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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연재수 :
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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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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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9
글자수 :
3,079,228

작성
17.10.1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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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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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0쪽

그놈이 돌아왔다.

DUMMY

청담동, 윤병우의 집 근처 빌라 옥상.


망원카메라로 윤병우의 집을 살피던 두영은 바지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어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네, 기실장님. 유두영입니다.”


-저에요 두영씨, 윤병우는 아직도 집에서 안나오고 있나요?


“네, 집안에 꿀이라도 숨겨놨는지 도무지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습니다. 기실장님, 이건 제 생각인데...... 아무래도 집안에는 별게 없는 것 같습니다. 뭔가가 있다면 그걸 없애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나왔을텐데 말이죠.”


-그 생각에는 나도 동의해요. 그 밖에 별 다른건 없나요?


“네, 뭐 별다른건.... 사소한게 하나 있긴 합니다.”


-그게 뭐죠?


“주성한 기자 기억하십니까?”


-아, 기억나요. 두영씨가 사진을 보내줬던 UBC의 기자, 맞죠?


“네, 맞습니다. 특검이 시작한 날부터 이 앞에서 진을 치고 앉아있더군요.”


-생각보다는 똑똑한 사람이네요. 한발 앞서서 그곳을 지키고 있다니.... 차라리 잘됐어요. 그 사람이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지겠네요.


“네? 일이요?”


-그런게 있으니까, 일단 잘 지켜보고 있어줘요. 나중에 다시 연락하죠.


“네, 알겠습니다. 기실장님.”


기실장과의 통화를 종료한 유두영은 카메라의 망원렌즈 방향을 약간 돌려서 윤병우의 집 앞에서 노숙하다시피 하고 있는 주성한 기자를 살펴보았다.


“에효, 당신 신세나 내 신세나....”










두영과의 통화를 종료한 영란은 사무실 책상위에 놓여있는 서류봉투를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여민주 사무장이 빠르단 말이야, 벌써 이렇게 갖다놓고....”“선배님, 그 서류는 뭐죠?”

“이거? 폭탄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폭탄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남수인에게 서류봉투에서 꺼낸 서류를 내미는 기영란, 그것을 받아든 남수인의 그 어느때보다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영란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이건....”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주한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에 대한 소문하나가 돌았었지. 혹시 기억해? 아참! 그때 후배님은 아직 대학생이었던가?”

“워낙 유명한 소문이라 듣기는 했었습니다. 이주한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단체가 있었는데, 그 배후가 국정원이라는.....”

“맞아, 이주한 측에선 말도 안되는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워낙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서 결국 검찰이 나서게 되었지.

하지만 검찰이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증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을까?”

“선배님, 설마 지금 말씀은..... 담당검사가 고의적으로 증거를 누락시켰다는 말인가요?”

“맞아.”

“대체 그 망할 검사가 누구죠?”

“담당검사 미워할 것 없어, 이쪽 바닥에서 굉장히 힘 있는 놈이 그쪽 캠프에 있었거든. 그 담당검사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을거야. 안 그래?”


기영란은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장태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장태현 검사?”

“선배가 그럼.....”

“......이것 때문에 절 특검으로 부르셨습니까?”


기영란은 장태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완전히 상관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당신이 양심이 없는 검사였다면 이렇게 특검에 합류시킬 필요도 없이 바로 구속시키고 수사를 진행했을거야.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장검사는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고 양심이 살아있는 검사였지.

그래서 난 장검사를 처벌하기 보다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 자신이 눈을 감아버렸던 과거의 사건을 다시 파헤칠 수 있는 기회를 말이지.”

“......”

“장검사가 힘들게 수사했지만 묻어버릴 수 밖에 없던 수사기록들과 증거들, 내가 총장에게 직접요구해서 모두 받아냈어. 장검사, 이제 어떻게 할거지?”


장태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영란을 바라보았다.


“저야 그러고 싶긴 하지만..... 특검이 이걸 수사할 수는 없습니다. 윤병우를 수사하다가 갑자기 4년 전의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수사방향을 바꾸다니, 그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수사방향은 아주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거야. 박재우 지검장의 진술 덕분에 윤병우를 압수수색 할 수 있는 영장이 좀 있으면 나올거거든.”

“그 얘기는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근데 윤병우를 압수수색 하는 것과 국정원이 무슨 연관이....”


그에 대한 대답은 옆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남수인이 대신했다.


“선배, 그 사건의 배후가 바로 윤병우에요. 조직적인 댓글부대, 가짜찌라시, 그리고 지역감정 유발과 계층간 분란 조장, 모두가 이주한을 당선시키기 위한 윤병우의 계획이었어요. 이 서류들이 바로 그 증거에요.”

“뭐!? 윤병우가?”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리네요. 이주한이 왜 그렇게까지 윤병우를 보호하려 했는지, 어떻게 윤병우가 대통령보다도 더한 권세를 누리고 있었는지.... 선배님, 대체 이 서류는 어디서 나신거에요?”

“아, 이거? 윤병우 집에 있던 것을 우연히 훔친거야.”

“네? 그게 무슨... 그럼 이게 불법증거라는 말씀이세요?”

“4년 전,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알고 지내던 동생들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부탁 한 적이 있어, 아마 후배님은 그게 누군지 잘 알고 있을거야.”


정확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수인은 그 동생들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센터의 시메트러들, 그들이 아니고서야 보안이 삼엄한 윤병우의 집에서 이것을 훔쳐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자료는 그때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어. 그리고 이 자료는 윤병우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오늘,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될거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한 증거가 집에서 나온다.... 호호호! 윤병우의 표정이 정말 볼만하겠는데?”

“선배님, 하지만....”


남수인은 그리 표정이 좋지 못했다.


“후배님,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선배님, 이걸 법적인 증거로 쓰는 것은 위법입니다.”

“남수인!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방금 특별검사님 말 못들었어? 이건 원래 윤병우의 집에 있던 자료라고 하시잖아!”

“하지만 4년 전에 훔친 자료를 압수수색의 증거물로 둔갑시키는건 불법이잖아요! 선배님, 죄송하지만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이봐 두사람, 뭔가 착각을 했나본데.... 난 이걸 법적인 증거로 쓸 생각이 전혀 없는걸?”


영란의 말을 들은 남수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네? 선배님, 분명히 좀 전에는 이 자료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고....”

“그래, 세상의 빛을 보게 될거야. 아주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말이지....”

“그게 무슨....”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영란을 바라보는 남수인. 그리고 그때, 막 도착한 팩스를 확인한 여민주가 기영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검사님! 왔어요! 압수수색영장이!!”

“일단 가면서 설명할께. 수철씨! 수철시도 내 차에 타요, 가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검사님.”












청담동, 윤병우의 집.


윤병우의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성한은 난데없이 걸려온 편집장의 전화에 짜증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답답하네 정말..... 편집장님, 특검사무실을 지키고 있어봐야 알아서 특종이 잡히겠습니까? 여기서만 기다리고 있으면....”


-뭐? 특종이 없어? 야! 주성한! 지금 우마광 회장에 이어 박재우 지검장까지 특검에 자진출두한거 몰라? 지금 우리 UBC만 빼고 다 노났어 임마!!


“그렇게 계속 자진출두하다가 윤병우 이름 한번이라도 나온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특검팀은 바로 여기로 출격할거라는거 모르십니까?”


-그래, 주기자 네 말대로 윤병우 이름만 나오면 특종이라고 치자. 근데 윤병우 이름이 그리 쉽게 나올 이름이냐? 김기자가 지금 거의 도착해간다니까, 너도 빨리 대치동으로 합류해! 얼른!


“편집장님, 그러지 말고 하루만 더....”


-이 망할새끼가 근데!!


“어!? 특검팀이다!!”


-야 주성한!! 이젠 내 전화를 끊으려고 구라를 쳐? 이 망할자식이 근데!!


“이번엔 진짜입니다! 나중에 보너스 얼마를 줘야할지나 생각하세요!”



주성한이 수화기에 대고 한 말은 진짜였다.


윤병우의 집 앞에 멈춰선 8대의 차 중에서 제일 앞선 차에서 내리는 기품 있는 여인, 그녀는 특별검사팀의 수장인 기영란이었다.


찰칵! 찰칵!


특검팀이 나타나자마자 정신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주성한, 그러자 그 모습이 조금 거슬렸는지 험악한 인상의 수사관 몇 명이 주성한을 향해 다가갔다.


“그만두세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오신 분인데 함부로 대할 순 없죠.”

“하지만 특검보님, 수사에 방해가....”

“윤병우의 집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서있는 것도 아닌데 수사 방해라고 볼 순 없죠. 그냥 놔두세요.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저 안에 있는 증거들을 빠르게 수집하는겁니다. 다들, 자신있어요?”

“제가 압수수색만 15년째입니다, 아주 머리털 하나까지 박박 긁어올테니, 특검보님은 여기에서 커피라도 한잔 하고 계십시오.”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한 수사관의 말에 미소를 보인 영란은 윤병우의 집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 말해주시니 정말 믿음이가네요. 자, 모두 털어내세요! 먼지 한 톨까지 전부 다!!”

“네! 검사님!”


기영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윤병우의 집으로 들이닥치는 수십 명의 수사관들, 파란박스를 든 그들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영란은 여전히 뒤에서 들려오는 주성한의 카메라 셔터소리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윤병우의 아내 이화련은 핏발이 선 눈으로 윤병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 대체 이게 뭐야!! 이젠 이 망할새끼들이 집까지 쳐들어오고 있잖아!!!”

“......”

“밖에서 뭘 어떻게 했길래 날 이런 취급을 받게 만들어!! 결혼할 때 내가 말했을텐데? 바라는건 없으니까 최소한 내 품위는 깎지 말아달라고!!”


아내의 비난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앉아 온 집안을 헤집는 특검팀원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윤병우, 그는 뒤늦게 집안으로 들어온 기영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소한 신발은 벗으라고 명령해줬으면 했네만....”

“나름 갑자기 쳐들어온건데 너무 태연하시네요. 재판부에서 미리 연락이라도 받으셨나봐요?”

“지금 마음껏 누리게나. 모든게 내 세상인 것만 같은 그 기분, 나도 많이 겪어봐서 잘 알고있다네. 하지만 그것들이 사라져버리고 난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집에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걸요. 내가 원했던 것은 이 압수수색으로 뭔가를 찾는게 아니었어요. 바로 이 압수수색 그 자체였죠.”

“뭐?”


윤병우는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기영란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윤병우의 집을 압수색하려 들어가는 특검팀을 카메라에 담은 주성한은 큭큭거리며 아수라장이 된 윤병우의 집을 보며 중얼거렸다.


“편집장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자고로 특종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곳에서... 응? 저 놈들은 또 누구야?”


아수라장이 된 윤병우의 집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검은양복의 두 사내, 누가 봐도 굉장히 수상한 그 거동에 주성한은 조용히 그들의 뒤를 밟았다.


“흠흠! 이, 이봐! 윤수석님이 처리하라고 한 그건 잘 챙겼어?”

“응? 아, 이거? 당연히 챙겼지! 수석님께서 반드시 갖다가 폐기하라고 하셨으니까 잊을 리가 있나!?”


‘뭐지?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긴 한데 뭔가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


주성한이 뒤를 밟은 두 사내는 바로 용수철과 유두영이었다.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고 어색하게 대화를 주고받던 용수철은 자신이 듣기에도 너무 이상했는지 주성한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목소리로 두영에게 말했다.


“야, 너 연기 제대로 안해? 누가 봐도 어색하잖아.”

“누가 누구한테 어색하다고.... 걸음이나 똑바로 걸어요 좀!”

“크흠! 암튼, 이제 이쯤에서 찢어지면 되는거지?”


용수철은 갑자기 주변에서 다 들을만한 큰 목소리로 두영을 향해 말했다.


“그럼, 유실장! 그거 잘 처리하도록 해! 난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용수철이 떠나는 것을 확인한 주성한은 두영이 들고 있는 검은색 가방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윤수석이라면..... 윤병우가 저놈들에게 저걸 없애라고 했단 말이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윤병우의 수하라고 확신한 주성한은 계속해서 가방을 든 유두영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행하기를 수 분 후, 어느 건물 사이로 들어간 두영은 검은 가방을 바닥에 놓고 라이터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착!


기름을 잔뜩 먹고 반질반질해진 가죽가방을 보며 라이터를 꺼낸 두영은 조금 전에 영란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


‘안감이 불에 강한 소재로 되어있는 가방이에요. 아무리 불을 갖다대도 겉의 가죽만 타니까 안심하고 태워요.’


타다다다닥! 타다다닥!


불은 붙인 검은 가방이 삽시간에 타오르며 가죽이 타들어가는 소리를 내자 주변을 한번 더 살피며 자리를 떠나는 두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보고 있던 주성한이 윗옷을 벗으며 가방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씨발!!”


불타는 가방에 자신의 윗옷을 연신 패대기치며 불을 끄는 주성한, 다시 돌아와서 그 모습을 몰래 확인한 두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를 떴다.









그날 저녁,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저 루머라고만 알려져 있었던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의혹, 혹시 그것을 기억하십니까? 윤병우 전 민정수석의 집이 특검에 의해 압수수색당한 오늘,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에 관련된 문건이 발견되어 화제입니다.

주성한기자, 이 문건을 어디에서 발견하셨다고요?



앵커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주성한기자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카메라가 주성한을 향해 돌아갔다.



-네, 윤병우 전 민정수석의 집 근처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이 무엇이죠?


-이 문건은 이주한 대통령이 아직 후보였던 당시, 홍익당 선거캠프에 있던 윤병우 전 민정수석이 서의철 국정원장과 주고받은 문건들입니다.

이 문건에는 국민 여론을 이주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윤병우 전 민정수석과 서의철 국정원장이 계획, 모의한 내용이 모두 들어있으며, 이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비인가직원들에게 댓글공작, 비방용 합성사진, 가짜 뉴스 및 찌라시 제작, 지역감정 유발 등을 지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이 문건의 신빙성 또한 중요하지 않습니까?


-제가 조금전에 이 문건을 특검이 압수수색을 시작한 윤병우 전 민정수석의 집 근처에서 발견하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윤병우 전 민정수석의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불태우려한 가방 속에서 이 문건을 발견하였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윤병우 전 민정수석의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건의 내용이 100퍼센트 확실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문건 곳곳에는 윤병우의 싸인이 들어있으며, 몇몇 문건은 아예 윤병우의 자필로 작성되어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이슈를 일으켜야하는지, 또한 상대후보의 어떤 부분을 공격해야 하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들이 바로 그것인데, 필적감정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문건의 신빙성은 대단히 높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주성한 기자님은 정말 그 문건의 내용대로 이주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앵커의 마지막 질문에, 주성한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기자입니다. 누가 나에게 기자가 어떤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항상 대답이 같습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밖으로 드러내는 직업, 하지만 자신의 잣대로 진실을 판단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지금 국민여러분들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팩트는 딱 두 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문건으로 인해 팩트에 조금 더 가깝게 근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뉴스를 보고 있는 누군가는 심장을 졸이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 사람이 대선 때 여론을 조작한 사람인지, 혹은 이 문건을 조작해서 저와 국민들을 속이려는 사람인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국민들을 농락한 그 사람을 향해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뭘 어디에 숨기든 간에, 내가 지옥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말이죠.










와장창!!


책상에 놓여져있던 전화기를 집무실 TV를 향해 던져버린 이주한은 비서실장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야!! 문건이라니!!! 모든 증거는 4년전에 모두 없앴다며!!”

“저, 저도 그게 잘....”

“이런 망할... 윤병우 이 개새끼 지금 어디있어!!? 당장 데려와!!”


늘 윤병우를 감싸던 이주한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윤병우가 압수수색을 당하자마자 기자의 손에 들어간 문건들, 그것들을 절대로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하십시오 각하! 지금 상황에서 윤병우를 청와대로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너무나도 잘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윤병우 이 망할새끼.... 대체 왜 그걸 아직도 갖고 있는거야!!”


“뻔하지 않습니까 각하, 여차하면 각하의 목을 조르려고 했을겁니다.”


경호실장 박유건의 말을 들은 이주한의 눈초리가 살짝 가늘어졌다.


“자,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겐가!!? 각하 앞에서 무슨...”

“아냐, 박실장의 말도 일리는 있어. 내 목을 조를 심산이 아니었다면 그놈이 그걸 여태껏 갖고 있을 이유가 없지.”

“가, 각하....”


사실 비서실장의 생각도 박유건의 생각과 같았다. 그 이유가 아닌 이상 대통령이 없애라고 지시했던 그 문건들을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윤병우가 지금까지 그걸 보관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허술하게 폐기하지 않았을것이다. 아니, 애초에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윤병우에 대해서 머리끝까지 화가 나있는 이주한에게 괜한 말을 해봤자 화살을 맞는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개 같은 새끼, 감히 대통령을 손바닥위에 놓고 갖고 놀 생각을 하다니...”

“각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안이 사안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탄핵을 받을수도....”

“그걸 누가 몰라서 이러나!!?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아무리 고심을 해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국정원장과 윤병우가 이주한에게 유리한쪽으로 여론을 이끌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불법공작들을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것을 담고 있는 문건의 필적감정이 끝나면 당장이라도 모든 비난은 대통령을 향할 것이 분명했다.


“그 두 사람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각하를 너무나도 과도하게 지지하는 마음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고...”

“이보게 비서실장! 어차피 그래봤자 부정선거로 내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질 않는가!!”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탄핵국면을 막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이런 젠장..... 어쩔 수 없지, 당장 그렇게 발표하게나.”

“네, 각하.”


잠시 후, 잠시 집무실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간 박유건은 주변을 살피며 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영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대통령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녹음 파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수고했어요 박실장님,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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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그놈이 돌아왔다. 17.08.30 457 3 16쪽
218 그놈이 돌아왔다. 17.08.24 68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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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2) 17.08.05 361 3 19쪽
212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1) 17.08.03 422 3 16쪽
211 [외전]도미령과 장인우(10) 17.08.01 418 4 14쪽
210 [외전]도미령과 장인우(9) 17.07.27 380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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