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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곡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메뚜기의 묘기

베란다에 앉아 생각없이 바람을 쐬고 있는데...

눈앞으로 뭔가 급박하게 날아든다.

고개를 돌려보니 푸릇누릇하다. 나뭇잎 줄기인가....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메뚜기다.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약간 메뚜기하고 다른 느낌이 나는 듯도 하지만...

크기도 그렇고 모양새도 그렇고 영낙 없는 메뚜기다.

한번 만져보고 싶어진다.

옛날 실력을 발휘하여 메뚜기는 다치지 않게 가볍고 빠르게...

주먹 안에 품는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메뚜기도 순간적으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실력이 줄지 않았는지 한번에 성공이다.

잊고 있었던 손 안의 감촉....


그러나 오래 두지는 않는다. 

내 손안에서 불안해할 메뚜기를 생각해 서둘러 손을 벌린다. 

메뚜기는 한번 펄쩍 뛰더니 그 자리에 정지한다.

물론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메뚜기가 날아서 창틀로 이동하더니 묘기를 보여준다. 

섀시를 따라 수직벽을 타고 위로,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가볍고도 유연한 벽호공이다. 


끝까지 다 올라와서는 메뚜기가 잠시 동작을 멈춘다.

몸은 멈추었지만 머리쪽에서는 미세한 움직임이 있다. 

잠시 후 계산을 끝냈는지 다리를 내뻗는 것과 동시에 거침없이 몸 중간을 꺾는다.

천장 벽을 타는 저 의연함....

인간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십 센티 정도 역립보행을 하더니....

다시 왔던 길 그대로 후진을 하여 조금 전 멈췄던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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