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상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커피향기 머무는 곳'이라는 조금은 유치한 이름의 그 카페는 내부시설 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도 아늑하며 분위기가 있어요. 넓은 카페 내부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은 정렬을 맞추지 않고 이리저리 놓여 있습니다. 그렇게 정렬되지 않은 의자와 테이블을 손님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자리와 방향으로 바꾸어 앉고는 해요. 저는 그 점이 참으로 좋습니다. 이 정돈되지 않은 듯, 그렇지만 편안하며 세련된 느낌의 카페가 나는 정말로 좋아요.
제가 이 카페에 오면 앉는 자리는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 카운터를 지나 오른쪽 창가의 구석에 위치한 자리죠. 그 곳에서 저는 항상 창을 등지고 카페 내부를 모두 볼 수 있는 각도로 앉습니다. 저는 창 밖의 풍경보단 카페 내의 풍경이 훨씬 좋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곳에 앉아야 그녀가 잘 보입니다.
저와 완벽히 맞은 편에 앉아있는 그녀는 벽을 왼쪽으로 두고 앉아있고는 해요. 저는 항상 그녀의 오른쪽 얼굴을 훔쳐보며 말을 걸어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카페를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봅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제 일상의 일부인걸요.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그녀가 커피를 반쯤 마셨을 무렵, 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갔어요. 심장소리가 점점 커지며 숨이 멎을 것 같지만 그녀만을 바라보며 똑바로 걸어갑니다.
그녀 앞에 우뚝 서서 일주일 내내 되새김질했던 그 말을 결국 꺼냈어요.
"저기, 안녕하세요. 항상 그 쪽을 바라보았어요.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쪽에게 호감이 가고 좋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제 이름은 권영호입니다.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주신다면 매우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눈동자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무례했지만, 내가 할 말만 뱉어내고 카페를 뒤돌아 나와 버렸어요.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숨이 멎을 거 같아서 더이상 그 곳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카페 문을 나서자 문 옆에 기대있는 저의 절친한 친구 정민이의 모습이 보이네요. 나를 보며 씁슬한 미소를 지은 정민이는 저에게 다가와, 내 머리를 자기의 어깨에 기대게 해줍니다.
"바보 자식, 미리미리 고백 할 것이지."
"하하, 하, 고마워, 정민아, 하아,하."
숨이 멎을 것 같아 말을 제대로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민이에게 저는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쉬어라."
"응."
정민이의 물기젖은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저는 숨이 멎었습니다.
이 세상과 영원히 안녕을 고했습니다.
맞아요. 저는 내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 절친한 친구 정민이는 절 유일하게 말리지 않고 도와준 사람이에요.
첫 만남 이후 바로 이별이라니, 솔직히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그녀는 어느 황당했던 사람이라던지, 자신에게 고백을 했던 이상한 사람이라던지. 항상 카페에서 마주쳤던 사람이라던지. 어떻게든 절 기억해 주겠죠.
그거면 됐어요. 충분합니다.
그 정도 만으로도, 저는 만족하는 걸요.
001. 하영후
12.11.26 13:46
히나님의 본명이 권영호님이시구나. (끄덕끄덕.....)
002. 히나(NEW)
12.11.26 18:54
........?! 으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