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분명 폐급만 모인 파티인데 이상하게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ASET
작품등록일 :
2023.08.03 14:36
최근연재일 :
2023.08.22 09:4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78
추천수 :
15
글자수 :
146,235

작성
23.08.03 18:26
조회
32
추천
1
글자
18쪽

아이기스 가문

선호작과 추천 및 댓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DUMMY

쿠웅!


“모든 스테이지를 기괴한 방법으로 클리어 했노라. 변태 같은 너에게 내 모든 것을 주노라.”


드디어 모든 스테이지가 끝났다. 나는 스테이지 내내 맞기만 하거나, 막기만 하거나, 도망만 쳤다. 몬스터들은 갈수록 더 강해지고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나는 추가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거, 자알~놀다 갑니다!”


나는 마녀의 힐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내 대답에 부응하듯 허공에서부터 강한 빛이 나에게 쏟아졌다.


'엄청난 레벨업!'


나는 스테이지 통과 보상으로 막대한 경험치가 부여되는 것이 느껴졌다. 체감상 이 한 번으로 열 번은 더 레벨업 한 것 같았다.


고오오오,


그 순간 공동이 엄청난 지진에 휩싸였다.


‘이건 마치..?’


공동이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 내가 알고 있기로 이 던전은 일주일에 한 번 누구나 입장 가능했다. 아무래도 모든 것을 주겠다는 말의 뜻은, 추후 도전할 사람들이 받을 보상까지 내가 다 독식했다는 뜻 같았다.


[최초로 ‘잊힌 마녀의 시험장’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추가로 모든 스탯이 5씩 부여됩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잊힌 마녀의 시험장’을 완전히 격파했습니다. 칭호 ‘변태 같은 개척가’가 부여됩니다. 모든 스탯이 5씩 증가합니다. 또한 새로운 던전을 개척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공동이 무너지면서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메시지는 특정 신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신들은 인간들에게만 ‘가호’를 내린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종족들과 세계 자체에도 가호를 내려 ‘던전’ 같은 것들을 만들고 그것을 클리어하면 일정한 보상을 주었다.


‘아, 던전에서 얻은 칭호는 사케르도 가질 수 있구나.’


일반적인 가호는 특정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던전을 통해 얻는 칭호는 신들이 세계를 구성할 때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사케르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되었다.


‘이거 이거, 완전 성장하라고 등 떠밀어 주는구만? 좋았어. 그럼 모조리 독식해 주지. 흐흐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히든 던전의 위치나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자 가슴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으아악!”


하지만 그 순간 공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벽면에 있는 푸른 이끼들을 입 속에 우겨 넣었다. 밖에 나가면 당장 쓸 마나를 비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푸른 이끼를 섭취하기도 전에 내 몸이 어딘가로 전송되는 것이 느껴졌다.


‘밖이구나.’


정신을 차리니 나는 들어올 때 쥐었던 나무줄기를 밟고 있었다. 나는 행여 누가 볼까 근처 수풀로 몸을 숨겼다.


‘으아, 맞다. 나 아무것도 입은 게 없었지.’


원래는 무관에서 입던 옷을 입고 있었지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다 찢어져 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우선 수풀에 숨어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달그락 달그락,


그때 저 멀리 마차가 다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미안하다.’


나는 급한 대로 마차를 습격해서 옷을 뺏어 입을 요량이었다. 내가 아무리 잘 설득하려고 해도 웬 벌거벗은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면, 대화보다는 검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멈춰라!”


‘이건 또 뭐야.’


그때 마차를 중심으로 한 무리의 도적들이 나타났다.


‘엥, 이 근처는 우리 무관 때문에 도적들이 있을 리가 없는데?’


무관이 있는 곳은 비록 변방이긴 했지만, 사부님의 명령으로 무관의 학생들은 이 근방을 수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은 무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자연히 치안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웬 놈이냐!”


“그건 알 거 없고 마차만 주고 가쇼. 괜히 피 볼 거 있겠소?”


마차를 몰던 은색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서자 도적 떼의 수장인 것처럼 보이는 놈이 그 기사에게 말했다.


“네깟 것들에겐 무엇도 줄 수 없다. 지금 돌아가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당장 돌아가라!”


“하, 거 참 이래서 기사 놈들은 대화가 안 통한다니까. 우린 진짜 마차만 있으면 되는데 말야. 얘들아, 가서 기사님 교육 좀 시켜드려라.”


제법 큰 덩치의 도적떼 대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야 말로 탐색전도 없이 시작된 전면전이었다. 도적떼들이 순식간에 기사를 향해 달려 들었다.


‘빠르다. 이 녀석들, 평범한 도적 떼가 아니야.’


도적떼의 움직임은 마치 잘 훈련된 용병에 가까웠다. 그 증거로 장비를 잘 갖춘 기사가 일개 도적떼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하압! 완고한 검!”


하지만 은색 풀플레이트 기사가 방어 스킬을 펼치자 도적떼들이 한 번에 저만치 밀려났다.


“이제 보니, 레벨 60의 완고한 기사, 아놀드 경이시구려.”


“내 이름을 아느냐?”


“아, 거 들어는 봤지. 레벨 60이나 되는 기사님이 어디 허름한 자작가로 투신하셨으니까.”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알았으면 이제 물러가라. 어차피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은 이제 알 것 아니냐.”


‘아니야. 죽는다, 저 기사.’


내 판단과 마찬가지로 사실 은색 갑옷의 기사 역시 이들이 단순한 도적떼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허허 형씨. 지금이라도 마차를 주고 가면 그냥 넘어 가리다. 우리가 좀 급해서 말이지.”


“이 놈...”


“아니면 그 안에 혹시 숨겨야 될 인물이라도 타고 계신가?”


“놈!!!”


도적떼 수장의 말에 아놀드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레벨 60의 기사답게 엄청난 몸놀림이었다.


챙,


어떤 상대건 쉽게 베어버릴 것 같던 아놀드의 검이었지만, 들리는 소리는 예상 외로 청아했다. 도적떼의 수장의 장갑에 달린 갈퀴가 가볍게 그의 검을 막아낸 것이었다.


“이젠 늦었어, 형씨. 잘 가.”


‘이런!’


나는 저 한 수에 아놀드가 즉사할 것임을 직감했다. 만 번의 삶을 통해, 실력은 몰라도 보는 눈만큼은 소드 마스터에 뒤지지 않는 게 내 안목이였다.


“하아압!”


나는 푸른 이끼로 얻은 마나를 바탕으로 무영보를 통해 도적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나무줄기를 찾을 때 썼던 목검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고 던전에서 사용한 무기는 던전이 클리어하면서 함께 사라졌기 때문에 내 손은 빈손이었다.


나는 그의 뒤에 나타나 그의 팔을 휘감았다.


부드득,


그의 팔이 기괴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끔찍한 소리를 냈다.


“너, 너는...넌 뭐야!!”


도적떼의 수장은 느닷없이 나타난 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녀석의 수하들이 나를 원형으로 둘러쌌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미묘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레벨업 좀 했다고 나한테도 기세가 흘러나오는 건가?’


“꺄아아아악!!!”


그때 마차에서 한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혹여 도적떼 중 한 놈이 그 소녀를 습격했나 싶어서 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 나갔다.


점프 한 번에 나를 둘러싼 도적 떼의 머리 위를 뛰어 넘어 그녀의 곁에 착지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꺄아아아아악!!!”


다소 어려 보이는 외모에 금발을 한 소녀는, 다시 한 번 비명을 내질렀다. 나는 다시 한 번 주변을 훑었다. 하지만 주변에 도적떼는 없었다.


“네 이놈!! 영애님께 무슨 짓이냐!!”


그때 아놀드의 노호성이 들렸다. 아니 구해준 사람한테 이건 너무 무례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전 그저...”


나는 말하면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면서도 손 틈을 살짝 벌려 내 하반신을 보고 있었다.


‘아, 맞다.’


도적떼들이 겁먹은 이유. 소녀가 소리를 지른 이유. 아놀드가 화를 낸 이유. 모든 게 분명해졌다. 나는 지금 벌거벗은 상태였다.


‘포즈라도 취해야 하나...어떻게 해야 하지. 자신감은 있는데 말야.’


나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내 고민은 무서운 눈으로 도적떼를 뚫고 달려온 아놀드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이노옴!!!”


아놀드의 검은 날카로웠다. 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쥐지 않은 맨몸 그 자체였다. 하는 수없이 나는 무영보를 통해 소녀의 뒤로 숨었다.


“영애님께 손 대지 마라, 이 변태놈!!!!”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만 번의 삶을 살았지만 이 상황을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재빠른 속도로 도적떼 무리 중 나랑 가장 덩치가 비슷해 보이는 녀석의 등 뒤로 무영보를 밟았다.


퍽,


“크학”


놈의 목뼈를 팔꿈치로 있는 힘껏 가격하자, 녀석은 단말마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녀석이 쓰러지자마자 허겁지겁 이름 없는 도적놈의 옷을 벗겼다.


‘뭐지...? 이 조용함은...?’


순간 나는 주위가 고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럴 땐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었다. 마차가 지나고 있었고 도적떼가 습격했다. 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가 도적떼를 상대했으나 도적떼가 생각보다 강했다.


그때 한 벌거벗은 남자가 그 기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기사가 지키던 영애에게 잠깐 다가간 다음, 도적떼의 옷을 허겁지겁 벗기고 있었다.


‘음...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은 조금 쑥스럽긴 하군.'


'다들 내 강함에 넋 놓고 지켜보는 중이구나.’


빈틈없는 완벽한 추론이었다. 나는 아까와는 달리 녀석의 옷을 벗기는 데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조금쯤은 더 멋져 보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였다.


“와타타타타!”


나는 괜히 스킬인 척 소리를 지르며 녀석의 옷을 벗긴 후, 하나씩 내가 걸쳤다.


‘으, 역시 속옷은 찝찝해.’


알 수 없는 도적1로부터 뺏어 입은 옷들은 조금 찝찝하긴 했어도 그런 대로 입을 만했다.


“자, 이제 저는 갈 길 갑니다! 그럼 수고들!”


나는 버려진 여인처럼 널부러져 있는 도적1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우릴 구해주려던 게 아니었나!?”


막 떠나려고 하는데 아놀드가 나를 붙잡았다.


“아깐 그렇게 죽일 듯이 달려드시고 이제 와서요? 그냥 마차 주고 가시죠.”


솔직히 나는 귀찮았다.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아놀드라는 기사는 내 머리에 없었고 그렇다는 뜻은 그가 그렇게 크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온갖 기연과 영약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판국에 괜히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아깐!! 아깐 사정이 있었네! 자네가 홀라당 다 벗고 영애님께 달려드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됐어요. 저 바쁜 사람이에요.”


“제발! 한 번만!”


“맞아요, 거대한 용사님!”


아놀드에 이어 영애도 끼어 들었다.


“크흠. 보는 눈은 있는 영애시구려. 하지만 난 바쁘오. 그럼.”


손틈 사이로 내 것을 본 게 분명했다. 평범한 체구의 내게 거대한 것이란 역시 그것뿐이었으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네!”


“거 듣자 듣자 하니까. 딱 마차만 내놓고 가쇼, 영감. 안 해칠 테니까.”


그때 좀 전의 도적떼 수장이 말했다. 내가 부러뜨린 팔을 축 늘어뜨린 상태였지만 고통은 어느 정도 가신 듯 보였다.


“뭐? 네 놈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하지만 아놀드는 도적떼 수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럼. 딱 마차만 가져 가는 것을 지켜보겠습니다.”


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괜히 이 이상 끼어들어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최대한 숨죽여 살 때니까.


“그럴 수가! 저 마차가 얼마짜린데!”


“좋아요.”


“영애님!”


영애는 아놀드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마차로부터 물러났다.


“진작 그럴 것이지.”


도적떼의 수장은 영애가 마차에서 물러나자 순순히 마차만 몰고 사라졌다.


“왜 그랬나!”


“뭘요.”


도적떼가 떠나자 아놀드가 내게 분통을 터트렸다.


“자네라면 마차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잖은가!”


“그러다 제가 다치기라도 하면요?”


“그건 내가 어떻게든!”


“죽었으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일에 목숨을 거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그건...”


“그만하세요, 아놀드님. 어찌됐건 이 분이 있었기에 녀석들도 마차만 몰고 사라진 걸 거에요. 녀석들도 괜히 목격자를 남겨둬서 좋을 건 없었을 테니까요.”


계속 분통을 터트리는 아놀드를 상대로 영애가 낮게 꾸짖었다.


“판단력이 있으시네.”


나는 가볍게 툭 던졌다.


“저는 아이기스 자작가의 막내딸, 슈마에요. 실례가 안 된다면, 퀘스트를 제안해도 될까요?”


‘아이기스!’


아이기스 가문은 황국에 소속된 귀족 가문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황국으로부터 배척 받는 가문이라 해도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기스 가문은 공식적으로는 황국에 반기를 든 역적의 가문이었지만 황제의 아량으로 멸족하지는 않은 가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황제의 아량 때문은 아니었지만.’


“크흡. 어떤 퀘스트죠?”


나는 애써 놀란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


“본가까지 호위를 요청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마차가 없이 걸어가는 것에는 많은 위험이 따라서요.”


‘호위라... 나쁘지 않아. 좀 이르긴 하지만 아이기스 가문엔 그 녀석도 있고 하니까. 이참에 조금 빨리 데리러 간다고 생각하지 뭐.’


“좋습니다. 그럼 퀘스트를 주시겠습니까?”


나는 마치 선심 쓰듯 슈마에게 말했다. 슈마가 눈을 감자 그녀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눈 앞에 메시지 창이 떴다.


[퀘스트: 슈마와 아놀드를 아이기스 가문까지 호위 하기. 보상: 300골드]


'이게 신과 계약해서 만드는 퀘스트구나.'


퀘스트는 일명 npc라 불리는 신의 사도들이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렇게 일반인들이 기도를 통해 형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퀘스트의 보상은 신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어서, 상인들이 확실한 거래를 원할 때 자주 사용했다.


“죄송해요. 현실적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금액이 이 정도뿐이어서.”


일반 가구의 한 달 생활비가 3골드 쯤 되니, 300골드도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었다. 물론 수중에 한 푼도 없는 내겐 더 없이 큰 돈이었고.


“약소하지만 받아들이죠.”


“이놈이!!”


내가 짐짓 거만을 떨며 퀘스트를 수락하자 아놀드가 또 한 번 노호성을 토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 슈마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얼마나 걸어가면 되죠?”


“제 걸음으로는 아마 일주일 쯤 걸릴 거에요. 길이 험해서 그렇지 그리 먼 곳에 있지는 않답니다.”


실제로 우리 무관이 있는 곳은 이미 황국의 변방이었다. 여기서는 황국 중심부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딜 가든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럼 뛰어가면 더 금방 도착하겠네요?”


“네? 그야 물론...”


“자, 업히시죠.”


나는 그녀를 앞에 두고 무릎을 꿇어 등을 내어 주었다.


‘기왕 가는 거 또 스탯을 얻으면 일석이조!’


나는 그녀를 업고 달려가는 것을 통해 육체를 한계로 몰아 넣을 작정이었다.


“그건 너무 힘드실..”


“괜찮습니다. 귀한 집 자제분을 고생시킬 순 없죠.”


나는 정말 진중한 기사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듯했다.


“안 된다, 이놈! 안 됩니다, 영애님! 이런 변태 같은 녀석에게 업히다니요! 업어준다는 핑계로 어떤 음흉한 짓을!”


“거, 그럼 영감님이 업고 뛰시든가요.”


“그, 그건..”


아놀드는 이미 풀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갑옷이어서 아무리 레벨60의 기사라고 해도 그 위에 소녀를 업고 달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것도 먼 거리라면 더더욱.


“자, 그럼 결정된 걸로 알겠습니다?”


“그래요, 아놀드님. 사실 저희가 지금 한 시가 급한 건 사실이잖아요.”


“끄응...허튼 짓하면 그대로 네 놈 목을 베어버릴 줄 알아라.”


“거, 아까부터 쫑알쫑알 말 드럽게 많으시네. 먼저 갑니다? 자, 어느 방향이죠?”


나는 아놀드의 말을 끊고 슈마를 등에 업었다. 슈마는 수줍게 내 등 뒤에 올라 타더니 북쪽을 가리켰다.


“이 쪽이에요.”


“자, 그럼 출발합니다!”


“네, 꺄아아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냅다 뛰어나갔다. 스탯을 얻기 위해 일부러 무영보는 밟지 않았지만 엄청난 스탯 탓에 단순히 몸을 이용해 뛰어나가는 속도도 엄청났다.


휘이잉,


흘끗 뒤를 보니 아놀드가 마나까지 써가며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아마 저 정도 속도면 한 시간도 안 돼서 지치리라.


‘그럼 이참에 저 귀찮은 영감 떼어놓고 둘이서 이야길 나눠야지, 흐흐흐.’


나는 속으로 슈마와 단 둘이 나눌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걸음이 점점 더 빨라져 아놀드는 어느새 보이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저, 저기, 아놀드님이...”


슈마가 걱정어린 말을 꺼냈다.


“거 어린 애도 아니고 알아서 잘 찾아 오겠죠. 거기다 무려 레벨 60의 기사 아닙니까. 혼자서 별 일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 그렇겠죠.”


‘별 일이 생기면 더 좋겠고.’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은 잊을 수 없었다. 원한은 사소한 것 하나라도 기억했다가 갚아줘야 직성이 풀렸다.


‘자, 얼른 그 녀석을 만나러 가 볼까?’


나는 지금쯤 아이기스 가문에 있을 ‘그 녀석’을 떠올렸다. 훗날 ‘인류의 방패’라는 칭호를 가지며, 드레곤의 브레스도 홀로 막아낸 녀석.


‘하지만 지금은 폐급 중 폐급일 뿐이지.’


그리고 내 폐급 컬렉션의 첫 번째 품목이었다.




선호작과 추천 및 댓글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분명 폐급만 모인 파티인데 이상하게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바보 천치도 천둥을 천 번 맞으면 천재가 된다>연재가 재개됩니다. 23.08.04 19 0 -
21 Ep. 아카데미에 온 목적 23.08.22 8 0 15쪽
20 Ep. 아카데미 입학시험(2) 23.08.16 15 0 12쪽
19 Ep. 아카데미 입학시험(1) 23.08.16 13 0 15쪽
18 사케르의 진짜 힘 23.08.12 12 0 13쪽
17 하계를 부르는 마법사, 그리고 새로운 직업 23.08.10 15 0 15쪽
16 아카데미 입학 시험 전야. 23.08.07 17 1 11쪽
15 폐급 파티의 아카데미 잠입(1) 23.08.04 21 0 16쪽
14 새로운 파티원, 그리고 여행. 23.08.04 17 1 13쪽
13 지옥의 공작 자간 23.08.04 19 1 17쪽
12 아수라의 화신. 23.08.04 17 1 17쪽
11 수라교와 리그 베다교. 23.08.04 18 1 13쪽
10 용검 마키아. 23.08.04 16 1 16쪽
9 블루 드레곤, 아크틱. 23.08.03 19 1 15쪽
8 고대 악신과의 전투. 23.08.03 21 1 19쪽
7 두 가지 신급 아이템 23.08.03 20 1 17쪽
6 가주전으로 23.08.03 19 1 17쪽
5 첫번째 폐급 23.08.03 23 1 14쪽
» 아이기스 가문 23.08.03 33 1 18쪽
3 잊힌 마녀의 시험장의 변태(2) 23.08.03 33 1 15쪽
2 잊힌 마녀의 시험장의 변태 23.08.03 47 1 15쪽
1 프롤로그 23.08.03 75 1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