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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님의 서재입니다.

금강반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임산
작품등록일 :
2021.12.26 20:47
최근연재일 :
2022.01.25 18: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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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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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글자수 :
101,834

작성
21.12.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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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제발 그 읊조림을 멈춰!

DUMMY

몇 시간 뒤, 마약에 절은 재벌 3세가 마약에 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가 자동차 사고를 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9시 뉴스에서 전해졌다.

처음에 보도되었던 뉴스는 재벌 3세와 마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 뉴스는 세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재벌 3세들의 일탈이야 일상이 된 지 오래이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보도에서 사고 순간이 기록된 CCTV 영상이 공개되자 폭발적으로 세인들의 관심이 모여들었다.

사망자가 사고 순간, 재벌 3세 놈의 스포츠카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여자애를 구하고 대신 부딪혀 날아가는 사고 장면이 그대로 CCTV에 녹화되었던 것이다.

여자아이의 엄마는 TV에 나와 너무도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눈물 흘렸다.

순식간에 정검은 의인이라 불렸다.

정검의 희생으로 여자애가 작은 찰과상만 입었을 뿐 소중한 생명을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감동받았다.

더구나 그가 평생 혼자서 산중수행을 하던 수행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그의 희생에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은 앞 다퉈 그의 장례에 참석했다.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정검의 의로운 희생에 큰 박수를 보냈다.

마약을 하고 차를 몰다 사망자를 만들어낸 재벌 3세와 그 재벌 3세의 차에 죽을 뻔한 아이를 살리고 사망한 의로운 수행자의 대비.

훌륭한 뉴스감이요, 대중의 관심을 끌어낼 멋진 소재였다.

대중들은 정검의 죽음에 분노했고, 이는 재벌 3세를 당장 구속하고 중형을 선고하라는 압력이 되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뒤덮었다.

이틀 뒤, 정검의 시신이 실린 관이 장례식장에서 화장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재벌 3세 놈의 구속 소식이 장례차량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끝까지 장례에 참여해서 장례차량에까지 탑승했던 사람들은, 그 시간까지도 구속되지 않고 있었던 재벌 3세와 구속을 미루며 재벌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검찰에 쌍욕을 퍼부었다.



***



그 시간 정검은 황당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도대체 이 상황은 뭐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분명 정검은 스포츠카와 부딪힌 순간에 이미 자신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예감했다.

실제로 생명이 끊어진 육체가 땅에 부딪혀 물수제비처럼 튕겨지는 것까지 봤으니, 예감이 아니라 확실한 팩트일 것이다.

그래서 의식체가 검은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아! 죽으면 원래 남들도 다 이런 현상을 겪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윤회전생이 시작되는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검은 점으로 빨려 들어간 의식체가, 마치 터널을 지나는 듯한 과정을 거쳐, 마지막엔 눈이 부신 또 다른 한 점으로 향할 때 더 굳어졌다.


‘아! 이런 게 환생 과정이구나.’


[티벳 사자의 서]라는 서적에 나오는 환생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정검이 겪은 현상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내가 죽은 거 맞아?’


분명 죽었고 환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부딪힌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내가 환생한 것이 맞나 하는 의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웬 지독할 정도로 큰 소음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들린 소음은 묘한 읊조림이었다.

그 읊조림은 귀가 아니라 직접 뇌를 울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게다가 겨우 의식이 깨어난 정검의 뇌리를 강제로 파고들며 갉아먹을 듯 음산하고도 기괴한 느낌의 읊조림이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소름끼치게 싫은 사악한 목소리가 존재하다니!’


읊조림만이 아니었다.

그 읊조림과 함께 기괴한 음향의 여러 악기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었다.

그 악기들도 마치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시끄러우면서도 기괴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벌써 정검은 금방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분명 소리의 크기로만 보면 악기 소리가 훨씬 큰데, 이런 악기 소리를 뚫고 이 듣기 싫고 꺼림칙한 읊조림이 더 선명하게 들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지극히 상식적인 기준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곧 이어 든 더 큰 의문이 이 작은 의문을 묻어버렸다.

그 의문이란 다름 아니라 현재 상태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 죽어서 환생한 게 아닌 것 같은데.’


환생이라면 어머니의 자궁에 이제 겨우 착상이 되었을 텐데, 그 상태에서 이렇게 어머니 배 밖의 소음을 명확하게 듣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임신 후 시간이 흘러서 태아에게 청각이 생겼다 해도 이렇게 명확하게 아기집(자궁) 밖의 소리가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렇게 선명한 기억을 가지고 환생하는 게 가능한가?

티벳의 달라이라마 같은 경우도, 전생의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선명한 기억이라니.


‘이 정도면 그냥 자연스럽게 의식이 이어지는 수준이지. 환생한 게 아니라.’


그럼 뭘까, 이 상황은?

환생이 아니라면, 설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걸까?

그러니까 의식이 육신과 분리된 것도, 검은 점으로 빨려 들어간 것도, 터널을 지난 것도, 눈부신 새하얀 점을 통과한 것도 모두 착각이었다?

의식과 육신이 분리되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현실에서도 의식이 육신과 분리되는 경우는 가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유체이탈의 경우.

유체이탈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런 경험을 한다고 들었다.

또 선도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양신이 백회를 빠져나가 자신의 신체를 보는 경우도 있다 했다.

정검이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지리산에서 수련하는 중에 그런 경험을 했다는 선지식들 몇 분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정검도 너무도 큰 신체적 타격을 받은 순간 의식이 극단적으로 각성하여 잠시 의식이 육신과 분리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현재는 의식이 다시 육신과 결합한 것이라면 현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나머지 현상들, 그러니까 검은 점으로 빨려 들어간 등등의 현상은 뭘까?

그냥 착각일까?

현 상황에만 비추어볼 때는 착각한 것이 맞을 것이다.

명확하게 환생은 아닌 것 같으니까.

큰 부상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의식을 다시 되찾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럼 여긴 병원일까?

정신을 잃고 있다가 병원에서 깨어난 것일까?

헌데 다른 건 몰라도 병원에서 깨어난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이 소음이라는 것이 도저히 병원에서, 그것도 한국의 병원에서 생겨날 수 있는 소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냐면 대한민국 어느 병원이라도 이렇게 크고 기괴한 소음을 만드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괴한 읊조림 하며 시끄러운 악기들 소리는 꼭 무당집에서 굿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의 굿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굿은 신명이 있는데, 이 소음은 신명은커녕 정 반대로 저주를 퍼붓는 것 같은 사악하고 꺼림칙한 소리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단 한 마디의 한국어도 섞여있지 않았다.


환생한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깨어난 것도 아니라면.

또 굿하는 무당집도 아니라면.


‘여긴 어딜까?’


의문은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이 지독하게 시끄러운 소음은 뭘까?


나는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 걸까?’



***



여러 의문들로 가슴이 터져나갈 듯 답답했다.

그래서 눈을 떠서 확인하려고 했다.

불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눈만 뜰 수 없을 게 아니라 눈동자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급히 입을 열어 소리치려 했다.


도대체 거기서 이 지랄 같은 소음을 만들어내는 자가 누구냐고!

이건 도대체 뭔 소음이냐고!


그런데 이 또한 불가능했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콧구멍을 움찔 해 보려 했다.

콧구멍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눈, 코, 입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못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 귀 가까이 있는 기관인데도 아예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어서 손과 발도 움직여보려 했다.

모두 다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니 아예 신체의 모든 것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게 뭐야!’


귀의 청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마비된 상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어느 것도 없이, 단 하나 수동적인 청각만이 열려있는 상태인 것이다.

덜컥 겁이 났다.

이러한 신체 상태를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뇌사 상태!


뇌사 판정을 받고 있다가 몇 년 만에 깨어난 환자들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모든 감각은 죽었지만 유일하게 청각만은 살아서 옆에서 하는 모든 대화를 다 들었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정검이 처해있는 상황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정말 뇌사 상태에 있는 걸까?

그렇다면 뇌사 상태인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있을까?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이냐!


상상해 보라.

의식을 차려보니, 청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마비되었고, 눈동자조차도 움직일 수 없는 뇌사 상태가 되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 있음을 자각했다고 상상해 보라.

게다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하고 음산한 소음이 끊이지 않고 귀를 강타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공포심을 갖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정검도 그래서 공포심을 느꼈다.

태어나 최초로 겪는 무서운 상황이 주는 공포로 멘탈이 붕괴될 것 같았다.


작가의말

3화까지 연참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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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사령혈천대법(邪靈血天大法) +1 22.01.05 1,167 13 10쪽
7 7. 불설대안반수의경(佛說大安般守意經) +1 22.01.04 1,277 18 9쪽
6 6. 또 하나의 수식법, 수식법(隨息法) +2 21.12.31 1,309 17 9쪽
5 5. 지독하게 사악하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천재적이다 +1 21.12.30 1,437 23 9쪽
4 4. 수식법(數息法) +1 21.12.29 1,654 24 10쪽
3 3. 설마 뇌사? +1 21.12.28 1,860 28 9쪽
» 2. 제발 그 읊조림을 멈춰! +1 21.12.28 2,057 30 10쪽
1 1. 정검, 의인으로 죽다 21.12.28 2,764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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