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인이도 눈치가 은근히 빠른 것 같았다. 같이 맞장구를 치고 나서는 걸 보니. 우리 세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말장난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사장님이 틀어 둔 TV를 보며 가게 안의 사람들과 다 같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5! 4! 3! 2! 1!”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제가 아침 해 밝을 때까지 칵테일 무제한으로 쏩니다! 마음껏 드세요!”
“와아아아!”
사장님의 친구로 자주 친구들과 같이 가게를 찾는 분이 일명 ‘골든벨’을 울렸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고, 나는 배가 터질 때까지 칵테일을 마셨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혁인이와 같이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굳이 내가 살고 있는 동 앞에 까지 배웅해주겠다고, 요새 세상이 하루 이틀 흉흉했던 게 아니라며 버티는 혁인이 때문에 결국 우리 집 앞까지 함께 걷게 되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입김만 내뿜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다 왔네, 조심히 들어가.”
“누나 집 들어가면 문자 한 통 주세요.”
“걱정 마. 뭔 일 생기겠냐. 바로 앞인데.”
“그래도요. 알았죠?”
오늘 저녁에 알게 됐지만, 마치 알고 지낸 지 3년은 넘은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걱정하는 혁인이를 보며 작게 미소 짓고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줬다.
“고마워. 너도 조심히 가. 새해 복 많이 받고.”
뒤돌아 가려던 나에게 혁인이 무언가 말했다.
“복이라면 이미 받았어요.”
“응? 뭐라고?”
갑자기 분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을 정리하느라 잘 듣지 못한 나는 고개를 돌려 혁인을 바라보았고, 혁인은 씩 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아니에요. 잘 가요.”
“싱겁긴. 잘 가.”
2012년의 마지막 날, 2013년의 첫 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닌가. 특별한 일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았던 2013년이 조금은 변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 기분이 좋다.
# 다른 곳에서 제시 된 단어들로 글쓰기 연습 했던 글.
글 쓰는 건 어렵구나 하고 느끼고 스스로 많은 걸
생각해보게끔 했던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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