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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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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7.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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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69화

DUMMY

강시들의 붉은 눈동자에서 흉포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그드드.


굳은 뼈가 펴지는 소리와 함께 강시들이 걸어 나왔다. 무인의 몸놀림이었다. 살아 있었을 때 무인이었던 시체로 만든 강시였다.


강시들은 모두 무기 하나 씩을 들었다. 녹이 시퍼렇게 일어난 무기는 살짝 베이기만 해도 녹의 독에 죽을 것 같았다.


강시들 움직이는 소리와, 움직이다가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석실 안까지 들렸다.


태승은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태승의 반응을 본 장준은 정신을 분산시키려 말을 붙였다.


장준의 말소리가 소녀 강시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지. 손쓰려면 그렇게 과감해야 하는 게 맞아.

대단한 솜씨에 더 대단한 독심이야."


장준 본체의 말에 태승의 눈이 반짝거렸다.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어.

뭔가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나도 대비해야 한다.'


태승은 유들유들하게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저보다 어르신께서 먼저 손을 쓰셨지요."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지. 하지만 네놈은 단칼에 내 목을 베었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살아나갈 생각은 버려."


태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기를 들고 있던 강시 사내의 옷을 벗겨 포방에게 입히고, 저물환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규룡의 껍질을 뒤집어썼다.


"가려고? 문 열어줄까? 흐흐흐."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보는 거야? 위야 아래야, 아니면 옆이야?'


그그그긍.


석실의 문이 열렸다.

커다란 문이었지만 강시 다섯 마리가 일렬로 서니 문이 꽉 찼다.


무기를 든 강시들이 다섯 마리씩 쏟아져 들어왔다. 전부 우락부락한 덩치.

얼굴은 {생전에는 산적이었다.} 라고 씌어있었다.


돌 탁자가 일단 강시들의 진입을 막았다.


태승도 예상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타협을 시도했다.


"보아하니 산채 토벌하고 산적들 처형한 시체 수거해서 만들었나 봐요.

몸놀림이 뻣뻣하지 않은 게 전부 활강시인데, 다 죽이면 아까워서 어쩌죠?

그냥 보내 주시는 게 서로 좋을 텐데."


장준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이제 겁나?

네가 가진 시체와 영석까지 다 내놓는다면 생각해 볼 테니까, 내가 생각할 동안 애들과 놀아봐. 공격해!"


강시가 무서운 것은 아픔을 모르고, 죽음도 모르니 무조건 지시대로 한다는 것.


동료와 협력? 그딴 거 없다. 무조건 직진이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동료라도 밀어버리고 명령에 따른다.


강시들은 장준의 명령대로 태승을 공격하기 위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석실 통로는 강시들의 육체로 가득 찼다. 뚫고 나가려면 고기로 된 장벽을 잘라내어야 했다.


태승은 강시들이 떼 지어 달려들자 자죽흑사검을 집어넣었다.


'자죽흑사검은 소용없다.

이놈들은 대나무 숲 환상에 헷갈리지 않을 거고, 흑사가 공격해도 아픔을 모르니 불필요하다.

무조건 목을 잘라버려야 해. 그러면 접근전 뿐.'


태승은 흑구순을 꺼내 왼편을 가렸다.


오른 손에는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사은검을 뽑아들었다. 시릴 정도로 싸늘한 기운이 손을 뒤덮었다.


"죽여라!"


장준의 살인 명령이 떨어졌다. 강시가 들고 있던 도끼, 대도, 장검, 장창 할 것 없이 전부 태승에게 집중되었다.


한여름 우박이 쏟아지듯 각종 무기가 태승의 흑구순을 두드렸다.


태승은 흑구순의 둥근 부분으로 공격을 흘리며, 닥치는 대로 잘랐다.

사은검은 흙 자르듯 강시의 무기를, 더 나아가 손목까지 빠르게 절단했다.


그러나 강시 쪽수가 너무 많았고 결정적으로 불리한 점은 좁은 공간.


백사하처럼 넓다면 화염룡으로 한방에 다 태워버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태웠다가는 연기 때문에 자신이 더 불리하다.

강시는 연기에 숨 막히지 않고 불에 타도 움직인다.


석실을 가득 채운 강시들은 무기가 잘리든, 손목이 날아가든 무조건 태승에게 달려들었다.

손이 안 되면 발과 몸으로, 그것도 안 되면 이빨로라도 태승을 공격했다. 공포를 모르는 강시의 공세는 무지막지했다.


'힘에서 밀린다. 이러면 결국 패배하게 돼.'


태승은 자색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몸 앞으로 강하게 쏘아내었다. 엄청난 힘이 강시들을 향해 몰아쳤다.


쾅!


수십 마리 강시가 한꺼번에 주르륵 밀렸다. 가장 앞에 있다가 영력을 정통으로 맞은 강시 몇 마리는 수박 깨지듯 뚝배기가 터졌다.


구경하던 장준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그렇게 영력을 팍 팍 써야 금방 바닥나지.

바닥나면 살려달라고 애원할거 아냐. 흐흐흐."


태승과 강시들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태승은 수련곡주 태경이 남긴 백금 머리띠를 꺼내 영력을 불어넣어 던졌다.


"변해라!"


허공에 나타난 백룡은 강시를 향해 백색 한기를 내뿜었다.


쩌저저정.


순식간에 선두의 강시가 얼어붙었다. 완전히 얼음덩이가 되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강시 뿐 아니라 석실 입구의 벽면까지 전부 얼어붙었다. 얼음장벽이 생긴 것이다.


다음 줄의 강시는 얼음덩이가 되지는 않았지만, 얼어붙어 동작을 하지 못했다.


태승은 흑구순을 수평으로 세워 힘껏 회전시켜 날렸다.

거대한 원형 톱날처럼 날아간 흑구순은 얼음벽과 얼음덩이 강시를 수평으로 갈아버렸다.


카르르르.


얼음벽이 갈라지고 얼음 가루가 분수처럼 튀었다. 부서진 얼음덩이는 산산조각 났고, 그 속의 강시도 깨진 얼음조각이 되었다.


태승은 다음 줄의 강시 목을 수박 서리하듯 사은검으로 잘라냈다.


통로 끝에서 강시가 던지는 무기 공격은 흑구순으로 막아내면서, 태승은 선두에 섰던 두 줄의 강시를 처리했다.


목이 떨어지자 강시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다음 줄의 강시 역시 한기로 인해 관절이 얼어 있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태승은 손쉽게 목을 쳐버렸다.


절단된 목을 붙였던 바느질 흔적이 선명했다. 그 흔적에 사은검을 갖다 대면 검의 예기 때문에 바느질한 철사도 후두둑 끊어졌다.


장준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저, 저놈이. 죽여! 어서 움직여라!"


공간이 넓어져 태승의 움직임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뒤에서 강시들이 또 밀고 들어왔다. 빈 공간이 금방 강시로 가득 찼다.


백금 머리띠는 중품 영보라 한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태승은 흑구순으로 공격을 막는 한편, 공격한 강시의 손목을 잡고 빠르게 시기를 빨아들였다.

시기가 빨린 강시는 움직이는 원동력을 상실해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하지만 시기를 빨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방어를 맡아줄 동료가 없었다.

옆에서 덤벼들면 흑구순으로 막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건 안 되겠네. 그렇다면.'


태승은 탁자 옆에 끓이던 약재 항아리를 뒤집어 불을 껐다.

벽과 천정의 황촉도 영력을 휘둘러 깡그리 꺼버렸다.

순식간에 석실은 암흑으로 변했다.


"저 죽일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아무리 봐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장준은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강시 삼분의 일이 못쓰게 된 반면, 상대는 별 타격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흉악하게 생긴 강시들 수십 마리가 다구리 치듯 몰려들면 심약한 수사는 얼어버린다.

그러나 어린놈이 겁도 없다. 쌩쌩하고 오히려 힘이 나는 것 같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태승은 귀력으로 전신을 뒤덮었다.


강시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양기를 감지하고 공격한다. 태승이 귀력으로 몸을 감싸니 양기가 전부 차단되었다. 강시들의 목표물이 없어진 것.


강시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만 두리번거렸다.

태승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귀장신으로 강시들 사이를 은밀히 떠다니며 목을 잘랐다.


'훨씬 쉽네.

아끼는 강시들이 퍽 퍽 쓰러지니 장준은 분명히 속이 터지겠지.


화가 나서 영력이 크게 움직이는 곳이 장준이 숨어있는 곳일 것이다.

찾아서 한 방에 끝내버려야 해.'


태승의 예상대로 장준은 분노로 미칠 것 같았다. 동시에 공포가 슬슬 일어났다. 벌써 강시 절반이 쓰러졌다.


"귀장신법! 저놈이 귀도 공법을 수련했구나. 그러니 강시 공격도 먹히지 않지."


불같은 분노와 얼음 같은 공포가 장준의 마음을 번갈아 찾아왔다. 그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장준은 자신이 결단을 내릴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손 빼고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마음을 지배했다.


"이판사판. 마지막 패를 사용하자.

후퇴하라! 원위치."


장준의 명령에 따라 강시들이 몸을 돌려 석실 밖을 나갔다. 그리고 통로 벽 자신의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통로에는 장준 혼자 서 있었다.


석실 안의 태승과 장준의 눈빛이 마주쳤다.


태승은 장준이 상당히 화가 나 있음을 느꼈다.

워낙 엉망인 장준의 얼굴이라 표정을 읽기 힘들지만, 몸 전체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랬다.


태승은 공손히 예를 올렸다. 쓸데없이 기분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웬만하면 용서하시고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네 녀석이 귀왕문의 떨거지인줄 몰랐던 것이 내 실수다. 그러나 이건 막기 힘들 걸.

내려와라."


장준이 몸을 숨겼던 통로 천정에서 뭔가 툭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이 몸을 일으켰다.

키 작은 괴인이었다.


괴인은 흑색의 헐렁한 외투를 뒤집어 써 남녀노소 구분이 안 되었다.


머리까지 뒤 덮은 외투 속에서 섬뜩한 붉은 눈빛만 번쩍였다.


장준은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태승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돌 탁자 뒤로 몸을 피했다.


"죽여!"


장준은 명령을 내리고 잽싸게 뒤로 튀었다.


저 강시를 깨우면 아무도 제어할 수 없다. 당연히 태승은 강시에 죽을 것이다.


한 동안 시간이 흐른 다음, 강시가 저절로 잠이 들면 다시 돌아올 계산이었다.


장준은 필사적으로 달려, 지상에서 내려오는 계단까지 도착했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그대로 계단 벽을 향해 돌진했다. 마치 벽에 부딪쳐 죽으려는 사람처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계단 벽이 무너지고, 장준은 벽을 뚫고 아래로 떨어졌다.

밑에는 명하의 거센 물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준은 물살에 몸을 맡겨 하류로 떠내려갔다. 입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저주가 흘러나왔다.


"이제 살았다. 태승이라 했지.

이놈아, 거기가 네 무덤이다."



괴인은 두 팔을 들었다.


손이 보이지 않는 소매 끝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튀어 나왔다.


태승의 머릿속에 강력한 경고음이 찌르르 울렸다.


‘이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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