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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이세계에서 나만 정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쓸개.
작품등록일 :
2023.02.10 16:03
최근연재일 :
2023.03.20 21:3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093
추천수 :
20
글자수 :
214,405

작성
23.0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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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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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쩐지 느낌이 쎄하더라니

DUMMY

“용사잖아요. 마왕과 싸우는 용사. 그리고 우리는 적이 아니라 동료고요. 서로의 등을 맡길, 신뢰해야할 동료.”


마지막은 그녀가 듣고 싶었을, 혼자 힘들게 싸우며 지쳤을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을 말을 해주었다.


“동료···. 맞아요. 우린 동료죠. 같이 싸우는 동료.”


지운의 말이 이자벨의 마음에 깃든 번뇌를 끊어냈다.

그녀의 얼굴은 괴로움도, 후회도, 근심도 없이 맑은 빛이 들어섰다.


“후후. 지켜준다는 말 믿을 거예요. 그러니 잘 부탁드려요? 참고로 전 이 레이피어를 사용해요. 지구에 있었을 때의 직업이 펜싱 선수였거든요.”


이자벨은 허리춤에 찬 레이피어를 두드렸다.


‘이렇게 되면 내 능력도 까야 되잖아!’


마법을 사용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공격마법이 없어 양심에 찔렸다.


‘아니야! 버퍼도 돕는 거라고!’


지운은 자기합리화로 자신의 양심을 속였다.


“저는 마법을 사용해요.”


“와! 직업이 마법사에요?”


“아하하. 뭐 그렇죠!”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마법사. 맞잖아?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걸!’


“근거리랑 원거리라, 꽤 궁합이 맞지 않나요?”


“아주 딱 맞네요. 하핫!”


“맞아! 마법 하니 생각나는 건데 연구 5실로 가보실래요?”


“연구 5실이요?”


“유일교는 마도구 연구에 적극적인가 봐요. 마탑이 독점적으로 연구하다시피 하지만 이곳에서도 자체적으로 연구한다더라고요.”


“마도구요?”


케이트의 집에 굴러다니던 마도구들도 꽤나 유용했던 터라 기대됐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연구동의 연구 5실로 가보세요! 제가 그곳에서 재밌는 걸 봤거든요. 정말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기- 아, 아니! 지금 건 못들은 거로 해줘요! 재미는 나중을 위해 남겨둬야 하니까!”


‘무기인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스킬을 메우기 위해 무기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뭘요. 우린 동료잖아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예요.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이자벨의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하네요.”


“물론이죠! 근데 걸리는 점이 있어요. 그걸 발견한 게 저 뿐만이 아닐 거라는 거예요.”


“뭐가 문제가 되나요?”


“발견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진 않죠. 진짜 문제는 그걸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뭐예요. 무기가 있는 곳을 알려준 거 아니었어요? 관람 말고 사용할 수 있는 거로 알려주신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검을 다루는 저는 사용할 수 없지만 마나를 다룰 줄 안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요.”


“누가요?”


“그걸 만드신 분이요.”


“사용에 문제는 없지만 용사 중에 쓸 수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는 거죠? 마나를 다룰 줄 몰라서.”


“네. 그런데 지운은 마법사라기에 이야기한 거예요.”


“아하. 알겠어요.”


이곳과 어울리지 않지만 마나로만 작동하는 재밌는 무기라.

수수께끼 같은 설명에 흥미가 돋았다.


‘공격마법만 쓸 줄 모르는데 마나로 다루는 무기라니!’


마치 딱 나를 위해 만든 것 같지 않나!


“연구 5실이에요!”


이자벨은 멀어져가는 지운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


“지운님은 절 닮으신 것 같습니다.”


연구동.

그 중 연구 5실로 향하던 중, 자힐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지운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듯 비실비실 미소가 떠올랐다.


“네? 제가요? 크흠. 제가 그렇게 잘생겼나요?”


“아, 물론 외적이 아니라 내적으로 말입니다.”


찬물을 끼얹는 말에 지운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지운이 진심을 담아 째려보자 자힐은 시선을 회피했다.


“방식 말입니다. 사람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유리하게 이용하는 그 수법.”


“참나. 뭐라는 거예요? 안 닮았거든요!”


지운이 썼던 방식은 감정에 동조하여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자힐이 사용하는 건 사람의 감정을 건드려 토해내게 하는 것.


‘그 기분 나쁜 방식이랑 결조차 다르다고!’


그때의 일을 되새기니 다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지운은 발을 쿵쿵 구르며 자힐의 앞을 질러나갔다.


연구동은 처음 와봤지만 매우 쉬운 구조로 되어있었다.

한 실이 해당 층을 모조리 쓰는 것이다.

지운은 모든 층을 관통하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연구실을 훑어봤다.

누가 왔는지조차 관심 둘 새 없이 바삐 움직이는 연구원들, 뭔지 모르겠지만 거대하고 멋있는 마도구들.


‘와··· 굉장한데?’


무기라는 것은 또 얼마나 굉장한 걸까?

이러다 광선검이 나오는 건 아닐지.

계단을 한 칸 오를수록 기대감이 상승했다.


그리고 가장 위층.

5층에 도달한 지운은 곧장 난간에 기대 밑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지나왔던 연구 4실이 보인다.

기둥에도 현재 층이 연구 5실이라고 적혀있다.


“여기가 진짜 연구 5실이라고?”


실망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연구 5실은 이전 층과 다르게 공방 같은 느낌이었다.

온갖 서류들과 자재가 널려있어 지저분하고 묘한 냄새가 풍겼다.

게다가 이전 연구실과는 다르게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의 가운을 입은 마네킹들이 바닥에 널려있을···


‘잠깐, 마네킹?’


의류 매장도 아니고 마네킹이 널려있을 리가!

휙!

바닥에 널려있던 마네킹이 고개를 쳐들었다.


“어···”


마네킹은 지운과 한참동안 시선을 교차하더니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어어! 용사님이시다!”


그의 외침에 곳곳에서 불쑥 팔다리가 튀어나오더니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용사님?”

“용사님이 또 오셨다고?”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다니···!”

“뜬다! 우리의 가치가 떠오른다!”


하나같이 퀭한 눈으로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사이로 호통이 내려쳤다.


“조용!”


소란이 진정되자 정수리가 번쩍이는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제가 이 연구 5실의 책임자. 수석 연구원 에반스입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에반스님. 좋은 무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게 됐어요.”


“또 그것입니까. 용사님들은 마나도 다룰 줄 모르면서 어째서 그것을 요구하십니까?”


에반스는 한탄하듯 중얼거리더니 가시 돋친 말로 쏘아붙였다.

온전히 자신을 향하지 않았지만 용사를 향한 막연한 적대감이 느껴졌다.


“수석님! 용사님께 그런 말을 하시다니요!”


“조용히 하거라! 그분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곤혹을 당하는 건 우리였지 않으냐!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퍼트리고 다니는 바람에 또 다시 우리가 위험해질 뻔했는데···.”


개탄하던 에반스는 혈압이 오르는지 벌게진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아닙니다.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건데 제발 관여하지 말아주십시오.”


조심스러운 물음에도 에반스는 손을 들어 거부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메이스를 꺼내든 자힐이 지운의 앞에 나섰다.


“지운님, 무례한 자의 머리에 예의를 새겨주어도 되겠습니까?”


“으아아! 머리통을 깨부수겠다는 소릴 고상하게도 하시네! 하지 마요!”


“무력을 행사하여도 제 대답은 같습니다! 마나를 다룰 줄 모른다면 어서 돌아가십시오!”


“그런데 저는 마나를-”


“불경하다! 감히 용사님께 무슨 망발이냐!”


“제가 마나를···”


“그러는 보좌신관인 당신이야말로 신께서 직접 선포하신 말씀을 거스르려는 것입니까!”


“이분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실 분이다! 결코 너 따위가 무시할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이다!”


두 사람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다.

연구 5실이 본적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치자 연구원들은 눈동자를 빛내며 돈을 걸었다.

정작 싸움을 일으킨 원인이다시피 한 지운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

지운은 참다못해 소리를 빽 질렀다.


“저는 마나를 다룰 줄 안다고요!”


안쓰러울 정도로 온 힘을 다한 지운의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대더니 이 순간만큼은 조용해 수치스러워졌다.

연구원들과 자힐의 시선까지 합쳐지자 지운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라고 말 좀 해보시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견원지간마냥 짖어대더니 참을 수 없는 정적이 흐른다.


“용사님께서 마나를 다룰 줄 아신다고요?”


에반스는 아직 맞지도 않은 메이스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니 사실을 확인해왔다.


“마법을 쓸 줄 안다니까 동료가 알려주었어요. 특이하고 재밌는 무기가 있다고.”


“아하! 마나를 다룰 줄 아셨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말도 못 꺼내게 했으면서?’


에반스를 째려보자 본인도 찔리는지 정수리를 닦아대며 허허실실 웃어댔다.


“기다려 보십시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프리실라!”


“네, 수석님!”


프리실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연구원들 머리 사이로 손을 들었다.


“그래! 가서 그걸 가져오거라.”


그녀는 알았다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길쭉한 무언가를 들고왔다.


“여기 있습니다!”


프리실라가 에반스에게 건넨 그것은 지운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만졌던 무기였다.


“···총?”


“용사님께서도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군요.”


“저희 세계에서는 보편적인 무기였달까요? 사용법도 방아쇠만 당기면 끝이라 어린애도 쓸 수 있었죠.”


“개미떼처럼 찾아왔던 이유가 납득되는 군요.”

“아하하.”


신전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용사를 상대로 신랄하다.


“하지만 이곳의 총. 아, 이제는 마도공학을 통한 개발로 마도총이라 총칭이 바뀐 이것의 정식 명칭은 m-21. 탄환으로는 마탄이라는 것을 사용하고 탄피 내부에 마나를 담아 쏘아냅니다.”


“그래서 마나를 다루는 사람만이 사용하는 군요?”


“맞습니다. 마나 한줌 없는 저 같은 경우는-”


탄창이 장전되어있는 것을 확인시켜준 뒤 직접 방아쇠를 당겨 시범을 보인다.

틱!

텅 빈 소리만 났지만 지운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장전되어있음에도 이렇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칼에 찔리면 아프지 않은 게 되는 건가요? 발사되면 어쩌려고요!”


“치료해주실 분이 바로 옆에 있잖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상큼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반스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빈 총도 함부로 사람을 향해 들이미는 게 아니건만!


“직접 눈앞에서 보여줘도 믿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아 무심코. 직접 시도해보라고 해도 이건 사기다! 라며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아···.”


충격요법이라는 건가?

어쨌든 심장에는 좋지 않다.


“그럼 저도 써볼 수 있을까요?”


“물론 안 됩니다.”


“네. ···네에?”


에반스는 반문하는 지운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듯 질색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용사님은 마나를 다룰 줄 아시지 않습니까. 발사되면 어쩌시려고요.”


“바로 옆에 치료해줄 사람이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죠!!!”


지운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총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의 디펜스는 대단했다!


“이이잇!!! 노인인 줄 알았더니 아직 정정하시네!”


“허허허! 저는 오래오래 살 예정이니 정정해야하지 않습니까?”


손자를 놀리듯 장난기 가득하던 에반스가 돌연 표정을 바꾸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어디서 정보가 흘러나간 건지 몰라도 마도총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거 불법이었어요?”


더러운 것을 만진 것처럼 손을 떼자 에반스가 시무룩해했다.


“끄응. 그렇게 따지고 들지 맙시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더니 생기를 되찾았다.


“그래도 저희를 도와주실 분이니 말씀드려야겠죠?”


‘아니야! 말하지 마!’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말을 자르려 했지만 그의 입이 더 빨랐다.


“마도총의 개발건은 벌써 2년 전에 폐기되었습니다. 정확히는 폐기했어야했죠. 이것이 아직 남아있는 이유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들어버렸어··· 이런 젠장! 사정을 알아버렸으니 관여될 수밖에 없잖아!’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용사님께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요? 어떻게 할까나~”


마도총과 시스템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 같다.

하지만 불길한 기운이 발목을 잡아채는 느낌이 들어 필사적으로 모르쇠를 했다.

그러자 에반스가 진짜로 지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용사님이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저희의 한을 풀어주십쇼!”


‘하··· 어쩐지 느낌이 쎄하더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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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돌아가고 싶어 23.03.20 7 0 12쪽
37 운과 나쁜 일이 일어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23.03.19 15 0 13쪽
36 금기어 23.03.18 10 0 12쪽
35 이번엔 지켜냈어 23.03.17 11 0 13쪽
34 직무유기 23.03.16 12 0 12쪽
33 미심쩍은 23.03.15 14 0 12쪽
32 저거는 구할 수가 없겠네 23.03.14 14 0 13쪽
31 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 23.03.13 14 0 13쪽
30 좀 닥치고 있어봐 23.03.12 18 0 13쪽
29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 23.03.11 13 0 12쪽
28 구해낼 수만 있으면 23.03.10 14 0 12쪽
27 강탈 23.03.09 15 0 12쪽
26 슬라임 23.03.08 14 0 13쪽
25 정의의 용사(2) 23.03.07 14 0 12쪽
24 정의의 용사(1) 23.03.06 16 0 13쪽
23 죄인 에반스(2) 23.03.05 14 0 14쪽
22 죄인 에반스(1) 23.03.04 15 0 14쪽
21 도움요청 23.03.03 16 0 12쪽
20 자기합리화 23.03.02 19 0 12쪽
19 의도하지 않은 23.03.01 19 0 12쪽
18 내가 왜? 23.02.28 19 0 12쪽
17 원래 인생이란 생각하는대로 굴러가지 않는 법 23.02.27 18 0 12쪽
» 어쩐지 느낌이 쎄하더라니 23.02.26 25 1 12쪽
15 용사와 영웅 23.02.25 25 1 12쪽
14 파벌 23.02.24 27 1 12쪽
13 그래 너 잘났다 23.02.23 31 1 13쪽
12 짜증날 정도로 부러운 23.02.22 37 1 12쪽
11 깐족거림은 그의 아이덴티티 23.02.21 34 1 12쪽
10 설득과 협박은 종이 한 장 차이 23.02.20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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