’


지켜보던 순덕이 개구멍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신발을 신은 채 순덕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순덕은 남자의 행태를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남자는 연신 껌을 씹어대며 순덕 방에 놓인 낮은 경대와 서랍들을 하나씩 열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한참 찾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어디 둔 거야···. 핸드폰을 집에 둔 게 아닌가?”


‘잉? 지금 내 폰 찾는 겨? 이거 웃기는 놈일세.’


그때 남자가 돌아서며 순덕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숨을 들이켜다 멈췄다.


남자 눈에는 순덕이 중강아지 정도로 보일 터였다.


남자가 상체와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숙여진 남자의 목 아래쪽 길게 꿰매진 상처가 살짝 보였다.


“우쭈쭈쭈, 워리워리, 착하지-.”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순덕이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순덕이 멀뚱멀뚱 쳐다만 보자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조심스레 한 발을 앞으로 떼며 순덕을 향해 다가왔다.


순덕이 두세 발 뒤로 물러섰다.


‘어쭈, 이놈이 뭐 혀?’


남자는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와 흰둥이를 살폈다.


순덕이 짖지 않자 이번에는 인한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 야! 이 도둑놈아, 지금 뭐하는 겨? (월! 우오오오오오월!)


순덕이 짖는 소리에 남자가 발걸음을 멈추고 순덕을 노려보다가 다시 자세를 낮추고 왼손을 내밀어 순덕을 불렀다.


“자, 자, 워리워리, 착하지-. 이리 와.”


순덕을 향해 계속 다가오자 순덕이 다시 물러나며 짖었다.


- 아니, 이놈이, 지금 뭐하는 겨? (월! 오오오월!)


남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땀마저 흘리며 순덕을 향해 애원하듯 내뱉었다.


“아-씨, 요놈의 개새끼가. 일을 다 망치고 지랄이야. 야, 임마, 그냥 물건 하나만 찾아 나갈 거라구. 그러니 좀 얌전히 있어라, 응?”


- 야, 이놈아, 그게 니 꺼여? 뭘 가져가? (월! 월월월!)


그 순간 담 너머 옆집 남자가 창문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입 안 다물어? 이거 몽둥이 어디 있어. 콱 쫓아가서 저 주둥이부터 패 버려야지, 이거 살 수가 없어!”


남자가 뛰어나오는지 현관문이 쾅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순덕네를 향했다.


“아이씨, 이 개새끼 때문에 일 다 망쳤네.”


거실에 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서며 순덕을 한번 노려보고는 재빨리 대문으로 향했다.


거칠게 문을 연 남자가 튀어나가자 순덕이 이를 드러내고 짖으며 그 뒤를 좇기 시작했다.


때마침 담벼락과 이어진 장독대에 올라선 이웃집 남자가 이 장면을 보았다.


벗겨지기 시작한 넓은 이마와 좁은 볼, 오종종하게 붙은 눈, 코, 입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남자는 근육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팔다리를 가졌다.


오른쪽 손에는 낡아서 털이 다 빠진 빗자루가 들려있었다.


“아니, 그럼 지금 이 집에 도둑이 든 거였어?”


멀리도 쫓아가는 흰둥이를 바라보던 옆집 남자가 흰둥이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대문으로 들어온 순덕과 옆집 남자의 눈이 딱 마주쳤다.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는 흰둥이가 완전한 성견이 아니긴 해도 가슴에 떡하니 우람한 근육이 붙어있었고, 앞발도 크다는 것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거기다 도둑까지 몰아내고 왔다.


남자가 들고 왔던 빗자루를 뒤로 숨기며 침을 꼴깍 삼켰다.


순덕은 돌아서서 두 발로 문을 닫았다.


‘어라? 개가 문도 닫아? 저놈 저거 보통 놈이 아니네.’


그 장면이 남자에게도 신기하게 보였다.


“···여태 짖어 댄 놈이 너냐? 짜식이, 그래도 대견하다, 도둑도 몰아내고. 앞으로는 좀 그만 짖어. 아주 시끄러 죽겠어.”


말을 끝낸 남자가 흰둥이를 살피면서 살금살금 장독대를 내려갔다.


- 아, 미안혀유. 좀 줄여볼 게유. (우오오오오오, 우오.)


듣기에도 공격적인 소리가 아니었다.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순덕은 언제든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인희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개구멍을 나선 순덕이 인희의 학교로 향했다.


순덕이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순덕의 스마트폰을 찾는 거 맞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순덕의 방으로 먼저 들어갔으며, 딱 스마트폰이 있을 법한 장소부터 뒤졌을까?


내 몸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그 얼굴, 도대체 어디서 봤더라?


순간 퍼뜩 떠오른 영상에 순덕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놈이여, 그놈. 박 경사, 그 양반 기억에서 본 놈. 그 여자 배를 차서 애기 떨어뜨렸다는 그놈! 그놈이 여기 왜 와야?’


그 순간 스마트폰에 찍었던 사진이 떠올랐다.


양 주방장과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던 그 사진 속 남자도 검은 모자였다.


‘아, 내가 찍은 사진이 혹시 그놈이여?’


순덕은 당황해서 인희에게 가다말고 제 자리에서 빙빙 돌았다.


이걸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전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한참을 돌던 순덕이 다시 인희네 학교로 출발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


마침 정문을 빠져나오는 인희를 보고 순덕이 달려갔다.


반갑게 맞아주는 인희를 보니 지금까지 고민하던 모든 것이 어깨너머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인희와 함께 나오던 친구들이 프로펠러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순덕의 꼬리를 보더니 깔깔거리고 웃었다.


“흰둥이가 꼬리를 조금만 더 빨리 돌리면 하늘도 날겠다. 하하하하하하.”


친구들과 헤어진 인희가 순덕에게 물었다.


“흰둥아, 오빠한테 갈까?”


- 그려. (월!)


“푸흐흐흐. 앞장 서.”


그 말에 순덕이 길잡이로 나섰다.


인희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 앞으로 가던 순덕이 갑자기 완구점 앞에서 멈추더니 창문 안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흰둥아, 왜 그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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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화. 예방접종(2) +10 21.06.09 204 10 7쪽
60 60화. 예방접종(1) +5 21.06.09 198 9 7쪽
59 59화. 검둥이야, 악바리야? +6 21.06.08 222 7 7쪽
58 58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3) +6 21.06.08 227 8 7쪽
57 57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2) +5 21.06.07 227 8 7쪽
56 56화. 검둥이와의 첫 만남(1) +6 21.06.07 228 7 7쪽
55 55화. 성묘 가서 생긴 일(3) +11 21.06.06 241 9 7쪽
54 54화. 성묘 가서 생긴 일(2) +6 21.06.06 222 7 7쪽
53 53화. 성묘 가서 생긴 일(1) +9 21.06.05 227 8 7쪽
52 52화. 제가 물으면 대답해줄까요? +6 21.06.05 220 6 8쪽
51 51화. 내말 들려? +10 21.06.04 234 10 7쪽
50 50화. 그놈이여, 그놈! +5 21.06.04 231 7 7쪽
49 49화. 이 승용차 당신 것이 맞죠? +9 21.06.03 228 10 7쪽
48 48화. 검은 모자를 잡아라 (1) +5 21.06.03 211 7 7쪽
47 47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3) +14 21.06.02 221 12 7쪽
46 46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2) +4 21.06.02 208 9 7쪽
45 45화. 내일 당장 미국으로 가! (1) +10 21.06.01 233 10 7쪽
44 44화. 범죄현장이 찍힌 거 같아요. +6 21.06.01 234 9 7쪽
43 43화. 이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거야 +12 21.05.31 225 11 7쪽
42 42화. 너 누구야! +6 21.05.31 232 10 7쪽
» 41화.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11 21.05.30 224 11 7쪽
40 40화. 이거 승하 전 남친 아냐? +5 21.05.30 226 9 7쪽
39 39화. 이게 주문이었어? +6 21.05.29 223 9 7쪽
38 38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2) +1 21.05.29 201 7 7쪽
37 37화. 그 새끼가 너 찍었어(1) +9 21.05.28 230 10 7쪽
36 36화. 내가 다 예쁘게 망쳐줄게 +3 21.05.28 230 9 7쪽
35 35화. 승하의 남친 +5 21.05.27 239 9 7쪽
34 34화. 박 경사의 기억(2) +1 21.05.27 240 7 7쪽
33 33화. 박 경사의 기억(1) +8 21.05.26 241 8 7쪽
32 32화. 승하의 신고(2) +2 21.05.26 23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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