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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님의 서재입니다.

금강반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임산
작품등록일 :
2021.12.26 20:47
최근연재일 :
2022.01.25 18: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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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79
추천수 :
447
글자수 :
101,834

작성
21.12.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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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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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9쪽

3. 설마 뇌사?

DUMMY

하지만!

정검은 수행자였다.

무릇 수행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정검은 공포심에 무작정 눌리지 않고, 공포심이 솟은 것을 날카롭게 알아채고, 공포심 그 자체를 지그시 바라봤다.

평생을 수행해온 정검의 수행법, 싸마타(집중)와 위빠사나(관조)를 행한 것이다.


싸마타로 마음속에 공포라는 감정이 생긴 것을 날카롭게 알아채고.

위빠사나로 공포심을 지그시 바라본다.

애써 없애거나 누를 생각을 하지 않고 공포심 그 자체를 ‘그저’ 본다.


잠시 후 공포심은 언제 멘탈 붕괴를 불러올 정도로 정검을 내리눌렀냐는 듯 스르륵 사라졌다.


‘겨우 이런 공포심에 휘말릴 내가 아니다.’


도 높은 고승은 찰나에 예순네 가지 욕망이 솟아오른 것도 알아채고 위빠사나를 행하여 욕망이 스러지는 것까지 본다지만, 정검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검 또한 평생 수행을 해온 수행자.

아무리 공포심이 극심하다고 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수행은 쌓은 수행자였다.

일단 공포심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어서 해야 할 일은 이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탈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



***



하지만 정검의 생각은 거기서 끊어졌다.

지독한 고통 때문이었다.

마치 송곳으로 찌르고,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은 고통이 뇌리를 파고든 것이다.


‘뭐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야!’


잠시 후 정검은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알았다.

그 고통의 원인은 소음이었다.

그중에서도 읊조림이 바로 고통의 원인이었다.

읊조림이 귀를 파고드는 순간마다 송곳이 찌르고 망치로 두드리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크윽! 이 읊조림은 도대체 뭐야!’


그 고통은 평생 수행을 해온 정검조차 견뎌낼 수 없는 극한의 정신적 고통이었다.


‘크으윽! 도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제발 그 읊조림을 멈춰!’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비명이 정검의 내부에서 터졌다.

그럴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 고통이 지속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정검은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을 잃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다급히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는 깨어있는 정신이고, 이 정신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평생 해온 싸마타와 위빠사나뿐이다.’


대항의 수단은 다시 또 싸마타와 위빠사나였다.

정검은 고통 그 자체를 봤다.

그러자 신기할 정도로 스르륵 고통이 사그라졌다.

일단 고통이 사라지자 곧 고통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야!’


고통은 신경이 전달하고 뇌가 느낀다.

그런데 지금 정검의 상태는 어떠한가.

청각 이외의 모든 것이 마비된 상태.

뇌사상태와 비슷한 상태 아닌가.

즉 청각신경 이외의 모든 신경이 마비된 상태인 것이다.


청각 이외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상태인데, 고통을 느낀다고?

고통은 통각신경이 전달하고 느끼는 것이다.

청각신경은 통각신경이 아니다.

더 나아가 뇌사 상태에서 고통을 느끼나?

정검이 알기로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재하는 고통이 아니다!’


결론이 그렇게 내려지자 큰 충격을 느꼈다.

하지만 확인을 해야 했다.

실제 존재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결론은 확인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추론에 의한 것이었다.

예컨대 환지통은 통증을 느낄 부위가 신체에서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한 고통을 환자에게 가한다.

이는 논리적으로는 실재하지 않는 고통이지만, 환자에게는 진짜 고통이다.

그러므로 정검이 확인하려는 것은 혹시 이 고통이 환지통과 같은 종류의 것인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위빠사나로 바라보아도 고통이 느껴진다면, 그건 적어도 정검에게는 환지통처럼 실재하는 고통인 것이다.


곧바로 고통 그 자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고통은 없었다.

아까 스르륵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결론.

실재하지 않는 고통인 것이다.

환지통처럼 실제 발생해서는 안 되는 고통이지만 환자는 실제로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 아예 고통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가짜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실재하지 않는 고통을 실재하는 고통으로 착각하게 한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도 극심한 고통으로 느끼게끔!

곧이어 무엇이 그렇게 착각하게 하는가도 알았다.

충격은 더 커졌다.

착각을 불러오는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읊조림을 중심으로 한 이 소음이었다.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기가 막힐 정도였다.

경이롭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소리로써 가짜 고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정검은 이제 소음, 특히 읊조림 그 자체를 분석하려 했다.

가짜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 소음이라면, 이 고통을 벗어나고, 나아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소음이 무엇인지 알아내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정검은 다시 또 이상한 현상에 직면하였다.

소음의 정체에 대하여 파악하려면 집중하고 분석해야 할 터인데, 집중하고 분석해야 할 정신이 엉뚱한 것을 좇고 있는 것이다.

집중도, 분석도 내팽개치고 말이다.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소음 그 자체를 좇고 있었다.

정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멍하게 소음을 듣고만 있는 것이다.

그러자 겨우 극복했던 고통이 다시 찾아왔다.

아니 고통이라고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착각임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느끼는 그 고통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경험이 있어서인지 싸마타와 위빠사나를 행하자 고통의 착각은 금방 사라졌다.


‘음? 내가 왜 이러지?’


도시를 떠나 산중에서 치열하게 수행을 해온 정검은 자기 자신에 대해 수행자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있었다.

속세의 온갖 유혹을 멀리하고 지리산 산중에서 수행해온 자신의 정신세계에 대한 믿음이 정검의 자부심과 자긍심의 바탕이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

정검은 보다 더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소음과 그것을 대하는 자신의 상태를 중심으로 말이다.

그리고 잠시 뒤, 관찰을 하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또 다시 멍하게 소음을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발생하는 고통!


‘이럴 수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정검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맞닥뜨린 현상이었다.


‘혹시 이것도 또한 저 소음의 작용인가!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고통이 아닌 것을 고통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조차도 믿을 수 없는데, 이렇게 강제로 소음을 좇게 하는 작용까지 한다고?


정검은 이번에야 말로!, 다짐하며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소음을 분석하려 했다.

그러나 다시 도돌이표 원위치!

그저 또 소음을 좇으며 멍 때리게 될 뿐이었다.

그럼 다시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고.

정검은 경악했다.


‘어떻게 이런 소음이 있을 수가 있는 거지?’


그러자 더욱 더 왜 자신이 이런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지, 도대체 자신이 처한 상황이 뭔지 궁금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우선순위가 있는 법.

가장 먼저 할 일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음을 좇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착각이라지만, 고통이라고 느끼면 진짜 고통인 법이다.

실제 그렇지 않음에도 화상을 입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자 실제 피부에서 화상으로 인한 물집이 생겼다지 않은가.

뇌의 작용이란 그런 것이다.

착각이지만 뇌가 고통으로 인식하는 것을 무시하고 방치한다면 그건 실재하는 고통이 되어 정검의 마음에 그 상체기를 새길 것이다.

마음의 상체기가 깊을수록, 그리고 반복될수록 심성 자체가 변한다.

아무리 수행자라도 심성 나쁜 괴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상상하자 정검은 끔찍해졌다.

그러므로 우선은 고통의 착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그러려면 소음을 좇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잠깐 생각하는 것조차도 힘들었지만, 몇 번이나 자기도 모르게 소음을 좇는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겨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유일하게 깨어있는 것.

자신의 의식.

그 의식을 통해 방법을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또 다시 하나일 수밖에 없다.


【싸마타】와 【위빠사나】.


정검이 한 평생을 닦았던 수행법.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싸마타와 위빠사나에서 찾아야 한다. 이 방법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토대가 되어주는 것.’


그것은 바로 기본.



‘수식법(數息法)이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하나.

다시 또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둘.

.

.

.


이렇게 열까지 호흡의 수를 세고, 다시 하나로 돌아온다.

정검의 수행법의 양축 중 하나인 싸마타 수행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수식법이다.

정검은 수식법을 행함으로써 일단 가짜 고통과 소음 듣기의 강제로부터 제 정신을 방어하기로 결심했다.


작가의말

내일 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할 날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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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빙의(憑依) 22.01.06 1,114 16 10쪽
8 8. 사령혈천대법(邪靈血天大法) +1 22.01.05 1,168 13 10쪽
7 7. 불설대안반수의경(佛說大安般守意經) +1 22.01.04 1,277 18 9쪽
6 6. 또 하나의 수식법, 수식법(隨息法) +2 21.12.31 1,310 17 9쪽
5 5. 지독하게 사악하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천재적이다 +1 21.12.30 1,438 23 9쪽
4 4. 수식법(數息法) +1 21.12.29 1,655 24 10쪽
» 3. 설마 뇌사? +1 21.12.28 1,862 28 9쪽
2 2. 제발 그 읊조림을 멈춰! +1 21.12.28 2,058 30 10쪽
1 1. 정검, 의인으로 죽다 21.12.28 2,765 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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