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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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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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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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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DUMMY

어색한 공간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동류라고 생각되는 무리에 귀속되어 그 안에서 안식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안식을 찾아 모여든 무리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게 될 경우, 그 무리의 본질은 이전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안식을 찾아서 모인 이들이 오히려 주변 분위기를 위축 시키며 그것을 무리 스스로가 인지할 경우 권세가 되어 더욱더 세력을 떨치려 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이 밝아오는 시점. 즉, 달이 지는 시점에 다시금 달이 떠오르길 바라는 월몰 기도식에서 이러한 현상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었다.


진월대의 3층 대강당. 겨울임에도 마법으로 가꿔지는 정돈된 잔디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강당 중앙에는 거대한 달의 여신 석상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석상을 중심점으로 의자들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으며, 모든 진월대의 사제들이 각기의 자리에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지정된 자리는 없었지만 사제들 대부분은 안식을 찾아 자신이 속한 부서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그러나 부서가 다름에도 유독 정보부 사제들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집단이 대강당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기세라 불릴 수 있는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는 위축감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어디에 있는거냐.”


아침 시간대의 월몰 기도식에는 정해진 절차가 없었다. 간단히 목례만 하는 사제도 있을 정도였지만, 샤즐 노리탄은 이상하게 오래 앉아 있었고, 덕분에 페니탈 파트마 또한 반강제적으로 신앙심을 키우고 있을 때였다. 낮으막한 샤즐의 말소리에 페니탈은 스승이 달의 여신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 불편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이젠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다시피 상체를 펴서 둘러보는 샤즐의 모습에 페니탈이 결국 기도를 멈추고 그렇게 물었다.


“트리스트 녀석이 안 보이지 않느냐. 카릿치오스에서 돌아와서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아침 기도마저 빠트린다는 것은 뭔가 다른 짓을 한다는게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대체 누구보고 그런 감시를 맡겼는데 너는 이리도 태평한 것이냐.”


“트리스트 사제는 돌아온 뒤부터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스승님을 뵙자마자 보고 드렸을 텐데요. 벨로나 단장의 동향과 함께 말입니다.”


사제의 꾸지람에 페니탈은 볼멘 소리로 항변했다. 그리고 주어진 일을 철두철미하게 진행하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샤즐 노리탄은 괜한 심술을 부렸음을 인정해야 했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 왜 저들은 왜 무리지어서 떠날 생각을 안하는거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거 아니냔 말이지.”


스승이 인상을 팍 쓰면서 턱짓으로 가리킨 곳은 역시나 정보부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사제들 무리였고, 페니탈은 낮은 한숨과 함께 스승의 불안감을 잠재우려했다.


“보아하니 초입 사제들 위주인 것 같은데.. 기도 시간마저 소속된 부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싫은 거겠지요. 오히려 비슷한 처지의 사제들끼리 모이면 유대감도 생기고하니 선임사제와 함께 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 했을 겁니다.”


“그럼 왜 정보부를 중심으로 저렇게 모여있는거지?”

자신의 설명에도 스승의 불필요한 경계심이 누그러지지 않자 페니탈은 오히려 역공하기로 했다.


“글쎄요. 어떤 기대 때문일까요? 고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 같은? 제정론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이후 트리스트 사제만이 유일하게 고위 사제가 되었으니, 신입 사제들이 궁금한게 있겠지요. 부서 분위기라든지.”


“설마 트리스트가 직책을 미끼로 저렇게 세력을 모았다는거냐.”


“스승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어 조사하라고 하시면 하겠습니다. 하지만 스승님도 저들이 처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역공에도 샤즐의 의심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페니탈은 반포기한듯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


그리고 샤즐 노리탄 또한 애써 무시하고 싶은 제정론의 한계점이 거론되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제정론의 한계.

모든 마법사가 사제로 된다한들 사제가 되기 그 이전보다 지위가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미 고위 사제 직책은 월연방국을 건국한 건국 사제들이 꿰차고 있었고, 그에 비해서 신규 사제들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특출한 능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 진급은 어려웠다. 때문에 오히려 동일한 재능을 가지고 도시 연합 등지에서 활약할 경우 더 많은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저들에게 마법 능력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재능이라 생각하나 보지? 마법은 철저히 통제되고 감시 되어야 하는 힘이다. 일리오스 제국이 그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무혼 반란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전 대륙이 겪지 않았느냐.”


페니탈이 새겨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한 샤즐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잔소리를 이어가진 않았다. 자신도 과연 언제까지 이런 정체가 지탱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트리스트 감시는 철저히 하도록. 그리고 벨로나는 어쨌다고?”


페니탈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아까전에 말했던 보고 사항을 스승이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이 튼 직후, 자택에서 나와 바르나프 의학원에 들러 20분 가량 체류한 뒤, 곧바로 진월대의 집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이후 설표 군단의 군단장 및 지휘부가 그녀의 집무실을 방문 상승 행군 계획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승 행군이 내일이었던가?”


“예. 아마 그것 때문에 벨로나 또한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의 집무실에 있을 것으로 사료되나, 감시는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월하국, 월영국, 월광국으로 이뤄진인 월연방국은 인형과의 국경선에 각 국의 1개 군단을 파견하여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3개월을 주기로 파견된 군단을 교대하는데 그 교대를 위한 출정을 상승 행군이라 불렀고, 그 행군이 바로 내일 시작되는 것이었다.


“음? 설표 군단이 상승 행군을 하게 되면, 월영시의 상시군은 어떻게 되는거지? 흑표 군단 절반 밖에 없지 않느냐.”


월영시를 지키는 총 3개의 군단 중, 2개의 군단이 전선에 배치되는 셈이었고, 월영시 주둔군이 되는 흑표 군단의 경우, 절반이 카릿치오스에 파견 된 상황이었다. 그럴리 없겠지만 월영시가 대규모 공격을 받게 된다는 가정하 상시군이 부족한 상황이긴 했다.


“그 때문에 벨로나가 근처 월하시와 월광시에 1개 대대 규모의 군사 지원을 요청했고, 대외 협력부를 통해 각 도시의 담당 사제에 명령이 하달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뭐.. 늘 그렇듯 잘하고 있구만.”


샤즐의 말에 페니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페니탈 또한 그녀의 깔끔한 일처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트리스트에 대한 보고에 비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듯 하여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었다.


“···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벨로나와 바르나프와의 만남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으십니까?”


“음? 아아. 아침에 바르나프 의학원을 방문한 것 말이냐? 뭐.. 이미 벨로나가 그 의학원의 재학생이란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그렇게 주기적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도 벌써 4년째니 크게 신경쓸 거 없다.”


“하지만 스승님. 오랜 세월간 신뢰를 보여줬다고 해서 방심하는 것은 아닐까요? 특히 카릿치오스 일에 바르나프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럼 그 노력으로 트리스트와 바르나프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게 좋은듯 한데?”


“··· 그래도!”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초입 사제든 뭐든 붙여서 바르나프와 벨로나간에 뭔일을 하는지 감시하던지 하도록해. 필요 서류 있으면 집무실에 올려 놓고. 그 대신!”


샤즐 노리탄은 말을 이어가다 페니탈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맞은편에서 대거로 일어나는 정보부 소속 사제들과 그 주변 사제들에게 눈이 쏠렸고, 동시에 그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절대 트리스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말거라. 특히 신입 사제들과 어떤 교류의 장이 있었는지도 파악하고.”


그의 말에 일단 고개를 숙여 명령을 받든 페니탈이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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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1) 20.06.03 60 3 12쪽
32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2) 20.06.02 60 3 7쪽
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3 3 9쪽
30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3.끝) +2 20.06.01 60 3 9쪽
29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2) 20.06.01 61 3 11쪽
28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1) +2 20.05.31 65 4 8쪽
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1 4 12쪽
26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3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7 4 10쪽
2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3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89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5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20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4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0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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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20.05.18 120 6 9쪽
1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20.05.16 133 5 10쪽
1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 20.05.15 177 8 9쪽
1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2화_흠결 20.05.15 174 6 7쪽
1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1화_만인의 죄인 20.05.14 282 7 12쪽
10 1장 - 악몽(9) 20.05.14 24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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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장 - 악몽(7) 20.05.13 288 7 8쪽
7 1장 - 악몽(6) 20.05.12 300 7 7쪽
6 1장 - 악몽(5) +2 20.05.12 399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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