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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님의 서재입니다.

[탑클래스, 악마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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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08.24 10:44
최근연재일 :
2023.11.06 06:5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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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추천수 :
1
글자수 :
4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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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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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림의 재료가 되어줄래요?

DUMMY

그날 밤 애나는 불을 끈 컴컴한 화실에 커다란 스탠드 하나를 켜 두고 홀로 앉아 있었다. 캔버스에는 이미 스캐치가 완벽히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좀처럼 붓을 들지 못 했다.


이제 색만 칠하면 되는데 염료에 섞을 재료가 부족했다. 내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하루 빨리 그림을 세상에 내 놓아야 하는데, 참 큰일이었다.


그 때 갑자기 휴대폰이 지이이잉 울렸다.


“ 여보세요. ”


그와 동시에 귀가 찢어질 듯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일단 진정하고 말씀해 보세요.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고요? 제가 당신의 아픔을 들어드릴게요. ”


“ 끄아아아아아악! ”


남자의 비명소리 사이로 그가 겪었던 지난 날들의 사연들이 쏟아져 들어와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그 아픔 제가 신께 잘 전달해 드릴게요. 대신 제 그림의 재료가 되어 주시겠어요? ”


더 이상 전화기 속에서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네. 그럼 그런 줄 알고 작업 준비할게요. “


전화를 끊고 그녀는 옥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재료가 막 이제 준비된 거 같아서요. 저 작업에 들어가려고요. 완성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으니 저 하늘에 계신 신께 기도드릴 일만 남았다.


“ 신이시여. 이 가여운 영혼의 사연을 들으시고 속히 심판의 천사를 보내주세요. 전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하며 그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달빛 아래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던 그녀는 절규하는 가여운 영혼들을 생각하며 스르르 눈물을 흘렸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 세상엔 슬픈 영혼들이 많아 내 작품이 끊길 걱정이 없었다. 그게 참 감사한데 그들의 사연이 내 영혼에도 새겨져 마음이 아파왔다.


언제쯤 이 세상에서 억울한 이들의 절규를 지울 수 있을까.


***


며칠 후, 애나는 할 말이 있다며 인터폰을 통해 인영을 집을 초대했다.


“ 집까지 불러서 죄송해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곤란한 내용이라서요. ”


“ 아니에요.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


인영이 애나의 집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비싸기로 유명한 탑클래스 맨션에서도 가장 넓은 100평대인 팬트하우스에서 살려면 못 해도 100억은 있어야 했다.


물론 아버님꼐 유산을 물려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남편의 재산만으로는 40평대에 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어 매일 인터넷으로 탑클래스 팬트하우스를 검색해 보고 있었다. 과연 이곳은 사진에서 보던 만큼 화려하고 럭셔리한 곳이었다.


특히 팬트하우스 주민들에게만 주어지는 복층과 높은 천장 위에 달려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그리고 거실 전체를 아우르는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탑클래스의 전경은 그야말로 높은 왕좌에 올라 다른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바라던 삶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고작 40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만족하기엔 이 탑클래스는 너무도 넓고 아름다웠다. 영원히 몰랐으면 모를까 직접 눈으로 본 이상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나도 이 팬트하우스를 이사하고 말 거다.


“ 거실에 앉아 계시면 제가 차랑 간단한 디저트 내올게요., ”


“ 네. ”


애나가 다과를 가지러 간 동안 인영은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되는 냥 여유롭게 쇼파에 앉아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이걸 SNS에 올리면 사람들은 내가 이런 곳에 사는 줄 알고 부럽다고 난리를 칠 거다. 거기서 나온 하트와 댓글로 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네들이 더럽다며 무시하던 사람이 너희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올라갈 곳에 올라오니까 부러워서 미쳐버리겠지? 부러우면 뒤지던가!


곧 이어 이 집의 진짜 주인인 애나가 직접 쟁반에 차와 다과를 가지고 걸어왔다. 그와 동시에 현실로 끌려 내려온 인영은 씁쓸한 마음을 애써 참았다.


아무리 내가 높이 올라왔다고는 하나 여긴 아직 나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내가 돈이 없는 걸 어쩌겠어.


“ 드세요. ”


그녀가 내민 찻잔은 하나에만 백만 원이 넘어서 남편 눈치를 보느라 백화점에서 눈으로만 보던 영국 황실의 찻잔이었다.


역시 돈 좀 만지는 화가라서 그런지 이 여자가 쓰는 것도 모두 최고급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부 자기가 번 돈이라 남의 눈치 안 보고 사고 싶은 건 다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부러웠다. 그게 자기 돈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나도 한 때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결혼 한 후에 수익이 딱 끊겨 버리고 남편이 벌어준 돈으로만 생활하려니 여간 갑갑한 게 아니었다.


“ 로얄 블러드네요. 이거 무지 비싼 건대. ”


“ 그래요? 전 친구가 선물해줘서 정확한 가격은 잘 몰라서요. ”


“ 이런 거 선물해 주는 친구도 있고 좋으시겠어요. 내 친구들은 다 나한테 사달라고만 하는데. ”


인영은 거지같이 달라붙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조소를 지었다.


“ 그게 인영씨가 성공했다는 증거에요. 성공한 사람들 주위엔 그런 사람들이 꼭 달라붙거든요. ”


“ 성공은 무슨. 작가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요 뭘. ”


“ 멋진 남편분이 있잖아요. 난 그런 멋진 남편을 둔 인영씨가 부럽던데. ”


애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인영의 남편 정우성 변호사는 능력을 논외로 하고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부모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다른 금수저들과 달리 소신도 있고, 아버지가 차린 로펌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건립하려는 포부 또한 멋있었다.


그런 소신과 포부가 있는 사람이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인영 같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던 거다.


“ 멋있죠. 우리 남편··· ”


난 이렇게 탐이 나는데 정작 서인영 본인은 정작 그걸 모르고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여기 여자들이 이 여자를 더 재수없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 어제 옥션 담당자랑 통화했는데 내일부터 작품에 들어가려고요. 그런데 사전 판매는 안 되고 대신 옥션에서 판매할 때 먼저 사전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우선권 정도는 주실 수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라도 살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불렀어요. ”


“ 어머, 그럼 저야 감사하죠! ”


“ 그럼 계약서부터 쓰시죠. ”


“ 계약서요? ”


인영이 이런 일에 무슨 계약서씩이나 쓰냐는 얼굴로 물었다.


“ 옥션에서도 우선권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는 확실히 해둬야 하잖아요. 형식상 쓰는 거니까 걱정할 건 없어요. ”


“ 그럼 할게요! ”


“ 잠시만요. ”


애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해둔 계약서를 들고 나와 인영에게 건넸다.


“ 혹시 모르니까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요즘 이런 걸로 말이 많잖아요. ”


“ 에이. 작가님이 알아서 썼으려고요.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인영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계약서 조항을 스캔했다.


내가 구르던 바닥이 간단한 말장난에 노출 수위가 결정되는 어마어마한 곳이었어서 나한테 불리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제 1항, 옥션에서 판매가 시작되면 가격을 우선 제시할 우선권을 얻는다. 오케이.


제 2항 귀하는 이 계약을 절대 발설해선 안 되고 발설할 시에는 모든 계약은 무효가 된다.


' 그림 하나 사는 데 비밀 엄수 조항까지 있다고? '


보통 이런 조항이 있는 계약서들은 뒤에서 구린 짓을 할 거란 예고편 같아 사인하기가 꺼려졌다.


“ 다른 사람들이 알면 자기들한테도 우선권 달라고 하도 졸라대서요. 누구한테만 특혜를 주고 누구한테는 안 주면 말이 많잖아요. 옥션측에서도 이 부분에 민감해서 어쩔 수 없는데, 괜찮죠..? ”


인영의 눈동자가 오래도록 비밀 엄수 조항에 머무르자 애나가 황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 뭐.. 어차피 여기에 말할 친구도 없는 걸요. 근데 남편한테는 말해도 되는 거죠? 남편 돈이라서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거든요.”


“ 남편은 당연히 알아야죠. 대신 그 외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안 돼요. 원래 소문이란 게 단 한 사람한테 말했다가 전국으로 퍼지는 거라서요. 자신 없으시면 여기서 그만 두시고요. ”


“ 무슨 소리세요! 제가 입 하나는 무겁기로 소문난 년이에요! 당장 사인할게요! ”


워낙 급박했던지 인영은 예전에 쓰던 상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좋은 옷으로 입고 좋은 것을 먹어도 천성이란 게 잠시 감춰질 뿐 없어지는 건 아닌지 가끔 이렇게 불쑥 본성이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곁에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저희는 사인 대신에 지장을 받아서요. 괜찮으시죠? ”


그러면서 애나가 시뻘건 인주를 내밀었다.


‘ 거 더럽게 까다롭네. ’


비밀엄수 조항에 지장까지.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지만 굳이 안 해도 상관없는 요구가 늘어나니 인영은 살짝 귀찮았다.


하지만 이 계약에 있어 난 을이고 저 여잔 갑이었다. 이런 상황이 더러우면 이 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일단 이번 계약으로 2000억을 만든 후에 그 돈을 재투자해서 2조로 불리면 최소한 탑클래스 안에선 내가 가장 부자일 거다. 그때 이 여자도 나한테 꼼짝 못 하게 될 테니 이 정도의 수모는 기쁜 마음으로 견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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