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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8,263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2.09 18:27
조회
55
추천
1
글자
7쪽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DUMMY

그렇게 그 존재의 이름을 알게 된 카니엘은 최악의 시점에서 가장 최악의 위험에 맞닿드렸다고 생각하며 신체향상 구슬과 월첨검에 손을 갔다 대었다.


“함께 달아났던 자들이라니요?”


가방을 들쳐메는 척, 자연스레 신체향상구를 쥔 손을 어깨까지 올린 카니엘은 동시에 그의 주의를 끌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상대는 그 의도를 알아차린 듯 눈썹과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와 그대로 발길질을 해버리는 것이었다.


“컥!..”


그가 신체향상을 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카니엘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여관 구석에 쳐박혔다. 그리고 밀려오는 고통으로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한 상태에서 저항 한번 제대로 못 한채 멱살까지 잡혀 들어 올려지고 말았다.


“렌소협곡에서 여기까지 쫓아왔다. 허튼짓 하지마라.”


분노를 겨우 억제하는 듯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흐릿한 시야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복수심 가득찬 눈빛.


여지껏 처분했던 인형들이 바라봤던 자신이 모습이 이러했을까?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 뒤로, 렌소협곡이란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그 때의 피말렸던 추격에 심장이 덜컥한 카니엘이었다. 동시에 눈앞에 있는 사내의 이유 모를 분노와 집념을 쉽사리 떨쳐낼 수 없을것이라 직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쌈박질을!”


그 순간, 불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바트만이 온몸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바트만의 상당한 덩치 때문에 그 충격은 만만치 않았고, 그렇게 타하란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 카니엘은 잽싸게 신체향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대로 칼부림을 벌인다면 막심한 피해를 물론 잘못하면 바트만의 목숨까지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일단 이곳을 벗어나고자 마음 먹었고, 그렇게 바트만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도망치듯 여관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성난 황소 같은 카니엘의 질주에 당황하거나 놀란 거리의 사람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가판대와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치며 카니엘은 순식간에 여관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었으나, 문제는 추격자 역시 같은 월영군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양쪽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메고 달리고 있었기에 얼마가지 못해 따라잡히고 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너에게 볼일 없다. 벨로나 행적만 알려주면 아무일 없이 넘어가겠다.”


“······”


어느새 그의 서늘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 정도의 거리까지 따라잡히자 카니엘은 결단을 내려야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큰 심호흡을 내쉰 뒤, 왼편의 좁은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입구에 서있던 가판대의 지붕을 뛰어넘으며 짐들을 내던지며 동시에 월첨검을 뽑아들었다.


상대는 월영군의 백부장.

인형과의 전투가 일상인 월영군 특성상 계급이 곧 전투력의 지표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방법으론 상대하기 힘들거라 판단했고, 움직임이 제약되는 좁은 골목에서 단판을 지으려는 속셈이었다.


“타핫!”


부디 자신의 그 판단이 옳길 바라며, 카니엘은 타하란이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검날을 세워 찔러들어갔다.

하지만 타하란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골목 벽에 몸을 붙여 공격을 피하면서 손으로 카니엘의 등을 밀쳐 되려 카니엘을 골목 밖으로 밀어버리는 것이었다.


“굳이 싸우겠다는 건가.”


그렇게 다시금 넓은 거리로 나오게 된 카니엘이 공격 자세를 갖췄을 땐, 이미 타하란 또한 월첨검을 뽑아든 상태였다.

그 뿐만 아니라 왼손으로 단검까지 뽑아들더니 등뒤로 검신을 숨겼고, 그 특이하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자세에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였다.


월첨검을 쥔 그의 손이 짧은 호를 그리면서 목을 향해 들어왔고, 그에 맞서 카니엘은 아래로 내려치는 것으로 방어했다. 이이서 반격하여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이 정석일 테였지만, 단검의 역습이 이뤄질까 되려 뒤로 물러서고만 그였다.


그리고 그 짧은 빈틈을 노리고 날아든 단검.


눈 앞에서 번뜩이는 검날에 카니엘은 저도 모르게 검을 올려 쳐내고 말았고, 그 순간 아차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공격이 야별초를 상대하던 벨로나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귀속이 멍해질 정도의 충격과 함께 새카맣게 변한 시야.

그리고 그 암흑 속에서 들려오는 무덤덤한 말투.


“벨로나가 대련 때 말하곤 했지. 인간은 인형과 달리 상상과 예상을 바탕으로 싸우기 때문에 그 헛점을 노리면 된다고.”


이후 점차 회복 되는 카니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푸른 하늘과 그 속에서 쌩뚱맞게 반짝이는 별 하나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별이 자신을 겨누고 있는 검 끝 부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입주변이 피범벅일 정도로 제대로된 일격을 맞았음을 깨달았다.


“어짜피 벨로나는 흑표군단과 합류하려 카릿치오스로 향하고 있겠지. 다만, 나는 그녀가 언제 어디에서 떠났느냐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나한테 고작 그것 밖에 되지 않는 네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어떤가?”


“······”


그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목을 꿰뚫을 것이 분명한 검날을 주시하며, 카니엘은 잠시 그가 말한 수준의 정보라면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상대의 광기에 가까운 분노를 떠올리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 감정은 목적을 위해 자신은 물론 주변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이었고, 그런 자의 불똥이 벨로나에게 옮겨붙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어.”


“참..눈물나는 충정이군. 그럼 소원대로 월영군 율법에 따라 탈영병에 대한 즉결 처형을 집행하도록 하지. 남길 말은?”


일체의 머뭇거림 없는 행동과 그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은 말투에서 카니엘은 죽음이 성큼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인형과의 전투 속에서 느끼던 죽음과는 또 다른 죽음.


찰나의 순간에 마주하는 전투속 죽음과 달리 처형이란 이름을 가진 죽음에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존재했다.


때문에 비겁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까란 생각은 물론 삶에 대한 집착에서 비록되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머리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자벨.’


그 순간 갑자기 떠오른 그 이름.


‘이 순간을 무사히 넘긴다면 그녀에 대해 좀더 알 수 있을까?’


그 때였다.


“카니엘!”


생각으로 틀어막혔던 귀를 뚫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조용하고 무뚝뚝한 그 목소리에는 서슬 퍼런 분노가 담겨 있었고, 때문에 제대로 들었는지 의심이 되는 순간....

그 모든 생각을 송두리채 날려버리는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자신의 가슴팍을 밟고 서있던 타하란이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후려맞은 듯 저편으로 튕겨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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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1) 21.05.17 38 0 8쪽
124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3) 21.05.06 36 0 11쪽
123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2) 21.04.30 43 0 7쪽
122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2화_ 카릿치오스 (1) 21.04.28 41 0 9쪽
121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2) 21.04.22 42 0 12쪽
120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1화_ 필멸지 (1) 21.04.19 58 0 9쪽
119 [2권. 끝]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끝) 21.04.13 53 1 10쪽
11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7) 21.04.01 61 1 7쪽
11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6) 21.03.26 55 1 12쪽
116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5) 21.03.16 51 1 9쪽
115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4) 21.03.09 52 1 10쪽
114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3) 21.02.24 114 1 8쪽
»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2) 21.02.09 56 1 7쪽
112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3화_재회(1) +1 21.01.26 56 2 8쪽
111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5) +1 21.01.22 95 2 9쪽
110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4) +1 21.01.22 53 2 10쪽
109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3) +1 21.01.22 65 2 7쪽
108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2) +1 21.01.22 64 2 8쪽
107 [2권] 9장_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2화_얽힘(1) +1 20.12.28 52 2 7쪽
106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5) +1 20.12.17 61 2 7쪽
105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4) +1 20.12.16 53 2 9쪽
104 [2권] 9장-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3) +1 20.12.14 57 2 10쪽
103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2) +1 20.12.08 59 2 7쪽
102 [2권] 9장 -자유, 도시 그리고 재회_ 1화_클레이 루트 (1) +1 20.12.08 48 2 8쪽
101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5) +1 20.12.02 52 2 11쪽
100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4) +2 20.11.20 57 3 7쪽
99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3) +2 20.11.11 62 3 10쪽
98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2) +2 20.10.28 58 3 8쪽
97 [2권] 8장 -여정_ 4화_죄인의 바램 (1) +1 20.10.26 54 1 9쪽
96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3) +1 20.10.2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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