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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7,915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0.05.12 18:03
조회
398
추천
10
글자
8쪽

1장 - 악몽(5)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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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의 시덥지 않은 농담에 침묵한 카니엘은 이야기가 나온김에 자신의 첫 작전에 대해 잠시 떠올렸다. 목숨이 오가는 전투 속에서 잊을 수 없는 벨로나 단장의 모습과 그 때 나눴던 대화들... 그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눴던 사적인 대화 내용이 기억 나려는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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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숲 밖으로 걸어 나온 에스트가 거칠게 휘파람을 불었고, 그 소리와 함께 등장한 검은 물체에 위험을 알아차리는 본능이 번뜩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노란 눈빛과 초승달과 같이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그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


전체적으로 늑대의 모습이었으나 그 크기는 말 한 필과 대적했기에 풍기는 위압감은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였다.


“걸어서 복귀하다 동상 걸릴까 미리 빼놨지. 군에서 이 정도 복지는 당연히 제공해야하지 않겠어?”


현월수(弦月獸)라 불리는 그 검은 늑대 3마리 중 한 마리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에스트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복지 차원의 지원이라기보단 행정병의 짬밥의 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게 불만이시면 걸어 가시던가요.”


퉁명스러운 에스트의 반응을 무시하며, 카니엘은 현월수가 이끌 커다란 썰매 뒷자석에 자리를 잡았고, 곧 에스트가 앞쪽 조타석에 앉자 현월수는 낮은 울음 소리와 함께 썰매를 끌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찬바람을 가르며 눈밭을 달리길 수 십분.


어느새 침엽수림에서 벗어나 분지를 달리던 썰매는 낮은 둔턱을 넘었고, 그러자 월 연방국의 수도, 월영시(月影市)의 광경이 펼쳐졌다.

도시 중앙을 기점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 규격화되고 체계적인 건물들의 모습은 흡사 행진하는 월영군을 연상케 했고, 그 행렬 한 가운데에는 압도적인 높이의 원통형 탑이 솟아져 있어 모든 건물들을 아래에 두고 있었다.

달에 닿을 듯 높게 솟은 그 탑의 외벽은 나선형 계단이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으며, 그 계단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난 수 천장의 창문들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와 밤하늘의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치 별빛들이 땅에서 달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는 듯한 광경이었기에 카니엘과 에스트는 잠시간 넋을 잃고 감상했다.


“저 진월대(眞月臺)를 볼 때 마다 드는 느끼는건데, 언제 한번 저 꼭대기에서 경치를 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러면 진로를 잘못 택한 것 같은데? 달의 여신을 모시는 사제가 되었어야 하는 것 아냐?”


달의 여신을 모시는 탑이자, 사실상 월 연방국을 통치하는 사제들이 거주하는 진월대(眞月臺).

월 연방국의 각 도시의 중심에 상징처럼 건설되어 있었지만, 수도인 만큼 월영시의 진월대에 거주하는 사제의 수는 다른 연방국의 도시에 비해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였고, 따라서 월 연방국의 모든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건물이었다.


“어쩐지.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이유가 내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나.... 음? 그래도 오늘 넌 사제 기분을 어느 정도 낼 수 있겠네”


“무슨 말이야?”


“우리 루진(淚盡)의 여왕, 단장님의 집무실도 꽤 높은 곳에 있잖아.”


카니엘은 다시금 자신이 해쳐나가야 할 난관을 떠올리고는 썰매의 흔들림 속에서 진월대의 한 곳을 바라보았다.

달의 여신을 모시는 신성한 장소. 사제의 거주지. 행정의 중심지 등, 그 거대한 건축물이 갖는 의미는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테지만, 지금 카니엘에게 있어서 진월대는 그저 하늘을 가르며 발 아래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건축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탁자 위에는 판엔냐드 대륙의 지도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사람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험준한 산맥, 리야카스 산맥이 지도 상단 끝에서 시작하여 그 아래로 인형들의 나라, 유포레아스 공화국과 한때 통일 대륙을 지배했던 일리오스 제국이 위치했다.

그리고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남쪽으로는 월연방국이, 일리오스 제국의 남쪽으로는 수 십개의 도시로 이뤄진 도시 연합이 각기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으며, 도시 연합의 남단에는 미지의 땅이자 불침의 땅인 카릿치오스를 끝으로 판엔냐드 대륙의 지도는 완성 되었다.


그렇게 대륙 전체를 훓어 보던 벨로나 세라트너는 월연방국 월영군 최고 군단장의 눈으로 다시 지도를 면밀히 살폈다.


월연방국 남동쪽은 카릿치오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황무지가, 서쪽은 누구도 항해한적 없는 심연의 바다, 탈라사 해가 위치해 있어 큰 위협은 없었으며, 북동쪽은 도시연합과 일부 국경선이 맞닿아 있었지만, 리야카스 산맥에서 내려오는 렌소 협곡과 강들이 천연 국경을 만들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영토가 붉은 색으로 표기 된 유포레아스 공화국과는 북쪽 침엽수림 평원을 사이에 두고 가장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전략적으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반증하듯 월영군의 배치 상태를 뜻하는 파란색 깃발 대부분이 유포레아스 공화국과의 국경선에 배치되어 있었다.


‘전 국경이 너무 조용하다.’


벨로나는 국경선을 따라 단조롭게 펼쳐진 병력 상황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담당사단의 교체는 있었지만, 병력 배치 현황은 눈 감고도 재나열 할 수 있을 만큼 몇 년째 변동이 없었고, 벨로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깃발 하나 하나를 움직여 보았고, 그 깃발들이 향한 곳은 당연 유포레아스 공화국과의 국경선 너머였다.


그렇게 깃발을 이동시킨 뒤, 벨로나는 잠시 눈을 감고 벌어질 일들을 상상을 해보았다.

무혼 인형과의 전면전. 11년의 군생활 중 대부분을 인형과 전투를 하며 보내 왔었기에 그 결과 또한 예측 가능 한 것이었다.


승리하되 멸망으로 치닫는 결과. 인형을 섬멸할 지언정 월연방국 또한 체계가 붕괴될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게 분명했다.


벨로나는 깃발들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며 현상황보다 훨씬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냉철한 이성을 되찾으며 현 상황에 대한 생각을 아예 접었다.


어짜피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각 연방국의 월영군의 주요 결정권은 사제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받고 있었고, 자신에게는 사제의 결정을 수행하는 권한만 있을 뿐이기에 그 이상의 상상은 지금으로서 불요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망상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코자 했고, 수색대에서 올라온 작전 보고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자정 경, 인형으로 판명되는 개체의 월영시 침입 감지부터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한 작전 진지 투입까지, 시간 별로 각 사건이 정리된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보고서였으나 단 한가지, 자신이 눈으로 보았던 인형 처분이라는 결과가 누락되어 있었다.


슬슬 그 보고서의 끝을 매듭지어 줄 사람이 방문하리라 생각하던 벨로나는 때마침 집무실 건너 복도에서 군화 소리와 병기류의 금속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했다.

잠시 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기다리던 인물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수색 독립대대 야묘급, 카니엘 시닉스. 인형 처분 보고의 건으로 방문했습니다.”


작가의말

이번화는 배경 설명이 전부네요... 


현 세계와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판타지 소설이니 한번 쯤은 설명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늘어지는 감이 있어 반성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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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 개벽(開闢)_1화_ 선고 (1) 20.06.05 66 4 10쪽
34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2) +2 20.06.04 67 4 12쪽
33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1) 20.06.03 60 3 12쪽
32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2) 20.06.02 60 3 7쪽
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3 3 9쪽
30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3.끝) +2 20.06.01 60 3 9쪽
29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2) 20.06.01 60 3 11쪽
28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1) +2 20.05.31 65 4 8쪽
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1 4 12쪽
26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3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7 4 10쪽
2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3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89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5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20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4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09 5 10쪽
18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1) +1 20.05.21 102 7 7쪽
17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6화_ 거점 투입 20.05.19 115 5 11쪽
16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5화_담소 (談笑) +1 20.05.18 131 6 10쪽
15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20.05.18 119 6 9쪽
1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20.05.16 133 5 10쪽
1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 20.05.15 177 8 9쪽
1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2화_흠결 20.05.15 174 6 7쪽
1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1화_만인의 죄인 20.05.14 282 7 12쪽
10 1장 - 악몽(9) 20.05.14 248 6 12쪽
9 1장 - 악몽(8) 20.05.13 258 6 11쪽
8 1장 - 악몽(7) 20.05.13 288 7 8쪽
7 1장 - 악몽(6) 20.05.12 300 7 7쪽
» 1장 - 악몽(5) +2 20.05.12 399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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