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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8,258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2.24 16:03
조회
113
추천
1
글자
8쪽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DUMMY

먼지가 자욱히 일어날 정도로 건물 벽면에 거세게 부딫친 사내를 보며, 벨리안느는 마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일라일 여관에서 숙소로 돌아가던 길.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카니엘의 모습과 그가 죽기 직전인 상황을 목격했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있는 힘껏 마법을 시전하고만 것이었다.


그렇게 정면으로 대륙 공적의 마법을 맞았으니 상대가 무사할리 없었으나, 온갖 말도 안되는 전투 경험을 겪어본 벨리안느였기에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때문에 사내의 상태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마력을 응집한 채 그에게 접근했을 때였다.


“······”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구면인 얼굴.


월영시로 향하던 중 자신을 붙잡은 월영군의 인솔자이자, 분명 사빈이란 이름의 월영군과 정반대로 살벌한 분노를 내뿜었던 사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카니엘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사내와 싸우고 있었는지 추측하려던 순간, 감겨있던 사내의 눈꺼풀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그렇게 깨어난 그 눈동자는 희번득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러다 벨리안느를 발견하곤 크게 확장되었다.


“너.. 너는!!..”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야 할 정도로 강한 분노가 담긴 눈빛.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단박에 자신을 죽이려 달려들 기세였고, 그런 살기에 익숙한 벨리안느는 동시에 한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내가 대륙의 공적인줄 알고 있구나.’


그 사실에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벨리안느는 그의 입을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공기 흐름을 차단하는 마법에 사내는 숨이막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한채 고통에 찬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벨리안느를 노려보는 핏발선 눈빛은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집념과 독기가 강하다고한들 한계가 있는 법.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사내는 흰자를 보이며 정신을 잃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벨리안느는 그 즉시 마법을 거둬들였다.


“후우···”


아무리 만민의 죄인이라 불리는 그녀였어도,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을 마법으로 질식사 시키는 것은 그녀로서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분노에 가득찬 사내의 눈빛은 벨리안느의 뇌리에 단단히 박혔고, 언젠가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칠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발걸음을 돌려 카니엘에게 걸어가는 동안, 벨리안느는 그를 죽여야한다는 자신의 본능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기 위해 안갖힘을 힘써야 했다.



“카니엘..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인거야?”


“이자벨..”


실제로 이자벨이 자리를 비운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기에 카니엘은 이제 막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는 찰나였다.

그러나 머리를 공격당해 균형 감각을 되찾는데 시간이 걸렸고, 뿐만 아니라 광대뼈 아래 찢어진 상처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등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간단한 치료를 할 테니 일단 앉아봐...”


“아냐.. 우선 여길 벗어나자.”


벨리안느의 제안에도 카니엘은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힐끗 보고선 힘겹게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도착한 좁은 골목에서 숙소에 있어야 할 짐들을 보게되자 꽤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아까 그 사내랑 뭣 때문에 싸웠던 거야?”


“그 사람.. 자신을 타하란 미호크라 소개하면서 벨로나 단장님을 쫓고 있다했어. 렌소 협곡에 있었던 월영군 기억나? 그 소속 군인인거 같은데... 설마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혼자서? 아님 다른 추격대랑 함께?”


“그건 모르겠어. 그러니 지금 당장 도시를 떠나야 할 것 같아. 게다가 클레이 루트에서 벨로나 단장님에 대한 소식도 알아냈기 때문에..”


“음? 사실 나도 일하던 여관에서 벨로나 이야기를 듣고 나오던 참이었는데..”


“뭐? 정말?”


어느 정도 상황을 설명한 카니엘이 이어서 이자벨을 찾는 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던 찰나 뜻밖의 그 소식에 그렇게 되물어야 했다.


“일라일 여관 주인한테 들은 이야긴데.. 우리가 도착한 그 날, 벨로나는 여길 떠났나봐. 그리고 혹시 다른 월영군을 보게되면 전해 달라고 말까지 남겼다고 해.”


잰걸음으로 카니엘을 뒤를 따라가던 벨리안느는 여관장의 말을 받아 적은 종이조각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저는 흑표범과 함께 달로 돌아갈 것입니다. 부디 이 소식이 무사히 전달되길 바라며, 무운을 빕니다.”


“···역시 먼저 카릿치오스로 가셨구나.”


그곳에 주둔한 흑표부대를 이끌고 월영시로 복귀하겠다는 원계획과 변함없는 말을 들으며, 카니엘은 벨로나와 벌어진 거리 차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타하란과 이자벨을 노리는 자들 또한 언제든 나타날 수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뛰다시피하여 도착한 곳은 노빌리스크 남동쪽 성문에 위치한 시장이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으나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없이 미지의 땅으로 떠날 수 없는 노릇이었고, 때문에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었다.


그 중 먹거리가 가장 중요했기에 식료품 가판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두 사람은 닥치는대로 훈제 육포와 생선 등 건조식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어떤 흥정도 없이 가격표대로 돈을 건네자 상인은 군말없이 포장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준비된 물건들은 두 사람의 가방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잡담을 하면서 짐을 꾸릴수는 없는 노릇일테였다.


그럼에도 아무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손만 바삐 움직이는 카니엘의 모습은 벨리안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특히 타하란과 전투 때, 혹시 자신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결국 말문을 먼저 열게 되었다.


“카니엘.. 혹시 다른 무슨일이 있어?”


“...누군가 널 찾고 있어. 아니, 누군가가 아니라 오늘 용병일을 의뢰했던 사람이 널 찾고 있었어. 말했잖아. 귀족같이 생긴 자들의 클레이 루트 경호를 부탁했었다고.”


“날... 찾는 사람이 있다고?”


전혀 예상밖의 소식에 벨리안느는 가방에 넣으려던 훈제연어를 떨구고 말았다.


“그... 그.. 의뢰인이라는 사람. 어떻게 생겼어? 대략적인 생김새라도...”


설마설마하는 심정으로 벨리안느는 부디 자신의 생각이 틀리길 기도했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년이었어. 특히나 갈색 눈동자에 눈매가 아름다운...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결코 좋은 이유로 널 찾고 있는 것 같지 않더라는 거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갈색... 눈동자라고?”


역시나 신은 벨리안느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고, 카니엘의 말에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 아니 인형의 이름을 되뇌였다.


‘아르센!’


그리움. 분노. 애정. 혐오...


그렇게 이름을 되뇌이자, 그 속에 담긴 수만가지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어서 십수년 전 헤어진 이후 단 하루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에 대한 온갖 생각들이 역류했고, 그 두 가지가 빗어낸 혼돈으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거대한 폭발음.


정녕 자신의 머리속 무언가가 터져버린 것이 아닌가 했으나, 주변 사람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를 정도의 큰 폭음이었고, 때문에 그 잔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시선이 향한 곳은 노빌리스크의 북쪽.

클레이 루트 시장이 열리는 펠론 거리가 위치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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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3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3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0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1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113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5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6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4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3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6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2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4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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