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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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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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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9
글자수 :
3,079,228

작성
17.10.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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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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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20쪽

그놈이 돌아왔다.

DUMMY

다음날 아침, 윤병우의 집.


-그 두 사람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각하를 너무나도 과도하게 지지하는 마음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고...

-이보게 비서실장! 어차피 그래봤자 부정선거로 내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질 않는가!!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탄핵국면을 막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발표하게나.


윤병우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자신의 앞에서 재생하는 기영란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이걸 왜 나한테 들려주는거지?”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토사구팽 당했다는 것을 알려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크하핫! 이보시게 기영란 특별검사, 난 오히려 자네가 누구를 구워삶았기에 이걸 녹음할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하군 그래, 누구인가? 비서실장? 경호실장? 그게 아니면 집무실 담당 청소부?”

“선배님, 그러지말고 법조인답게 판결에만 신경쓰시는게 어때요? 과정이 뭐가 됐든지간에, 우리는 판결로 승부를 보는 법조인이니까요.”

“법조인 답게 판결에만 신경을 쓴다.... 참으로 재미있군, 내가 열 받아서 자네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그랬다면 아예 집안으로 들이지도 않았겠죠.”


기영란의 말을 듣더니 말없이 쿡쿡 웃기 시작하는 윤병우, 그렇게 한참을 웃던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기영란을 향해 말했다.


“역시 대단하시군, 기영란 특별검사.... 자! 그럼 말해보게나, 나에게 제시할 거래가 무엇이고, 자네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뭔지를 말이야.”

“아주 간단해요. 선배님이 잘 하는걸 하시면 됩니다.”

“내가 잘하는 거라.... 대체 뭘 말하는거지?”

“시작은 선배님의 뇌물혐의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죠.”

“그렇지.... 크큭! 정태원 총장이 아주 좋아하고 있겠군. 검찰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 따위는 이제 국민들에게 뉴스거리도 아닐테니.... 가만, 설마 내가 잘하는거라는게.....”


기영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맞아요. 선배님이 제일 잘하시는 그거, 그걸 하시면 됩니다. 달을 구름

이 가렸으니, 이젠 손이 구름을 한번 더 가릴 차례죠.”

“하지만.... 대체 어디로 관심을 돌린다는 것인가?:”

“서영희 박사.”

“서영희 박사? 그 여자는 얼마전에.... 가만, 그럼 자네가 이 일을 꾸민 이유가!??”


그제서야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영란을 바라보는 윤병우, 기영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모든 대선개입 사실을 인정하고 양심선언을 하세요. 그리고 그 양심선언과 함께 서영희박사가 무리한 실험을 해서 연구소가 폭발한 것이 아니며, 그 원자로가 폭발하기 전에 혼자 탈출했다는 것도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세요. 그리고 모든 것은 신물질에 탐욕을 부린 대통령과 독고성의 만행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리는겁니다. 그럼 모든 비난은 대통령을 향할겁니다. 그럼 그 사이에 최대한 형량을 낮춰서 구형해드리죠. 이미 총장님과는 모든 얘기가 끝났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영상속에 자네의 모습이 있었지.... 대체 자네는 그 연구소와 무슨 관계인건가?”

“자세한 것은 노코멘트. 자, 어떤 선택을 하실거죠? 선배님?”


윤병우는 잠시 고심했다.


“참으로 재미있구만, 만약에 지금 내가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겠다고 말하면 자네의 모든 계획은 틀어지는 것이겠지? 자네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이 모든 계획을 짰을테니까 말이야.”

“......”


기영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짝 틀어진 그녀의 눈썹이 모든 것을 대답해주고 있었다.


“지금 언론에 발표된 그 문건, 그것은 4년 전에 우리 집에서 사라진 문건이라네. 몇 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는 않던 것이 갑자기 지금 나타난 것을 보고 깨달았지, 모든게 자네의 농간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몰라도 자네는 진작부터 그것을 가지고 있었을거야. 하지만 아무리 내 사인과 필적이 남아있다고 해도 불법적으로 얻은 문건을 증거로 쓸 수는 없었겠지.

언론에 보내도 마찬가지였을거야. 갑작스레 익명의 누군가가 보내오는 국정원 대선개입 문건이라.... 어느 누구도 그걸 보도할 기자는 없겠지.

그래서 나를 압수수색하는 그림이 반드시 필요했어. 이 윤병우의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순간에 빠져나온 놈들이 없애려 했던 문건, 그거야말로 이 문건에 최대의 힘을 싣는 방법이었을테니 말이야.

문건만 어떻게든 공개를 하게 되면 그 뒤는 아주 간단하지. 저 위에 있는 멍청한 대통령은 당연히 나와 서의철을 팽할테고, 자네는 나에게 다가와 국민의 이슈를 다시 한번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슬쩍 알려주면 모든게 끝이지.

솔직히 나에게 제안할 방법이 뭔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네. 하지만 지하연구소 폭발의 책임을 뒤집어씌운 서영희 박사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을 제안하는걸 보니 그 연구소와 자네는 아주 깊은 관계가 있었던 것 같군. 안 그런가? 기영란 특별검사?”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 지하연구소는 저와 아주 오랜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주한과 독고성이 자신들의 죄를 뒤집어씌운 서영희 박사는 저의 오랜 친구죠.”

“나와 대통령, 그리고 독고성이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려버렸군. 고작 문건하나를 들고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다니.... 참으로 대단하군 그래.”

“과찬이십니다.”

“그래, 이제 형량거래를 한번 해보지. 몇 년을 줄 생각인가?”

“7년, 그 이하는 안됩니다.”

“낮은 형량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나? 7년은 너무 길군 그래....”

“원래대로라면 칠순잔치를 감옥에서 하셔야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실텐데요? 불만이시라면 이대로 재판을 한번 진행해보시죠. 지금 분위기에서 선배님에게 낮은 형량을 매길 수 있는 판사가 과연 있을까요?”

“5년으로 합의를 보는게 어떠한가?”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매정한 사람 같으니...”

“그랬다가는 선배님께서 실형을 피할 가능성이 있어서 말이죠.”


영란에게 속마음을 들킨 윤병우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2심이나 3심에서 받을 수 있는 감형은 원심의 절반까지다. 쉽게 말해서 5년이면 2년 6개월, 7년이면 3년6개월까지 감형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또한, 징역 3년이하부터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1심에서 5년을 선고받으면 2년6개월로 감형 받은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능하지만, 7년을 선고받게 되면 절반을 감형받는다 해도 3년이 넘어버리기 때문에 실형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것을 꿰뚫어본 기영란은 5년으로 합의하자는 윤병우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5년과 7년은 단순히 2년의 차이가 아니라, 윤병우가 실형을 피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던 것이다.


“그래, 양심선언인가 그건 언제하면 되는건가?”

“1시간 뒤에 기자들이 이곳으로 올겁니다.”

“설마 기자도 미리 불러놓은건가? 허허허! 자네 같은 인재가 내편이었다면 오늘 같은 날은 없었을 것 같군.”

“선배님이 양심적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우리가 같은 편이었을 수도 있겠죠.”

“하하! 듣고보니 그렇구만. 아무튼, 누구와는 다르게 양심선언이라는 예쁜 그림을 그려줘서 고맙네. 대통령과 독고성이 불쌍해지는구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양심선언,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가보시게....”


자리에서 일어나 윤병우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집밖으로 나온 기영란은 한결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모든 신문과 뉴스 매체들은 윤병우의 양심선언을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 윤병우 전 민정수석은 자신과 관련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모든 혐의사실을 인정하며 양심선언을 하였습니다.

댓글 조작, 진영갈등, 가짜뉴스 배포 등이 모두 자신의 계획이었다고 시인하며 모든 것을 밝힌 윤병우 전 민정수석은 자신이 걸어온 잘못된 길을 모두 후회한다고 밝히며 특검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심선언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윤병우 전 민정수석은 얼마전에 있었던 지하 신물질 연구소의 폭파사건을 거론하며, 그곳의 책임자였던 서영희 소장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서영희 소장의 무리한 핵실험은 사실과 다르며, 폭발전에 혼자 연구원들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뉴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윤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 모든 것이 현 대통령인 이주한 대통령과 합동참모의장인 독고성 장군이 군인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꾸민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양심선언의 진위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논란이.....



TV로 한국뉴스를 시청하던 도혁은 황급히 자켓을 걸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영희씨, 나 잠깐만... 아니지, 그냥 얼른 갔다오는게 낫겠어.”


잠시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간 서영희를 부르려던 도혁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집 밖을 나섰다.

지금의 서영희는 도혁이 아주 잠깐이라도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괜히 말해서 마음이 불안하게 만드느니 그녀가 씻을동안 얼른 나갔다 들어오는게 어찌보면 더 현명한 방법이었다.


조금 떨어진 공중전화를 찾은 도혁은 자신의 경찰수첩에 적혀있는 기영란의 번호를 꾹꾹 누르고 신호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기실장님, 한도혁입니다.”


-어머, 도혁씨! 영희는요? 아무일 없어요?“


“아무일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일단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행이에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윤병우인가 그 사람이 양심선언을 했던데, 이제 한국으로 갈 수 있는겁니까?”


-하아, 저도 빨리 영희를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윤병우가 양심선언을 했으니 일단 그에 대한 수사를 할 순 있겠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영희의 수배를 풀기는 조금 힘들어요.


“그럼, 대체 언제쯤 증거를 찾을 수 있는겁니까?”


-제일 확실한 것은 그놈들이 없다고 주장한 용병들의 시체를 수색하고 원자로의 폭발이유를 밝혀내는거에요. 하지만 도혁씨도 알다시피 연구소가 완전히 무너져내려서....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물론 최대한 빨리 수배가 풀리도록 노력은 해볼게요. 참, 수빈이한테는 연락해봤어요? 남자친구가 며칠째 연락 안했다고 완전 뾰루퉁해져 있던데?


“아뇨 아직.... 한번 연락해보겠습니다.”


-어머, 여자친구인데 한번 연락해보겠다구요? 도혁씨, 그러다가 차여도 난 모른다~~ 호호호! 이만 끊을게요. 사랑하는 여자친구한테 빨리 전화나 하세요.


“네, 기실장님.”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고민을 하는 도혁, 하지만 그는 이내 수화기를 다시 들고 수빈의 번호를 다이얼에 찍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수빈아, 나야. 잘 지냈어?”


-야! 한도혁! 간지가 언젠데 이제야 전화를 해!!! 이게 죽을려고 정말!!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어, 미안해.”


-흥! 내 생각이 안난건 아니고?


“그럴 리가 있나..... 밥은 먹었어?”


-내가 언제 밥 굶는거 봤어? 오빠는?


“나도 뭐, 항상 밥은 안굶고 다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피죽도 못먹은 사람처럼..... 정말 괜찮은거야?


“걱정 안해도 돼, 이 일 끝나는 대로 얼른 돌아갈게.”


-내가 걱정하는게 싫으면 전화나 좀 자주하던가!


“그래, 앞으론 자주할게. 일단 지금은 끊어야겠다. 갑자기 또 배고파졌거든.”


-뭐야, 지금 그깟 밥 때문에 내 전화를 끊겠다는거야?


“너무 배고파서 그래.”


-하여간.... 알았어, 나중에 또 전화해줘. 보고싶으니깐.“


-그래, 나중에 또 전화할게.




수빈과의 통화를 종료하고 집으로 걸어오는 도혁의 표정은 그야말로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사랑과 죄책감을 동시에 떠안은 그의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무겁고 심란했기 때문이었다.


“영희씨, 나왔....”


와락!


도혁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와 그의 품에 안겨버리는 미모의 여인, 그녀는 바로 서영희였다.


“대체 어디 갔었던거에요!!”

“미안해요 영희씨, 영희씨가 씻는 사이에 잠깐 갔다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통화가 길어져서....”

“다시는... 다시는 이러지마요,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알았어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도혁은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는 서영희의 등을 토닥여주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UBC는 자신들이 발표한 문건에 있던 사인과 글씨들의 필적감정 결과를 방송을 통해 공개하였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6명의 필적감정사에게 직접 의뢰를 했던 UBC는 윤병우의 글씨체가 확실하다는 만장일치의 결과를 발표하며 자신들이 보도했던 특종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이로써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이 명백해지자, 더 이상 다른 언론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문건에 나온대로 국정원에게 고용되어 여론조작 활동을 했던 일명 ‘댓글부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작정을 하고 찾기 시작하자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몇몇 대형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상할정도로 추천수를 많이 받았던 선동게시물들과 댓글들, 그리고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제작된 가짜 이미지와 가짜뉴스, 찌라시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들의 분노는 서의철 국정원장과 이주한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국가기관이 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직접 댓글부대를 운용하여 여론을 계획적으로 조작했으며 그 여론조작을 통해 당선된 사람이 지금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진실을 덮고 있던 베일이 하나 둘씩 걷어지면서 윤병우의 양심선언은 점점 기정사실화 되고 있었다.

그리고 윤병우의 양심선언이 점점 사실이 될수록 그 뒷부분에 나왔던 이야기에도 점점 더 힘이 실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는데, 그것은 지하 신물질 연구소 폭파 참사에 대한 진실이었다.











청와대, 대통령의 집무실.


이주한은 굳은 표정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지난 7일, 전 민정수석이었던 윤병우씨는 청담동에 있는 자택에서 양심선언을 하며 자신이 이주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서의철 국정원장과 함께 여론조작을 모의, 계획, 실행하였음을 직접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양심선언의 뒷부분에 이어졌던 이야기에 대해선 아직도 논쟁이 뜨겁습니다, 과연 모든걸 다 털어내려고 양심선언을 한 사람의 말이니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증거가 없는 말이니 조금은 더 생각을 해봐야할까요?

저희 UBC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의혹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직접 지하 신물질 연구소의 폭파현장을 잠입취재 하였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TV속 앵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군인들이 도로를 막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수백명이 죽은 참사의 현장,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마치 감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삼엄합니다.

근처의 진입 가능한 도로는 모두 막혔으며, 멀리서 확인할 수 있었던 폭파사고 현장은 못해도 수십명의 군인들이 번갈아가며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토록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것일까요?

저희 UBC는 그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고성능 드론으로 위에서 촬영한 사고현장을 촬영하였습니다.


TV화면이 다시 바뀌며 이번에는 위에서 촬영한 지하연구소의 모습이 나타났다.

수 많은 군인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지만 그을린 자재들과 철근이 가득 쌓여있는 본 현장에는 그 어느 누구도 다가가지도 않는 모습, 앵커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운데에 있는 주저앉은 땅과 쌓여있는 잔해들이 바로 참사 현장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통해 저희 UBC는, 수백명이 죽은 이 참사의 현장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십 명의 감시 아래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상을 본 한 사고복구 전문가는, 자세한 것은 현장을 직접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정도의 잔해양이라면 발굴작업이 거의 진행이 되지 않은 수준이며, 사실상 전혀 손도 대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 전문가는 발굴 작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지하폭파사고의 원인을 알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이로써 폭파사고의 원인이 서영희 박사의 핵실험이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새빨간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작업이 한창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굳게 믿고 있던 유가족들은 이 소식을 듣자 분통을 터뜨리며 집단 행정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쾅!


“어떤 개자식이 저곳을....”


주먹으로 집무실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이주한의 얼굴에서 강한 분노의 표정이 피어올랐다.

이주한의 입장에서는 잘못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본디 정치란 거짓말을 누가 더 완벽하게 하느냐의 싸움이었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하는 것이라는 말은 정치판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뒤집어지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하지만 지금, 이주한이 그 거짓말로 쌓아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서 저질렀던 부정선거가 드러났고, 연구소 폭파사고의 책임을 서영희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했던 발표 또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게 되었다.


또한 서영희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 낳은 또 다른 거짓말, 시신발굴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유가족들에게 했던 거짓말도 만천하에 드러나버렸다.

이주한은 절대로 참사현장을 발굴할 수 없었다. 그곳을 발굴하게 되면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쏟아져나올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애초부터 모든 것이 솔직했다면 발굴작업을 하지 않을 이유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게 되었고 결국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UBC라.... 한번 매운맛을 보여줘야 정신을 차리겠구만.”


이주한의 표정에서 죄책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보도한 UBC에 대한 강한 분노가 솟구치고 있었다.


똑똑!


“각하!!”

“마침 잘왔네 비서실장! UBC라는 저 방송사, 아무래도 그냥 놔둬서는....”

“지금 그것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국회에서 연락이 왔는데, 조금 전에 각하에 대한....”

“나에 대한? 그게 뭔데?”

“그것이... 타, 타...”

“어물쩡대지말고 빨리 말하게!”

“탄핵소추안이 제출되었다고....”


그 순간, 안그래도 붉어져 있던 이주한의 얼굴이 더더욱 울그락 불그락 해졌다.


“뭐? 타, 탄핵? 대체 어느놈이!!”

“한국당의 옥기황이 직접 제출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제출할 수가 있는지....”

“옥기황 그 망할자식이 결국.... 비서실장! 당장 박대표에게 전화해서 안가로 오라고 전하게! 당장!”

“네, 알겠습니다! 각하!”

“탄핵? 어디서 감히 나를 끌어내리려고...”


탄핵소추안. 그것은 대통령, 국무총리 등의 고위 국가 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 해당 국가공무원의 처벌, 파면 등을 위해 국회 1/3이상의 동의를 얻어 제출해야 하는 의결안이었다.

그것이 제출 되었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1/3이상이 이주한의 파면에 동의를 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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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그놈이 돌아왔다. 17.08.24 68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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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5) +2 17.08.19 410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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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3) +1 17.08.15 440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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