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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 님의 서재입니다.

돌아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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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령
작품등록일 :
2013.09.19 14:54
최근연재일 :
2013.09.19 14:57
연재수 :
4 회
조회수 :
73,108
추천수 :
1,728
글자수 :
11,306

작성
13.09.19 14:57
조회
17,249
추천
416
글자
8쪽

제1장 왜 이런 일이!

DUMMY

진학상담을 받은 날부터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시달렸다.

모든 이들이 끈질기게 성식을 설득했다.

담임은 물론이고 교감선생님, 심지어 교장실에까지도 불려갔다.

부모님도 설득하셨고 심지어 목일고 출신 군의원께서도 오셔서 성식을 설득했다.

그러나 성식의 의지는 확고부동했다.

그리고 그 모든 시달림을 감내하고 기어코 영화고로 진학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방학이 찾아왔다.

중학시절 마지막 방학.

예전에는 온종일 수학 정석을 붙잡고 씨름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수학 정석 따위. 보지 않아도 수능 수학쯤이야 만점이 분명하니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성식은 공부를 하는 대신 몸을 단련했다.

기초체력을 단련하겠다는 명목으로 읍내에 있는 합기도 체육관을 다녔다. 성식은 원체 운동신경이 빈약했다. 친구들한테는 저주받은 육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렇기에 합기도 체육관을 다니며 몸을 단련코자 했다. 성식은 건강한 신체가 곧 자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헙!”

콰앙!

성식이 전방낙법을 깔끔하게 해내자, 합기도 관장님이 흐뭇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자세가 깔끔한데?”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아냐. 내가 볼 땐 성식이 너 소질 있다. 이 녀석, 공부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운동도 잘하네?”

관장님은 아버지 이발관 단골 손님이셨다. 그래서 성식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본격적으로 가르쳐보고 싶다만, 그랬다가는 형님한테 왕창 깨지겠지?”

“하, 하.”

성식이 어색하게 웃으며 수련을 계속했다.

합기도는 태권도와 달리 호신용도로 펼치기 더 쉬운 무술이다. 오랜 시간 수련하지 않은 초심자도 여러 동작을 활용해 괴한을 퇴치하기 용이했다.

성식이 태권도가 아닌 합기도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몸이 상당히 좋은데?”

관장님이 또 다가와 성식을 칭찬했다.

확실히 그 말대로 성식은 제법 몸 상태가 좋았다. 근육도 잘 발달했고 무엇보다 최근에는 키까지 쑥쑥 자라고 있었다.

‘예전과 달라. 어릴 때부터 난 삐쩍 말랐었어. 그런데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근육을 가지고 있어. 합기도 때문이 아니야. 이건…… 과거로 회귀한 부산물인가?’

이유 없이 몸 상태가 변화하고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과거 회귀다.

모든 사단의 시발점.

과거 회귀의 영향이 아니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변화다.

“고등학교 진학하고 나서도 주말에 가끔 들러라.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해.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네. 종종 들를게요.”

염치없지만 합기도 훈련은 계속 받고 싶었다.

예전처럼 공부만 할 생각이 아니라, 여러모로 경험하고 싶었고 합기도를 통한 신체 단련도 그 일환이었다.

“아침부터 운동했냐?”

합기도 체육관을 나서자, 두철이 성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기다렸냐?”

“안 그럼 이 추운데 여기 우두커니 서 있었겠냐?”

“안으로 들어오지.”

“관장님 무서워서 못 들어가.”

두철은 어릴 때부터 합기도를 배웠다. 현재는 합기도 2단. 당연히 관장님과도 친하다. 다만 무슨 사고를 쳤는지 관장님과 마주치기만 해도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나저나 왜 기다렸는데?”

“같이 당구나 치자고.”

“당구? 웬 당구?”

“너 저번에 보니까 당구 잘 치더만. 나 좀 가르쳐줘.”

학부시절 한창 당구장에서 살다가 인턴이 되고 난 뒤로는 거의 치질 못했다. 그럼에도 이제 막 당구에 입문한 두철이 보기에는 예술적인 경지의 실력으로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당구라, 어렵지 않은 기술에도 두철이나 선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늘은 안 돼. 약속 있다.”

“약속? 네가 약속이 어디 있는데? 오늘 주말이라 학원도 안 가잖아.”

“도서관 가야 돼.”

“썩을. 하루 안 간다고 도서관이 사라지냐? 잔말 말고 당구장이나……. 야!”

성식은 두철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당구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나중에 대학 가면 실컷 칠 수 있는 게 당구다. 실력도 쳐지는 두철과 당구를 쳐봐야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대신 두철은 도서관을 찾았다.

고리타분하게 열람실에 앉아서 공부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도서관을 찾은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오늘도 왔네?”

“네. 안녕하세요.”

사서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안으로 들어섰다.

도서관은 군립 도서관이었다. 성식에게는 너무도 작고 허름한 도서관이었지만, 지금은 이곳도 감지덕지다.

성식은 책장 사이를 누비며 빠르게 여러 권의 책을 꺼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책을 꺼낸 성식이 책상에 앉았다. 주말인 데다가 날씨가 추워 도서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권인가.”

성식이 읽는 책은 흔히 말하는 무협지였다.

영웅문(英雄門).

무협의 아버지 김용 작의 소설이다.

총 3부작으로 이뤄진 영웅문.

성식은 그 중 3부 격에 해당하는 의천도룡기 마지막 권을 읽고 있었다.

“하아.”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무려 5시간을 내리 앉은 자리에서 정독한 성식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영웅문은 일개 무협지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대하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스케일이 컸고 감동이 있었다. 본래 소설보다는 전공서적을 즐겨 읽었던 성식에게 영웅문은 난생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감동을 안겨줬다.

“이런 재미있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영웅문을 발견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서적을 찾다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저 태백산맥과 같은 대하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을수록 빠져들어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도서관을 찾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어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어느새 밝은 어둑어둑했다. 아직 6시 무렵이었지만,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책을 책장에 꽂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눈 내리네?”

밖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제법 쌓여 길을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다. 성식은 여유롭게 눈을 맞으며 길을 걸었다.

“이러지 마!”

도서관은 읍내에서도 변두리에 위치했다. 오가는 사람이 드물고 민가도 없는 외딴 지역. 그렇기에 뾰족한 여자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누구지?’

시골이라 강력범죄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인근은 인적이 드문 곳. 충분히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는 여건이었다.

“너 정말 이럴 거냐! 내가 너 좋다고 했잖아!”

“난 너 싫다고!”

남녀의 실랑이.

성식은 조심스레 소리가 들린 곳으로 접근했다. 주변 엄폐물을 통해 몸만 가려도 워낙 사위가 어두워 은신이 가능했다.

“나 갈 거야!”

“어딜 가!”

턱!

“이거 놔! 이거 놓지 못해!”

“싫어!”

여자 애가 막 손을 뿌리치려는 순간.

남자 애가 거칠게 여자 애를 끌어당겨 입술로 입술을 덮쳤다. 여자는 빠져나오려 안간 힘을 썼지만 체구가 왜소해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한낱 연인들의 실랑이로 치부할 수 있는 전개였지만, 그것을 보는 성식의 심정은 조금 복잡미묘했다.

‘유란이었네. 그리고 쟤는……. 모르겠고.’

여자 애는 유란이었다.

작고 청초한, 한 떨기 백합 같은 아이.

그런 아이가 남자 애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어엿한 16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라고 꼭 건전한 연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당사자가 유란이라서 놀랍다.

기억속의 그녀는 매사에 숙맥인 아이였다.

오랜 시간 사귀었음에도 키스 한 번 제대로 못했던 이유는 당시 너무 어렸고, 또한 성식 자신이 숙맥이었으며, 유란 그녀가 숙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그다지 숙맥이 아니었다.

시의적절 얼굴을 트는 것과 자연스러운 손의 위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참나, 이런 식으로 첫사랑에 대한 로망이 깨지나?’

풋사랑에 불과했지만, 첫사랑은 첫사랑이었다.

성식은 쓰게 웃으며 그 자리를 피했다.

또 한 가지 배웠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작가의말

습작 형태로 끄적거리는 것이니 재미있으시다면 추석 선물 겸 해서 폭탄 투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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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1장 왜 이런 일이! +11 13.09.19 17,393 440 7쪽
2 제1장 왜 이런 일이! +9 13.09.19 18,891 432 8쪽
1 서장 +10 13.09.19 18,300 44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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