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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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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0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0.05.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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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DUMMY

벨로나는 이제 한숨도 잘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단지 자신 때문에 불침번을 서게된 카니엘에게 사과를 할 겸, 그리고 그의 각인진 문제를 해결 할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불면의 원인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카니엘의 입에서 동생의 이름이 불려졌고, 그의 입에서 살아난 동생과의 추억들이 벨로나의 숙면을 방해했던 것이었다.


무혼 반란 직후, 자신의 친한 친구가 죽었으며, 그 동생이 곤경에 처했다는 말을 동생이 한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벨로나는 스스로 또한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널리디 널린 고아의 이야기로 생각했고, 이후 곧바로 입대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그 아이의 이야기는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동생이 자신을 따라 입대한 이후, 벨로나는 다시금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형과의 전투에만 사활을 건 자신과 달리 동생은 시간이 날 때 마다 그 아이를 만나고 필요한 물품도 사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시세느가 입대를 한 것이 벨로나 입대 후 2년 뒤였기 때문에 분명 그 공백 기간에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들을 해줬을 것이고, 그 모든 것들이 카니엘의 말대로 그에게 많은 힘이 되어 주었으리라..


‘그래도 나한텐 누나가 있잖아. 만약 누나마저 없었다면 진짜 큰일 났겠지? 그런데 걘 그런 큰일난 상황이라고.”


동생이 카니엘을 만나러 갈때면 했던 말이 떠오른 벨로나는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했음을 깨달았다.

시세느의 관심 속에서 자라난 카니엘은 어느덧 자신의 휘하 병사로 옆에 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곁에 더이상 없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벨로나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동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 동이 트기까지는 시간이 있었고, 지금 잠을 청하면 그나마 몸의 피로는 어느정도 풀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벨로나는 잠을 자서는 안되었다.


그녀에게는 지난 4년 동안 고속행군에 가까운 거점 투입 작전을 직접 인솔하며, 이곳 8소초까지 온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벨로나는 침대에서 조심스레 일어나 머리 맡에 있는 월첨검을 챙겼다. 그리고는 경갑과 두건을 제외하고, 자신이 차고 왔던 모든 장비들을 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벨로나는 방 문에 바짝 다가서서 주변 인기척을 느끼며, 방문을 열고 복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들 고속 행군으로 지쳐 깊은 잠을 자고 있는듯 했고, 덕분에 벨로나는 누구도 마주치지 않고 소초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잠시 바람 쐬러 가십니까?”


하지만 한가지 잊은 사실. 여기 소초장 시거든은 허투로 경계를 서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은 그가 불침번을 서는 시간이었다.


“아..예. 잠이 오지 않아 잠시 걷다 오겠습니다.”


벨로나는 고개를 들어 한밤에도 이가 보일 정도로 큼직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시거든 소초장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잠이 안올 때는 잠시 걷다 오는 것이 좋더군요. 점점 구름이 끼기 시작하니 조심히 다녀오십시요!”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라는 듯 시거든은 시원 시원하게 벨로나를 배웅했고, 벨로나는 그에게 고개를 한번 숙인 뒤, 발을 풀고서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소초의 북동쪽 투입로였다.


거점 투입 작전 시, 소초간 이동로로 사용되는 외각 투입로는 8소초에서 끝나지 않았다. 투입로는 8소초를 지나 도시 연합과의 교역로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수색대원들은 그 길을 ‘잊혀진 사슴길’이라고 불렀다.


수색대조차 잘 다니지 않는 길인만큼 곳곳이 무너져 있고, 풀들도 무성했으며, 게다가 주변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벌목 구역이 아니었기에 그 길을 따라 걸어갈수록 동굴 속을 들어가듯 어두컴컴했다. 결코 산책을 목적으로 선택 할만한 길은 아니었지만, 벨로나가 이곳을 정기적으로 걸어야 할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법 억제제’


바르나프는 사제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약재를 대량으로 들여올 때, 마법 억제제 재료들을 조금씩 곁들이는 방법으로 재료들을 모아왔다. 문제는 그렇게 모두 모았을 때, 군장 한꾸러미 정도의 부피가 나온다는 것이었고, 때문에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인사차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전달하는 것도, 그렇다고 제3자를 매개로 전달하는 것도 벨로나의 비밀이 타인에게 알려진다는 점에서 마음 편한 방법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바르나프와 벨로나는 사제들의 감시를 피하면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도 전달 가능한 장소를 찾았고, 벨로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 ‘잊혀진 사슴길’을 지나야 했던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결코 당당한 이유로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 길을 걷는 벨로나의 마음은 불편했고, 발걸음 또한 무거웠다. 특히 이번에는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고, 결국 벨로나는 숨을 고르기 위해 발걸음을 잠시 멈춰야 했다.


그러나 별빛도 달빛도 심지어 바람마저도 빽빽한 숲에 차단 당한 듯한 ‘잊혀진 사슴길’에서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탁 트인 광경을 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 순간이었다.


빽빽한 숲에 내린 어둠에 아랑곳하지 않고, 빛을 내뿜고 있는 진월대가 보였다.


월영시 모든 것을 내려다 보는 그 건물은 월영시 밖에서도 마치 세상 모든 것을 감시한다는 듯이 그 존재를 뽐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벨로나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본능이랄 것이 그녀에게 한순간도 머뭇거려서는 안된다고 말하는듯 했고, 대부분 그런 느낌은 들어 맞았기 때문에 벨로나는 다시금 투입로로 내려와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점차 낮아지는 방책들 끝에 누구의 관리도 받지 않는듯한 허름한 2층짜리 초소가 나왔다. 도시연합과 적대적인 관계였던 월연방국 초창기 때 교역로를 감시하는 용도였던 그 초소는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잊혀진 초소였고, 벨로나와 바르나프가 찾아낸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다.


분명 그 초소 2층 어느 곳에 마법억제제 재료들이 놓여 있을 것이었다. 설사 어떤 방랑자가 이곳을 방문했다더라도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나무 계단을 올라 굳이 2층까지 올라서진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섰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서진 지붕 틈으로 들어온 눈이 호수처럼 한데 모여있고, 그 주위를 먼지들이 쌓여있어 한동안 그 누군가가 방문하지도, 그 어떤 것도 놓여진 적도 없었음을 알려 주었다.


‘스승님이 실수한건가? 날짜를 헷갈렸나? 전달자가 까먹은 것일까?’


쉴새 없이 달려와 심장이 야생마처럼 날뛰었지만, 눈 앞에 상황은 거기에 채찍질을 하는 겪이었다. 벨로나는 손이 잠시 떨릴정도로 당황한채 정신 없이 2층 바닥을 다시 한번 훓어 보았지만 허사였다.

위험을 무릎쓰고 불을 밝혀 볼까하던 벨로나는 이내 크게 숨을 들여쉬며 냉정을 되찾으려 했다. 적어도 짐이 놓여진 흔적이라든지 있던 짐을 누군가 가져간 흔적조차 없었기에 사제들이 들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고, 그럼 애초에 바르나프 측에서 실수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한번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러나 벨로나의 본능은 끊임 없이 그녀를 흔들었다. 항상 마법 억제제가 떨어갈 때쯤 연락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점을 항상 상승행군 시점과 맞췄기 때문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그럼 전달자에게 무슨일이 생긴 건가?’


그때였다.

창틀만 남아 있는 초소 창문 넘어에서 작은 불꽃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 불꽃이 올라온 방향은 진월대가 있는 곳이었고, 그래서인지 마치 사제들이 축하할 일이 생긴 것 마냥 느껴진 벨로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그 불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읖조리는 것이었다.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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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 개벽(開闢)_1화_ 선고 (1) 20.06.05 66 4 10쪽
34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2) +2 20.06.04 67 4 12쪽
33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1) 20.06.03 61 3 12쪽
32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2) 20.06.02 60 3 7쪽
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3 3 9쪽
30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3.끝) +2 20.06.01 60 3 9쪽
29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2) 20.06.01 61 3 11쪽
28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1) +2 20.05.31 65 4 8쪽
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1 4 12쪽
26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3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7 4 10쪽
2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3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89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5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5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09 5 10쪽
18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1) +1 20.05.21 102 7 7쪽
17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6화_ 거점 투입 20.05.19 115 5 11쪽
16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5화_담소 (談笑) +1 20.05.18 131 6 10쪽
15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20.05.18 120 6 9쪽
1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20.05.16 133 5 10쪽
1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 20.05.15 177 8 9쪽
1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2화_흠결 20.05.15 174 6 7쪽
1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1화_만인의 죄인 20.05.14 282 7 12쪽
10 1장 - 악몽(9) 20.05.14 248 6 12쪽
9 1장 - 악몽(8) 20.05.13 258 6 11쪽
8 1장 - 악몽(7) 20.05.13 288 7 8쪽
7 1장 - 악몽(6) 20.05.12 300 7 7쪽
6 1장 - 악몽(5) +2 20.05.12 399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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