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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분명 폐급만 모인 파티인데 이상하게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ASET
작품등록일 :
2023.08.03 14:36
최근연재일 :
2023.08.22 09:4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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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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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146,235

작성
23.08.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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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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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아주 오래 전 신들은 인간 세상에 가호를 내렸다. 인간들은 저마다 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나고 심장부근에 가호가 새겨져 있다.


신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들을 강하게 만들어 줄 세상의 질서를 만들었다.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레벨을 부여하고 강함을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스탯을 부여했다.


또한 세계 곳곳에 보물을 숨겨 놓고 몬스터를 배치해 두었는데, 이를 던전이라 부른다. 인간들은 신이 몬스터로 명명한 존재들을 사냥하면 경험치를 얻고 강해진다. 또한 던전에서 신들이 남긴 무기를 얻기도 하고 스킬을 단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의 가호와 질서에 포함되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그들은 '사케르'라 불리며, 인간 세상에서도 박해 받았다.


사케르는 신의 실수다. 그래서 신들은 사케르를 두려워한다.


***


“떼엥, 히브리스, 네 놈은 아직도 기초 방어술이냐, 쯧”


“네, 사부님. 아무래도 전 재능이 없나 봐요.”


“재능 탓만 해서 어찌 살아 남겠누! 그럴수록 검을 더 휘둘러야 하는 거야!”


“이미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있어요! 매일 누구보다 열심히...”


“맥아리 없는 눈빛하고는. 얼른 안 일어나!”


“그건...”


“당장 가서 기본 공격이나 똑바로 연습해!”


호통치는 듯 보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사부님은 내 손에 잡힌 물집을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늘 사부님께서는 겉으로는 날 혼내는 듯 보였지만 속내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뿐이셨다.


그래도 혼난 것은 혼난 것이었다. 나는 풀이 죽은 채로 연무장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겨 근처 숲속으로 향했다.


“아저씨!”


“왔구나, 히브리스.”


숲 속에는 한여름에도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여유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또 사부님께 혼이 난 거냐?”


“네, 아저씨. 저는 방어 검술이 좋은데, 자꾸만 공격 검술을 훈련하라고 하셔서...”


“방어 기술이 어때서 그래. 내가 아는 어떤 위대한 검사는, 20년 동안 방어 검술만 훈련했다.”


“정말요?”


“그래! 하지만 그 검사가 한 번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지. 그게 드레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우와...”


“그러니까 너도 사부님 말씀에 기죽지 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렴. 다 너에게 도움이 될 거란다.”


“네, 아저씨! 저 그럼 가볼게요!”


아저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근데, 히브리스.”


“네?”


“넌 아저씨가 무섭지 않으니?”


“아저씨가요..?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아저씨야말로 사케르인 저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시는걸요! 저를 똑같이 대해주는 건, 아저씨하고 사부님하고 세트와 파울뿐이에요!”


“벌써 여러 명이나 있구나. 그래. 얼른 들어가 보거라. 오늘은 힘든 하루가 될 거야.”


아저씨는 나에게 뜻모를 이야길 했지만 나는 행여 사부님께 딴짓을 하는 것이 들킬까 걱정스러워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에 도착하자 허수아비와 목각인형을 상대로 검술 훈련을 하고 있는 무관의 견습생들이 보였다. 제국 변방에 있는 조그만 무관이지만, 사부님이 황국 기사단에서도 꽤나 높은 직위까지 올랐던 분이시기에 가르침을 받는 제자들이 많이 있었다.


“쟤 또 혼났다며? 크크큭. 그러니까 로버트 경은 가호도 없는 사케르를 왜 데려오셔 가지고 이 고생이실까.”


“그러니까 말야, 크큭”


내가 연무장에 들어서자, 무관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의 비웃음이 들려 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케르로 태어나 날 때부터 버려져 이곳저곳을 떠돌다, 나를 측은하게 여기신 사부님께서 무관에 데려 오셨다.


그게 사케르로 태어난 내가, 무려 레벨 176에 달하는 사조님 밑에서 검을 배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야, 쟤 봐봐. 다 들리면서 안 들리는 척하는 건 진짜 역겹지 않냐?”


“진짜로, 크크큭. 아, 난 쟤만 보면 왜 이렇게 재밌냐.”


“아, 난 쟤 레벨이 제일 궁금해. 진짜 레벨 몇일까? 한 3은 되려나?”


“아서라, 어차피 볼 수도 없잖아. 가호도 없이 태어나서, 크크큭”


지금 나를 놀리고 있는 녀석 중, 훤칠한 키에 금발을 한 녀석은 루메테리우스 남작가의 차남으로, ‘돌진하는 기사, 네일’이었다. 듣자하니 레벨은 무려 23이나 되었다.


어지간한 기사들의 레벨 30인 것을 고려하면,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네일 옆에 있는 작고 마른 녀석은 루메테리우스 남작의 바로 옆에 있는 하르엔 남작가의 삼남이었다. 가호는 ‘교활한 검술가, 하르’였다.


‘심지어 하르 녀석조차 레벨이 16에 달하지.’


이 세계에서 가호와 레벨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도 고위 신의 가호와 높은 레벨만 있다면 얼마든지 귀족이 될 수 있었다.


가호는 ‘칭호-직업,이름’으로 구성되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으로부터 칭호라는 것과 직업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이름 또한 부여 받는다. 다만 신의 특별한 관심을 받은 인간은 칭호에 신의 이름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 경우 정말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스승님은 칭호가 바뀌셨댔지.’


이름과 달리 가호에 있는 칭호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고는 했다. 가령 ‘평범한 검술가’가 ‘노련한 용병’이 된다든가 하는 식이다. 물론 이렇게 칭호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정말로 그 분야에서만큼은 신이 인정할 만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칭호가 변경되면 거기에 따라서 추가 스탯과 고유 스킬들이 주어지곤 했다.


‘하지만 없던 가호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


가호가 없이 태어난 인간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율로 따지면 천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가호가 없는 인간이 태어난다고 했다. 아일란 황국의 인구가 4억이니 대충 40명 정도가 나처럼 가호 없이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이미 죽었겠지만. 심지어는 간혹가다 동물이나 무생물에도 가호가 깃든다는데 어째서 난...’


가호가 없이 태어난 인간은 황국법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케르를 어떤 신도 관심 갖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가호가 없는 인간은 살아는 있으나 이미 신에게 바쳐진 제물에 불과했다.


사케르는 그 자애롭다는 신들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측면에서, 마음대로 살인하고 약탈해도 처벌 받지 않았다.


‘사부님이 안 계셨다면, 나는 저 녀석들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르지. 나도 가호가 있었다면... 그랬다면....’


정확하게 지금의 내가 저녀석들보다 약한지는 알 수 없었다. 사케르는 신전에 가도 자신의 레벨이나 스테이터스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10레벨 단위로 배운다는 고유 스킬이나 특정 직업들만 배우는 직업 스킬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부님께서도 내게 검술을 강조하시는 거겠지. 내가 어디 가서 당하고 다닐까봐.’


그런 사부님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나도 매일 매일 내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가호가 없는 인간이 노력해서 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했다.


툭,


그때 하르 녀석이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뭐야, 지금 쳤냐?”


“치긴 내가 언제..”


“사케르가 지금 나한테 말대꾸 한 거야?”


사케르는 가호가 없는 인간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르를 노려보았다.


“어쭈? 이 녀석 눈깔 봐라?”


짝,짝


내 눈빛을 보고 네일이 내 뺨을 두어 대 때리며 말했다.


“내...내 눈빛이 어때서!”


나는 네일을 향해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하필 내 앞으로 아린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린은 사부님이 황국 기사단에 있던 시절 모셨던 상관의 외동딸이었는데, 일이 있어서 사부님이 잠시 맡아두는 중이었다.


‘안 돼. 아린 앞에서만큼은...’


아린은 ‘고귀한 피의 기사’였고 레벨도 무려 132였다. 엄청난 칭호와 함께 더 엄청난 레벨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얼마 전 있었던 신출 기사 대전에서 3위를 거둔 황국의 유망주 중 유망주였다.


‘거기에 미모까지...’


가호처럼 짙은 붉은 색의 머리칼과 홍안은 그녀의 상징이었다. 정말로 나와는 정반대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품었다. 그래서 그녀 앞에서만큼은 약해 보이기 싫었다.


“풋, 그래? 그럼 결투라도 할 테냐?”


결투라는 말에 아린이 이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젠장..아린 앞에서...’


“거기까지들 해!”


“그래, 거기까지만 해!”


그때 고마운 목소리가 들렸다. 사케르인 나를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주는 무관의 유일한 친구들이었다.


“세트, 파울. 아무리 너라도 이번엔 못 막아. 이 녀석이 나를 먼저 쳤다니까? 그리고 넌 <긴급 패치>도 못 봤어? 사케르는 이제 척살 대상이라구! 녀석을 보호하는 건 황국법 위반이야!”


하르가 세트와 파울에게 항변했다.


“그, 그건. 네가 나한테 와서..”


“닥쳐! 이 쓰레기 같은 사케르 새끼야!”


하르가 나에게 소리쳤다.


퍽,


타격음이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세트가 하르의 뺨을 후갈긴 것이다.


“내 친구한테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말했다간 이 정도로 안 끝나.”


‘흔들림 없는 기사, 세트’. 레벨 47의 무관 출신 최고의 인재. 아무리 16레벨의 하르라도 세트 앞에선 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자식...곧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다..”


하르는 네일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단순히 자리를 피한다는 느낌보다는 어째서인지 무언가로부터 도망간다는 느낌이 더 컸다.


“고마워, 세트... 매번 이렇게 도와주게만 만들고..미안해..”


“미안할 거 없어. 저 녀석들이 나쁜 거야. 언젠가 날 잡아서 내가 혼구멍을 내줘야 될 텐데.”


파울이 세트를 대신해서 말했다. ‘진실한 검사, 파울.’ 레벨 14의 파울은 평범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하게 나를 위해주는 친구였다.


“그래, 히브리스. 너도 어서 검술 훈련을 해서 저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


세트도 나를 위로해 주었다.


“으..응...근데 가호도 없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녀석들에게 고마운 마음보다도 가호도 없이 태어난 내가 그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세트도 파울도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그건...”


가호 때문에 거짓말을 못하는 파울이 말끝을 흐렸다.


“가호가 뭐가 중요해! 이참에 네가 직접 네 가호를 만드는 건 어때?”


분위기가 침울해지자 세트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직접..?”


“그래! 그리고 그 가호에 맞게 살아가는 거야! 누군지도 모를 신이 지어준 가호보다, 스스로 정한 가호가 더 멋있는 법이잖아?”


“그래, 히브리스! 나도 그게 더 멋있어 보여!”


옆에서 파울이 거들었다.


“내가 직접...”


나는 세트에 말에 한 편으론 감동 받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차마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을 말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나..사실...생각해 둔 거 있어..”


나는 부끄럽지만 이 녀석들이기에 용기 내서 말을 꺼냈다.


“뭐? 어떤 건데!?”


파울이 더 신났다는 듯 물었다.


“그게....뭐냐면...”


“괜찮아. 절대 비웃지 않을 테니까. 우린 네 친구잖아!”


내가 우물쭈물 거리자 세트가 격려하듯 말했다.


그때였다. 무관의 연무장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그 속에서 한 무리의 기사들이 내려왔다.


척,척,


모든 기사 지망생들이 동경하는 황국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잘 갖춰진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고 어깨에는 황국 기사단의 상징인 로고가 박혀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황국 기사단이 등장하자 어느새 사부님께서 나타나 그들을 맞았다. 하지만 사부님의 목소리에는 전에 몸 담았던 소속의 후배들을 만난다는 반가움보다는 마치 적을 마주하는 것 같은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전 황국 제3 기사단의 부단장님을 뵙습니다.”


“뵙습니다!”

“뵙습니다!”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인물이 먼저 예를 갖추자 남은 기사단들도 사부님께 예를 갖췄다. 잘 훈련된 기사들이 주는 위압감은 단순한 예식마저 전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미 물러난 영감입니다. 그나저나 예까지 무슨 일로 찾아 왔는지 물었습니다.”


사부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좀 전에 먼저 말을 꺼낸 기사가 사부님의 말에 대답하려는 찰나, 하늘에서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저...저건...설마..!!”


사부님의 안색이 급격히 하얘졌다.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내 눈에는 사부님께서 확실히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네미시스님께서 오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사부님이 좀 전의 기사에게 묻자 기사는 순순히 긍정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 말에 사부님의 안색은 이제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째서...어째서 예까지...”


“내가 여동생을 만나러 오는 것도 문제인 건가?”


사부님의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하는 듯한 말을 건넸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녹색의 장발을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를 마주한 순간 숨조차 쉴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세계가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포장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봐도 그는 이 세상 전체의 주인처럼 느껴졌다.


“아일란 제국의 황태자, 네미시스님을 뵙습니다.”


사부님이 무릎을 꿇으며 녹생 장발의 남자에게 예를 표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인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했다.


“아린으로부터 이곳에 사케르가 있다고 들었다. 지금부터 <긴급패치>로 인한 신의 명령을 이행한다.”


쿵, 쿵, 쿵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세트와 파울도, 멀어져 가던 네일과 하르도 모두 땅바닥에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모두 황국 기사단에 의해 제압당한 것이다.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오직 나와 사부님뿐이었다. 사부님은 황급히 내 앞을 막아섰다.


“이 아이는 제가 책임 지고 키우겠습니다. 결코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대는 이미 황국 기사단의 배신한 적이 있지. 난 그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


“제 팔을!! 제 팔을 잘라 가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믿어 주신다면 기꺼이 내어 드리겠습니다. 부디 이 아이만은..”


“<긴급 패치>에는 모든 사케르를 척살하며 그를 보호하는 존재 역시 마찬가지로 대우하라고 하였다. 내가 그대를 척살 대상으로 간주해도 되겠는가?”


녹색 장발의 남자가 차갑게 말하자 무관 전체가 마법진에 둘러 싸였다.


“네미시스님!!”


“감히 짐과 신의 뜻을 거역하다니. 배짱도 좋구나. 아무리 아버님의 선처가 있었더라도, 더 이상은 내 검이 그대를 용서치 않을 것이야.”


“도망쳐라... 히브리스...!!!”


더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사부님은 나에게 소리쳤다. 사실 나도 다 알고 있었다. <긴급 패치>로 모든 사케르에 대한 척살령이 내려졌다는 것과, 그런 나를 사부님께서 억지로 보호하고 계시단 것쯤은. 하지만 이대로 사부님을 놓고 갈 수는 없었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사부님!”


“스승으로서 마지막 명령이다! 살아라, 히브리스!”


나는 용기를 내 연습용 목검을 들고 사부님의 곁에 섰다. 하지만 사부님은 그런 나를 세차게 밀쳐 내며 말했다.


그 순간 바닥의 마법진에서 눈부신 녹색빛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네미시스의 옆에는 아린이 서 있었다.


“멸망의 겁화.”


“그 주문은..!! 제 제자들까지 모두 죽일 셈이십니까!”


“사케르를 숨겨 주었다는 것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이곳의 모두를 척살한다.”


“네미시스님!”


사부님은 더는 참지 못하고 네미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평소에 항상 설렁설렁 검을 휘두르는 것과 달리, 지금 사부님의 검에는 오직 소드 마스터만이 쓸 수 있다는 ‘검기’가 둘러져 있었다.


“그새 또 실력이 늘었나 보군. 불굴의 기사, 로버트.”


‘검기’는 검을 수련한 검사가 레벨 200을 넘으면 각성하게 되는 고유스킬이었다. 스승님의 실력이 알려진 것보다 더욱 대단하단 것이 드러나자, 나는 희미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챙,


하지만 네미시스는 검기도 두르지 않은 평범한 검 한 자루로 사부님의 검을 쳐내버렸다.


“이..이 정도까지...”


사부님은 자신이 평생 수련한 검이 기껏해야 성인도 안 된 네미시스에게 부정 당하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내 가호를 모르지 않을 텐데, 로버트. 자, 시간이 되었다. 그럼.”


네미시스는 무심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무관 전체를 감쌌던 마법진에서 녹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끄아아아!!”


“살려줘!!!”


“안 돼!! 안 돼!!”


녹색 불꽃은 쓰러져 있는 모든 무관의 학생들의 바닥에서부터 솟구쳐 학생들을 하나 둘 흔적도 없이 태워 없앴다.


“세트... 파울....”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강대한 마력에, 내 유일한 친구들이 불타 없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히브리스...도..도망..”


그리고 마침내 네미시스가 만들어낸 마법은 사부님까지도 집어 삼키고 말았다. 나는 그야 말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야 말았다.


“더러운 사케르 놈.”


마지막으로 겁화가 내 발밑에서도 피어올랐다. 네미시스는 그런 나를 보고 차갑게 말한 후 그대로 돌아섰다. 네미시스의 옆에 있던 아린도 그를 따라 뒤돌아섰다.


“끄아아아아악!!!!”


나는 참을 수 없는 비명을 토해냈다. 온몸을 태우는 겁화 때문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은 분노 때문이었다. 나는 녹색 불길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태워감을 느끼면서도 어느새 마법진 속으로 사라지는 네미시스를 바라보았다.


‘죽인다...네 놈..네 놈만은 반드시....’


내가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에, 네미시스 일행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를 악 물고 놈을 저주하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놈을 죽이고 싶었다.


“살고 싶으니?”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온 몸이 타들어감을 느끼면서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늘 내가 숲에서 만났던 검은 옷의 아저씨가 서 있었다.


“아저씨는 너를 살려줄 수 있어. 하지만 그냥은 안 된단다. 만 명이 살면서 느끼는 고통을 느끼더라도, 그래도 살고 싶으니?”


아저씨는 바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살아남아서 네미시스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이라도 참아낼 수 있었다.


끄덕,


나는 타들어가는 녹색의 불길 속에서,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퀘스트를 받으렴.”


[퀘스트: 만 번의 삶을 살며 그들의 고통을 느낄 것. 보상: 생존 및 칭호 만생자 획득]


“수락..합니다...”


나는 성대와 혀까지 타들어가 버리기 전에 냉큼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만 번 태어나고 만 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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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바보 천치도 천둥을 천 번 맞으면 천재가 된다>연재가 재개됩니다. 23.08.04 19 0 -
21 Ep. 아카데미에 온 목적 23.08.22 8 0 15쪽
20 Ep. 아카데미 입학시험(2) 23.08.16 16 0 12쪽
19 Ep. 아카데미 입학시험(1) 23.08.16 13 0 15쪽
18 사케르의 진짜 힘 23.08.12 12 0 13쪽
17 하계를 부르는 마법사, 그리고 새로운 직업 23.08.10 15 0 15쪽
16 아카데미 입학 시험 전야. 23.08.07 17 1 11쪽
15 폐급 파티의 아카데미 잠입(1) 23.08.04 21 0 16쪽
14 새로운 파티원, 그리고 여행. 23.08.04 17 1 13쪽
13 지옥의 공작 자간 23.08.04 19 1 17쪽
12 아수라의 화신. 23.08.04 17 1 17쪽
11 수라교와 리그 베다교. 23.08.04 18 1 13쪽
10 용검 마키아. 23.08.04 16 1 16쪽
9 블루 드레곤, 아크틱. 23.08.03 19 1 15쪽
8 고대 악신과의 전투. 23.08.03 21 1 19쪽
7 두 가지 신급 아이템 23.08.03 20 1 17쪽
6 가주전으로 23.08.03 19 1 17쪽
5 첫번째 폐급 23.08.03 23 1 14쪽
4 아이기스 가문 23.08.03 33 1 18쪽
3 잊힌 마녀의 시험장의 변태(2) 23.08.03 33 1 15쪽
2 잊힌 마녀의 시험장의 변태 23.08.03 47 1 15쪽
» 프롤로그 23.08.03 75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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