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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해씨세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9.01 10:00
연재수 :
178 회
조회수 :
50,298
추천수 :
561
글자수 :
963,408

작성
24.03.25 22:00
조회
357
추천
4
글자
12쪽

20화 만두가게 서생(1)

DUMMY

서악교가 열흘 만에 돌아오자 가게는 그녀가 있을 때보다 더 깨끗했다.

장사는 하지 않았으나 주방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입던 옷들도 모두 세탁되어 횃대에 걸려 있다.


사내새끼가 계집애보다 더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네.


서악교는 감탄했다. 그녀의 침상에서 잔 흔적도 없었다. 방이 하나였기 때문에 침상은 그녀가 썼고, 세옥은 주방에서 잤다. 그러나 겨울에 주방에서 자게 하려고 하자 신경이 쓰였다.


공연히 계집에게 인정을 베풀어서······.


서악교는 주방으로 나갔다. 주방의 짚을 깔고 세옥이 자고 있었다.

“야!”

서악교는 세옥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예?”

세옥이 눈을 떴다.

“방에 들어와서 자라.”

“왜요?”

“여기서 자다가 얼어 죽으면 내가 시체를 치워야 할 거 아니야?”

“그냥··· 여기서 잘게요.”

“왜 여기서 자?”

“저 여자 아니에요.”

“뭐?”

“사정이 있어서 여장을 하고 있는 거예요.”

“누구에게 쫓기는 거야?”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상관없다. 따라 들어와.”

서악교는 억지로 세옥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침상이 넓으니까 반은 네놈이 써라. 대신 내 자리로 넘어 오면 너는······.”

서악교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세옥이 어느새 침상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뭐 이따위 거지새끼가 있어?’

서악교는 세옥을 내려다보다가 망연자실하여 옆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밖에는 북풍이 사납게 몰아치고 있다.


휘이이잉--.


바람소리가 살을 엘 듯이 춥게 느껴진다.

다시 일어나 앉아 세옥을 내려다보았다. 세옥이 남자라고 해도 어려서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놈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여장을 하고 다니는 거야?’

세옥은 눈을 감고 있었으나 얼굴이 예쁘장하다.

귀티가 난다.

서악교는 이불의 반을 덮어주고 옆에 누웠다.


추워서 잠도 오지 않네.


세상이 얼어버릴 것처럼 날씨가 추웠다.

언하늘이 갈라지는 소리가 쩡쩡거리고 들렸다.

몇 십 년 만에 처음 오는 강추위였다.

서악교는 이불 밖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세옥은 이미 잠이 들었다.


거지새끼라 아무 데서나 잘 자네.


서악교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휘이이잉--.


이불을 뒤집어써도 살을 엘 것 같은 바람소리가 귓전을 후벼 팠다.

‘아유, 이 거지새끼.’

서악교는 팔을 뻗어 세옥을 끌어안았다.

풍한이 오는 것일까.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


세옥은 만두가게에서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허드레 일을 했다.

세옥에게 여장을 하지 않고 남장을 하게 했다.

세옥은 부지런했다.

오랫동안 동냥을 하고 다녀서인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평범한 날이 계속되었다


1년···.

2년···.

3년···.


여러 해가 바람처럼 흘러갔다.

당가촌에는 사천 당문이 있었다.

세옥은 한가할 때면 당문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당문은 당가촌 아이들에게 글과 무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우수한 아이들은 제자로 받아들였다.


사천 당문은 의관을 열고 있었다. 그들은 의관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마을 사람들을 치료했다.

당문이 독과 암기로 유명했으나 독은 의술 때문에 발전한 것이다.

처음부터 독을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당가촌이 당씨 집성촌이기는 했으나 제자들을 육성해야 했다.


세옥은 무공을 배울 수없었다.

당문의 가주 당운성이 맥을 짚어보자 몸에 한독이 있었다.

‘어디서 이런 독에 당한 거지.’

의술과 독으로 강호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당문에서도 치료를 할 수없었다.

“이놈 봐라. 어린놈이 서체가 장난이 아니네.”

당문의 가주 당운성이 세옥이 글을 쓰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서체가 어른에 못지않았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천문강에서 낚시를 할 때였다.

아이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서책을 읽고 있었다.

“글을 아느냐?”

당운성이 넌지시 물었다.

아이의 눈에는 알 수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아이를 보고 있는데 괜히 가슴이 먹먹해 왔다.

“예.”

“누구에게 글을 배웠느냐?”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문에는 서고가 있었다.

세옥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자 당운성은 당가의 서고에 와서 책을 마음대로 읽으라고 했다.

세옥은 빠르게 책을 읽었다.


“뭐 저런 놈이 있지?”


당문의 제자들이 놀라서 입을 벌렸다.

세옥은 당운성이 해독하지 못하는 고문까지 읽었다. 한 번 읽은 책은 거의 모두 외웠다.

“저 놈이 천재 아니야?”

당문의 제자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세옥을 쳐다보았다.

“너는 어디서 글을 배웠느냐?”

제자들이 물어도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만두가게로 돌아가서 일을 했다.


서씨라는 주인 여자는 도무지 가게를 돌보지 않았다.

세옥이 전담하여 가게를 운영했다.

“만두가게 여자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이가 태어났지?”

“서씨의 아들이 아니야. 이모라고 부르잖아? 거리를 떠도는 것을 거두었대.”

마을 사람들이 세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세옥은 시를 지을 줄도 알았다.


대궐엔 붉은 노을 어렸고

열두 누각엔 비단 휘장 둘렀도다.

옥잔 높이 들고 아름다운 풍악소리 들려오니

만조백관 일제히 절하면서

군왕의 천추만세를 축복하누나.


군왕의 생신을 축하하는 시다.

황궁에서 지어 올리던 시였을 것이다.

당운철의 부인인 설하련이 의술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당운철은 당운성의 동생으로 총관을 맡고 있었다.

세옥은 의술에 관심이 많았다. 약초와 진맥법을 배우고 침술도 배웠다.

‘머리가 너무 좋아.’

설하련이 감탄했다. 세옥은 의술에 놀라운 진전을 보였다.

당문에 출입한지 몇 년 되지 않아 당문의 모든 제자들을 능가했다.

‘저 놈이 의선(醫仙)이 될 것이 분명해.’

당문의 제자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세옥 같은 아이가 당문의 제자가 된다면 당문이 무림에 우뚝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가 우리 당문의 독문비법을 배우면 좋을 텐데······.’


당문의 무공이나 비법은 외인에게 전수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아들과 딸, 당씨 성을 가진 자들에게만 전수된다.

사위도 췌서, 데릴사위가 되어야 한다.


세옥은 당문에서 무공을 배우지 않았으나 약초를 채취하여 약을 제조했다.

반위(反胃, 위장), 풍한(風寒, 감기), 금창(金瘡, 칼 등 쇠붙이에 의한 상처)에 필요한 약을 만들었다.

약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사람들이 병이 낫는 것을 보면서 좋아했다.


당문을 드나들면서 어깨너머로 본 암기도 제작했다.

대나무 대롱의 독침을 입으로 불어 쏘는 암기였다.

당문이 사용하는 암기는 엉성했다.

‘이런 게 무슨 암기가 돼?’

세옥은 암기를 자세하게 살피고 연구를 하여 개량했다.

독침은 바늘처럼 작고 가늘게 만들었다.


“독침이 대단해.”


당문의 가주 당운성이 시험을 해보고 감탄했다.

당문의 제자들도 모두 신기해했다.

독은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

마비만 시키는 독.

연기를 뿜는 독연.


독연침을 사용하면 근방의 사람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세옥은 만두를 팔다가 남으면 걸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대신 걸인들에게는 야채를 뜯어오고 물고기를 잡아오게 했다.

걸인들의 맥을 보고 일일이 치료를 해주었다. 걸인들은 세옥을 서생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했다.

만두는 맛이 좋아 잘 팔렸다.

만두를 사려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왔다.

요리도 잘했다.

돼지고기볶음이나 강에서 잡은 새우볶음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당가촌의 일품요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세옥을 만두가게 간서치(看書癡)라고 불렀다.

간서치는 책만 아는 바보라는 뜻이다.

당운성은 세옥과 자주 바둑을 두었다.

세옥은 바둑도 잘 두었다.

“천하의 기재야.”

당운성이 부인 설하련에게 말했다.

“수제자로 키우고 싶어요?”

설하련도 세옥이 마음에 들었다.

“알 수없는 한독에 중독되어 오래 살지 못할 거야.”

당운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무공이나 비법은 당씨들에게만 전수할 수 있어요.”

“사위를 삼으면 되지.”

“딸이 몇 살인데······.”

설하련에게 당운성에게 눈을 흘겼다. 그들의 딸은 여섯 살인데 기이하게 세옥을 잘 따랐다.

“약란아.”

하루는 당운성이 꽃밭에서 놀고 있는 딸 당약란을 불렀다.

당약란이 쪼르르 달려왔다.

“우리 딸 세옥이 오라버니 좋아해?”

당운성이 딸을 무릎에 앉히고 물었다.

“응.”

딸이 냉큼 대답했다.

“그럼 세옥이 오라버니한테 시집갈 거야?”

“응.”

“세옥이 오라버니가 아버지보다 좋아?”

딸이 대답을 하지 않고 망설였다. 어린 아이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설하련은 어이가 없어서 차만 마셨다.

“세옥이 이모라는 여자가 이상하지 않아요?”

“왜?”

“장사는 거의 하지 않고 돌아다니기만 해요.”

“무림인인 모양이군.”

“정체를 숨기고 마을에 숨어들었으면 위험해요. 그러잖아도 사천에 신투(神偸) 모구팔이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

신투 모구팔은 전설적인 도둑이다.

“벌써 몇 년째 나돌고 있는 소문이야. 아버님은 약란이에게 무공을 안 가르치실 건가?”

당운성이 화제를 바꾸었다.


당운성의 장인이자 설하련의 아버지인 천기노인은 무림의 대종사로 불린다.

특히 그의 경공 녹수소요보(綠水逍遙步)는 무림일절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공만 가르치시겠대요.”

당약란이 10세가 되면 녹수소요보를 전수하겠다고 했었다.

“경공만 가르쳐도 최고지. 절세의 경공인데······.”

당약란이 장차 천기노인의 경공을 배운다면 9품고수를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세옥은 때때로 구완아의 무덤을 찾아갔다.

구완아는 세옥을 위하여 열 네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하루는 세옥이 가게로 돌아오자 서악교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며칠 동안 출타했던 서악교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세옥은 서악교를 살피기 시작했다. 서악교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세옥은 피에 젖은 서악교의 옷을 모두 벗겼다.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지독한 혈전을 치른 모양이다.

세옥은 젖은 수건으로 피를 닦기 시작했다.

서악교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이 거지새끼······!”


서악교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눈알을 부라렸다. 속옷만 남겨놓은 채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다.

“이모, 잠자코 있어!”

세옥이 눈을 부라리는 시늉을 했다.

“너 이 새끼 뭐하는 거야? 왜 내 옷을 벗겼어?”

서악교가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다. 통증이 맹렬하게 엄습해 왔으나 옷이 벗겨져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환자가 잠자코 있어야지.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하냐? 쯧쯧······.”

“뭐가 어째?”

“온 몸에 상처투성이잖아?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이 꼴이 된 거야?”

세옥이 어른이나 된 듯이 그녀를 나무랐다.

“이 나쁜놈.”

서악교는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상처가 너무 깊어. 내가 치료할 테니까 잠자코 있어.”

“네까짓 게 무슨 치료를 해?”

“그럼 다른 의원 불러? 다른 의원을 불러도 몸을 다 볼 수밖에 없어. 남자가 몸을 볼 텐데 그래도 돼?”

서악교는 할 말을 잃었다.


세옥의 말이 옳았다. 다른 의원에게 자신의 몸을 내보일 수없다.

“너도 사내새끼면서······.”

“나야. 이모 남자잖아?”

세옥이 장난스럽게 깔깔대고 웃었다.

“이 망할놈의 새끼 감히 나를 희롱해?”

서악교는 세옥을 후려치려고 손을 들었으나 내력이 모이지 않았다.

“눈이나 감고 잠자코 있으라니까.”

세옥이 마땅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놈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처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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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용과 싸우다(1) +1 24.03.29 3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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