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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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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7.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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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70화

DUMMY

괴인의 소매에서 튀어나온 검은 형체는 검은 뱀 같은 영력이자 독.


독은 화살이 날아가듯 강하고 빠른 속도로 뻗어나갔다. 진행방향을 막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강시들의 몸을 관통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독에 관통당한 강시는 한 여름 얼음 녹듯 검은 액체로 녹아내렸다.


괴인은 다시 독을 쏘았다.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태승을 향해 날아갔다.


태승은 돌 탁자를 발로 차 세웠다.


퍽!


깨지는 소리가 아니고 꿰뚫는 소리였다.


일찌감치 옆으로 피한 태승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검은 촉수 같은 독은 돌 탁자를 사정없이 꿰뚫고 석벽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독?'


탁자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극독에 삭아서 구멍이 난 것이다. 게다가 끔찍한 냄새가 났다.


[독수융천하(독이 천하를 녹인다)!

독강시까지 있었네.]


잠자던 금관비사가 냄새를 맡고 깨어났다.


[뭐죠? 어떻게 막아요?]


[이건 못 막아. 현도종의 독수융천하는 앞을 막는 것을 다 녹여 없앤다. 방법은 최대한 빨리 독강시를 없애야 해.

좀 있으면 촉수가 안개처럼 변하면서 끔찍한 독이 퍼진다.]


[교룡의 껍질도 녹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으니까, 껍질을 내게 줘봐. 내가 두르고 저 놈을 없앨 테니.

그 동안 너는 저 놈의 시선을 유도해.]


[알았어요. 아무리 대단해도 안 맞으면 꽝이죠.]


벌써 구멍 뚫린 석벽에서 검은 독안개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태승은 숨을 참고 구절편을 꺼냈다. 독은 불에 약한 경향이 있다.


금관비사는 태승의 몸 뒤에서 교룡 껍질을 뒤집어썼다.

천정까지 떠올라서, 조심스레 독강시 쪽으로 이동했다.


또 다시 독강시의 독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태승은 귀장신으로 적절히 피하면서 구절편을 독강시에게 던졌다.


"나타나라!"


구절편이 화염룡으로 변했다.

좁은 공간을 날아오르며 화염룡은 화염을 독강시에게 내뿜었다.


독강시는 그대로 화염을 맞으며 화염룡에게 영력을 쏘았다.


치지지직.


달군 쇠가 물에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영력은 붉은 화염을 뚫고 나아가 화염룡을 관통했다.


구절편 몸체인 현옥은 단번에 녹아내렸다. 현옥에 새겨진 부적문자가 녹아 없어지자 화염룡은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쏘아버린 화염은 독강시의 외투를 태우고도 꺼지지 않았다.


독강시의 실체가 드러났다. 바싹 마른 어린애였다.

옷이 타고 있고, 불길은 몸 전체로 번졌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는 독강시.

붉은 두 눈은 태승을 노려보고 있었다.


독강시의 손이 태승을 향했다. 영력을 쏘기 전에 태승이 먼저 백금 머리띠를 던졌다.

정면으로 던지지 않고, 독강시의 뒤로 우회하도록 던졌다.


독강시의 영력이 태승을 향해 쏘아왔다. 태승이 피하면서 외쳤다.


"변해라!"


여전히 불에 타고 있는 독강시의 뒤에서 백룡이 나타나 한기를 쏟아내었다. 한기 때문에 독강시의 몸에 붙은 불은 꺼졌다.


그런데 고온으로 불타던 몸이 엄청난 한기를 뒤집어쓰니 균열이 일어났다.

뜨거운 그릇에 찬물을 갑자기 부으면 그릇이 깨지는 것과 같았다.


독강시의 피부가 쩍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때 큰 충격을 가하면 박살날 수 있다.


태승은 돌 탁자를 집어 들었다. 잠시 멈칫했다. 독강시가 된 어린애가 불쌍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사투.


"미안하다."


날아간 돌 탁자가 독강시를 강하게 타격했다.


펑!


큰 폭발과 함께 독강시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조각난 독강시의 몸이 부딪치는 곳마다 시커멓게 녹아내렸다.


[아이고 아까워.]


천정에서 기회만 노리던 금관비사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폭발이 지나간 바닥에 뭔가 보였다.

독강시가 있던 자리에, 산산조각난 독강시의 시체가 사방으로 날아가고 남은 것이 있었다.

계란 크기의 검은 구슬이 요요히 빛을 발했다.


[독정(毒晶)이다. 이거라도 건지네. 크흐흐흐.]


금관비사는 교룡의 껍질을 손에 둘둘 감고 뛰어 내렸다. 독정을 조심스레 받들어 모시듯 주워들었다.

금관비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태승이 다가와 금관비사를 빤히 쳐다봤다. 눈빛이 말한다.


<그거 내 거.

홀딱 먹으면 토하게 만들 것임.>


태승의 뜻을 접수했으면 고이 손 떼야 하는데, 금관비사는 기어코 한마디 한다.

먹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먼저 잡는 놈이 임자 아냐?]


<꼭 얘기를 해야 알아먹나.>


한심하고 짜증난다는 눈빛과 함께 태승이 입을 열었다.


[일 한 사람이 가져야지. 하신 것이 없잖아요.

독강시도 내가 아까운 구절편을 날려가면서 처치했는데, 가만히 구경만 하다가 날름 먹어치운다?

에이, 그런 도둑놈 심보로는 오래 못 살죠.]


태승의 말이 맞으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먹고 싶다. 욕심난다. 놓치기 아깝다.


금관비사는 커다란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뭐라도 꼬투리를 잡고 우겨야 하지만, 생각이 안 난다.


태승은 계속 몰아쳤다.


[독각교룡의 영핵도 잘 드셨잖아요. 그런데 이것도 드시고 싶어요?]


[이건 바로 먹으면 죽어. 충분한 시간동안 희석하고, 제련해서 먹어야 해.]


[희석할 동안 어디다 둘 거죠? 기해 속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허락 못합니다. 중독되어 죽기는 싫어요.]


유해화학물질은 건물로 못 들여보낸다고 건물주가 그러는데, 세입자가 어쩔 건가.


[그렇다고 그냥 놔 둘 수는 없고, 어떡하지?]


결국 태승에게 물어본다.


태승은 저물환을 뒤져 흡한주를 넣었던 흑옥함을 꺼냈다.


[흡한주 써버리고 함을 버리려 했는데 잘 됐네요. 넣으세요.]


금관비사는 태승의 말에 따라 흑옥함에 독정을 담았다.

태승은 마치 자기 것 인양 아무렇지 않게 흑옥함을 저물환에 던져 넣었다. 그냥 태승의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뱀 따위가 사람과 말싸움해서 이길 수는 없다.


괜히 멋적은 금관비사. 하나마나한 소리를 지껄였다.


[장준이라는 놈은 어쩔 거야?]


[당연히 잡아야죠.

잡아 족치고, 죽일지 살려줄 지는 그 다음에 결정할 겁니다.]


태승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장준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었다. 특히 어린애를 독강시로 만든 짓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독강시 재료로 사용되는 사람은 수없이 독을 주입당하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 독강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죽는다. 살아날 확률은 만분의 일. 만 명은 아니라도 최소 몇 천 명의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태승은 열이 올랐다.


[생각해 보니 장준 이 놈 완전 죽일 놈이네요.]


[독강시 때문에? 아냐. 그 깐 놈은 독강시 제조할 능력은 안 돼.

독강시는 수많은 약재와 독물, 그리고 결신경 수사 여럿이 협력해야 겨우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독수융천하는 현도종 고유 공법이다. 현도종에서 만든 것이 분명해.]


[그럼 장준이 현도종 제자? 아닌데요.

영력 움직이는 모습이 현도종 공법은 아니에요.]


[현도종 제자는 아니지만 현도종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게 틀림없다. 현도종이 귀한 독강시까지 준 것을 보니.

흠, 뭔가 냄새가 나는데. 현도종이 벽신국을 먹으려 드는 건가?]


[나중에 생각하고, 얼른 추적해요.]


장준의 흔적을 찾아 헤매던 태승은 계단 벽이 뚫린 것을 보았다. 구멍을 통해 명하의 거센 물소리가 들렸다. 맥이 탁 풀렸다.


[지하 수로를 타고 하류로 내려갔으면 추적은 늦었어요. 포기하죠.]


[그러자.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장상룡을 족치면 되지 않을까?]


태승은 고개를 흔들었다.


[장상룡은 뒤에 천물루가 있어서, 함부로 건드리면 위험해요. 경매장에 가서 잘 살펴보는 방법뿐이에요.]


[경매까지는 며칠 남았는데, 그 동안 금사방으로 가서 쉬지?]


[안가요. 거기 인간들이 더 피곤해.

그냥 객잔에서 쉴래요.]


계단을 올라가던 태승은 아차 했다.


[강시! 벽 속의 강시가 남았다. 없애고 가야지.]


되돌아 통로로 향하던 태승은 깜짝 놀랐다.

검은 안개가 바닥에 깔렸는데, 안개가 닿는 곳마다 부식되어 있었다. 독강시의 시체 파편에서 흘러나온 독 안개였다.

석실 속에 있던 강시는 독 안개에 녹아내리고 있을 것.


태승은 뒤로 물러나 계단까지 왔다.


'독 안개를 그냥 놔두면 이곳 주변은 다 중독된다. 사람들이 죽어. 독 강시의 독은 태워 없애야 해.'


영력을 끌어올려 화염구를 만들었다.

수영맥이라도 화염구 정도는 기본으로 만들수 있다. 더구나 몸속의 자색 영력은 용암의 기운을 담은 것.


수레바퀴 크기의 화염구 수십 개를 독 안개에 던지고, 태승은 지하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계단 입구를 부숴, 안개를 태운 연기가 빠져나올 통로를 만들었다.

계단 벽에 장준이 낸 구멍은 부순 계단 쪼가리로 때웠다.


주변의 쓰레기들을 모아 계단 속으로 던져놓고 다시 화염구를 때려 넣었다. 태울 재료가 있어야 연소가 계속되니까.


반나절을 타고 나서야 독 안개는 연소되어 사라졌다.

태승은 지켜보면서 연신 하품을 했다.


"아, 피곤해."


며칠째 개고생이다.


현도종 반마수와의 생사투에서 죽을 뻔 했다.


"이게 무슨 꼴이야."


포방 시체를 수리하려고 들어왔다가 독강시에게 또 죽을 뻔했다.


나흘 뒤에는 귀시 경매장에 가야한다. 거기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게 틀림없다는 감이 온다.


"귀시에 꼭 가야하나? 아니다. 가야지.

가서 상품 영보급 병기를 구하고, 장상룡도 붙잡아 장준의 행동에 대해 문초해야 해.

아, 머리 아파."


태승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푹 쉬고 싶었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잠이나 실컷 때렸으면 좋겠다.


"잠자다 죽고 싶다."



나흘 뒤, 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태승은 느지막이 북문을 향했다.


주작대로의 인파에 휩쓸렸지만 구태여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게 싫었다.


객잔 근처 대장간을 지나치다 얼굴 가리는 철제 방갓을 사서 푹 눌러썼다.


천물루 일층을 들러 호랑이 가면 두 개를 샀다.

초보 수준의 인식 방해 술법이 걸려있는 철제 가면을 구했더니, 하품 영석 두 개를 달라고 한다.


'완전 날강도라니까.'


태승은 속으로 욕하면서 가면을 겹쳐 썼다. 혹시 싸우다가 겉의 가면이 떨어져도 민낯이 드러나지 않게.


영석을 쓴 고객이라 일층은 마음대로 돌아볼 수 있었다.


일층은 넓었다.

태승은 유유히 돌아다니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혹시 무슨 정보라도 듣지 않을까 해서.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차라리 소상루로 갈 걸 그랬나?’


이미 늦었다.


태승은 북문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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