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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시에라님의 서재입니다.

트윈 시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쓰리시에라
그림/삽화
시에라
작품등록일 :
2016.12.24 10:05
최근연재일 :
2017.12.26 12:18
연재수 :
367 회
조회수 :
78,756
추천수 :
1,212
글자수 :
2,407,547

작성
17.12.12 11:23
조회
119
추천
2
글자
8쪽

351. 미움의 이유

DUMMY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이렌시스는 표정이 굳어갔고, 엘리사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지재변 수준이네요. 마을 하나가 초토화 됐어요.”

“인위적인 천재지변 입니다. 1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그렇게 되다니.”

“점점 언니가 강해지고 있단 거겠죠. 1년 만에 언니도, 언니의 주민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어요. 그런데... 실종자 수가 300명이라뇨? 시신을 못 찾은 건가요?”

사망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시체를 곰이 먹었다 해도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실종된 건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이렌시스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여왕님께서 말씀하진 않으셨습니다만... 실종된 주민과 말 모두 데어난으로 데려간 듯합니다. 시신은 데어난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기도 마찬가지로 사라졌을 겁니다.

“역시 그럴까요. 언니가 제 것만은 안 건들 거라고 했는데...”

“코울람은 영주님의 지배를 받지 않으니 가져가도 죄책감이 덜 하셨을 겁니다.”

“아뇨, 제 말은...”

엘리사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니가 원하는 게 있다면 모두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곤란하지만 무기나 수정, 돈은 넘치잖아요,”

“사리나님은 어릴 때부터 빚지는 걸 싫어 하셨습니다. 또 이번엔 선백작에 대한 증오도 한 몫 했겠지요.”

“언니는 아버지를 상상 이상으로 싫어하네요. 이상해요.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았는데도요... 사랑을 받았는데도 도리어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리나의 증오심은 가끔 도가 지나치단 생각이 들었다. 선백작과 직접 맞서는 엘리사는 어릴 때 사랑은커녕 관심 조차 못 받았는데도 증오하진 않았다. 자신의 권한을 지키고자 맞설 뿐, 존경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이렌시스는 티리엔의 보고서를 접고 책상에 올려 둔 뒤 말을 이었다.

“사리나님께선 그 사랑이 부담이 된 겁니다. 이미 몇 차례 말씀하신대로 쌍둥이 동생인 영주님께서 아프셔서 병석에 누워 계신대도 선백작의 관심은 오직 사리나님께 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백작의 누나이자 아라베스의 공작부인인 이사벨님께서 바이올렛 유학을 권유 했을 때 바로 가겠다고 한 겁니다. 자기가 없어야 동생에게 관심을 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요. 실제로 선백작은 사리나님께서 바이올렛으로 가는 걸 원치 않으셨고, 사리나님은 더욱 적극적으로 가겠다고 한 겁니다. 두 분, 어릴 땐 정말 머리카락 한 올까지 똑같으셨으니까요.”

“음... 아버지가 절 싫어한 이유는 뭐죠? 물어보는 게 무서워서 아직도 모르고 있네요.”

“쌍둥이시기 때문입니다. 쌍둥이는 흔하지 않고, 평범하게도 여기지 않습니다. 혹자는 악마가 자궁에 같은 아기를 더 만들은 거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두 분이 같은 날 태어나셨을 때 선백작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차라리 한 분은 남자아이였다면 또 달랐겠지요. 또 사리나님과 달리 영주님은 아기 때부터 몸이 약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리나님에게 선백작의 사랑이 몰린 겁니다.”

“그렇군요... 역시 듣지 말걸 그랬어요. 좋은 얘기가 아닐게 분명한데도...”

엘리사는 착잡한 미소를 띠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보편적이지 못한 쌍둥이, 그것도 완전히 서로의 모습이 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존재만으로도 사랑 받지 못했다. 그나마 엘리사가 백작의 딸이기 때문에 목숨을 건진 것이지, 평민들 사이에선 쌍둥이 중 하나는 악마가 쓰기 위해 낳게 한 거라며 죽이기까지 한다고 들었다. 이렌시스는 말을 이었다.

“바이올렛에 유학 가서도 사리나님께선 영주님을 걱정하셨습니다. 자신이 없는데도 동생이 사랑받지 못할 걸 걱정했고, 그걸 잊고자 끊임없이 공부하신 겁니다. 병에 걸려서 돌아온 4년 후까지 단 한 번도 베네스로 돌아오지 않고 공부만 하신 게 그런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선백작이 영주님께 관심이 없다는 걸 돌아오고서 알게 됐을 때 얼마나 허탈해 하셨는지... 가족과 떨어지고, 먼 타국 오지로 가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했는데도 바뀐 게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선백작이 미신을 믿고서 영주님을 버리려고 한 그 사실 때문입니다. 그 당시 신부는 두 분 중 한 명을 꼭 죽여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저도 항상 이상하게 생각한 거였어요. 무슨 병이 걸렸길래 둘 중 하나를 버리든 죽이든 해야 한명이 살 수 있는 거예요?”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잘못이요?”

“예. 그... 교회 신부가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때 그는 선백작에게 두 분이 쌍둥이라 악마의 저주를 받아 죽은 자의 원혼이 들러붙어 서서히 죽어가는 거라고 했습니다. 한 명을 죽이면 죽은 아이에게 악마의 저주가 몰릴 것이라 생각하여 한 명을 죽이라고 한 겁니다. 선백작은 신앙심이 강하고, 미신도 곧잘 믿었고, 교회 신부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으니 그 말이 틀렸을 거라 생각하지 않은 겁니다.”

“그래요. 그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원래는 절 버리려다 언니가 반대하면서 제가 남게 됐다고요.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던 거죠?”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애초에 두 분이 걸린 병은 서로 다른 거일 겁니다. 악마고, 저주고 전부 헛소리입니다. 사리나는 그저 공부를 과하게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신 겁니다. 요양을 위해 저택으로 돌아온 거고, 그때 우연찮게 영주님께서도 발작을 일으키신 겁니다.”

“네!? 단지 그 뿐일까요..?”

“악마든 저주든 그건 미신입니다. 애초에 한 명을 버림으로써 해소되는 병 같은 게 있을 리 없습니다. 그저 선백작은 사리나님을 살리기 위해 교회 신부의 말을 이성적으로 생각도 안하고 그저 믿고 따른 겁니다. 쌍둥이를 낳았다는 압박감도 이 두려움에 한 몫 했을 거고요. 이 사실을 사리나님께서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영주님을 버리려 했던 선백작에게 크게 실망한 겁니다.”

“언니도 알고 있다니... 어떻게요? 경이 알려주셨나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직접 알아내신 듯 합니다. 제가 사리나님을 데어난 산간에 두고 간 이후로 사리나님께선 회복 하셨습니다. 바이올렛에선 단순히 과로라고 처방 받았는데 타르베스로 돌아 왔더니 악마의 저주니 뭐니 하는 말을 들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실 만도 하지요.”

“그때 절 버리니, 언니를 버리니 할 땐 언니도 신부의 말을 믿고 있었어요.”

“그때 두 분 나이가 11살 이었습니다. 아무리 영리하다한들 어른, 그것도 아버지란 사람이 직접 악마의 저주 같은 말을 하면 무서워하고 믿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그게 자기가 달고 온 저주로 동생을 죽게 하고 있다면 어린 아이는 혼란에 빠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당장 신앙심 깊은 누군가에게 해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겁니다. 죽음의 공포가 이성을 짓누르는 거지요.”

“어처구니없네요...”

엘리사는 이렌시스의 말을 듣고 허탈했다. 결과로만 따지면 사리나와 엘리사 둘 다 군주의 위치에 오르게 됐지만 두 사람이 갈라서야 됐던 게 겨우 하찮은 미신을 믿은 탓이라는 게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믿음에 자기도 같이 넘어 가 있던 게 아닌가. 엘리사는 이제야 사리나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버지가 저지른 일이 사리나에겐 충분히 상처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무슨 사고가 일어나는 데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미신을 믿다가 그럴 수도 있고, 사소한 오해가 생겨서 그럴 수도 있고, 단순히 속아 넘어가서 그럴 수도 있는 겁니다. 아주 작디작은 일이 커져서 사고가 되는 겁니다. 사리나님의 경우도 그저 과로로 조금 아팠을 뿐인데 이상한 게 끼어들면서 커져버린 겁니다.”

“음... 그럴 수도 있네요. 아버지와 제가 싸우게 된 것도 비슷하겠죠. 일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겠죠...”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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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364. 서약 17.12.25 148 2 13쪽
365 363. 복수 17.12.24 129 2 16쪽
364 362. 단죄 17.12.23 105 2 8쪽
363 361. 차디참 17.12.22 123 2 8쪽
362 360. 적막 17.12.21 112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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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356. 연극 17.12.17 8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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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352. 흐름 17.12.13 144 2 10쪽
» 351. 미움의 이유 17.12.12 119 2 8쪽
352 350. 사과 17.12.11 123 2 8쪽
351 349. 후속 17.12.10 107 2 13쪽
350 348. 재판 17.12.09 90 2 11쪽
349 347. 안락 17.12.08 111 2 12쪽
348 346. 의아한 징조 17.12.07 88 2 15쪽
347 345. 능청 17.12.06 137 2 18쪽
346 344. 선긋기 17.12.05 109 2 12쪽
345 343. 대립 17.12.04 101 2 15쪽
344 342. 공갈 17.12.03 98 2 13쪽
343 341. 인질극 17.12.02 102 2 12쪽
342 340. 반역 17.12.01 12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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