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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님의 서재입니다.

축귀의 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후우우우니
그림/삽화
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7.01.10 15:45
최근연재일 :
2017.04.07 16:06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8,902
추천수 :
580
글자수 :
842,668

작성
16.05.04 12:16
조회
1,115
추천
15
글자
30쪽

1.창귀호전.-5. 범사냥

그동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v-




DUMMY

5. 범사냥


윤진사네 대청 앞마당은 처참했다.

머리 없는 번치의 시신에서 나온 피가 마당의 여기저기에 튀어 있었다. 대청 큰 마루에는 피가 비처럼 떨어져 댓돌로 다시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범의 앞발에 얻어맞은 하인은 혼절한 것 치고는 멀쩡했는데 범이 발톱을 세우지 않고 때렸기 때문이리라 추측되었다.

아마도 창귀호, 영우도 가능하다면 자신의 원한과 관계없는 자라면 함부로 피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인 것 같았는데 항현은 여기에 주목했다.


대청 마루 위에는 윤진사가 입만 뻐금뻐금 대는 데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옴짝달싹 못했다.

항현은 그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귀곡성을 그대로 듣게 될 경우, 기가 약한 자들은 넋을 잃고 미치는 일이 많고 심하면 죽기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정에 실력자와 선이 맞닿는 토호가 그런 식으로 죽는 것은 항현들에게 나쁘면 나빴지 결코 좋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서 주인마님을 방으로 모셔라! 이 현장은 살인 현장이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물러라! 그리고......”


항현은 아직도 방안에서, 짚가리 뒤에서 부들대는 하인들에게 소리쳐 지시했다. 그리고 이어서 물었다.


“이 집 윤오강 도령은 어디 계시나! 아버님이 이리 되셨으니 이젠 가장, 가주일 것이다. 그 분에게 직접 여쭐 것이 있느니라!”


하인들을 둘러보는 항현과 눈이 마주친 방안에 여종 하나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대청의 가장 가엣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서워 울었는지 여종의 얼굴도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항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엔 정자마냥 방하나가 별채로 떨어져 있었는데 불이 다 꺼져 있어서 사람이 없는 곳 같았다. 항현이 다가가 문을 벌컥 열어 제쳤다. 사람 하나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항현이 이불 끄트머리를 붙잡고 확-! 잡아당기자 오강이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

“마당 좀 보시오. 무서워 할 땐 하더라도 일단 보고 무서워해야 하지 않겠소?”

“......”


오강은 항현이 하는 말을 듣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리고 멍한 눈으로 마당으로 시선을 옮겼다.


“히이이이이익-!”


사방 천지에 쑤셔 박혀져 있던 사람들이 핏기 없는 하얀 얼굴로 걸어 나오고 피범벅이 된 대청과 그 아래에 놓인 목 없는 시신 한 구를 본 오강은 비명도 크게 못 지르고 사색이 되어 주저앉았다.


“.....어어어.....”

“번칩니다. 오강도령과 뭔가 일을 했었다죠? 그래서 이리 된 겁니다.”

“........으,......으.......히익.......”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집에서는 다시 호랑이가 온다면 다음은 도령의 차례가 될지도 모릅니다.”

“........흐...흐엉~.......”


오강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집에선 절대로 이 범을 못 막습니다. 저희와 같이 가시지요. 관아라면 훈련받은 군졸들이 있으니 한결 안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아버진.....?”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가운데서도 아버지를 찾았다.

관아가 영 내키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때는 아비인 윤진사도 도움이 될 상황이 아니었다. 오강은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이 멍하게 초점을 못 맞추는 아비 윤진사가 하인들에게 들려 옮겨지는 것을 보았다.


“....아부지-!.... 아니 우리 아부지 어찌 된 게요?”

“넋이 홀린 겝니다. 귀곡성을 그대로 다 받아..... 도령은 이불을 뒤집어 쓰셔서 귀찮겠지만 아버님은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으...으흐응~........”


오강이 다시 흐느끼자 이번엔 수빈이 다가가 손을 잡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동행을 권했다.


“관아로 가시죠. 주변이 받을 해악도 더 심할지 모릅니다. 지금 관에는 살구나무 댁의 아드님도 와 계시니 같이 계시면 저희가 전력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오강이 수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예..... 예엣!.....”


오강이 대답을 한 바로 다음에 관아의 군졸들도 들이닥쳤다. 수빈과 혁춘, 검지는 오강을 보호 겸 동행하여 먼저 출발하였다. 오강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한 수빈의 뒤에 숨어서 오들오들 떨며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 위에서 범이 날아와 덮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자꾸 뒤와 남의 집 지붕 쪽을 흘깃흘깃 쳐다보며 걸어갔다. 항현은 군졸들을 지휘, 번치의 시신을 수습한 후 윤진사 댁 식구들을 안심시키고 함구를 부탁한 후에 뒤 따라 관아로 돌아왔다.


“검지가 갔네.”

“예-?!”


혁춘이 뒤에 들어온 항현에게 검지의 이탈을 고하자 놀라며 움찔했다.


‘그리 심지가 약해보이지 않았는데, 그럴 리가?’


항현이 말없이 동그란 눈으로 혁춘을 보고만 있자 혁춘이 퉁울 놓았다.


“그만한 걸 봤잖나? 귀신이 들린 큰 범을! 어쩔 수 없는 게야! 자기 목숨들이잖나? 아까우면 그만 두는 게지-! 제 입으로도 그랬잖은가? 상황이 내키지 않음 가버리겠다고.”

“......”


혁춘이 떽떽거리는 투로 퉁을 놨지만 서운한 감정이 말 속에 묻어났다. 사람 난 자리에 허전함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항현도 언잖기는 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을 받아 치든 떠난 자는 떠난 거니까.

오강과 일균을 확인한 항현은 그 때부터 창귀호의 재습에 대비해 아직 자지 않고 있던 고을의 현령과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밤에는 더 습격이 없을 것이다! 그리 말하는 것인가?”

“예, 정확히 아는 것은 없사오나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라는 말만 믿고 경계를 풀 수는 없구먼.”

“예, 경계는 해야 합니다만, 상대는 원귀의 힘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호랑이 시체죠. 아마도라고 얘기는 했지만 틀림없을 겁니다.”

“......”


현령의 말 없는 수긍에 항현이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원한의 당사자중 나머지 둘이 이 관아에 있으니 내일 밤은 여기로 들이닥칠 겁니다.”

“음......”


현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항현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같이 귀신, 호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둘을 수용하기로 정한 것이었으나 무서워진 것이다.


“아니~ 그럼 지금 이 밤에라도 당장 들이닥칠 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습니다만 방금 윤진사댁에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충돌로 알게 된 것인데 지금 그 창귀호는, 귀신 영우는 낯설어 합니다. 그 호랑이의 몸을......”

“.....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었지 않습니까? 영우는? 그러나 지금 그 사람의 넋이 짐승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사용하는 중인 겁니다. 아마도 능숙하게 사용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가?”

“칼로 겨루어 보고 내린 평가입니다. ”아마도“ 그렇다는 겁니다. 귀신을 얘기하는 것이니 산사람이 어찌 장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


현령이 불안한 얼굴을 하는 것에 아랑곳 않고 항현은 말을 맺어 버렸다.


“외람되오나, 전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연 이틀을 잠을 변변찮게 잤더니 몸이 피곤하여서...... 제 침방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가 자는 동안 그 귀신 범이 내려오면 어떡하나?”


심드렁한 표정의 항현이 답을 해주었다.


“깨우십시오.”


당연하고 별스럽지 못한 대답에 현령은 울먹이는 듯한 표정이었고 관아의 사람들은 맥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항현은 내아로 돌아오니 수빈과 혁춘또한 잠을 자지 않았다.


“주무시지 않구요?”

“현령과는 얘기가 잘 했나?”

“범은 오늘은 더 습격이 없다고 말해 두었습니다.”

“그래, 안심하던가?”

“아니오. 더 불안해 죽던 걸요.”

“후후후, 그럴테지.”


항현은 관복을 벗고 뒷 뜰 우물가에서 땀을 씻어 낸 후에 방안에 누웠다. 너무나 편안히 눕자 혁춘이 짖궂게 퉁을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만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창귀호가 다시 내려오면 어쩌려고 그리 편히 눕는가?”

“안 옵니다. 오늘은 더는 살생을 하지 않을 겁니다.”

“?”


확신에 찬 답에 혁춘이 의문스러워 하는 눈치를 보이자 항현이 누워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자? 그놈? 그것? 뭐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창귀호는 영우라는 아이의 인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더군요. 윤진사 집에서 번치인가 하는 놈이 어떻게 되었는지 봤죠?”

“북북! 잘도 찢어 놨더군.”

“예, 그러나 다른 사람 하난 창귀호를 몽둥이로 때려서 일격을 당했다하던데 멀쩡하더군요. 발톱을 세우지 않고 그저 밀치기만 한 것 같았습니다.”

“음...... 이 원한과 관계없는 사람은 함부로 죽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술은 인과율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만, 물리력은 그렇지 않지요. 그럼에도 사람을 상하지 않게 했다는 건 그.....것이 그리 하겠다 맘을 먹었기 때문 인거죠.”

“음......그게 오늘 밤에 더는 오지 않을 것이란 이유가 되나?”

“한 명을 죽였으니 이제 또 마음을 다시 다 잡으려는 거죠. 남은 둘을 꼭 죽이겠다는, 또한 죽이는 데 방해가 되는 자들에 사정을 두지 않겠다는 다짐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오늘 밤의 나머지 시간은......”

“....!...”


항현이 잠을 청하려는 데 혁춘은 다시 물었다.


“잠깐! 그러면 내일 밤에 다시 올 때의 창귀호는 맘을 다 잡고 올 거라는 얘기인가?”

“제 예상에는 그렇습니다만 귀신 마음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오늘 그놈과 맞겨룸을 해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같이 싸웠던 검지의 이탈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는지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잔다는 말인가? 뭔가 준비를 하진 않고?”


슬그머니 혁춘이 항현을 부추겼지만 항현은 덤덤히 대답했다.


“그러니 자는 겁니다. 내일 밤은 아주 길 테니까요. 체력이 곧, 싸우는 힘이 될 겁니다.”


그러고는 이내 눈을 감고 단전에 힘을 주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혁춘은 그런 항현을 자도록 놔두고 수빈에게 가보았다. 수빈은 생각대로 자지 않고 짐 꾸러미에서 한 척 조금 넘는 나무판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나무 판에 얽혀있는 새끼줄을 조절하여 팔에 감아 들 수 있게 만들었다.


“좀, 눈을 붙이지 그러나?”

“예, 조금 이따 낮에요. 아마 오늘 밤에 더는 창귀호의 습격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눈을 뜨고 있어야 하지 않을 까요?”

“자네가 깨어 있겠다고?”

“예~ 싸움은 내일 밤이 될 테니까요. 내일 낮에 데려온 두 사람의 취조도 있을 거고 낮에는 제가 할 일이 없을 거예요. 그 때 저는 자야죠.”

“재미없을 때를 자면서 넘긴다.~ 영리하군......”


혁춘의 투정 같은 감탄에 씨익~ 웃어준 수빈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반이 잘려나간 달이 나머지 반으로나마 열심히 밤 세상을 비춰주고 있었다.


반달이 비춰 주는 세상에는 창귀호가 숨어 있는 동굴도 있었다,

동굴 속에 호랑이는 네 발을 모두 하늘로 향하고는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파란 찬불이들이 천천히 그 주변을 맴돌고 있었고 주변을 사람의 형상이 어슬렁거리며 귀곡성이 동굴 안에 음산히 울려 퍼졌다.


“으흐흐흐...... 다 죽일 테다. ...다 죽일 테야...... 나를 막는 자들 다 죽일테다......”


영우의 원령이 먼 산을 보고 멍하게 서서는 살기 지워진 소리를 읊조렸다.


“앞 산이 보인다.

해 잘 들어 목화 말려 솜 만들던 앞 산 자락이 보인다.

밝곰이 손 붙잡고 달래나물 캐러가던 산자락이 보인다.

오는 길에 텃밭에 호박 따다 달래 넣고 호박 넣고 된장찌개 끊여내어, 보리밥에 배불리 먹고 졸린 밝곰이 이불 덮어주며 자는 얼굴 한 번보고 어머니, 아버지 대신 시집보내면 절대 안 울겠다, 안 울겠다, 다짐했던 그리운 그때가 눈앞에 보인다

.......으흐흐흐흐흐흨~”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던 영우의 유령이 다시 음산한 저주를 되 뇌였다.


“다 죽일 테다. 다 죽일 테다. 싹 다 죽여 버릴 테다. 우리 예쁜 밝곰이 죽인 놈들 다 죽일테다.”


저주의 곡성이 동굴을 나팔삼아 온 산에 무겁게 퍼졌다. 빳빳하게 굳은 호랑이의 시체 옆에 번치의 괴로운 표정의 피투성이 머리에 반달 빛이 물기 없이 뿌려졌다.


해가 떴다.

그 시대, 그 시간에 천지 간 그 어느 곳에서도 이 쇠산골의 사람들보다 해를 기다린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다. 범의 환난이 고을의 가장 큰 집의 대청을 덮쳤다는 것, 사람이 또, 하나 갈갈이 찢어 발겨져 죽었다는 것, 그 집의 도령이 관아로 잡혀 갔다는 것등.

아침의 쇠산골은 경악의 연속이었다.


항현은 묘시(새벽 5시~7시)에 일어나 세면을 정성껏 하고 자신의 신검과 관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현령이 진행하는 오강과 일균의 재 송사를 참여했다.


일균은 선선히 자복했다.

자신과 움튼이, 고을내 별칭, 웅퉁이란 젊은이와 번치라는 윤진사댁 하인, 그리고 윤진사댁의 장자 윤오강과 함께 범행을 기획하고 실행했음을 자복했다.

먼저 윤오강이 동네의 잡일은 하며 품을 받아 생활하는 밝곰이라는 소녀에게 눈독을 들이고는 하인인 번치와 살수나무집의 허일균과 함께 일이 있다고 불러 마을의 외진 곳으로 유인하였고 그 장소에서 기다리던 움튼이와 윤오강이 붙잡아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허일균은 다 포기하고 묻는 것마다 순순히 자복하였으나 윤오강은 현령이 고함치고 호통을 내려야 마지못해 인정하는 일이 많았다. 아직 자신을 구할 외부력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또한 별건의 송사로 지역 사내들의 지역 내 여인 폭행사건이 아니라 근친간의 통정으로 인한 윤리범죄와 그로 인한 무고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수령과 그 관속들까지 속인 죄에 대해서도 사기, 증인 매수들의 죄를 인정하였다.


두 건의 송사를 연달아 진행하여 묘시(새벽 5시~7시)에 시작한 송사가 미시(오후1시~ 3시)에 결송처리가 되었다.

둘 다 강간과 사기, 증인 매수등이 다 인정되어 참형을 면치 못하게 되었으나 뒤늦게나마 수사에 협조한 점, 나머지 두 사람이 이미 지독한 벌을 받은 점, 그리고 당사자에게 당한 피해자가 이미 자살하여 대질이 안 되는 점들을 들어 성폭행에 장형 100대, 거짓 증인으로 수사를 방해한 죄에 장형 100대로 다스린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현은 겁간은 무조건 교형이나 참형인 국법이 있는데도 형을 낮추어 준 이유로 한양의 황창성 대감이외에도 지역의 공범의식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죽은 아이 둘은 부모도 없이 동네의 잔일을 해주며 그 품으로 먹고 사는 마을 머슴이었으니 죽은 것은 불쌍하지만 남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 때문에 앞으로 같이 살아가는 동네사람들끼리 서로 척지지 않도록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던 것이다.


‘산사람끼리 살자는 얘기겠지.’


항현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도성과 먼 심산유곡의 지역사회유지논리에 다른 이견을 달진 않았다. 행형관에 따라 틀리겠지만 장형 200대면 저승 문턱에는 갔다 올 벌이니 달리 생각해보면 크게 낮은 벌도 아니었다. 불복하겠냐는 현령의 말에 둘은 받아들이겠다고 수용의사를 밝혔다.

당연한 것이 죄가 흉악하고 불결하고 복합적이라 만일 관찰사가 다스리는 상급심으로 가면 이 둘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둘은 장 200대를 맞고 살아날 것인가 아닌가 모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형틀을 대령하라-!”


드디어 한 건 했다는 자신감일까? 큰 호령으로 징벌하려할 때 항현이 제지했다.


“나으리! 이들이 저지른 죄와 그 벌이 결코 틀리지 않습니다. 남매가 모두 자진한 결과로 볼 때 벌은 되려 낮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곧 창귀호가 들이 닥치면 상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이 안되는 바, 이들의 거동력을 빼앗지 말시길 앙청하나이다. 살아만 있다면 얼마든지 벌을 받을 테니 제 청을 살펴주시옵소서.”


현령도 재판이 본론이 아니라 이제 범이 하산하면 그때서야 본 경기라는 인식을 같이 갖고 있었다. 또한 도둑이 장물을 나누듯 후다닥 벌을 내리는 것도 수령의 권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에 현령은 이들을 일단 범 문제를 해결하고 처벌을 하도록 둘을 옥에 가두라 명했다.


미시를 지나 신시(오후3시~5시)로 들어 설 때 수빈이 홰목황지에 경면주사와 향솔연먹으로 그린 부적을 들고 나왔다.

항현은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꽤 오래전에 일어나 밤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나보다.

부적의 양이 제법 넉넉했다.


“그 분들은......?”

“결송이 났습니다. 지금은 장형을 언도 받고 옥에 갇혀 있습니다.”


수빈이 졸리워서인지 말을 끝까지 내지 않고 그 반에서 끊었는데 항현은 그게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였을까?

수빈이 말을 하자마자 바로 크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살짝 큰 대답에 수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항현을 쳐다봤지만 이내 미소로 대해주었다.


“예~ 그럼 어디에 계시죠.”

“옥사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혁춘이 수빈을 안내하여 옥사로 데려가는 항현을 보고 한쪽 눈썹을 찌그린 미소를 지었다.


옥사 내에는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옥에 갇혀 있었다. 수빈은 둘에게 살짝 웃음을 지어 주고는 이내 작은 솔에 물을 묻혀 옥에 바르고 부적을 하나하나 바르기 시작했다. 항현이 뒤에서 거들 셈으로 부적을 나눠 받을려다가 움찔했다.


‘언문!? 이것은 언문주인가? 언문주를 사용한다?’


항현이 고개를 들자 수빈과 눈이 딱 마주쳤다.


“놀라셨어요? 언문주를 사용하는 데에......”

“아...... 직접 쓰신 겁니까? 아니면 이것을 만든 자들에게서 빼앗으신 겁니까?”


수빈이 살짝 웃더니 말없이 부적을 옥사에 발랐다. 항현도 당장은 말해주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서 더 묻지 않았다. 곧 바깥의 벽에도 부적을 바르고 금줄을 친 후 수빈이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 쪽도 언문주를 이용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다만 우리가 상정하는 상대가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 빨리 따라가기 위해 조정의 지원을 받아 양적 우위를 갖고 있죠.”

“......”


항현의 부답(대답없음)에 수빈은 계속 애기를 이어갔다.


“실제로 언문은 방진의 형태로 띠어요. 좌상에 초성, 자음이라고 부르는 음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는 우상에 중성, 모음이 오고요.

그리고 받침이라고 부르는 곳, 좌하, 우하의 순서로, 따로따로 있는 각 도안들이 조합이 되는 형태죠. 이런 사각의 방진 형태는 주술적으로 상당히 안정되게 힘을 품을 수 있는 구조에요.”

“예, 그걸 꿰뚫어본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죠. 그들이 이런 일들을 ......”

“사실 이 부분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예?”


수빈이 약간 불편하다는 듯한 미소를 짓더니 바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간단하진 않지만, 간단히 말하면 세종대왕의 다음 임금이신 문종대왕의 지원으로 처음 언문주를 연구하던 집단이 있었죠. 그게 둘로 갈라진 거고요. 한쪽은 절멸에 가깝게 공격당하고 이쪽은 조정의 그늘에서 숨어 살 수 있게 된 거고......우리는 조정에서 연구를 한 거죠. 그리고 다른 이들은 조정 밖에서 연구를 한 거고요.”

“......”

“지금 상황이 조정의 바깥에 있는 상대가 확인되질 않아요. 고대에 실전된 줄 알았던 주술들이 마구 살아나고 괴상한 저주, 난힘, 괴력들이 자꾸 어디선가 나타나고 있는 데 적을 찾을 수가 없죠. 그러자 일단 방어가 먼저란 시각에서 언문주를 우리 쪽에서도 만들어 조정이 직접 공격받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 조정에 비밀 기관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기관이랄 수는 없고요. 다만 조정에서 뒤를 은밀히 봐주시는 분이 계시는 거죠.”


항현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꾸를 했다.


“공식적이진 않더라도 그 뒤를 봐주시는 분이 제법 힘이 되는 분이군요. 이런 기이묘사를 잘 해결하는 공적만 있다면 조정중신들을 설득, 제어할 만한....... 그런가요?”


항현이 넘겨짚자 수빈은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저는 큰 기대는 안 해요. 우리의 신분에 대해.....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것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돕고 싶어서......”


항현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수빈에게 동의 했다. 자신도 자신들 같은 기예능력자들이 성리학의 조정에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던 바가 아닌가? 상황의 변화에 유연히 대처는 해야겠지만 아무튼 큰 욕심 갖지 않고 사건들 마다 맞서 해결하면 좋은 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래서 수빈에게 자신이 품고 있던 그래도 희망은 잃지 말자는 생각을 얘기해 주려고 하던 찰나,


“콰-흥-!”


그 때 짐승이 땅에서 만든 천둥이 어둑어둑한 하늘에 튕겨 땅으로 다시 떨어졌다.


“시작됐네요.”


수빈의 긴장된 말에 항현도 고개를 끄덕이고 동헌으로 나갔다. 내려다 못 내논 말이 아쉬웠지만 포효에 놀란 마음이 금방 항현을 긴장하게 해주며 아쉬움을 떨쳤다.


영우, 창귀호는 이번에는 산자락에서 남의 집 지붕으로 뛰어오지 않고 산에서 대로로 연결되는 비탈을 걸어 내려와 동네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포효에 놀라 허겁지겁 들에서 돌아오던 사람들은 동네 길에 범이 어슬렁거리는 걸 먼발치에서 보고는 다들 도망치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집으로 도망치고 아닌 사람은 들고 있던 농구들을 다 집어 던지고는 나무위로 죽을둥살둥 올라갔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은 무작정 남의 집에 들어가 숨겨 달라 읍소하고 빌었다.

집주인들은 범이 밖에 서성대는 상황에서 언성을 높이고 싸울 수가 없어 입을 막고선 같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창귀호, 영우는 길을 따라 걸으며 마을에 저주를 쏟아냈다.


“우리 밝곰이, 상피 붙은(수치스런) 년이라 손가락질하던 년 놈들 다 죽인다! 윤오강이 편들어 우리 남매 싸개통(누명) 씌운 버러지 같은 년 놈들 다 죽인다! 고을 놈들 눈에 띠이면 다 죽인다-! 다 죽인다-!”


원래 시골 마을의 독특한 집단의식은 공동체의 분란을 야기하면 분란을 야기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보다는 분란, 그 자체를 없앤다는 느낌으로 가해자, 피해자를 뭉뚱그려 책임을 지우는 습속이 있다.

그런 시골스런 습속에 뭐라도 하나 “윗사람”이 엮여 있다 하면 그 “분”의 관련 자체를 무시하는 종놈 근성도 있었다.

그런 시골습속에 종놈근성이 합쳐지면 피해를 입고도 벌도 받아야 하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마련인데 아마도 이 남매가 마을의 유력자의 아들에게 당한 후에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억울한 일을 당했던 것이다.


“다 죽인다-! 다 죽인다-! 마을 놈들 다 죽인다-!”


동네에서는 낮 동안 윤진사네 호환이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전후 사정이나 오강이나 일균이 관아로 끌려 간 것도 화제였지만 그 집을 침범한 범의 정체도 화제였다.


“죽은 영우 남매의 귀신이 들렸다더라~.”

“도깨비불을 부린다더라~.”

“범 울음소리에 그 집안의 여럿이 얼이 빠져 미쳤다더라~.”


모두 믿을 수 없는 소리라며 다 같이 무시하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마을의 모두는 공범이란 불안감을 공유하다보니 영우 남매라는 말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 중, 창귀호, 영우의 저주의 소리가 골목마다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믿기 싫은 사실이 진짜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나무 위로 피했던 사람들도 소문을 확인했다. 도깨비불이 맴도는 호랑이의 등어름에 죽은 영우의 원귀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입에서 마을 사람들을 저주하는 악설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들었다. 나무 위로 피한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저 자신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만 바라며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방안으로 피한 사람들은 밖에서 저주의 원통곡이 들리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기만 했다. 그러나 개 중에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창호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창귀호를 보고싶어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보고 난 후에는 머리를 이불을 쑤셔 넣는 대열에 동참하던가, 그 자리에서 그 흉악한 모습에 기절해 버렸다.


항현은 창귀호가 두 차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목표가 있는 이 곳 관아로 최단거리로 뛰어 올 것이라 예상했다.

주변에 있는 집들은 그 지붕을 겅중겅중 밟고서 날아오듯 할 줄 알았는데 동네의 대로를 차분히 걸어오는 것은 의외였다.


“밖에 나아가 맞아 퇴치하는 것이......”

“아니오. 결국 이리로 올 겁니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괜히 나갔다가 창귀호가 관아로 냅다 뛰어 들어오면 우리는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네요......”


전술적 정합성으로 수빈을 설득은 했지만 항현은 그보다도 더 이유가 있었다.

항현도 어릴 때부터 난힘(초능력), 괴력을 부모에게 배워 익히며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날의 치기로 그런 힘을 자랑삼아 동네의 친구들에게 보였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리 큰일은 아니었고 기이광채로 나비나 꽃 정도를 만들어 보여주는 정도였지만 그때 항현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단에 이질적인 존재를 어찌 취급하는 가를 몸으로 체험한 바가 있다.


분명한 대적이 아닌, 회피와 무시. 그 아래 깊게 깔려있는 질투와 경멸.

아마도 죽은 남매도 동네에 풍파를 가져온 원인으로, 당하고 조용히 있지 않은 문제아로 동네 사람들과 다른 그 이질적 무언가가 된 댓가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댓가도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나눠 받아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도 안 죽고 좀 크게 놀라기만 한다면야...... 뭐.......’


항현의 예상대로 창귀호는 마을에 온갖 저주는 잔뜩 퍼부으며 왔지만 누구 하나 크게 해한 사람은 없었다.

아직까지는 오강과 일균에게 과녁을 잡아 놓고 다른 맘을 먹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곧 해가 빠르게 산 뒤로 내리워져 마을에는 완전히 어둠이 깔렸다.


관아의 바깥담에 다 달은 창귀호가 담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는 담을 타고 뛰더니 관아의 대문지붕으로 뛰어 올라 큰 포효를 내질렀다.


“어-흥-!”


관아 안의 군졸들과 현령을 포함한 관원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포졸들은 육모방망이를 반납하고 모두 당파창으로 무장을 새로 했다.

날이 퍼렇게 선 당파창을 지니자 왠지 더 강해진 기분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에 충만했지만 범의 하늘, 땅을 뒤집는 포효 한 번에 간단히 무너졌다.

더구나 찬불이들이 주변에 맴을 돌며 날아다니는 귀기어린 맹수의 흉흉한 위압은 그런 것을 처음 보는 범인들이 쉽게 극복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크르르르릉,........”

“내놓아라-! 어디 있느냐-! 내놓아라-!”


대문 지붕위에서 낮게 효후성을 내는 창귀호에 비해 그 위의 원귀는 밑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이 곳에 있다-! 어디에 감췄느냐-! 내 놓아라-! 안 내놓으면 모두 죽이리라-!”


항현이 수빈을 보자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 옥사에 바른 것은 은신의 주에요. 우리는 볼 수 있지만, 귀신의 영역으로 떠난 이들은 그 사람들을 보지 못해요.”


항현이 수빈에게서 시선을 거둬 고개를 돌려 창귀호를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세상의 천리대로 그들은 벌을 받을 것이다! 인명을 둘이나 해친 너 또한 이미 하늘에 지나친 줄 알고 조용히 저승으로 물러가라!”

“.....너...... 지난 밤에......”

“......귀문을 지키는 영수여!.......”


우렁차게 창귀호에게 자숙을 명한 후, 항현은 낮게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창귀호는 시선을 항현에게 모으고 몸을 작게 웅크렸다. 보통 범이 먹이를 사냥하기 전 자세였다.


“......네가 그 놈들을 감췄느냐......”

“...... 이 세상을 떠도는

가지 않는,

가지 못하는,

가야만 하는,

가여운 넋을.......”

“크르르르르.............”


항현은 창귀호와 눈을 마주치고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하여 주문을 입 안에서 굴리고 있었다.

창귀호는 목으로 낮은 효후성을 끓이고 있었고 그 위에 영우의 원귀는 전에 없이 흉폭한 눈빛으로 항현을 쏘아 보았다.


“크르르르......”

“........네놈이 그 놈들을 감추고 있다면.........”

“........인도하라!.......”


창귀호의 몸이 움찔움찔거리며 금방이고 뛰어 나갈 듯 보였다.

항현도 칼집에 담겨있는 칼을 꼭 쥐고 온몸의 내, 외력을 순환, 일체시켰다.

양쪽의 눈빛에 결단코 물러나지 않을 사나운 맹렬함이 회오리 쳤다.


“결단코 살아남지 못한다!”

“어-흥-!”


창귀호가 대문 위의 지붕에서 항현을 향해 번개가 내리 꽂듯이 덮쳐들었다.

항현이 칼을 뽑으며 발도의 그 기세, 그대로, 오른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왼발과 허리가 펴지며 그대로 칼끝이 창귀호의 얼굴로 향했다.


“귀인일진격-!”

“투콱-! 우지끈-!”


항현의 기합과 창귀호 포효가 부딪쳤다싶더니 밝은 빛이 그 둘을 감쌌다.

큰 바람에 고목이 부러지는 듯한 둔탁한 굉음이 관아를 가득 찼다.

수빈과 혁춘은 그 빛 속에 항현과 창귀호의 향방을 눈으로 계속 쫓았다. 그러나 빛이 가시지 않아 개전의 향방을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완주 완료 다음 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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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창귀호전.-6.사유궁 +12 16.05.10 1,118 14 30쪽
» 1.창귀호전.-5. 범사냥 +13 16.05.04 1,116 15 30쪽
4 1.창귀호전.-4. 윤진사 +15 16.04.28 1,275 20 30쪽
3 1.창귀호전.-3.창귀호 +10 16.04.27 1,633 20 28쪽
2 1.창귀호전.-2.언문주 +12 16.04.27 1,902 17 30쪽
1 1.창귀호전.-1.사인검 +18 16.04.27 4,533 23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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