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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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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1.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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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DUMMY

노빌리스크 북쪽에 위치한 펠론 거리는 클레이 루트가 열리는 어느 거리와 마찬가지로 성벽의 그림자가 드리운, 어둡고 좁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다만,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근처에 인형을 이용한 업소가 있어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꽤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었기에 그리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고, 따라서 전혀 상반된 분위기를 풍기는 카니엘 일행은 자연스레 주변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제가 아는 사람중에서 대외 정보와 인적 정보 둘다 취급하는 자가 있긴한데, 우선 그곳으로 안내해도 되겠습니까?”


그 시선 대부분을 이끌고 있는 소년을 생각해서 재빨리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한 카니엘이 그렇게 물었고, 시간을 지체해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아르센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월영시 출신 월영군이 추천하는 월영시 정보 제공자만큼 믿을만한 사람은 없겠지요. 부탁드려요.”


“······”


자신이 일종의 진실 보장을 하게 되었음을 깨달은 카니엘은 그 날카로운 지적에 침묵했다.

물론 그 이유뿐만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힌 거리 어디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작전하듯 주변을 경계해야 했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아가길 수분.


일행들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환경에 그러나 두건을 눌러쓴 자들이 띄엄 띄엄 앉아있는 골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두건을 쓴 자들, 즉 정보 판매원들을 전혀 구별하지 못했던 카니엘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일간 클레이 루트를 들쑤시고 다닌 결과, 큰 어려움 없이 벨로나 정보를 위해 알고 지낸 정보 판매원을 곧장 찾아갈 수 있었다.


“말론씨?”


그렇게 도착한 성벽 한 귀퉁이에 쳐진 초록색 천막.

그리고 그 아래 조그만 나무 의자에 걸터 앉아, 외눈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길다란 양피지를 읽고 있는 한 노인.


“오오.. 자네인가? 아 오늘은 밀러라 불러주게. 말론이란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성의 없는 이름 같아서 말이야.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드디어 자네가 요청한 정보와 일치되는 정보가 들어 왔다네!”


쾌활하게 그리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의 말에 의뢰인을 소개할 시점을 놓치고만 카니엘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요청한 정보가 다름 아닌 벨로나에 대한 것이었기에 밀러의 그 말을 듣자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것이었다.


“실례지만.. 잠깐 시간 좀 가져도 되겠습니까?”


카니엘이 그렇게 양해를 구하자 눈치 빠른 미드갈이 반대편 모퉁이로 의뢰인을 안내했고, 그 짧은 틈에 밀러는 목소리를 한껏 낮춘채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찾고 있는 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머물렀다는 어느 여관 청소부의 말일세. 2명의 남녀로 이루어진 일행이었는데 사내는 나이가 있어 보였고, 여자는 젊은 편이라 이상한 조합이라 생각했다더만.

아무튼 그 둘은 4일전에 노빌리스크에 도착하여 채 하루도 머물지 않고 떠났다고 하더군. 그 외 쓸만한 정보는 그 여자 일행이 월첨검을 들고 있었다는 것 정도일세.”


그 한마디에 카니엘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꼈다. 월영군에게만 보급되는 월첨검을, 그것도 여자가 들고 있었다면 벨로나 단장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적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 말이 사실이라면 벨로나는 이미 3일 전에 카릿치오스로 향했다는 말이었기에 안타까움에 짧은 탄식이 나왔다.


“하아.. 일단 알겠습니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럼 보수는....”


“아니, 아니.. 돈은 넣어두게. 너무 늦게 파악한 정보를 돈 받고 파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손님까지 모시고 왔으니 그걸로 됐네!”


마지막 말은 일부러 큰 소리를 낸 밀러였고, 그의 의도를 눈치 챈 미드갈은 다시 의뢰인들을 데려와 밀러와 인사를 시켰다.


“아! 어제 저녁에 도착하신 분들이군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문대로 빼어난 용모를 지니셨네요.”


“그런 소문은 그냥 소문으로 끝나야 할 텐데 말이죠. 실제로 보니 영 아니더라는 누군가의 말로 상처받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으니까요.”


“소문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용모이십니다만, 그 사실조차 함구하겠습니다.”


자신을 만났단 사실을 함부로 퍼트리지 말라는 의도를 알아차린 밀러는 의뢰인이 외관상으로 보이는것과 달리 노련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 그럼.. 시간이 금보다 중요하신 분 같으니.. 어떤 정보를 찾으시는지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월영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흠..금액 차이가 있어서 그런데.. 소문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접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말에 묵묵히 있던 엘제어가 일리오스 제국 화폐인 2아우레우스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 가치가 일반 월영군 월급 수준 정도였기에 돈을 받아든 밀러뿐만 아니라 미드갈과 카니엘 또한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그럼 저희는 잠시 물러나 있겠습니다.”


큰 돈을 받아든 밀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모든 것을 말할 것이 분명했기에, 관계자외인 미드갈과 카니엘은 그쯤에서 물러서려 했다.


“아니요.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괜찮지요?”


“아. 예, 예. 물론이지요.”


분명 자신의 반응을 보려는 속셈이라 판단한 카니엘은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카니엘은 제정론 사제들의 권력 다툼과 그 사이에서 벨로나와 흑표군단이 이용되었다는 사실과 가까운 밀러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벨로나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러다 갑자기 튀어나온 벨로나의 이야기.


“그게..”


그리고 살짝 머뭇거리는 밀러의 대답.


분명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밀러 또한 자신이 찾는자가 벨로나임을 눈치챘을테였다.


“세력 다툼 도중에 사망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적대 세력을 피해 도망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디로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카니엘에 대한 의리를 지킨 것일까?

아니면 다른 정보라서 기밀을 유지하려는 철저한 직업 정신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 대답에 일단 안심한 카니엘이었다.


“음.. 월영시에 대한 정보면 이정도로 충분한 것 같네요. 감사해요.”


살짝 신이난듯한 소년의 모습에 불안해진 카니엘은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이 자리를 파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볼 일이 끝나셨으면 이동하시지요.”


“아직요. 사실 찾고 있는 사람은 벨로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서.”


“아.. 그렇습니까?”


그렇게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카니엘은 왠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사람 찾는 정보는 요청하신 정보와 일치하는 정보가 있을 때만 돈을 받습니다. 그러니 우선 이름부터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마 가명을 쓰고 있을 테니 본명은 소용이 없을 테고... 음.. 대신 다른 정보라면 스무살 가량의 여자 마법사라는 정도에요.”


“마법사면 찾을 확률이 더욱 높아지죠.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또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초상화를 직접 그려 줄 수가 있죠.... 펠리프?”


소년이 그 말과 함께 손짓을 하자 또 다시 펠리프가 앞으로 나섰다.


“죄송하지만 종이와 펜을 들고 있습니까?”


그 말에 밀러는 손에 쥐고 있던 양피지를 조금 떼어 상단이 반쯤 부서진 펜과 함께 펠리프에게 건넸고, 펠리프는 짧은 호흡 뒤,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세한 선과 굵은 선이 양피지 위를 수놓았고, 이내 그 선들은 명암이 되어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특이한 그림 방법에 감탄만 하고 있던 카니엘은 어느새 그려진 그림 속 인물의 이마와 눈썹 그리고 눈동자를 내려보다 문득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엷은 쌍꺼풀과 큰 눈망울.

그리고 콧대는 낮지만 오똑한 콧날.


그렇게 나머지 조그마한 입술과 여린 턱선까지 서서히 드러나자 카니엘의 눈동자가 한없이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거침없이 목선과 그 목을 살짝 감싸는 머리카락마저 다 그려지자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놀라서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이자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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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7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3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0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3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59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4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1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0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2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4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6 2 8쪽
»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4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3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4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0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4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7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0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1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2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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