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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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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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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7.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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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50화

DUMMY

수련동에서 한 달이 지나갔다.


태승은 사부가 보는 앞에서 그 동안의 검법 수련 결과를 보였다.


"시작합니다."


태승의 검은 처음부터 거침이 없었다.


검을 뽑자마자 순식간에 대나무 숲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흔들리던 대나무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바람 따라 사방으로 퍼졌다.


잎사귀 하나하나가 전부 비검처럼 날아가 상대를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잎이 수북이 쌓인 바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검은 뱀. 너무 빨라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뱀은 바닥에 숨어 있다가 솟아오르고, 대나무를 감고 올라가 위에서 떨어졌다.

꼬리로 박차고 대나무 사이를 비행하기도 했다.


태승의 검술 시연에 혼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승은 팔 다리가 길고, 몸이 유연해. 검사로는 최적이야. 그렇지 않아?

그만 처자고 일어나서 봐.]


금관비사 양신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났다. 소화를 다 시켰다.


[아웅, 잘 잤다. 그런데 배고프네.]


양신은 바로 나오지 않고 자리에서 뒹굴 거리며 잔머리를 굴렸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눈을 반짝거리며 밖으로 나와 태승의 검을 구경했다.


검을 다루는 솜씨는 갈수록 능란해졌다.

나이 먹은 검사가 수십 년 수련한 것처럼, 검은 어색한 부분이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갔다.

검이 자유로웠다. 막힘없이 물 흐르듯이, 태승의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다.


[잘했다. 열심히 했구나. 훌륭하다.]


태승은 검을 수납하면서, 검법을 완전히 숙달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살수뿐 아니라 고한이 들이닥쳐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관비사가 꼬드기기 시작했다.


[수련 열심히 하네. 수련 좋지.

하지만 매일 혼자 수련한다고 경지가 상승할 줄 알아?

오히려 목숨 걸고 싸우는 중간에 깨달음을 번쩍 얻는다고.]


"그래서요?"


[나랑 거룡산 속으로 들어가. 들어가서 영수 사냥을 하자.

너는 실력을 높이고, 나는 영핵을 먹고. 서로 좋지.]


양신이 태승의 코에 바람을 넣었다.

혼체는 둘이 노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나도 꺼림칙해서 들어가지 않은 곳이 있었어.

음풍(으스스하게 차가운 바람)이 막 불어 대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지.

거기 사는 영수는 원영경 이상일 거야.


옆에서 수련하는 귀도공법 수사들도 그것을 노리고 있을걸.]


[음풍?]


혼체가 솔깃해서 다가왔다.


[응. 음풍도 보통 음풍이 아니야. 끔찍할 정도로 너무 차가웠어. 살기까지 품고 있었다고.]


[한빙살풍인가?

그럼 자매 중 하나가 피신했을 수도 있겠는데.]


혼체가 반응을 보이자 금관비사의 입이 찢어졌다. 들떠서 아무 말이나 뱉어내었다.


[또 그 옆에는 엄청 뜨거운 곳도 있어. 돌아다니다 쪄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 극음과 극양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혼체가 놀라자 태승도 눈치를 봤다. 금관비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혼체가 미간을 찌푸리고 팔짱을 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태승과 금관비사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가만히 기다렸다.


일각 후, 혼체는 결단을 내렸다.


[아승, 천물루에 가자.]


"구하실 것이 있으신가요?"


[만약 극음과 극양 동굴을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면, 둘 다 막을 수 있는 방어영보가 필요해.


천물루 이층 구석에 처박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영보 하나가 주인을 기다리더라.

다 들 눈이 멀었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제 구절편을 팔아서 살 수 있을까요?"


[구절편에 싫증났느냐?]


"처음에는 몰랐지만, 쓰면 쓸수록 저하고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화염 속성이라 그런지, 남이 쓰던 것이라 그런지."


[새로 만든 것이 아닌 다음에는 전부 남이 쓰던 것인데?

새 것처럼 다시 제련해서 네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래도 싫다면 팔고.]


"팔겠어요. 그런데 팔아도 사부님이 찍으신 영보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단 가서 가격을 맞춰 보자.]


[나도 하나 사 줘.

사층에 아주 맛있어 보이는 영핵이 있어.]


[뭐가 예뻐서? 또 매를 벌지?

입 닫고 찌그러져 있어.]



천물루 본점은 명성답게, 거룡성 주작대로 교차로위에 우뚝 서 있었다.


구층탑처럼 세워진 거대한 건물은 위풍당당했고, 매서운 눈초리의 무사들이 삼엄하게 둘러쌌다.


입구는 많은 수사들, 무사들로 들끓었다. 그런데 태승이 입구에 들어서려니 단정한 복장의 점원이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소개장이나 초청장은 있으신지요?"


태도는 공손했지만 눈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태승은 자신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허름한 무복에 흙과 먼지가 뒤범벅이다.


태승은 피식 웃으며 구절편을 꺼내 보였다.


"팔려고 왔소. 천물루에서 설마 옷차림만 보고 손님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태승의 여유 있는 태도와 구절편에 새겨진 부적문자를 보고 점원은 얼른 허리를 굽혔다.


"소인이 눈은 있어도 눈동자가 없어 고인을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점원은 품에서 깨끗한 수건을 꺼내 구절편을 소중하게 받아 들었다.


앞서서 이층으로 올라가 계단 끝에 있는 계산대로 다가갔다.


계산대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아름다운 부인과 깔끔한 복장의 구슬 같은 미소녀가 있었다.


점원은 부인에게 두 손으로 구절편을 받쳐 올렸다.

그녀가 구절편을 꼼꼼히 둘러보는 사이, 미소녀는 태승을 훑어보았다. 얕보는 미소가 소녀의 입가를 스쳤다.


부인이 꽃잎 같은 입술을 열었다. 감미로운 음성에 귀가 즐거웠다.


"뒤에 계신 손님이 이 물건의 주인이시냐?"


"예, 그렇습니다."


점원은 옆으로 빠지고, 태승은 계산대로 다가갔다. 부인에게서 나는 짙은 꽃향기가 코를 감쌌다.


미부인은 태승에게 요염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말하는 사람은 아름다웠는데, 말의 내용이 흉악했다.


"소첩은 하화(여름 꽃)라고 합니다.

소협의 성함이 무엇인지요? 그리고 본인 물건이 맞는가요?

만약 장물로 확인되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을 수도 있어요."


태승의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여, 깔보고 하는 말이었다.


태승은 빈정 상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고울 리 없다.


"여기는 물건 주인을 도둑으로 보는 가요? 상점이 아니고 형부(刑部)를 잘못 온 모양입니다.


실망했소. 천물루는 장사를 이렇게 합니까?"


태승이 강경하게 나왔지만 하화 역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숨길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러면서 영력을 끌어올리자, 옆의 미소녀도 따라서 영력을 올렸다.

하화는 2경 연신 초기. 소녀는 그보다 더 떨어진 경지였다.


원래는 이름을 숨기려 했지만, 이렇게 나오니 태승도 성질이 났다.


자신의 신분은 물론, 구절편은 천년이나 지난 하급 영보. 문제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태승이라 하오."


태승도 영력을 끌어올렸다. 세 사람의 영력이 슬쩍 부딪쳤다. 계산대가 부르르 떨렸다. 미소녀는 주르륵 뒤로 밀렸다.


태승의 영력이 구절편 위를 스쳐가자, 구절편의 부적문자에서 붉은 빛이 발산되었다. 이것으로 자신의 것이라는 증명을 했다.


"이 정도면 되겠소?"


하화는 눈썰미가 뛰어났다. 자신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면 이렇게 능숙하게 영보를 다룰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태승이라는 이름은 등룡첩에서 본 기억이 있다.


하화는 안색이 돌변하여 얼른 예를 올렸다.


"등룡첩의 태승 수사 맞으시죠? 소첩이 실례를 범했습니다.

고정하시지요. 너는 얼른 가서 차를 준비해라."


"차 마시러 온 게 아닙니다. 감정 결과나 말씀하십시오."


하화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중품과 하품의 중간이지만, 상당히 오래된 물품이라 수리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품 영보로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품 영석 천개 드리겠습니다.

요즘 대회 준비 때문에 영보 값이 많이 올라서 가격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층에 전시된 영보를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소첩이 안내하겠습니다."



천물루는 탑의 형태라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졌다.

이층이 제일 넓고 전시된 영보가 제일 많은 대신, 수준이 제일 낮았다. 대부분 하급 영보였다.


영보 진열대마다 호위무사가 하나씩 붙어있었다. 도둑에 대비하여 무기를 들고 지키는 모습이 살벌했다.


태승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희미하게나마 영맥이 감지된다.

뒷배 없는 사람들이 영력을 키워준다는 조건에 일을 하는 모양이구나. 천물루가 영리하게 장사하네.'


하화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는 허리가 하느작거려 묘한 풍정이 절로 일어났다.

지나가던 남자 수사들은 한 번씩 눈을 돌렸다.


하화는 고운 목소리와 자태로 영보를 하나씩 가리키며 나긋나긋하게 설명했다.


"영보산은 우산형태의 영보로 방어에 탁월한 신통이 있습니다.

급할 경우는 산 끝의 살을 쏘아 공격도 할 수 있는 영보입니다."


"우야적은 음파 공격에 특화된 피리형태 영보입니다. 비오는 밤에 불면 상대의 마음을 쉽게 흔들지요."


"명영척은 수비와 공격 둘 다 가능한 영보입니다."


태승은 고개를 갸웃했다.


"명영척은 중품 영보 같은데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공법이 실전되어 최대한의 능력을 꺼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시진이 넘어서야 끝이 보였다. 거의 백 개에 달하는 영보를 봐서 태승의 머리도 혼란스러웠다.


수박만큼 크고 둥그런 원판에 붉고 푸른 음양어도(陰陽漁圖 ; 태극기 중앙의 태극도에, 음양의 형태가 물고기를 닮았다고 눈알을 그려 넣고 어도라고 부름)가 그려져 있는 영보 앞을 지나가며 하화가 설명했다.


"음양어도도 중품 영보입니다. 아쉽게도 공법이 실전되어 이곳에 배치되었지요."


그러고는 그냥 지나가려 했다.


[저거다.]


기해에서 사부가 외쳤다.


태승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잠깐, 음양어도의 신통은 무엇인가요?"


하화는 난처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음양어도의 신통에 대해 아는 분이 없어요."


"영력을 불어 넣어서 검사를 해보면 알지 않습니까?"


"워낙 오래된 영보라 잘못하면 깨질 것 같아서요. 게다가 만약 폭발성 영보면 크게 다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중품 영보라고 했으니, 근거가 있을 텐데요?"


하화는 아무 말 못하고 미적거렸다. 그냥 대충 등급을 매긴 모양이었다.


하화는 결국 실토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확히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등급 책정은 절대 틀리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태승은 음양어도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가격은 얼마인가요?"


태승이 흥미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자, 하화의 눈이 빛났다.


'대박! 재고 처리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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