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런드리 님의 서재입니다.

시골에서 맺어진 인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런드리
작품등록일 :
2018.06.16 21:09
최근연재일 :
2018.08.21 08:0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13
추천수 :
1
글자수 :
87,490

작성
18.06.16 21:13
조회
108
추천
0
글자
9쪽

이방인

DUMMY

진은 돈주머니를 확인했다. 아직까지 충분하지만 언젠가 주머니가 홀죽해질 날도 올 것이다.


'내 차원으로 가서 돈을 가져와야하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차원에 돈은 없고 약간의 보석만 있었다. 지금 보석을 풀면 이 성의 귀족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았다. 그러면 이 차원에서 어떤 신분으로 활동했는지 들통날테고 크로마 제국의 기사단이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할텐데. 여관이나 상업은 폐기.'


그는 이방인이었고 비령은 성 내에서 버림받은 존재였다. 게다가 이 성은 완전 구석에 위치하기에 모험가도 오지 않았다. 여관과 상업이 잘 되기는 커녕 아무도 방문하지 않아 쫄딱 망할 것이 틀림없었다.


'농사를 지을까? 아니면 사냥? 사냥을 한다고 해도 내 물건을 구매한다는 보장이 없고.'


저번에 사람들에게 공포를 각인시켜주었으니 물건을 구매해주기는 커녕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


'뭐 먹고 살지? 내가 이걸 고민하다니.'


비령을 찾으러 다닐 때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여기와 다른 성과의 거리가 멀어. 다른 성에 판다고 해도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비용을 잡아먹는다.'


이 성이 세워진 목적은 단 하나 혹시 모를 적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 곳은 국경에 가장 가까운 성이었지만 국경의 역할은 하는 것이 악마의 숲이라는 희대의 마굴이었다. 숲 안은 온갖 몬스터들이 넘치는 곳이었고 진 제국과 크로마 제국은 악마의 숲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두 제국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악마의 숲 근처에 성을 건설했다. 그래서 이 성은 다른 성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부하들에게 시키면 크로마 제국에게 꼬리를 잡힐 수 있어. 이러다가 거지꼴이 되는 건 아닐까.'


제약만 없었다면 이런 고민을 필요없었다. 그러나 제약으로 인해 차원이동을 제외한 모든 권능이 봉인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얼마 없었다.


'그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떠올려보자.'


그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보고서. 디오스 성의 성주에 대해. 성주는 전형적인 탐관오리. 돈을 밝히지만 딸을 아끼는 아버지. 수 많은 수탈로 농노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는 눈을 떴다.


'찾았다.'


그는 성으로 가서 성벽 한 바퀴를 돌았다.


'그 동안 수탈이 지속되었고 농노는 고통받고 있다. 여기는 멀어서 황제의 입김이 닿지 않아. 그리고 황제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겠지. 농노의 불만은 축적되고 그걸 이용하면 된다. 어차피 구석에 몰리면 사람은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는 경비병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경비병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성벽에 개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 교묘하게 돌로 채워 개구멍이 없는 것처럼 꾸몄다. 그는 성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기척을 죽이고 사람들에게 속삭였다.


"돈만 주면 이런 지옥에서 탈출할 곳을 알려주는 상인이 왔다고 하더군. 너무 은밀하게 움직여서 성주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하더군."


"그게 정말인가?"


"그래, 밤에 성벽에 가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


그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졌다.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이런 작전의 단점은 성주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깐.'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비령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놀고 있었다. 최근에 사람들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이런 곳에서 혼자 놀았다. 그의 귀에 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하연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는 호기심에 그곳으로 갔다. 하연은 여자 아이들과 싸우고 있었다.


"괴물의 동생은 괴물이야. 저리 꺼져."


"우리 오빠는 괴물이 아니야. 남들과 다른 거야."


"웃기고 있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괴물의 증거야. 혹시 알아? 그 괴물이 너희 가족을 잡아먹을지?"


"닥쳐."


하연은 소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여자 아이들은 하연을 떨어트리기 위해 똑같이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팔을 꼬집었다. 비령은 그들을 말리려다가 다가오는 일행을 보고 멈췄다. 성주의 딸, 카타야가 하연과 여자 아이들이 싸운 곳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싸우는 것을 멈추고 카타야의 눈치를 보았다.


"내 부하들에게 무슨 짓이지?"


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카타야의 말에 하연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카타야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으윽."


"손수건."


카타야가 말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시녀가 그녀에게 손수건을 주었다. 그녀는 하연을 때린 손을 닦았다.


"내 부하들에게 건드린 벌은 받아야겠지?"


하연의 몸이 떨렸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권력층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비령은 하연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카타야 앞에서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동생 대신 벌을 받겠습니다. 동생을 살려주십시오."


"그래?"


카타야는 발을 내밀었다.


"그럼 내 발을 핥아. 그럼 동생을 살려주지."


비령은 망설임없이 카타야의 발을 핥았다. 카타야는 눈살을 찌푸리고 비령의 턱을 걷어찼다. 비령은 턱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카타야는 시녀에게 다른 손수건을 받아 신발을 닦았다.


"더러워. 가자."


카타야는 그 자리를 떠났다. 소녀들은 비령을 비웃으면서 카타야를 따라갔다. 비령은 몸을 일으켰다.


"오빠."


하연이 비령을 불렀다.


"괜찮아."


비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운이 좋아 하연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런 운이 또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었다.


'강해져야 한다.'


그는 결심했다. 반드시 강해져서 하연을 지킬 것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강해질 방법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그는 진이 건달을 쓰러트리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아빠가 날 지켜준 거야. 아빠에게 뭔가를 배우면 나도 강해질 수 있어.'


그는 진을 만났다. 진은 비령의 턱을 보고 놀라 달려왔다.


"무슨 일 있었니? 턱이 왜 그래? 이 자식들이."


"아빠,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이니? 널 그렇게 만든 놈을 혼내줄까?"


"아니요. 전 아빠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나처럼?"


"네. 아빠처럼 강해져서 하연을 지키고 싶어요.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진은 비령의 재능을 확인했다. 그는 절대 강해질 수 없었다. 그에게 무공의 재능은 없었다. 무공을 익히고 노력한다고 해도 가장 빨리 전사하는 전사가 끝이었다. 술법의 재능도 없었다. 평생 다른 술사 밑에서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게 술법을 익힌 비령의 결말이었다.


신성파 마법, 정령술, 선술, 흑마법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이 없는 사상 최악의 잉여인간이었다. 진은 비령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부탁을 들어주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리고 수명도.'


동심을 부술 수 없었다. 그는 비령에게 말했다.


"무공을 가르쳐주마."


"무공이요?"


"그래."


"그걸 익히면 강해질 수 있어요."


"당연하지."


진은 양심의 가책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당장 가르쳐주세요!"


"오늘은 안 돼.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가르쳐줄게."


"네. 열심히 그걸 익혀서 아빠처럼 강한 사람이 될 거에요."


"그래, 열심히 해라."


진은 비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밤에 일을 해야 하니깐 먼저 자렴."


"네."


비령은 먼저 잠에 들었다. 진은 성 안으로 들어가 성벽에 기대었다. 밤이 깊어지고 경비병의 횃불만 거리를 돌아다녔다. 잠시 후 농노 가족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진은 가면을 쓰고 가족을 기다렸다. 가족은 진에게 다가왔다.


"소문이 정말이었군. 당신이 그 상인이오?"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여기 있소."


농노가 돈을 내밀었다.


"이 정도로 안 돼. 더 없어?"


농노는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돈을 더 꺼냈다. 진은 돈을 받았다.


"좋아. 들어가."


진은 성벽에 있는 돌을 하나 뺐다. 그러자 개구멍이 가족의 눈 앞에 나타났다. 가족은 개구멍을 통해 디오스 성을 탈출했다. 진은 개구멍을 막고 오늘 받은 액수를 확인했다.


'20실버. 정말 필사적이었나보군.'


중부의 3제국은 동화, 은화, 금화를 사용했다. 동화 100개는 은화 1개, 은화100개는 금화 1개의 가치였다. 10실버는 한 달치 식량을 살 수 있었다.


'아마 가는 길에 죽겠지.'


이곳에서 다른 성까지 거리는 상당했다. 가다가 산적이나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운이 좋아 마을에 도착한다고 해도 다른 영주나 성주가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한번은 어렵지만 두번은 쉽듯이 탈출한 농노는 다시 탈출할 수 있었다. 이것이 성주와 영주가 탈출 농노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였다. 그리고 돈도 얼마 없어서 굶어 죽거나 뒷골목에 몸을 파는 직업으로 갈 것이다. 이것이 농노들이 탈출을 꺼리는 이유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탈출을 결심했을까. 뭐, 내 관심 밖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골에서 맺어진 인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귀신 소동 18.08.21 54 0 11쪽
19 귀신 소동 18.07.23 48 0 11쪽
18 입학식 18.07.14 55 0 9쪽
17 입학식 18.07.08 55 0 11쪽
16 입학 시험 18.06.30 57 0 10쪽
15 입학 시험 18.06.24 63 0 12쪽
14 1부 프롤로그 18.06.19 66 0 11쪽
13 이방인 18.06.16 84 0 11쪽
12 이방인 18.06.16 90 0 10쪽
11 이방인 18.06.16 74 0 9쪽
10 이방인 18.06.16 74 0 9쪽
9 이방인 18.06.16 80 0 9쪽
8 이방인 18.06.16 78 0 9쪽
7 이방인 18.06.16 72 0 9쪽
6 이방인 18.06.16 93 0 9쪽
» 이방인 18.06.16 109 0 9쪽
4 이방인 18.06.16 109 0 9쪽
3 이방인 18.06.16 171 0 9쪽
2 이방인 18.06.16 306 0 9쪽
1 프롤로그 18.06.16 576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