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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시티 : 흑단목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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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승
작품등록일 :
2023.04.10 21:02
최근연재일 :
2023.04.20 17:0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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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4

작성
23.04.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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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2) - 사무장(事務長)

DUMMY

잠시 당시의 서류 내용을 확인하던 그는 이내 옆으로 잔뜩 쌓여있는 종이 뭉치를 들어다 옆으로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이로 나지막한 소형 냉장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자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여러 술병과 물통이 보였다.



그는 뭘 꺼낼지 고민하며 냉장고 안쪽을 바라보며 뜻하지 않은 손님들에게 말을 건넸다.



“후···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단 다들 앉아보세요. 저도 장난 아닌 장난을 쳤으니까 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시죠.”



여성 팀장은 무언가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었다.



까만 그녀의 짙은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매끄러운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었다.



사실 임무를 개시할 때부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감이 계속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현도가 막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봐 현도, 안에 있나?!”



누군가 문고리를 비트는 소리와 함께 바로 문이 열렸다.



사무실 문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요원이 재빨리 군홧발을 가져다 대 문이 더 열리지 않게 막고는 허리춤의 홀스터로 손을 옮겼다.



팀장은 벌써 권총을 뽑아 들고 총구를 바닥으로 향하게 하여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모든 게 단 1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의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 요원은 기관총 견착까지 끝낸 약간 열린 문 너머로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에 비슷한 색상의 거친 턱수염이 지저분한 나이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의 사내 한 명이 들어오려다 문이 열리지 않아 놀라고 있었다.



채도가 낮은 야전용 올리브색 군용 재킷 위로도 그의 근육질 상체가 실루엣으로 보일 정도였다.



“뭐야 이게?!”



“잠깐, 잠깐만요! 다들 진정하세요!”



현도는 화들짝 놀라 문 쪽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요원들의 권총 슬라이드 위로 부드럽게 손을 올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사내와 요원들 사이를 가로막고 서서 불청객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모든 행동을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자, 여기는 저희 탐정사무실 소속의 ‘웨이드(Wade)’ 사무장(事務長)님 되시겠습니다. 인사들 나누시죠.”



“사무장? 그게 뭐예요? 이번 작전 전달사항에 없던 내용인데요.”



팀장이 겨누고 있던 권총을 살짝 내리곤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가늠쇠 옆으로 고개를 기울여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아뇨, 얘기했었습니다. 음··· 물론 당시에는 미확정이라 인원이 추가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 정도만 했지만··· 탐정법에도 명시가 되어있습니다. ‘탐정은 탐정의 업무를 보조하는 사무원을 둘 수 있다.’라고요. 팀장님도 인사권이 있으시죠? 저도 인사권이 있거든요.”



그가 손바닥을 펴 요원 둘을 공손히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도 인사권을 활용해 팀원을 뽑아 팀을 꾸리지 않았느냐는 의미의 제스처였다.



하지만 팀장은 여전히 총구를 완전히 내리지 않은 채 그의 말에 대꾸했다.



“이번 팀은 제가 꾸리지 않았거든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웨이드가 문 뒤편에서 고개와 함께 오른쪽 어깨를 빼꼼 내밀고는 안을 향해 무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총구가 자신에게 겨눠져 있었지만, 현도와 달리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반갑수다 여사님, 거 총들은 그만 내려놓고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세 요원과 눈이 마주치자 웨이드가 갈색 피부와 대조되는 회색빛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현도처럼 오른쪽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그래도 아무도 움직임이 없자 이번엔 재촉하듯이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문밖의 다른 한 손은 어째서인지 허리춤에 올려져 있었다.



“내일 우리는 차량 두 대로 나눠타고 이동할 겁니다. 그러려면 여기 계신 사무장님이 2번 차량을 운전해주셔야 해요. 오늘 총이라도 맞는 날엔 계획 다 틀어집니다.”



현도도 나서서 침착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그제야 요원 셋은 총구를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의뢰를 거절했다고 하시더니, 계획은 벌써 세워 놓으신 모양이네요?”



“음··· 솔직히 금액이 커서 구미가 당기긴 했죠. 그런데 그쪽 데스크 팀에서 제가 했던 요청을 거부했거든요.”



“어떤 요청을 하셨죠?”



“일단 도착 지점에 정확히 어떤 일 때문에 가시는 건지 물어봤는데 대답을 거부하시더군요. 뭐, 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이번 수임에서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길 안내’였으니까요.”



현도는 블랙앵커스 현장팀 요원들이 사격 자세를 조금씩 푸는 것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작전 마지막 단계의 탈출 지점에 대한 정확한 위치가 빠져있어서 그것도 알려달라고 했죠. 그 외에 몇 가지 궁금한 걸 추가로 질문했는데, 모두 답변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래서 드롭했죠.”



팀장은 현도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총구를 완전히 바닥으로 내리며 웨이드에게 말했다.



“‘루셀(Roussel)’입니다. 실례했어요.”



사격 자세를 위해 웅크렸던 허리를 펴자 그녀의 가슴에 밀려 나온 방탄조끼가 타이트하게 조여졌다.



그녀는 허리춤의 홀스터에 권총을 다시 꽂아 넣으며 부하 요원들에게 그만 발을 치워서 웨이드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라는 손짓을 했다.



루셀의 지시에 그들도 기관총을 완전히 거둬들이곤 문에서 비켜섰다.



“웨이드, 이 탐정사무실의 사무장이오. 반갑소.”



“여긴 ‘잭’이랑 ‘존’이에요.”



루셀이 자신의 팀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인사시켰다.



요원 둘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묵례하자 웨이드가 살짝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았다.



“젊은 친구들이랑 일하게 되니 좋구만. 우리 탐정사님하고 인사는 했나?”



“아··· 인사는 아직이네요. 전 윤현도 탐정사라고 합니다. 로그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졸지에 여러분의 숙박을 맡게 생겼네요. 내일 길 안내까지 함께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웨이드는 분위기가 풀린 것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냉장고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현도가 열어놓은 문짝에서 맥주병을 꺼냈다.



희한하게도 병을 집어 드는 그의 양손 중에서 오른손에만 검은색 바이커 장갑이 끼워져있었다.



“결국, 하기로 한 건가? 한 병씩 마셔도 괜찮겠지?”



“예 뭐··· 아직 살짝 고민 중이긴 한데, 맥주는 마침 꺼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아까 장난에 대한 과태료 명목으로 쏘는 거니까, 부담 없이 드세요.”



현도는 웨이드로부터 맥주 세 병을 받아 팀장에게로 향했다.



눈앞에서 330mL 맥주병을 흔드는 현도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는 병을 받아 들고는 한 병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를 요원들에게 전달한다.



현도는 손가락으로 두 요원 뒤쪽의 문 옆에 서 있는 낮은 캐비닛 위를 가리킨다.



그 위에는 소주병 모양의 오프너가 하나 있었고 그들은 그걸 서로 건네주며 각자의 병뚜껑을 딴다.



가벼우면서도 경쾌한 뻥- 소리가 연이어 5번 울렸다.



“드시는 동안 시간도 절약할 겸, 일 얘길 좀 더 해볼까요?”



다들 무언으로 긍정의 표현을 보냈다.



루셀이 먼저 입을 뗐다.



“좋아요. 거래 장소는 어딘지 아시죠? A 지역 말이에요. 수임자가 맞는지 확인차 물어보는 거니 대답해보세요.”



“신조플라자(Sin-jo Plaza) 남문 광장.”



현도가 맥주병을 젖혀 크게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내려 손등으로 입을 쓱 닦으며 대답했다.



루셀 팀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하! 남문이 아니라 북문이잖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저도 확인해야죠. 위임자가 맞는지.”



현도는 익살스럽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던졌고 팀장은 기가 찬다는 듯이 벽으로 고갤 잠깐 돌려 ‘참나’ 하고 헛웃음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이 탐정이라는 양반은 한 마디를 안 지내.



그녀가 처음 보인 웃음(비록 헛웃음이긴 했지만)이었다.



실실거리는 현도에게 루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는 이어서 물었다.



“좋아요, 여기서 얼마 정도 걸리죠?”



“차로 한 20분? 늦어봐야 30분이오.”



이번엔 냉장고 옆 책상에 맥주병을 든 채 기대앉아있던 웨이드가 대답했다.



길이가 중간 정도 되는 그의 야전 상의 코트가 양옆으로 퍼져 책상 위를 덮고 있었다.




-----



현도는 방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잠깐 조명 좀 끌게요~’라고 소곤거리더니 휴대전화기를 조작하여 IoT(Internet of Things)로 연동된 전등을 꺼버리곤 방 중앙 바닥에 내려놓는다.



밖은 이미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기 때문에 건너편 건물에 달린 간판으로부터 아주 약간의 마젠타와 바이올렛이 섞인 네온사인 불빛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깜깜한 방 안에서 잠시 후 휴대전화기에서 빛이 새어 나오며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3차원 홀로그램 로딩화면이 구현되며 ‘불러오기 중’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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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2) - 사무장(事務長) 23.04.11 17 0 9쪽
2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1) - 블랙앵커스 현장팀 23.04.10 20 0 12쪽
1 프롤로그 - 전쟁의 유산 23.04.10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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