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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21세기 용궁의 후계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제인수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6
최근연재일 :
2019.09.09 18:00
연재수 :
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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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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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5,447

작성
19.07.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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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32화. <인스퍼 대왕 1.>

DUMMY

제32화. <인스퍼 대왕(大王).>


1.


“의주야, 의주야!”

‘조용히 말해, 병 안이라서 소리가 울리니까 머리가 아파.’

“얘는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지금 머리 좀 울리는 게 대수야? 내 몸이 이상하다고 지금!”

‘머리가 이상한 게 아니고?’

“너 진짜 그럴래! 하나밖에 없는 오라비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너는 어떻게 된 애가 그렇게 덤덤할 수가 있냐? 실망이다, 진짜!”

‘실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알았어. 그래, 몸이 어떻게 이상한데?’

“그게, 뭐라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는데 하여튼 이상해. 음······, 비교하자면, 전에 내가 겨울에 너무 춥고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샤워를 안 한 적이 있거든. 그랬더니 이상하게 막 몸이 간지럽고 그랬었어. 그런데 지금이 그때와 비슷해. 온몸이 근질근질한 게 말이야.”

‘야 이 더러운 인간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일주일을 씻지를 않으면 당연히 몸이 간지럽고 그런 거지, 그게 뭐가 이상한 일이야! 그리고,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욕실에서 꼭지만 돌리면 뜨거운 물이 좔좔 나오는데 춥다고 안 씻었다니, 그걸 변명이라고 씨부리냐! 응! 니가 무슨 노숙자라서 길바닥에서 생활한 것도 아니면서!’

“그때 진짜 무지하게 추웠단 말이야, 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질을 내고 그러니······.”

‘휴······! 말을 말자, 말을. 그래, 요점은 지금 네 몸이 일주일이나 안 씻었던 그때처럼 막 간지럽다 이거지?’

“그렇다니까!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해. 한, 이 주 정도 안 씻은 것 같아. 몸이 너무 간지럽다니까!”


여의주와 대화를 나누는 창룡은 현재 콜미 안에서, 병 속에 반쯤 차 있는 붉은색의 와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로 둥둥 떠서는, 이리저리 찰랑대는 와인을 따라 조금씩 흔들거리고 있었다.


콜미 안의 세계는 신기했다.

콜미는 밖에서 보면 병 전체가 불투명한 우윳빛의 색으로 만들어진 탓에,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안에서는 바깥의 정경(情景)이 마치 투명유리 건너편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콜미 안에서 바깥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창룡은 콜미 안에 갇힌 상태였지만, 아까 코쏘여와 혼 형제가 나누는 대화도 다 들었고, 지금 콜미를 허리춤에 매단 실버 혼이 형인 골드 혼과 함께 코쏘여의 동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쓰레기(?)를 버린 뒤, 통텐 호수라는 곳을 향해 달빛조차 없는 어두운 산길을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의주야, 왜 또 말이 없어? 내 말 못 들었어? 지금, 내 몸이 이 주 정도 안 씻은······,”

‘아 진짜 더러운 소리 좀 그만 안 할래? 알아들었으니까 조용히 좀 해봐, 생각 좀 하게!’

“알았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창룡의 더러운 입을 틀어막은 여의주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여의주가 또 성질을 낼까 봐 궁금한 게 있어도 말도 못 붙이고 있던 창룡은 시간이 지나자 좀이 쑤신 지, 이제는 가부좌를 풀고, 누가 용궁의 후계자가 아니랄까 봐 마치 물침대 위에 누운 것처럼 와인 위에 편안하게 드러누운 자세로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간간이 손으로 몸 여기저기를 긁어대면서······.


“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병 속에 갇혀있는데 바깥의 풍경이 보이고 또, 소리가 들리는 거지? 바깥에서 볼 때는 속이 전혀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만든 사람이 한 가닥 자비심을 베푼 거 아니겠어.’

“엥? 의주야! 이제 생각 끝났어? 근데 그게 무슨 소리야? 만든 사람이 한 가닥 자비심을 베풀었다니······?”

‘실버 혼이란 놈이 그랬잖아, 여기 갇히게 되면 일주일 안에 온몸이 녹아버릴 거라고.’

“그랬지, 근데 그게 뭐?”

‘여기 갇혀서 일주일이 지나면 몸이 녹아서 죽게 되는데 그동안 바깥이 보이지도 않고, 소리까지 안 들린다면 갇혀있는 사람이 얼마나 갑갑하겠어, 안 그래?’


여의주의 말을 들은 창룡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뭐야? 그럼 의주 네 말은 콜미를 만든 사람이, 물론 사람이 만든 건 아니겠지만, 자비심을 베풀어서 죽기 전에 바깥 풍경 구경하고 소리라도 듣다가 죽으라고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야?”

‘아니면 뭐하러 이렇게 만들었겠어? 그냥 간단하게 바깥에서고, 안에서고 안 보이게 만들면 되지.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들기가 쉬웠겠어?’

“참나, 너는 어떻게 생각이 그렇게 되냐? 아니, 그렇게 자비심이 있는 사람이 애초에 이런 흉악한 물건은 왜 만들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야지.”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건데 왜 또 열을 올리고 그래. 그건 그렇고 아직도 많이 가려워?’


자신이 생각해도 창룡의 말이 이치에 맞는지 여의주는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그렇다니까! 이거 봐, 자꾸 긁어대니까 이렇게 피부가 일어나잖아! 너도 보이지?”

‘그건 니가 긁어서 피부가 일어나는 게 아닐걸.’

“뭐? 그럼 내 몸에서 때라도 나오고 있다는 거야? 왜 이래? 이거. 나 며칠 전에 트리위키네 집 욕실에서 깨끗하게 씻었다고! 너도 봤잖아! 큼! 큼!”


창룡은 왠지 자신이 홀딱 벗고 씻는 모습을 여의주가 다 봤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들어 헛기침을 해댔다.


‘누가 때가 나왔대! 하여튼 더러운 소리만 골라서 한다니까. 하여튼 내 말은 그건 긁어서 그런 게 아니고 네 몸이 콜미의 영향을 받아서 조금씩 녹고 있다는 소리야.’

“히엑! 내, 내 몸이 녹고 있다고? 진짜? 어째 피부가 무지하게 따갑고 그러더라니, 아이고! 큰일 났네! 내 몸이 녹는다니! 최 여사! 백린아! 나 이제 어쩌면 좋아! 괜히 용궁에 가서 후계자가 되가지고서는 이게 무슨 꼴이야! 부귀영화를 누려도 모자랄 판에 꽃다운 나이에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죽게 생겼네! 아이고!”

‘에휴! 내가 저럴 줄 알았다. 인간아! 엄살 좀 작작 떨어! 피부가 따갑긴 개뿔이! 이제 콜미에 갇힌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피부가 따갑다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네 몸이 어디 보통 몸인 줄 알아? 자그마치 용족이라고! 용족! 위대한 용의 일족의 몸이 아무리 신기에 갇혔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녹을 것 같아?’


벌떡 일어나 죽는다고 호들갑을 떨던 창룡은 여의주의 말에 잠시 헛소리를 멈추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이야? 의주야. 내 몸이 그렇게 튼튼하다는 거 믿어도 돼?”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아니 그건 아닌데, 아까 골든지 금덩인지 하는 놈이 그랬잖아. 마계 서열 50위안에 들어가는 놈도 이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녹아버렸다고.”

‘그따위 허접한 마족하고 너하고 같냐?’

“정말? 그럼, 의주 네 말은 내가 마계 서열 50위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지?”

‘당연한 거 아냐? 물론, 너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2차 각성도 못 한 상태라 확실하게 어느 정도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야. 너, 청룡 궁주님이 건강하셨을 때 천상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능력자셨다는 거 모르지?’

“아버, 아니 궁주님이? 궁주님이 그 정도로 능력자셨어?”


창룡은 처음 듣는 청룡의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의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도 별 영감한테 들은 건데, 한창때의 궁주님은 진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랬어. 7대 용궁의 궁주들이 모여서 뽑는 해왕 대전에서도 다른 6대 용궁주들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물리치고 해왕으로 뽑혔을 정도로 말이야.’

“히야! 우리 궁주님 좀 멋진데······.”

‘천상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면 천계나 마계에서는 거의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봐도 무방할 거야. 그러니, 그런 분의 후계자인 네가 겨우 마계 서열 50위 정도의 허접한 마족하고 비교하면 되겠어?’

“음하하하! 그렇지! 암! 의주 네가 이제야 이 오라버니를 제대로 알아보는구나! 하하하하!”

‘오바하지마! 넌 아직 그렇게 잘난척할 때가 아닌 거 몰라? 그런 자신감은 2차 각성이나 하고 나서 가지라고, 이 멍충아! 알겠어?’

“끄응! 그놈의 2차 각성! 젠장! 어떻게 하기는 해야 하는데 나는 영, 감이 영 안 잡히는데 어떡하지······? 그리고 그전에 여기서 탈출부터 해야 하고, 할 일이 많네. 에휴······!”

‘이그! 너무 걱정하지마,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풀죽은 목소리를 내는 창룡이 조금 안쓰러웠는지 여의주는 웬일로 창룡을 다독거려줬다.


2.


“형, 이대로라면 해가 뜨기 전에 통텐 호수에 도착하겠는데?”

“그러게, 조금 서둘렀더니 생각보다 일찍 야롱산을 벗어났네. 잘됐지 뭐, 남의 눈에 띄지도 않고. 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자. 어젯밤에 그놈들하고 싸운 이후로 잠시도 쉬지 못했더니 조금 피곤해.”

“알았어. 안 그래도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우리가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소문난 티탄족이지만, 격렬하게 싸우고 나서 그런지 평소보다 몸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아. 그것들한테 많이 당하기도 했고 말이야.”


중간에 쉬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달려온 탓에 벌써 코쏘여의 동굴이 있는 야롱산을 벗어나 통텐 호수로 향하는 너른 들판에 접어든 혼 형제가 잠시 멈춰서서 숨을 골랐다.


“근데, 형. 그놈이 우리가 밑에 애들이고, 본거지고 다 날려 먹고 왔다는 거 아직 모르겠지?”

“아직은 모르지 않을까? 그놈은 평소에도 언더월드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잖아. 81명의 다른 로드들 대부분이 여기서 힘을 키워서 종내에는 미들랜드나 하이랜드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과는 달리, 그냥 언더월드에서 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놈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하긴, 그놈이 우리한테 세력 통합을 제안한 것도 알고 보면 지가 원하는 걸 좀 더 쉽게 얻기 위해서 그런 거잖아, 더러운 놈 같으니라고······.”

“뭐, 개인적 취향이 그런 거니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잖아. 오히려 잘됐어, 우리도 어차피 성배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인간들이 필요하니 겸사겸사 같이 작업하면 서로 편하지 뭐.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그 자식이 인간, 그중에서도 어린애들만 밝히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나와서 그래.”


도적단을 이끌고 온갖 못된 짓은 다 한 주제에 통텐 호수의 주인을 보고 구역질이 나온다고 말하는 실버 혼을 보며 골드 혼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크크크크크! 나도 그래. 야, 그래도 그놈은 우리처럼 목숨을 빼앗지는 않잖아. 인간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렇게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그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괴물의 노리개로 평생 살면 뭐하냐고!”

“알았어, 이제 그 얘긴 그만하자. 우리끼리 괜히 이런 문제로 입씨름할 필요 없잖아. 하여튼 그놈 만나면 괜히 성질부리지 말고 기분 좀 맞춰줘. 일단 아쉬운 건 우리니까 말이야, 알았지? 이크! 해가 떠오르려고 한다. 좀 쉬었으니 이제 다시 속도 좀 내볼까?”

“알았어.”


파파파파팟!

타타탓!


잠시 이동 속도를 늦추고 숨을 가다듬은 혼 형제가 다시 너른 들판을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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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화. <인스퍼 대왕 1.> +7 19.07.15 15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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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30화. <창룡의 위기 1.> +5 19.07.05 151 5 12쪽
76 콜미의 함정 3. +6 19.07.04 181 4 12쪽
75 콜미의 함정 2. +8 19.07.03 168 5 12쪽
74 제29화. <콜미의 함정 1.> +9 19.07.02 170 6 12쪽
73 혼 형제 4. +7 19.07.01 168 5 12쪽
72 혼 형제 3. +8 19.06.28 163 5 12쪽
71 혼 형제 2. +6 19.06.27 169 6 12쪽
70 제28화. <혼 형제 1.> +4 19.06.26 17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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