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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의 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토종토박
작품등록일 :
2018.07.02 17:38
최근연재일 :
2018.08.19 18: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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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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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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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견우의 꿈 34화

DUMMY

비탈진 산자락을 굽이굽이 지나가는 통로를 따라 이동해 오르다가 보니 높은 성곽이 눈앞에 보였다.

청마산성의 동문에 도착해 1두 마패를 보여주고 쉽게 통과하고 나자 이내 남쪽 능선을 따라 조성된 성곽을 타라 역마를 빠르게 달렸다.

청마산성 남쪽 자락에는 마치 커다란 공동묘지와 같이 수많은 무덤들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은 후세에 발굴 작업해서 많은 은제 부장품을 발견한 능안골 묘역이라고 칭하던 곳이 분명했다.

‘후궁들이나 백제의 귀족들 무덤이 있는 곳이군.’

용정천(龍井川)의 발원지인 깊은 계곡을 감싸 안은 포곡식인 청마산성에는 여러 개의 사찰도 보이고 군인들이 지내는 여러 개의 숙영시설도 보였다.

이곳 청마산성에는 본래 500명의 보병들이 주둔해 있었으나 성충 병관좌평이 죽기 전에 말갈부족에게서 들여온 말 500필을 보내 기병대도 양성해 이제는 1000명이 주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마산성 안에는 의외로 기마병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500명이나 되는 기마병도 있고 청마원도 있다고 했는데.’

청마산성 안에 청마원(靑馬院)이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서남쪽에 있는 남문에 도착해 중년병사에게 슬며시 물었다.

“청마원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요?”

“저쪽 산 아래에 있는 마방이 보이지 않소?”

중년병사가 손으로 지목하는 곳을 바라보자 산 아래로 커다란 마방이 있고 역관이 자리한 그곳은 용정리의 체마소골이 분명했다.

커다란 건물인 마방의 수도 많고 기마병들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청마산성 안에 보이지 않던 기마병들은 모두 청마원과 같이 주둔해 있는 것 같았다.

체마소골의 건너편 평평한 지역에는 아주 커다란 사찰이 보였다.

‘용정리사지 지역이야.’

이곳 용정리를 경유해 청마산성의 서쪽 고개를 넘어가면 바로 송곡리의 수락골을 지나 멀리 북쪽의 웅진으로 가는 중요한 교통로다.

21세기의 금강변에 접해서 만들어진 반듯한 도로망이 아니다.

산 쪽으로 깊이 들어와 도로가 건설된 이유는 아무래도 하류로 내려가면 저습지도 많고 큰 하천들이 있으니 나룻배로 건너야 하는 불편함 때문 같았다.

‘능선을 따라 만든 산길이 오히려 편하군.’

서남문을 지나 산등성이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다가 보니 작은 고갯길이 보이고 이곳에는 용정리와 능산리를 연결하는 도로다.

낮은 고갯길을 넘어 빠르게 능선을 따라 달리며 남쪽을 바라보자 커다란 능묘들이 많이 보였다, 무려 10개가 넘는 커다란 봉분들이 즐비했다.

26대의 성왕에서 30대인 무왕까지니 5대의 왕들 무덤이 있어야 하니 그런 정도의 수가 정확해 보였다.

비록 무왕은 멀리 익산에 능묘를 만들고 갔다고 해도 선화왕후의 능묘가 있으니 그렇고 더구나 이곳으로 와서 직접 살아보니 왕후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란 사실도 정확하게 알았다.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가묘를 만드는 풍습도 있어 능묘로 조성된 봉분의 수가 많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와! 가람의 규모가 정말 웅장해.’

견우가 감탄을 토하는 곳은 나서 옆에 있는 가람으로 후세에 국보 제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와 국보 제288호인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百濟昌王銘石造舍利龕)이 발견된 거대한 사찰이다.


이윽고 능선을 빠르게 달려 대형으로 사각형의 커다란 치가 설치되고 웅성 형태로 건설된 동나성의 동북문에 도착하자 보초병이 가로막으며 저지했다.

“멈추시오!”

종전과는 다르게 검문이 조금 심해져 1두 마패만으로 통과할 수 없어 서류와 신분패를 보여 주었다.

“사비도성으로 오라는 명령서도 있고 나는 기발병이요.”

“그거야 알지만 처음 보는 기발병이라 그렇소.”

청마산성에서 보내는 기발병이 수시로 지나가기 때문에 보초병은 기발병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어 이상하다고 판단해 자세하게 신분을 확인했다.

“왜 관복을 입지 않고 일반 병사들이 입는 군복을 입었소?”

“관복을 입으면 역마를 타기가 불편해서 그렇소.”

중앙관료인 금마원(金馬院) 소속인 13품 무독(武督)인데 아무런 관등이 없는 일반 기마병 차림이 너무 이상해 보인 것 같았다.

그래도 공문서를 지닌 기발병이라 더 이상은 시간을 끌며 붙잡지는 않고 통과시켜 주자 성문을 지나 사비도성 안으로 들어왔다.

견우는 북나성의 성벽을 따라 산을 내려와 바로 다시 금성산성(金城山城)으로 향하는 산길을 타고 이동했다.

‘아! 이 코스가 청마산성의 등산로야.’

이윽고 산길을 내려와 보니 21세기에는 큰 도로가 있는 지역이 나지막한 고갯길로 금성산성과 완전히 연결되었다.

아마도 후대에 새롭게 도로를 건설하며 고갯길을 절개한 것 같았다.

산자락을 타고 위로 올라 드디어 전국의 봉화(烽火)가 모두 모이는 금성산성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자리한 통수정(統帥亭)을 지났다.

통수정 아래 후세인 고려시대에 세워지는 조왕사(朝王寺)의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산성의 성곽을 따라 산을 내려와 낮은 구릉인 남령 남쪽의 사비원(泗沘院)에 도착했다.


사비원에 도착해 가져온 공문서를 넘기고 이곳으로 오라는 명령서를 보여주자 사비원(泗沘院)의 원장으로 6품 나솔인 연기무(燕己戊)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았네. 자네가 도착한 내용을 전내부로 알릴 것이니 우선 흑천의 집으로 가서 기다리게.”

“원장님, 저는 흑천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오라! 그렇군. 자네 집을 잘 아는 병사가 있으니 같이 가게.”

“그럼, 저는 집으로 가서 기다리죠.”

자신이 소유의 말이 아니라 역마를 넘겨주고 나자 견우는 걸어서 장창을 든 칠칠이라는 병사와 같이 남령 자락을 휘돌아서 사비왕궁의 동쪽에 있는 흑천(黑川)마을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십자형으로 구분된 넓은 도로들은 배수로가 있고 모두 마사토를 깔고 단단히 다져놓아 잘 정리되어 있었다.

후세에는 검은 흙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라고 해서 거무내 또는 현천(玄川)이라고도 불리는 부소산 남쪽에 위치한 마을은 대부분이 기와집으로 가득했다.

아마도 부소산의 남쪽에 위치한 남향이라 집터로 너무 좋아 백제왕국의 고위층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부유한 지역 같았다.

견우는 계속해서 코를 훌쩍 거리는 칠칠이의 안내를 받아 작은 기와집으로 가게 되었다.

“여깁니다.”

“수고 했어.”

기와집이지만 3칸짜리 일자형이고 부엌과 아래 윗방으로 나뉘고 사랑채는 아예 없고 행랑채도 3칸으로 부엌, 방 그리고 곡간인 초가집이다.

여기서 오래 정착해 살 이유도 없으니 집의 크기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견우는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마당에서 멍석에 해콩을 말리고 있던 40대인 부부가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뭔가 발견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절했다.

무명옷을 입은 부부의 행색으로 보아 이곳의 기와집에 딸린 노비로 보였다. 의자왕은 기와집과 노비 그리고 당분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넉넉하게 하사했다.

여기까지 안내해준 칠칠이가 대문 앞에서 서성이자 견우는 이내 눈치를 챘다. 힘들게 집까지 안내해 줬으니 뭐라도 바라는 눈치다.

견우는 이내 지시를 내렸다.

“저 병사에게 콩 1되를 퍼줘.”

“예.”

명령을 받은 남자노비가 재빠르게 곡간으로 들어가더니 잘 마른 콩을 1되 퍼주자 옆구리에 차고 있는 자루를 벌리고 싱글벙글하며 받았다.

백제시대는 화폐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아 고위층은 주로 작은 은덩이를 화폐로 사용한다.

그 때문에 평민들은 대부분 항상 2개 정도의 무명천으로 만든 자루를 차고 다녔다. 그 자루 안에 미곡이나 콩을 넣고 다니며 식량으로 사용하거나 때로는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과 바꾸었다.

견우는 폭이 좁은 마루에 걸터앉아 부부 노비에게 물었다.

“이름은?”

“주인님, 저는 일칠이고 아내는 시월입니다.”

노비들의 이름은 보통 태어난 날이나 달을 기준해서 지어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지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쇠 하더라도 견우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챙기고 있기 때문에 견우는 이내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 있다는 비단은?”

“아! 10필이 그대로 있어요. 주인님의 녹봉은 모두 사비원에서 조금 전에 같이 온 칠칠이가 면포로 가져와 저희들이 일부 사용하고 그대로 남아 있고요.”

견우는 이런 말을 듣게 되자 비록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그동안 자신에게 녹봉을 단 한 번도 지불하지 않아 이상하던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곳 흑천(黑川)마을에 본가가 있고 본래 사비원(泗沘院) 소속이다. 금마원(金馬院)으로 잠시 파견나간 중앙관료다 보니 원 주소지인 이곳으로 칠칠이란 병사를 통해 녹봉을 보냈다.

‘흠! 그래서 그 녀석이 내가 사는 집을 알고 있었어.’

견우는 일칠에게 물었다.

“앞으로 뭐를 하면서 살고 싶은가?”

“가능하면 저는 엿 장사를 하고 싶어요. 아내는 과자를 만들어 팔고요.”

이런 대답에 견우는 다시 물었다.

“그것을 만들 공간이 없는데?”

“주인님께서 앞집을 비단 5필만 주시고 사시면 되옵니다. 그곳에서 엿과 과자를 만들어 그 집 앞에 좌판에 놓고 아내가 팔면 되고요.”

일칠이는 이내 곡간에 만들어 놓은 엿과 과자를 가져와 맛을 보라며 넘겨주었다. 무척 달콤하고 담백한 맛인 하얀 엿이고 과자는 바삭바삭한 한과다.

먹어보니 제법 맛이 좋아 이내 지시를 내렸다.

“비단을 모두 가지고 가서 앞집을 사고 필요한 기구들을 사서 엿 공장을 운영해 봐.”

“넷!”

앞집은 평민이 살던 초가로 멀리 북쪽으로 이사 가서 농사를 지으려고 급하게 집을 판다고 했다. 본래 농사를 지었던 집이라 제법 집터가 넓었다.

견우는 의자왕이 하사한 비단 10필을 모두 처분해서 초가도 한 채 사서 집터도 대폭 늘렸다.

엿과 과자장사를 할 수 있도록 새로 구입한 초가에 공장시설을 만들고 거기서 일할 젊은 남녀노비도 4명이나 사게 되었다.

왕실에서 하사한 최고급 비단 1필이면 젊고 건강한 노비를 2명이나 살 수 있었다. 21세기에도 중동에서는 수십만원에 사람들이 노예로 거래되니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20대 초반인 노비들은 본래 부부가 아니지만 이내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너희들 이름은 이칠이와 삼칠이로 부르고 성은 산하로 정해서 부부로 같이 살아.”

“넷!”

다행이 일칠이가 천자문은 알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노비에서 해방시켜주고 그에게도 성을 산하로 정해 주었다.

“앞으로 성을 산하로 정하고 이곳에서는 집사라고 칭해.”

“주인님, 잘 알겠습니다.”

노비는 관아로 등록해야 소유권이 인정되고 필요한 경우 주인이 얼마든지 해방시켜 줄 수 있다.

그래서 견우는 새롭게 성과 이름을 정해서 소유주는 자신이지만 일칠이가 관리인으로 4명의 노비와 기와집을 관리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런 조치를 내리자 집사인 산하일칠(山下一七)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주인님, 노비로 팔려간 제 자식들을 사서 이곳으로 데려와 같이 살아도 되나요?”

“아! 자식들이 다른 곳에서 노비로 사나?”

“예, 아들 3명과 딸이 2명이 있는데 멀리 웅진으로 팔려갔어요.”

“알았어, 부지런히 재물을 모아서 멀리 떨어진 자식들을 사와서 여기서 같이 살도록 해. 자식들이 이곳으로 와서 살 집도 미리 마련하고.”

“감사합니다.”

산하일칠을 노비에서 해방시켜 줬어도 모든 재산은 견우의 소유라 앞으로 벌어들이는 재물까지도 모조리 견우의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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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견우의 꿈 26화 18.07.25 45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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