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19,394
추천수 :
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06.30 11:40
조회
1,624
추천
44
글자
11쪽

제 49화

DUMMY

막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지만, 그것보다 경지 차이가 워낙 컸다.


혼체의 천 년 전 경지는 6경 연허경이니 무려 3경이나 차이가 난다.


혼체는 만영의 최근 기억을 다 읽고, 밖으로 나와 금관비사의 양신을 노려보았다.


매서운 시선에 양신은 쩔쩔맸다.


[뱀 새끼, 태승이 중독됐다.

그러니까 애를 혼자 놔두면 안 된다고 했잖아.]


보통 때는 금관이라 불렀던 혼체였지만 지금은 열 받아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대 놓고 뱀 새끼라 불렀다.


금관비사의 양신은 할 말이 없었다. 눈치를 보며 겨우 물었다.


[무슨 독이야?]


[용목초의 뿌리에서 짜낸 독.]


[그럼 당장 죽지는 않겠네.]


[해독 가능해?]


양신이 우물쭈물하니까 혼체가 눈알을 부라렸다. 혼체의 채근에 결국 실토한다.


[동물 독이 아니고 식물 독이라, 해 봐야 알아. 혹시 해독약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어떨까.]


[저물대는 네가 뒤져. 나는 이놈 기억을 계속 읽어야 하니까.]


[비밀번호는?]


[기억 속에 삼팔이사 라고 되어있다.]


금관비사 양신이 만영의 저물대를 열어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해독약은 있고, 여러 가지 많은데? 우와, 귀한 은한정이 한 덩어리 있네. 완전 대박!]


만영은 중독된 자와 흥정하기 위해 용목초의 해약을 가져온 것이었다.

죽검문의 부문주이니 잡다하게 소지한 것이 많았다.


고장군에게 받은 은한정은 단 하루 만에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은한정은 너한테는 필요 없지. 아승도 당장은 필요 없으니 그냥 보관해.

전음부도 있지?]


[있어.]


서로 연락하기 위해서 전음부는 필수였다.


혼체는 만영의 머릿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의식을 조종해 전음부를 작성했다.


<태승을 처리했지만 나도 부상당했다.

회복을 위해 은밀한 곳에서 쉬겠다.>


전음부에 음성을 입력시켜 장군부로 날려 보냈다.


이로서 당분간 만영이 나타나지 않아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음부를 보낸 다음, 혼체는 다시 빠져나와 양신에게 명령했다.


[네가 흔적 없이 치우고 진 입구로 와. 나는 진 안으로 들어가 태승 녀석 불러올 테니까.]


[크크크, 태승 녀석 혼 좀 나겠네.]


혼체가 양신을 째려보고는 휙 사라졌다.



만 리 떨어진 무룡곡 동굴 속.


금관비사 본체 얼굴에도 싸대기 자국이 역력했다.

열 받은 눈빛으로 부도탑을 노려보니 부도탑에서 대뜸 반응한다.


[맞을 짓을 했구먼, 뭐가 불만이야?]



금관비사의 양신은 만영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혼체가 만영의 신혼을 건드렸기 때문에, 만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양신은 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몸이 두꺼비처럼 부풀었다.


본체가 5경 화신이라 이 정도라도 가능했다. 본체가 4경 양신이면 양신이 커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신은 아가리를 벌려 만영의 머리에 갖다 대 보았다. 머리에 비해 턱없이 작았다.


[모자라.]


이번에는 아주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양신의 몸집이 점점 커지더니 본체와 같은 크기가 되었다.


양신은 입을 최대한 벌렸다.


뱀의 입이 벌어지면 자신의 몸통보다 더 큰 것도 삼키는 것처럼, 양신의 아가리는 만영의 머리는 가뿐하게 삼킬 정도로 커졌다.


양신은 만영의 머리를 삼켰다. 양신의 혀는 만영의 코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위험이 닥친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만영의 신혼은 벌레처럼 파드닥 거렸지만, 뱀의 혓바닥에 감겨 코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양신의 목구멍 속으로 직행했다. 소리 없는 마지막 비명이 목구멍 너머에서 터져 나왔다.


양신의 혀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 만영의 기해를 관통했다. 기해 속에 들어간 혀는 빨대가 되어, 만영이 쌓아놓은 결신경의 영력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영력이 빨리자 만영의 몸이 쪼그라들었다. 가뭄 속 나뭇가지처럼 말라비틀어지더니 쩍쩍 갈라졌다.


만영의 몸이 줄어드니 옷이 흘러내렸다. 저물대도 같이 떨어졌다.


만영의 영력을 다 빨아먹은 양신은 거하게 트림하고 만영의 머리를 뱉어냈다.


땅에 떨어진 만영의 몸은 이미 시체였다. 신혼과 영력을 다 빼앗기는 순간 죽은 것.


양신은 저물대만 챙기고, 만영의 시체와 옷 위에 크게 숨을 내뱉었다. 금관비사의 독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연기가 입에서 나와 만영의 시체를 뒤덮었다. 만영의 시체와 옷은 순식간에 녹아, 땅 밑으로 사라졌다.


양신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 원래 체격으로 줄어들었다.


"풀떼기 씹는 맛뿐이지만 영력이 높아 먹을 만하네."


배부르니 잠이 쏟아진다. 하품을 연속으로 하면서 양신은 땅에 쓰러졌다.



무룡곡의 금관비사 본체도 하품을 하며 드러누웠다.

조금 전 분노의 눈빛은 온데간데없다. 곧 이어 숙면에 들어갔다.


부도탑 속의 혼체가 고개를 저었다.


[짐승이라 역시 단순해.]



태승은 혼체에게 졸라 깨지고 있었다.


[이 꼴이 뭐냐. 손을 잘라야 할 상황이 말이나 돼? 말이나 되냐고!]


"죄송합니다."


주먹크기의 노부인이 공중에서 방방 뜨는 모습이 어찌 보면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6경 연허의 위압감은 엄청났다.


태승은 영력의 위압감에 짓눌렸다. 게다가 정말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못 들었다.


[나가자.

금관비사가 해독약을 갖고 있다. 그 놈은 결계 때문에 못 들어와.]


태승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예? 어떻게 금관비사와 만났어요? 그리고 해독약은 또 어떻게?"


[금관비사는 천물루에서 만났다.

그 멍청한 놈이 천물루 사층 천정에 거꾸로 붙어서, 요수의 영핵을 보고 침을 꿀꺽꿀꺽 삼키더라.]


해독약을 구한 상황은 얘기하지 않고 슬쩍 넘어갔다.


"사부님은 왜 천물루에 가셨어요?"


[혹시 자매들이 영보 속으로 피신했을지 몰라서. 그리고 네 녀석에게 필요한 영보도 있는지 볼 겸.]


혼체의 마음 씀에 태승은 더 더욱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왔지만 금관비사가 보이지 않는다.


[이놈이 또 어디로 샌 거야. 속 터져!]


혼체는 태승의 기해에서 나와, 빠르게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이쪽으로 와! 처자고 있다.]


양신은 숲 속에서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곯아떨어진 상태.


태승이 다가오자 혼체가 금관비사를 흔들어 깨웠다.


[야! 자더라도 들어가서 자.]


[귀찮아. 음냐 음냐.]


양신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일어나 태승의 기해 속으로 들어갔다.


"왜 이래요?"


[뭘 잡아먹었거든.

소화시킬 때까지 당분간 잠만 잘 거다.]


태승은 금관비사가 설마 사람을, 그것도 결신경 수사를 잡아먹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혼체도 구태여 밝히지 않았다.


[약 받아.]


작은 도자기 병에 노란 알약 열 알이 들어있었다.


[한 알은 먹고, 두 알은 으깨어 발라. 매일 한 번씩 삼 일이면 낫는다.

한 알은 으깨어 검 손잡이에 바르고.]


"감사합니다."


[시끄럽다! 자초지종이나 이야기 해.

그 검은 어떻게 얻은 거냐?]


태승은 대련 결과를 내기하여 청죽흑사검을 얻은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중독된 내역까지.


[검을 뽑아봐라.]


태승은 귀력을 운용하여 검을 뽑았다.

달빛을 받은 검신이 푸르게 빛났다.


일곱 마디가 난 푸른 검신 중간에 한 가닥 검은 선. 마냥 예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지독한 기운이 줄기줄기 서려 있다.


혼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수를 잡은 덕분에 귀력이 많이 늘었고, 검은 지금 네 수준에 딱 맞는 검을 골랐다.

현무지체에 어울리게 흑사가 중간에 들어있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살기가 있는 것까지 마음에 든다.

녀석, 눈썰미는 좋구나.

저물대를 뒤져 봐라.]


"이 저물대는 누구 것인가요?"


[죽검문 제자의 것이다. 검법이 있느냐?]


"있습니다. 청죽흑사검법. 다른 검법도 몇 가지 있어요.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은빛의 철 덩어리가 있습니다. 약병도 있고, 영석도 상당히 있는데요?"


[잡다한 검법 익힐 필요 없다.

나머지는 다시 집어넣고, 은한정과 검법만 네 저물환에 넣어라.

수련동으로 돌아가자.]


"사부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 딴 짓 않고 수련에만 전념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돌아가자마자 태승은 수련에 집중했다. 우선은 명상으로 영력 수준을 끌어올렸다.


사흘 뒤, 손이 말끔히 해독되었다. 그때부터 전력으로 검법을 연마했다.


큰 위기를 겪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태승은 무서울 정도로 수련에 집중했다.


청죽흑사검법은 마치 태승을 위해 만든 것처럼 손과 몸에 착 달라붙었다.

태승은 검법을 수련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었다.



어두운 밤. 왕궁 안의 어서방.


회색 옷의 사내가 왕 앞에 엎드려 있었다. 사내의 옷은 안팎으로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겉은 회색이고 속은 검은색이었다.


옷깃에는 검은 화염이 타오르는 형상이 작게 수놓아져 있었다. 이 형상은 칠대종 중 마도(魔道)에 속하는 흑염종만 쓸수 있다.


사내의 이름은 서일.

흑염종 이급 제자지만 경지는 2경 연신 중기에 지나지 않아, 흑염종 내에서도 계륵같은 신세였다.

흑염종은 재활용 측면에서 사내를 적사제국 황실 호위군으로 보냈다.


적사제국 황제는 흑염종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받기는 했지만, 데리고 있기 몹시 찜찜했다.


마침 벽신국의 젊은 왕이 도움을 요청했고, 황제는 각 방면에서 특출한 인재 열두 명을 선물로 보냈다.

이번 기회에 황실에서 근무하는 칠대종의 하급 제자를 정리한 것이었다.


그 중에 서일도 포함되었다.

은신과 추적, 비밀 청취 등에 탁월한 인재라는 이유로 벽신국으로 보내졌다.


'내가 무슨 은신, 추적에 탁월한 인재야. 우리 흑염종의 공법 자체가 그렇건만.'


졸지에 변방으로 밀려난 서일은 억울했지만, 벽신국 왕의 명령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문제가 생긴 태승의 동향에 보고했다. 보고를 들으면서 왕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랬다.


왕은 경성장군부의 행사에 분노했다. 태승이 다친데 대한 걱정은 그 다음.


"경성장군부에서 살수를 키우고 있다. 그것도 대량으로. 역심(반역할 마음)을 품은 것인가?"


"소인이 어찌 고장군의 속마음을 알겠습니까 마는, 살수가 오백 명이면 그 규모가 과다하다고 판단됩니다.


게다가 죽검문의 제자들과 부문주 만영까지 상주하고 있습니다."


죽검문은 중소문파지만 알짜배기.

벽신국 십대문파 끄트머리에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세력이지만, 이 일로 왕에게 제대로 찍혔다.


"살수가 오백 명! 지금 왕궁 수비대 정예병이 천명에 불과한데.

그렇다고 이것을 까발리면 국경 수비에 필요해서 양성한 것이라고 핑계 대겠지."


"그러하옵니다."


왕이라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잡아야 목을 칠 수 있다.


왕은 두고 보자고 이를 갈면서, 분노를 속으로 씹어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제 75화 +3 22.08.05 1,553 39 11쪽
74 제 74화 +3 22.08.04 1,477 38 11쪽
73 제 73화 +2 22.08.03 1,516 38 11쪽
72 제 72화 +2 22.08.02 1,531 37 11쪽
71 제 71화 +2 22.08.01 1,592 40 11쪽
70 제 70화 +2 22.07.29 1,659 37 11쪽
69 제 69화 +1 22.07.28 1,590 37 11쪽
68 제 68화 +1 22.07.27 1,578 35 11쪽
67 제 67화 +1 22.07.26 1,558 37 11쪽
66 제 66화 +1 22.07.25 1,550 44 11쪽
65 제 65화 +2 22.07.22 1,614 38 11쪽
64 제 64화 +1 22.07.21 1,574 37 11쪽
63 제 63화 +1 22.07.20 1,559 39 11쪽
62 제 62화 +1 22.07.19 1,567 42 11쪽
61 제 61화 +1 22.07.18 1,599 43 11쪽
60 제 60화 +3 22.07.15 1,633 39 11쪽
59 제 59화 +1 22.07.14 1,570 42 11쪽
58 제 58화 +2 22.07.13 1,576 37 11쪽
57 제 57화 +1 22.07.12 1,573 45 11쪽
56 제 56화 +1 22.07.11 1,597 40 11쪽
55 제 55화 +2 22.07.08 1,622 43 11쪽
54 제 54화 +2 22.07.07 1,614 42 11쪽
53 제 53화 +1 22.07.06 1,618 42 11쪽
52 제 52화 +1 22.07.05 1,634 42 11쪽
51 제 51화 +5 22.07.04 1,659 42 12쪽
50 제 50화 +4 22.07.01 1,661 41 11쪽
» 제 49화 +1 22.06.30 1,625 44 11쪽
48 제 48화 +1 22.06.29 1,605 41 11쪽
47 제 47화 +1 22.06.28 1,627 42 11쪽
46 제 46화 +2 22.06.27 1,630 4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