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도록 나는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나를 잘도 따라다니니 쪼롱이라 하자.
쪼롱이는 나보다 더 커피를 즐긴다.
나는 거의 매일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
뭐, 품위있게 원두를 내려서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게 아니라
마트에서 사다놓은 인스턴트 커피를 막가파식으로 마신다.
고지혈증이 약을 먹느냐 마느냐의 경계에 있어, 프림은 좋지 않지만 뭐 그런 걱정까지 하고 살 여유는 없다.
커피를 마시는 방법도 남다르다면 남다르다. 남이 보면 답답할 만큼 천천히 식혀서 마신다.
뜨거울 때 한 두 모금 마시고 마시는 걸 금세 잊어버린다., 컴 앞에 앉아 이것저것 둘러본다.
그러다가 식을 만큼 식었을 때 다시 한두 모금 마신다.
그런데 한 잔의 커피마저도 모두 내 차지가 되는 건 아니다.
커피가 식을 만한 시간이 되면 쪼롱이가 무릎으로 떡 하니 올라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른바 쪼롱이의 “커피타임”이다. 그 표정을 보면 안주고는 못배긴다.
나는 쪼롱이를 대신해 “커피” “커피” 하며 녀석의 밥그릇에 3분의 2 정도를 따라준다.
꼬리를 흔들며 따라온 쪼롱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게 커피를 소리내어 마신다.
오늘은 키피시간이 늦었다. 그러자 쪼롱이가 달려와 커피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준다.
“그래 한 잔 마시자.”
나는 쪼롱이의 성화에 지금 물을 끓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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