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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승 님의 서재입니다.

로그시티 : 흑단목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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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승
작품등록일 :
2023.04.10 21:02
최근연재일 :
2023.04.20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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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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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1) - 블랙앵커스 현장팀

DUMMY

눈이 따가웠던 석양이 사그라지면서 곧 밤이 되려고 한다.


3명의 병사가 일렬종대로 쓰레기가 즐비한 골목길을 가르며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회색 톤의 디지털 픽셀 패턴식 어반 카모 전투복 하의를 착용한 그들이 뛸 때마다 복부와 등의 경량 방탄조끼가 가볍게 쩔그럭쩔그럭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조끼 가슴팍에는 블랙앵커스(Black Anchors)의 상징인 검은색 닻 문양이 수 놓인 휘갑치기(오버로크) 패치가 붙어있었다.


허리춤 전술 벨트의 자석식 고리에 단단히 부착되어있는 접이식 소형 자동소총으로 보아 단순한 치안유지 요원이 아님이 분명했다.


적어도 낮 동안은 대부분의 밴디츠들이 블랙앵커스와의 직접적인 마찰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치안관리 요원들은 SMG(Sub Machine Gun; 기관단총)나 권총 정도만 소지하는 대신 자신들이 블랙앵커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훨씬 요란스러운 장비를 착용하거나 눈에 잘 띄는 패치를 부착했다.



“팀장님, 해가 거의 떨어졌습니다.”



“이제 진짜 어디로든 들어가야 합니다.”



맨 앞뒤에 선 요원이 마른침을 삼키며 이어피스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들은 밤이 되면 이 구역의 지배자가 바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얼마 전에도 야간 순찰 중에 분대에서 낙오된 치안관리 요원 하나가 밤을 넘기지 못하고 거리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가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Body cam)에서 마지막으로 전송한 실시간 영상 기록에 따르면, 그는 개인화기인 권총으로 저항했지만 여러 명의 뒷골목 불량배인 ‘밴디츠(Bandits)’들에게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이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그의 통신 장비가 모두 파손되어 위치 추적이 불가능했고 밴디츠들은 순전히 재미로 그를 도시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며 고문했기 때문에 블랙앵커스 구출팀의 밤샘 노력도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음날 오전에서야 착용하고 있던 모든 장비가 ‘스캐빈저(Scavengers)’들에 의해 강탈당한 채 멍과 피투성이로 얼룩진 알몸의 시신만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사인은 과다출혈, 폐색전증 등으로 인한 쇼크성 심장마비로 확인되었다.


이 사건의 발생 경위와 현장 사진 등은 로그시티에 배치되는 모든 블랙앵커스 요원들이라면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사전 교육의 교보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 로그시티용 교육을 수료했을 세 요원의 뇌리에는 아마도 그 사건의 처참한 현장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밴디츠와 스캐빈저들은 주로 마약 중독자 ‘도퍼(Doper)’, 전쟁고아 ‘워키드(War-Kids)’ 출신의 부랑자들이 주를 이루며 최소 네댓에서, 많으면 수십 정도가 패거리로 활동한다.


약탈, 마약, 매혈, 장기 밀매, 불법 무기 유통, 철물 및 폐품 수집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손을 댄다.


거기다 미회수 화기, 사제 총기, 폭발물 등으로 무장하는 경우도 있어 오래전부터 큰 사회 문제였다.


많은 수가 모여 조직화되면 갱단이나 떠그(Thug)가 되며, 더 큰 범죄 조직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습게도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도시의 과거 지방행정부 그 자신이었다.


약 10년 전, 전쟁이 끝난 직후에 로그시티 지방행정부는 경기 부양과 전후 재건 사업을 위해 전국의 부랑자와 전쟁고아의 유입을 장려하는 정책을 썼다.


값싼 노동력을 유치하고 인구를 늘려 도시 재건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일단 초기에는 정책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다른 도시의 온갖 질 낮은 노숙자와 범죄자들까지 섞여 도시로 몰려들었고 범죄율과 실업률을 조절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없었던 지방행정부는 이어지는 여러 악재로 인해 지원금만 날리며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돼버린 것이다.



“거의 다 왔어, 이 근처인 것 같은데···”


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요원들을 멈춰 세웠다.


헤어네트로 묶은 머리카락 뭉치 아래로 드러난 이마와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땀방울은 그녀의 빗장뼈를 타고 가슴 부분이 파인 여성용 보급 U넥 티셔츠의 가슴골 사이로 흘러들어 사라졌다.


근처의 건물 창문이 드르륵-탁! 하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드리워졌던 누런 석양 노을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골목길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지고 있었다.


팀장은 건물 모퉁이에 붙어 고개를 살짝 내밀고는 조심스럽게 건너편을 살폈다.


그녀를 따르는 요원 둘은 언제든지 바로 정조준 사격이 가능하도록 소총의 개머리판을 뽑아 고정한 뒤 오른쪽 겨드랑이 쪽으로 가져가 견착했다.


대열의 맨 뒤에 선 요원은 자신의 양쪽 어깨에 부착된 작은 정찰 드론을 날려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 전체를 덮는 바이저 형태의 AR HMD로 실시간 정보가 출력됐다.


주소를 확인한 팀장이 대로 건너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맞아, 전후방 주시하고 건너편 골목까지 이동할 거야. 소음기 착용하고 응사만 허용한다.”


요원들은 작게 끄덕이고는 다시 대열을 이뤄 대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저 멀리 공동주택 귀퉁이에서 사람 같은 그림자가 그들을 바라보더니 휙-하고 사라졌다.


그들이 도로를 건너는 동안 어딘지 모를 멀리에서 희미하게 개 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온 팀장은 이내 허름한 건물의 입구 앞에 서서 조끼의 가슴팍 주머니를 뒤져 명함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백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로 [윤현도 탐정사무소 / 탐정사 윤현도]와 연락처, 주소만 인쇄된 깔끔한 명함이었다.


손을 많이 탔는지 모서리 여기저기가 약간 닳아있었다.


그녀는 손을 돌려 명함 뒷면을 확인했다.


거기엔 누군가 손으로 휘갈겨 쓴 ‘111999’이라는 번호가 적혀있었고 이를 입구 옆 번호 패드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정찰 드론으로부터 경고를 확인한 요원이 상황을 전파했다.


“북서쪽에서 거동수상자 셋··· 군견 하나 접근 중.”


그들은 길가의 그림자 쪽으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드론 조작병에게 복귀한 드론들이 다시 어깨 옆면의 독(Dock)에 자동 수납되면서 충전을 시작했다.


다만 위험 요소의 접근을 인지한 요원들의 표정은 사뭇 심각해졌다. 그때,


[입력 오류, CODE : 오입력.]


삑- 소리가 나며 패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그녀를 등지고 양쪽을 경계하던 요원들이 당황했는지 놀란 눈으로 고개를 잠깐 돌려 팀장을 보고는 견착한 개머리판 등에 뺨을 대고 가늠쇠로 눈을 옮겨 다시 조준 자세를 취했다.


팀장도 당황했는지 입으로 쇳소리를 내며 명함의 번호를 노려보더니,


“젠장··· 설마?!”


라고 소리치곤 이를 악물고 명함을 상하로 돌려 집었다.


그러자 ‘111999’는 ‘666111’이라는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재빨리 번호를 다시 입력하는 그녀의 끈적한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 옷을 적셨다.


이미 그들의 회색 기능성 보급 반소매 티셔츠의 겨드랑이와 등판은 배어 나온 땀에 젖어 더 짙은 색이 되어있었다.


그동안 골목 코너 쪽에서는 개 짖는 소리와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소리의 크기로 보아 보통 크기의 개는 아닌 것 같았다.


셋은 나지막한 계단 난간 쪽으로 몸을 최대한 붙여 엄폐했다.


기관총 사수 둘은 엄지손가락으로 조정 간 레버를 연발로 옮기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됐다!”


번호 패드에 초록 불이 들어오자 액추에이터(Actuator)인 유압실린더의 공기 압축음과 함께 철문이 가볍게 열렸다.


팀장은 재빨리 바로 뒤에서 후방경계를 하고 있던 요원의 어깨를 두 번 쳤고, 그는 자신의 앞에 쪼그려 앉아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동료의 어깨를 두드렸다.


둘은 끝까지 총구를 골목길 끄트머리에서 떼지 않고 옆걸음을 재빨리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자 어두워진 건물 복도가 그들의 움직임에 반응해 희미한 센서등을 켜며 반가이 맞이했다.


그들은 이마에 흐르는 끈적한 식은땀을 가볍게 닦은 뒤 복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팀장은 이미 복도 위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윤현도 탐정산가요?!”


팀장이 2층의 방 한쪽 편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탐정사무소]


라고 적혀있는 문패 옆으로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는 방이 하나 보였고, 안쪽 책상에는 웨이브진 갈색 머리의 한 남자가 의자에 엉덩이만 걸친 자세로 어정쩡하게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녀의 일갈에 책상 너머로 고개만 살짝 들어 보일 뿐이었다.


“이따위 장난 치지 마시죠,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그는 방금까지 바닥에서 뭔가 작업 중이었던 모양인지 들고 있던 멍키스패너 하나를 책상 위에 텅- 하고 내려놓고는 작업용 목장갑을 벗기 시작했다.


“어우, 역시 블랙앵커스 현장 요원 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네요. 하긴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 센스는 있어야죠.”


현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죽거렸다.


편해 보이는 흑회색 셔츠에 큰 주머니가 달린 테크웨어 바지 아래로 색 바랜 베이지색 사막용 택티컬 워커를 신고 있었다.


팀장을 따라 계단을 올라오던 두 요원은 그제야 바닥 위로 그 남자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릴 다 죽일 작정입니까? 시간도 저녁때라 얼마나 위험한데!”


팀장이 삿대질하며 얼굴을 들이대자 그는 양손 바닥을 그녀를 향해 펴 보이며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약간 뜸을 들이자 팀장이 왜 대꾸를 안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들여다보았다.


바로 응답하지 않고 대답에 일정 시간 간극을 줌으로써 흥분한 상대방을 진정시키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뜸 들이기’라는 대화 기술이다.


“일단 진정해보세요··· 제가 장난을 좀 친 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근데 솔직히 진짜로 오실 줄은 몰랐거든요. 아 그래서 제가 이번 일은 안 한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뭐··· 뭐라고요?”


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던 그녀의 대화 상대는 이를 듣지 못했는지 자신이 하던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선수금이랍시고 막무가내로 입금하시지를 않나, 확실히 약속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찾아오시지를 않나, 여기가 아무리 로그시티지만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팀장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곤 잠시 무언갈 생각하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두 요원과 눈을 마주쳤다.


둘도 당황한 듯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인듯해 보였다.


“저희는 조율이 다 끝난 상태라고 알고 왔습니다만··· 얘기가 어떻게 된 거죠? 저희 데스크 팀과 사전 협의가 끝난 게 아닌가요?”


“얘기가 끝난 게 아니라, 얘기가 되다 말았다고 봐야죠.”


그는 천천히 책상 옆 사무실 귀퉁이로 걸어가 서류 더미를 하나둘씩 헤집기 시작했다.


팀장은 화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다시 현도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이제 분노의 표출보다는 궁금증의 해소가 우선인 듯해 보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 상황은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사전 세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팀을 파견하는 경우는 급박한 전시상황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확실하게 다른데 알아보시라고 거듭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현도는 서류 더미 속에서 몇 장의 메모 같은 것을 찾아내 내용을 훑고는 책상에 내려놓으며 심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입금된 착수금 액수와 팀장 일행이 도착한 시각이 메모와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유일한 문제는 그가 이 계약에 대해서 동의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계속>

blackanchors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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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2) - 사무장(事務長) 23.04.11 16 0 9쪽
» 1부 / 1화. 이상한 수임(受任) (1) - 블랙앵커스 현장팀 23.04.10 19 0 12쪽
1 프롤로그 - 전쟁의 유산 23.04.1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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