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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님의 서재입니다.

금강반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임산
작품등록일 :
2021.12.26 20:47
최근연재일 :
2022.01.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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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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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 또 하나의 수식법, 수식법(隨息法)

DUMMY

그런데 더 끔찍한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뇌리에 새겨지는 이 사악한 이미지가 어떤 음조에 의한 것인지를 파악해나가다 기가 막힌 사실 한 가지를 알아낸 것이다.

그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안 순간 정검은 너무도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 이미지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세밀하게 집중해서 읊조림의 음조를 듣다가, 유독 어느 한 가지 음조가 너무 자주 들린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게다가 이 음조는 너무도 은밀해서, 마치 짙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살수 같았다.

때론 다른 음조 속에 섞여서 슬쩍 들리는데, 마치 후크송의 후크처럼 저절로 반복되는 그 음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이게 뭐지?’


더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그 음조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봤더니, 아!


그 이미지가 의미하는 바는 ≪무조건적 복종≫이었다.


특정 음조가 들리면, 그 음조를 내는 주인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이미지였다.


‘정말 사악한 자들이구나! 이 읊조림과 사악한 연주를 계속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노예가 된다는 것 아닌가!’


화가 나는 한편, 정말 너무도 천재적인 이 시도에 한편으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는 노예로 만드는 음조이고 이미지라니!


‘큰일이다! 이 이미지는 어떻게 해서든 가장 우선해서 막아내고, 무의식 속에 이미 각인된 이미지도 가장 우선해서 제거해야할 텐데, 아직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



고민했지만 아직 완전한 해법은 없었다.

그저 이 음조가 들리면 즉각 수식법을 행하여 저항하는 수밖에.

이런 사악하지만 천재적인 짓을 자행하는 자들의 정체를 생각하다 보니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기에 이런 사악한 짓을 자행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짓을 할 집단이 과연 어딜까?


‘군대일까?’


전쟁의 승리만이 유일한 목적인 군대라면, 아마도 이런 반윤리적인 짓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부정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이라는 미명하에 촘촘한 미군의 감시와 통제 하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군대다.

그런데 미군의 감시와 통제를 피해 이런 실험을 한다?

한국의 군대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조직이 못 된다.


‘그럼 제약회사 또는 연구소일까?’


그럴 수도 있다.

자본주의 체제하 제약회사는 그 목적이 환자의 치료에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의 제약회사는, 전략무기 생산과 판매를 통한 이윤의 추구라는 제국주의 군산복합체 특유의 이익추구 방식이 점점 그 힘을 잃어가는 21세기 미국에서, 미국의 자본주의를 지탱할 유력한 집단이라고 평가된다.

군산복합체를 대신해 미국의 자본주의를 떠받칠 만큼 제약회사가 돈을 벌어들이는 데 그 설립목적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익을 내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의미.

오죽하면 21세기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이 미국의 의약집단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횡행하겠는가.

그런 의심을 받고 있을 정도로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의약집단이라면 이런 종류의 일도 얼마든지 자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의 의약계가 과연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정검은 내심 또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치밀하게 설계된 짓을 할 만한 역량이 대한민국의 의약계에는 없다.

그런 천재도 없고, 그런 자본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를 정도로 역량 있는 조직도 없다.

그러자 남는 것은 물음표였다.

의문을 풀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이건 《실험》이다. 사악하고도 천재적인 실험.’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돈이 썩어나서 하고 있는 짓은 아닐 것이다.

분명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를 보통 우리는 실험이라고 부른다.



***



이때까지만 해도 정검은 자신이 뇌사상태가 되어, 대한민국의 어느 곳인가에 갇혀 실험을 당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실험을 주체가 누구이고, 현재 자신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영혼이 육신과 분리되었다 느꼈던 것도 착각이고, 이상한 검은 점에 영혼이 빨려들었던 것도 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즉사하지 않고 살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조차도 없다가,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 실험을 당하는 중에 우연히 의식만 깨어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니 의식이 깨어난 이상 육신도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또 그 이전에 누군가가 이 사악한 짓을 눈치 채고 사악한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자신을 구출해줄 거로 기대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이니까.

인권을 존중하는 동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니까.

그러니 일시적으로 이곳에 갇혀 있지만 곧 누군가가 이 반인륜적인 실험에서 정검을 구해줄 거라 기대했다.


물론 정검은 무작정 타인의 도움에 기대어 당장의 할 일을 망각하는 어리석은 사내는 아니었다.

언제 도움이 올 줄 알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린단 말인가.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와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바로 수행의 힘 말이다.

스스로의 수행의 힘으로 이 사악한 자들의 실험에 맞서리라.


‘결코 무릎 꿇지 않겠다!’


그리하여 정검은 오히려 새로운 결심을 다졌다.


‘좋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 고난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달리 생각해보니 이 읊조림과 사악한 음악이야말로 수행을 함에 있어서는 어쩌면 최고의 환경이었다.

단 한 순간만 방심하면 바로 가짜 고통이 찾아오고.

또 잠깐 방심하면, 사악한 읊조림과 연주가 무의식을 침범하고.

게다가 이미 무의식에 쌓여있는 이미지들로 인해 꿈조차도 정검의 정신세계를 위협한다.

지독하지만, 역설적으로 수행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환경이고 조건이다.

그야말로 온힘을 다해 전심전력으로 수행을 해야만 멀쩡한 ‘나’로 남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큰 하나의 가능성이 남았다.

당장의 고통에서만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 상황 자체에서 벗어날 가능성.

정검 자신의 수행이 깊어지는 것.

정검의 수행법, 지관쌍운(止觀雙運) 수행법(修行法)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수행법이다.

부처의 경지에 가깝게 갈 수 있다면, 지금의 정신적 고통은 물론 육신의 마비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예측은 아니다.

하지만 부처가 되는 것 역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다.

그렇다면 정검 역시 그 기적을 만들어내어 육신의 마비를 풀고 뇌사 비슷한 몸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스스로의 수행의 힘으로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장기적인 가능성.

정검은 아직 그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그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는지도 모를 시간이 흘러갔다.



***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정검은 수식법(數息法)을 행하다가 자신이 수(數)를 놓고 있음을 깨달았다.

수를 놓는다는 것은 수를 세는 것을 잊는 것을 말한다.

물론 수식법(數息法)을 닦는 와중에 수를 잊을 수는 있다.

숨을 세다 보면 여섯인지 일곱인지 헷갈리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헷갈리는 것이고, 수를 잊는다는 것은 아예 수를 세는 행위 자체를 잊고 하지 않게 되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수식법(數息法)이 충분히 익으면 어느 날 수를 놓고, 숨을 따르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수(數)식법을 행하면, 처음엔 수를 세는 것조차 틀린다.

그만큼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게 수를 헷갈린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식법을 계속 수련하다보면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강해지고, 즉 사마타가 익숙해지고, 수를 세는 게 비로소 익숙해진다.

수를 세는 게 정확해지고, 수를 헷갈리는 일은 사라진다.

하지만 수(數)식법이 완전히 익으면, 호흡의 길이가 자연스럽게 아주 길어지고, 그러다 보면 수(數)를 머리에 담는 것 자체가 수행에 지장을 주는 단계가 온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수(數)를 세는 일을 버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다음 단계가 바로 자연스럽게 호흡에 의식을 두고 따르게 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바로 따를 수(隨)를 쓰는 또 다른 수식법의 단계다.

호흡과 의식이 함께 한다 하여 상수(相隨)라고도 한다.


수식법(隨息法)


따를 수(隨).

호흡 식(息).

법 법(法).


호흡의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고 나가는 숨을 놓치지 않고 의식이 따라 합일하는 수행.


작가의말

조금 지겨우신가요?

읽기 싫은 수련에 관한 내용만 주구장천 나오니 힘드신가요?

죄송한데 15화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견디셔야 합니다.

지금 제가 다루는 수련법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다음의 책들을 참고하십시오.


정신세계사, 붓다의 호흡과 명상 1, 2권, 정태혁 번역 해설

유토피아, 깨달음에 이르는 붓다의 수행법 1,2 권, 무산본각 지음


그리고 2021년의 마지막 날 마무리 잘 하시고요.

2022년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대박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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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사령주(邪靈呪) 22.01.25 634 14 9쪽
19 19. 사혼마존(邪魂魔尊) 나뢰(那顂) 22.01.25 669 14 10쪽
18 18. 드디어 두 발로 서다 +1 22.01.21 891 21 10쪽
17 17. 사령혈마신(邪靈血魔神) +2 22.01.20 869 19 9쪽
16 16. 중맥(中脈)을 뚫다 22.01.19 964 17 9쪽
15 15. 상대맥(上帶脈)이 뚫렸다 +2 22.01.18 945 16 10쪽
14 14. 해결책을 찾았다 22.01.14 966 17 9쪽
13 13. 사령혈천마공(邪靈血天魔功) 22.01.13 967 17 9쪽
12 12. 변화 22.01.12 943 17 9쪽
11 11. 동혈영신주(童血靈神呪) 22.01.11 992 14 9쪽
10 10. 지관쌍운(止觀雙運) 22.01.07 1,098 16 9쪽
9 9. 빙의(憑依) 22.01.06 1,114 16 10쪽
8 8. 사령혈천대법(邪靈血天大法) +1 22.01.05 1,167 13 10쪽
7 7. 불설대안반수의경(佛說大安般守意經) +1 22.01.04 1,277 18 9쪽
» 6. 또 하나의 수식법, 수식법(隨息法) +2 21.12.31 1,310 17 9쪽
5 5. 지독하게 사악하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천재적이다 +1 21.12.30 1,437 23 9쪽
4 4. 수식법(數息法) +1 21.12.29 1,654 24 10쪽
3 3. 설마 뇌사? +1 21.12.28 1,860 28 9쪽
2 2. 제발 그 읊조림을 멈춰! +1 21.12.28 2,057 30 10쪽
1 1. 정검, 의인으로 죽다 21.12.28 2,764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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